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화 〉 286화 집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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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민준?”
브래이든이 어눌한 발음으로 이만석의 이름을 불렀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브래이든은 이름을 불렀으면서도 정말로 눈앞에 있는 자가 정말로 이만석인지 사실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이 분명히 여기로 들어 올 때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수면실이 큰 방도 아니고 한 번에 다 들어오는 공간이었다.
더군다나 통제실을 끼고 있는 층이라 요원들이 지키고 있어 들어 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들어왔다고 해도 어떻게 눈 깜짝 할 사이에 눈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이 모습에 브래이든은 경악을 하고 말았다.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 해서 기분이 좋지 않겠군.”
유창한 영어로 말을 하는 이만석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 했다.
하지만 그와는 상반되게 그의 음성은 상당히 차분해 듣기가 좋은 음성이었다.
“허튼 수작 부리지마라.”
순간 브래이든이 소리치려는 것을 이만석이 입을 여무로써 선수를 쳤다.
“......”
이만석에 대해서 이미 한국에 오기 전에 조금 알아본 브래이든이었다.
그가 이집트에서 벌인 일과 한국에서 어디에 소속되어 있고 어떤 일을 하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조폭이라 불리는 마피아의 최고 위치로 올라선 것만 해도 대단하게 봐줄 수 있겠지만, 그 보다 그도 잘 알고 있는 엔더슨이 그의 손에 당했다는 것과 프리먼 또한 실종 된 것이 이만석 때문이라는 것이 경각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두 사람 다 현장 일에서는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만석에 대한 인상착의도 사진으로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정말로 그라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브래이든의 긴장 된 말에 이만석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서민준이라는 이름의 남자인 것은 브래이든 또한 이미 말은 그렇게 했어도 직감은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지?”
“글쎄...”
모호한 대답을 하는 이만석의 모습에 브래이든이 잠시 곁눈질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내가 소리치면 네놈은 그길로 끝장이야.”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당장 소리만 치면 총을 빼들고 요원들이 이곳에 들어올 것이었다.
어떻게 침입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어도 수면실로 들어오기 전에 요원들은 무사 했었다.
그 직후 채 몇 분이 흐를 사이도 없이 이만석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그사이에 요원들이 당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당장 소리치면 이곳으로 달려들 테고 그렇게 되면 이만석 또한 빠져나갈 수가 없는 처지가 된다.
“해봐.”
자신을 노려보는 브래이든을 향해 이만석이 그렇게 말했다.
“불러봐라.”
아무래도 마음먹고 이곳에 들어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하나 때문에 이자가 목숨을 벌이려 한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 그런 것인지 생각을 해보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허나 이렇게 몰래 이곳에 스며들 정도면 나가는 것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답이 이만석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네놈은 살아 나갈 수 있을 걸로 보느냐. 밖으로만 나가도 정예요원들이 지키고 있다. 총기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모두 고도의 살인무술을 갈고 닦은 유단자들이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너도 무사하지는 못 해.”
이자가 설사 인간병기라고 해도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 또한 그만한 전문가들이라 할 수가 있다.
요인암살은 물론 적지에서 정보를 빼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큰일들은 인간병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해결사들을 이용하지만, 그 왜의 일들은 모두 현장요원들이 투입이 되는 것이다.
그때 이만석의 입고리가 말아 올라갔다.
‘웃어?’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다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음 짓는 모습에 브래이든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 또한 함께 보내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제야 브래이든은 왜 이만석이 웃음을 지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설마... 다 죽이려는...”
말을 내뱉다 말고 브래이든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부정의 눈빛을 내보였다.
“그건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야. 넌 요원들을 너무 얕보고 있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위치가 발각되고 표적이 되어 포위가 되면 소용없는 일이다.
거기다 이곳은 그에게 있어 적진 한 가운데다 죽으려고 작정을 했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침입자다!”
이만석이 행동을 가할 것 같아 보이자 브래이든이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고 당장 문을 열고 들이 닥쳐야 하건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여기에 침입자가 들어왔단 말이다!”
다시 큰 소리로 왜쳐 보지만 역시나 문 쪽은 잠잠하기만 했다.
당혹스러운 빛이 열력한 브래이든의 곁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그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는 뭐라 할 사이도 없이 옆으로 돌려버렸다.
우드득!
목이 기형적으로 돌아가며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브래이든의 두 눈이 크게 떠졌고 그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털썩!
이만석이 얼굴을 잡고 있는 손을 놔버리자 그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한국에 입국하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해버리고 말았다.
그 직후 이만석은 잠재되어 있는 아홉 개의 서클들 중에 다섯 고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기에 퍼져 있는 기운들이 이만석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작은 우물에서 넓은 대해와 같이 커져갔다.
이만석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방대한 기운들은 그 순간 건물 전체로 퍼져 덮어 버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면실에 켜져 있던 스탠드 조명이 마치 전기가 나간 듯이 그대로 꺼져버린 것이다.
품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든 이만석이 그대로 문으로 향했다.
쾅!
망설이지 않고 발로 강하게 밀어 찬 순간 문이 박살이 나며 조각들이 복도로 퍼져나갔다.
“뭐야?!”
그 소란에 당황한 몇 몇이 복도로 모습을 보였는데 그 순간 이만석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푸슛!
“켁!”
문을 열고 맨 먼저 나섰던 요원 하나가 머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바닥에 허물어졌다.
“치, 침입자다!”
그 순간 다른 한 명이 크게 소리치며 나왔던 방 안으로 몸을 날렸다.
푸슛!
빠른 동작이었고 민첩했지만 안으로 피하기 직전 심장 부근에 총알이 관통당한 요원이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복도에 나왔던 다른 요원들도 크게 소리쳤고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 총기를 빼들고 이만석을 향해 쏴 되기 시작했다.
푸슈슈슈슈슛!
역시나 도심 한 복판이라 그런지 그들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에도 다 소음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한순간에 들이닥치는 총알 세례에도 이만석은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겨 대었다.
“컥!”
“아악!”
한 발에 정확이 이마에 한 방씩.
순 식간에 다섯 발이 쏘아지고 다섯 명이 바닥에 몸을 뉘었다.
허나 그와는 반대로 벌집세례로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야 할 이만석은 한 대도 맞질 않았다.
“말도 안 돼!”
티티팅!
경악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이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이 쏴버린 총알들은 모두 투명한 벽에 부딪쳐 튕겨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푸슛!
한 발에 한 명씩.
“큭!”
이만석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던 한 명의 요원이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 허물어졌다.
순식간에 일곱 명의 요원이 당해 죽어버리자 남은 이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때 계단과 연결된 문이 열리며 아래층에서 올라온 이들이 당황하였다가 이만석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피해!
문을 등지고 몸을 숨기고 있던 살아남은 이들 중에 한 명이 그런 동료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아악!”
허나 그 순간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세 명의 이마에 연달아 구멍이 뚫리며 바닥에 허물어졌고, 뒤이어 들어온 두 명이 몇 발을 이만석을 향해 쏴 갈기다 그대로 머리에 구멍이 뚫리며 바닥에 몸을 뉘어야했다.
눈앞에서 다섯 명의 요원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모습에 피해라고 했던 요원의 얼굴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인영으로 인해 순식간에 지부가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허나 냉철해야 할 요원인 그는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총알이 날아드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며 총알들이 튕겨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초능력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도저히 인정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능력이 실제로 존재 했다면 그가 몸담고 있는 CIA가 내버려 뒀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헌데이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다시 계단 족을 바라본 그의 눈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섯 명의 요원들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다행이 복도로 나서지 않아 죽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한 명이 조심스럽게 복도를 살피려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가 왼 쪽 눈이 터지며 뒤통수로 총알이 뚫고 나와 뇌수를 뿌렸다.
털썩!
순식간에 또 한 구의 시신이 늘어났다.
한 명이다.
겨우 한 명을 처리하지 못 하고 모두가 이제 복도로 나서길 주저하고 있었다.
눈알이 터지고 죽어버린 동료의 시신을 보면서 결국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이만석은 들고 있던 권총을 품에 갈무리 했다.
그리고는 아공간을 통해 새로운 총기를 꺼내들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프리먼들을 처리하면서 회수한 MP5였다.
뚜벅 뚜벅...!
복도를 거니는 발자국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뚜루루루루!
“크아악!”
문을 등지고 선 채 눈을 질끈 감았던 그가 총기 소리에 다시 눈을 뜨자, 계단 쪽에 죽어 있는 동료들의 시신과 그 모습을 충격적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뒤따라 올라온 요원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충격 받은 모습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뚜루루루루루!
“사, 살려...!”
“아아악!”
비명소리는 커져갔고 총을 갈기는 소리도 또렷하게 들려온다.
뚜벅 뚜벅...!
그리곤 다시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죽는다.’
이 믿기지 않는 일에 그는 허무하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통제실 안으로 들어가 안쪽의 책상으로 몸을 숨겼다.
아니, 숨기려했다.
순간 그의 몸이 빠르게 흔들렸고 몸 여기저기에 구멍들이 뚫렸다.
입으로 피를 한 웅큼 토해내며 바닥에 허물어진 순간 화끈한 고통과 함께 숨이 막히며 시야가 흐려져 갔다.
아쉽게도 한 발 늦었던 것이다.
뚜루루루루!
“크아악!”
통제실 이곳저곳에 숨죽여 숨어 있던 브래이든이 데려온 직원들이 비명성을 내뱉었다.
순식간에 깜깜한 통제실의 기계들이 총알 세례에 부셔져 나가며 불꽃이 튀었다.
그렇게 사정없이 한 차례 갈겨버린 이만석이 탄창을 빼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으로 교체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푸슈슈슈슛!
그때 계단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사정없이 총을 쏴 갈겼다.
티티팅!
허나 실드에 막혀 총알들이 그대로 다 튕겨져 나가버렸다.
이만석은 망설이지 않고 그들을 향해 MP5를 겨누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갈겨버렸다.
뚜루루루루루!
“사, 살려...!”
“아아악!”
총알들이 튕겨져 나가는 모습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가 그대로 총알세례를 맞고 벌집이 된 채로 바닥에 모두가 허물어져 버렸다.
죽어 나자빠진 시신들을 바라보며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했다.
계단 쪽으로 향하는 이만석의 얼굴은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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