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화 〉 285화 집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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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과 만난 후로 안토니오는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CIA한국지부를 책임자로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내에서의 일에 관해서는 그가 직접 책임지고 일을 맡아왔다.
거기다 부국장을 견제하기 위해 그를 이곳으로 보낸 상황이어서 그에게 주어진 권한 도 적지 않았다.
또한 꼼꼼한 성격이라 주요 정보들은 따로 분류를 해서 보관을 하여 찾는 것도 간편했다.
물론 정보를 열람하는 것에 있어서는 절차가 까다롭긴 했지만 지부장으로써의 권한에 비하면 열람하는 것이 힘든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한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그가 주도적으로 벌였던 것이 많았던 지라, 정보를 복사하여 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한국을 책임자로 오기 전 국장인 메케인과 부국장인 카일러의 기싸움이 상당 했던 지라, 그만큼 힘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부국장인 카일러의 지시로 집행부가 직접 움직인 상황에선 그것도 변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수사팀의 반향이 어떻게 잡히고 결론이 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지금은 별 수 없다고 한 메케인 국장이 나중에 빼내 준다고 하였지만, 폐인이 되어서 나온다면 그건 끝이라는 소리로 안토니오는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곧장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여 몸을 빼내게 했다.
옮길 수 있는 재산은 그가 주로 이용하는 스위스계좌로 이미 손을 써놓았다.
집의 처분에 대해선 당장 해결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여유자금은 충분히 마련해 두었으니 급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안토니오는 가족에게 전화를 건 것을 시작으로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손을 썼다.
CIA에서 활동하고 한 나라의 지부를 책임질 정도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으니 행동 하나하나에 막힘이 없었다.
그리고 이만석과의 만남이 있을 직후 계획해 두었던 대로 정보와 자료들을 복사해서 빼내었다.
그렇게 모든 행동이 일단락되었을 때 안토니오는 다음날 아침 짐을 정리하고 밤 퇴근시간에 맞춰, 언제나 같이 부하직원들과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섰다.
‘잘 있어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안토니오가 잠시 건물을 바라보다 주차되어 있는 차로 향했다.
이만석을 만나 빼낸 자료들이 담겨 있는 USB를 건네주고 이집트로 뜨면 끝인 것이다.
그렇게 안토니오는 생을 받쳐 일한 조직을 떠나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부국장실의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던 카일러의 주름진 이마의 골이 깊어졌다.
“모습을 감추었다고?”
[그렇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을 하였다는데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그걸 보고라고 나에게 하고 있어?”
[그래서 알아보았는데 안토니오로 보이는 인물이 카이로행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고 합니다.]
“이미 협조를 요청해 놔서 한국을 뜨지 못 하게 하였을 거 아닌가?”
안토니오의 가족들이 이집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을 알고 난 뒤로 미리 손을 써서 안토니오는 한국을 벗어날 수 없게 해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정부에서 뒤에서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뒤를 봐주었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김철중이라는 자가 움직여 손을 쓴 것으로...]
“김철중?”
[한국 정치계의 거물이자 한국민당의 양대 계파 중에 한 축을 담당하는 영향력이 큰 인물들 중에 한 명입니다.]
“그자가 뭔데 안토니오의 뒤를 봐주었다는 말인가?”
아무리 정치계의 거물이라도 그렇지 CIA쪽에서 협조를 요청한 상황에 대해선 한부로 행동 할 수가 없는 일인진대 참으로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직 거기까진 시간이 짧아서 밝혀내진 못한 것으로...]
“국장이 뒤에서 봐준 것일 수도 있어. 그쪽을 맡고 있는 요원들은 메케인을 따르는 이들이니까.”
안토니오는 출국을 하려면 분명히 제재를 받을 텐데 아무 일 없이 비행기를 타고 공항을 떴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정리되는 대로 바로 전화하게.”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카일러 부국장의 이마의 주름이 펴질 줄을 몰랐다.
안 그래도 이집트에 있는 요원들을 이용해서 안토니오의 가족들을 잡으려 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엔더슨이 당하고 큰 소란을 겪은 후로 이집트 지부가 힘이 떨어진 것도 있었지만, 이집트 정보국 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공항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가족들을 데리고 떠났던 것이다.
분명히 따로 마련되어 있는 안가로 데려 갔을 것이 뻔하니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투랍 정권과 CIA의 밀회가 끝이 나면서 자진사퇴를 했고 아마사피 총리가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메케인이 꾸몄던 일은 물거품이 되고 만 상황이었다.
예전엔 이집트 정보국과 함께 작전을 펼쳤다면 지금은 적으로 돌변 한 상황이었다.
안토니오가 이집트로 떴다면 분명히 그쪽에서도 그 소식을 들었을 게 틀림이 없을 터였다.
지금 연락을 해서 그를 찾는다고 해도 이미 늦은 뒤였다.
그쪽에서 그의 가족들처럼 그 또한 안가로 데려갔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브래이든의 말에 따르면 자료들은 다 무사하다고 하는데 복사를 해서 따로 빼돌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한국 내에서 벌어진 이들 만이라 한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집행부가 수사팀을 꾸려 지부에 들이닥친 순간부터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해져 있었다.
거기다 한국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국장 라인을 타고 있는 이들이어서 더 그러했다.
거기다 수사팀을 이끌고 온 사람이 새로운 집행부장에 오른 사람이라 아니꼬와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프리먼 압박에 시달리다 벗어났던 직원들이 이번엔 브래이든이란 작자가 안토니오가 사라진 것을 두고 취조를 하듯 압박을 가해오니 죽을 맛이었던 것이다.
CIA내부 조직의 수사권을 쥐고 있는 부서가 집행부였으니 책임자의 자리를 부국장 쪽으로 넘어간 것도 뼈아픈 일들 중에 하나였다.
도착한 당일 날 바로 통제실을 점거한 브래이든은 곧장 안토니오의 행방을 뒤 쫒았는데 이미 그는 한국을 떠난 뒤였다.
프리먼이 이만석을 치러 갈 때 남아있던 부국장 쪽 요원들을 다 이끌고 갔던 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이유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국장라인의 인물들을 믿을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이었고, 이라크에서 작전을 펼칠 때도 확실한 명령체계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진 작전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 하였던 전적을 가지고 있어 더욱 그러했던 것이다.
여기 있던 이들은 그동안 안토니오와 함께 오랫동안 일을 해온 동료들이라 그들 간에 신뢰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확실한 죄가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이라 감시를 잘 못 붙였다가 메케인 국장에게 빌미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러지도 못했었다.
지금 통제실에 있는 이들은 인수인계를 해줄 몇몇의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인원들은 브래이든이 이끌고 온 요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안토니오를 처리하고 지부를 장악할 생각이었으니 그에 맞는 전무인력들을 뽑아서 데려 온 것이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이미 한 발 빠르게 한국을 떠난 뒤였고 어떻게 빠져나가게 되었는지 조사만 벌이는 꼴이 되어버렸다.
‘정말로 국장이 도와주었을까?’
안토니오가 빠져나가는 것을 국장인 메케인이 도와주었을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카일러 부국장이 직접 움직여 백악관을 다녀와 대통령과 면담을 통한 상황압박으로 협조를 얻어놓은 상황이었다.
거기다 발맞춰 국가안보국 또한 성명서를 제출하여 힘을 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능성은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놓친 것 없이 확실히 하려고 취조를 하고 제약을 가하는 상황이었다.
집행부를 잡게 되었다고 해도 엄연히 CIA조직을 잡고 이끌고 있는 이는 메케인 국장이었다.
CIA전체를 장악하지 않는 한 수사권을 쥐고 있는 집행부를 잡게 되었다고 해도 안심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국장의 입김이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거기다 집행부 내부에서도 브래이든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부서를 잡았을 뿐이지 요원들을 잡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란 말이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곳 서울에 들어서 지부로 오는데 까지 선거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윤정호라는 인물이 지지율1위를 달리며 당선이 확실시 될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올해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년도 였으니 당연한 열기라 할 수가 있었다.
‘서민준...’
하지만 브래이든의 마음 한켠을 걸리게 한 것이 윤정호라는 이 인물 또한 이만석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었다.
안토니오를 조사하다 김철중 의원을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가 서민준과 연관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해서도 알아보다 윤정호 의원이라는 차기 대통령에 유력시 되는 인물의 딸이 여자 친구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차기 대통령이 될 인물의 딸이 범죄자로 낙인찍은 인물과 사귀고 있다는 것은 절대 쉽게 볼일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의 딸이 조폭이라 불리는 한국의 마피아와 사귀는데 왜 언론에서 이렇게 조용한 것인지 브래이든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대통령 후보라면 이미 언론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은 텐데 그의 딸에 관해서는 하나의 기사도 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그렇게 통제실에 머물며 안토니오의 흔적과 한국내에서 그가 벌였던 일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던 브래이든이 새벽3시쯤이 되어서야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미 안토니오를 놓쳤으니 밤새가면서 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려놓고 그렇게 브래이든은 안토니오가 잠시 눈을 붙일 때 사용했던 개인 수면실로 향했다.
이미 지시를 해두어서 새롭게 시트부터 시작해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브래이든이 눈이 피로한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는 손가락으로 지압하듯 눌러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안경을 바로 쓴 그는 저도 모르게 뒤로 급하게 물러서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뭘 그리 놀란 표정을 짓고 있나.”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것인지 굳어 있는 브래이든을 이만석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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