〈 287화 〉 287화 집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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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온 이만석은 역시나 MP5를 이용하여 보이는 족족 방아쇠를 당겨 쏴 갈겼다.
푸슈슈슛!
벽 뒤에 몸을 숨기고 권총을 쏘거나 해서 반격을 해보지만 역시나 그럴수록 그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것은 당혹스러움과 경악성이었다.
절대 일어 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총알세례에 전혀 두려움이 없다는 듯 그렇게 평온하게 걸음을 옮기며 사무실 마다 들이 닥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4층 끝 방에 몸을 숨기고 있던 세 명은 이미 문고리를 잠그고 책상 뒤에 몸을 숨긴 채 문 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있었는데, 얼굴엔 두려움과 긴장감이 물들어있었다.
“젠장!”
귀에 전화를 가져다 되었던 이가 욕설을 내뱉으며 폰을 집어 던졌다.
“왜 폰이 터지질 않는 거야?!”
여기에 있는 세 명중에 누구도 수신이 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도 터지질 않아 완전히 불통이 돠어버린 것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갑자기 건물이 정전이 되어 버렸고, 폰 또한 그와 더불어 고물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전부였다.
뚜루루루루루!
그때 옆에서 쏴 갈기는 작은 MP5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시 한 복판에서 총을 쏴갈기는데 어째서 밖이 이렇게 조용한 거지?”
잠시 창밖을 확인하고 돌아온 한 명의 얼굴엔 불안감이 엿보이고 있었다.
“새벽이라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이런 조용한 시간대에 울리는 총소리라면 더 큰 소란이 벌어져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이 나라가 미국과 다르게 총기관리가 아주 엄격하다는 걸 알고서 하는 소리였다.
민간인이 총기와 실탄을 소유하는 것은 불법으로 만약 민가에서 그런 총기가 발견 된다면 뉴스에 나와 이슈가 되는 곳이 바로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였다.
그런데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저렇게 총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는데 밖이 조용하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유리라도 깨서 어떻게 해보려 해도 총알에도 금조차 가지 않았다.
“이 일 자체가 현실이라고 생각해?”
문 쪽으로 총구를 겨누고 바라보고 있던 이가 불평불만의 동료에게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아직도 조금 전의 그자의 모습이 눈에서 잊혀 지지가 않아.”
방탄조끼와 같은 그런 것을 착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신소제로 만든 그런 최첨단 장비로 무장해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래도 이렇게 얼이 빠지진 않을 것이다.
전기가 나가서 깜깜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일반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다 총알들은 닫기도 전에 투명한 막에 막힌 것처럼 부딪히며 튕겨져 나가버렸다.
동료의 말에 전화와 창밖의 상황을 보고 욕 짓 거리를 내뱉던 두 사람은 일순간 말이 없어졌다.
“영화와 같이 초인이라는 게... 정말로 존재 하던 걸까.”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게 히어로 물이다.
믿을 수 없는 힘을 사용하여 놀라운 액션을 펼쳐 보이는 그 모습들은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헛소리 하지마. 이건 영화가 아니라고.”
전화를 집어 던진 사내가 동료의 말에 반박을 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엄연히 냉철해야할 CIA라는 미정보국에 몸담은 요원들이었다.
그런데 동료가 저런 허무맹랑한 말을 내뱉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이들이 존재 했다면 우리쪽에서 움직였을 거야.”
초능력자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들이 몸담고 있는 CIA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 외계인 설이 떠도는 51구역을 그렇게 출입을 금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군사 작전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을 절대 금한다고 알려진 51구역에 대해서 무수한 음모론과 설이 떠돌고 있는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저자가 벌이는 일은 절대 헛것이 아니야.”
순간 그들 사이에서 다시금 적막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적막감은 오래가질 못 했다.
닫혀 있던 문이 강한 괴음과 함께 그대로 부셔져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문이 부셔짐과 동시에 셋은 동시에 문 쪽을 향해 방아쇠를 사정없이 당기기 시작했다.
푸슈슈슈슈슛!
총구에서 불을 뿜으며 탄피가 튀기면서 총알들이 안으로 들이닥친 이만석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티티팅!
허나 날아든 총알들은 허무하게도 이만석의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 하고 세 발자국 정도 앞에서 투명한 막에 막혀 튕겨져 나가버렸다.
“이럴 수가...”
다시금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초인이라는 말을 꺼냈던 이가 입을 반쯤 벌리고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틱틱틱!
그러나 남은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기며 쏴 댔는데 결국엔 총알이 떨어졌는지 틱틱 거리는 작은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총알이 떨어지고 두 사람의 얼굴에도 짙은 두려움과 어둠의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워졌다.
“반항은 끝인가?”
듣기 좋은 목소리가 작은 사무실 안을 울렸다.
유창한 영어여서 이만석의 말을 알아듣지 못 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뚜벅뚜벅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오는 이만석을 보면서 세 사람은 경직 된 모습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오보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춘 이만석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방엔 네놈들이 전부인가보군.”
그러고는 이만석이 MP5를 그들을 향해 겨누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입을 반쯤 벌리고 바라보았던 이가 떨리는 음성으로 이만석에게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서민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 이름에 대해서 모르는 이는 없었다.
요주의 인물로 떠오른 그 이름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겁니까.”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질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이런 초능력을 가지고서 왜 이런 일을 벌이냐는 물음이었던 것이다.
경직되어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두 사람과 다르게 긴장을 하고서도 침착하려 애쓰며 조심스럽게 질문의 던지는 이 사내가 재밌었는지 이만석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만석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말을 잘 못 했다는 걸 알고 다시 입을 열었다.
“초능력을 왜 이런 일에 사용을 하시는 겁니까.”
그 또한 어렸을 때부터 초인들이 등장하는 히어로 물을 보고 자란 전형적인 미국인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고 자란 것만이 아니라 그런 히어로들을 동경했고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초인들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었고 그는 다른 쪽으로 꿈을 돌리게 되어 이렇게 CIA에 몸담아 국가를 위해 노력하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국장인 카일러의 라인에서 월가와 유대자본들을 대변하는 이들의 편에 서서 국가가 아닌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데 어린 시절 막연하게 동경을 해왔고, 지금도 영화를 통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런 초인의 힘을 가진 이가 정말로 눈앞에 나타났으니 솜털이 전부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와 한 편으로 이런 힘을 가졌으면서도 왜 이런 살생을 벌이는 것인지 그는 이해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힘이면 세상을 위해 이로운 쪽으로 사용 할 수도 있을 텐데... 왜......?”
이만석이 이 자가 어떤 심정으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 했다.
다만 그 목소리 속엔 시기심 깃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원해서 얻은 게 아니다.”
“힘엔 그만한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가 동경했던 히어로들도 이만석이 말한 것처럼 우연으로 힘을 얻은 이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모두 그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로운 쪽으로 세상을 위해 힘을 사용하였다.
힘엔 그만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그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힘이 당신에게 생긴 것인지 모르는 것입니까?”
세상이 얼마나 썩어 있는지 CIA에 몸담고 일해 오면서 알 수가 있었다.
미국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세력이 누구인지, 대통령을 포함해 국장인 메케인의 행동이 겉으로는 당당히 한 축의 세력으로 자리한 것 같지만, 그 또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지 말이다.
미연방준비은행부터 시작해서 핵심 기구들과 국가안보국을 움직이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리고 FBI또한 다시 흔들리고 있었고 메케인 국장만 물러나면 CIA 또한 넘어갈게 뻔했다.
유대자본을 중심으로 정재계를 주무르고 있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었다.
그런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그 또한 결국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젠간 대통령과 메케인 국장의 반항 또한 끝이 날걸로 보았다.
대중들의 지지만으로 정권을 잡고 있는 그들의 몸부림은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려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 번 쯤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막연히 동경했던 히어로들처럼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면 세상을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하지만 현실은 그런 히어로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런 히어로와 같은 초인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런 자가 벌이는 일은 자신이 꿈꿔왔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었다.
“책임감이라...”
울분과 시기심이 가득 찬 그의 말에 이만석이 작게 책임감이란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똑바로 눈을 맞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책임감이라면 나도 느끼고 있지.”
“그것이 이런 잔혹한 살상이란 말입니까?!”
“내가 느끼는 책임감과 네놈이 느끼는 책임감이 같을 수는 없지 않겠나.”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내 것이라 생각 되는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 그게 내가 느끼는 책임감이라 할 수가 있지.”
궤변이다.
이만석의 말이 그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동경해 왔던 꿈과 이상향을 짓밟는 것만 같았다.
지금 책임감이라는 말로 자신에게 궤변을 내뱉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치욕감을 주기 위한 그러 막말을.
“거짓말 같나.”
죽일 듯이 노려보는 그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일도 내 것을 넘보는 네놈들에게 응징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네놈이 말하는 것 같이 책임감을 가지고 말이지.”
“신이 당신에게 그런 힘을 내렸다는 게 한탄스러울 뿐이야.”
“신이 존재한다면 가서 말 해봐라. 왜 네가 아니라 나에게 이런 힘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만석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세 명의 요원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고는 남은 이들도 정리하기 위해 몸을 돌려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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