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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83화 (283/812)

〈 283화 〉 283화 집행부

* * *

지나가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그러고는 이만석의 손을 감싸 쥐더니 자신의 뺨으로 가져다 되었다.

까칠한 손의 감촉이 전해져오며 그의 살결이 느껴져 온다.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은 뺨을 타고 방울져 아래로 흘러 내렸고, 이만석의 손길에 닿는 순간눈물에 따라 만들어진 길도 사라져버린다.

이만석은 아무런 말도 없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지나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 이만석의 손의 감촉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꿈이... 아니군요.”

떨리는 음성으로 작게 말하는 그녀는 촉감으로 인해 이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신기루와 같이 헛것이 아닌 정말로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만석이 뺨에 대고 있는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 손길에 감겨져 있던 지나의 두 눈이 천천히 떠서 이만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던 이만석이 그녀의 눈가에 젖어 있는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면서 닦아 주었다.

“이것도 내 잘 못인지 모르겠습니다.”

닫혀 있던 이만석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작게 울려나왔다.

“그렇지 않아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나가 자신의 뺨을 쓰다듬고 있는 이만석의 손을 감싸 쥐었다.

“전 지나씨를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요.”

애정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던 지나의 두 눈동자엔 이만석의 얼굴이 담겨져 있었다.

“당신 옆에... 있고 싶을 뿐이에요.”

이만석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그가 자신과 거리를 두지 않고 옆에 있을 수 있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지나는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

이만석은 다시 잠시 동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나씬... 정말로 미련한 여자네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최여사는 도대체 안에서 자신의 딸과 저 사내가 무슨 애기를 나누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딸이 저지경이 된 것이 다 이만석 때문이었으니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병실을 나와 경호원들에게 갔던 최여사는 벽에 기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들을 보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흔들어 깨웠다.

그녀의 손길에 잠시 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난 경호원들은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최여사의 얼굴을 보곤 당황하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경호원들의 모습에 한 숨을 내쉰 최여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수면제라도 먹은 거야?”

“아, 아닙니다.”

“그게... 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알 수가 없다고?”

자신들도 어이가 없는지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 하는 모습이 열력했다.

그렇게 대화를 더 나누었던 최여사는 결국엔 정말로 이들이 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만 알았다.

이만석을 보고 제지했는데 그 다음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 후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최여사는 이만석이라는 사내에 대한 것과 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이는 도대체 저 사내하고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만히 지켜보라고만 하는 거야?’

딸도 그렇지만 남편의 행태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사내에 대해서 얘기를 꺼낼 때면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말을 하는 남편의 모습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다만 남편이 그런 모습을 보인 다는 것은 분명히 쉽게 볼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최여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답답해만 할 분이었다.

덜컥!

그때 닫혀 있던 병실 문이 열리며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앞에서 서성이던 최여사는 모습을 드러낸 이만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얘기는 다 끝났어요?”

“예.”

짧게 대답한 이만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그대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잠시 동안 뒷모습을 바라보던 최여사가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밀어서 닫아 버리고는 침대에 앉아 있는 딸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누었니?”

궁금함을 참지 못 하고 그렇게 질문을 던졌던 최여사는 지나의 눈가에 눈물 자국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울었어? 아무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

“아니야, 엄마.”

폰을 꺼내 들었던 최여사를 지나가 가로막았다.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니?”

물음을 던졌던 최여사는 그제야 지나의 입가에 지어져 있는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지나와 만남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던 이만석은 흡연구역으로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담배를 꺼내 들어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자리에서서 이만석은 한 동안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그저 담배만 피워 댈 뿐이었다.

심지가 짧아지고 거의 피어 갔을 때쯤에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주차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 시동을 키고 음악을 틀어 볼륨을 맞춘 후 차도로 빠져나왔던 이만석은 지나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머릿결은 푸석하고 피부도 상당히 까칠하고 볼 살이 쏙 들어간 게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알 수 잇을 정도였다.

‘이제 확실히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겠지.’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봐도 될 여자가 실연 한번 당했다고 그걸 다 포기하고 죽음을 택하다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미련해 보이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젠 그런 미련한 행동을 저지른 그 여자를 이만석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저 미련한 여자를 지나 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쯤이면 차이링과 하란이 두 사람이 침대를 포함해 가구를 보고 있을 터였다.

하란이 스스로도 살게 있으니 같이 사면 될 것이라 말하며 따라 나섰던 것이다.

원래라면 이만석도 함께 갈 예정이었지만, 어제 하란이와 얘기를 나누고 난 후에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안 갈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웬일로 함께 출타를 하였던 것이다.

이번만큼은 자신을 신경을 써주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걸 이만석도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내심 고마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병원을 빠져나와 차도를 달리던 이만석은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는 와중에 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꺼내들어 확인을 했다.

거기엔 발신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와 있었는데 의아함을 느끼고 전화를 받은 이만석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전화를 받았구만.]

“안토니오?”

[그래 날세. 내 목소리를 잊지는 않았군 그래?]

“당신이 나에게 무슨 볼일로 전화를 다 걸었지.”

[그렇게 딱딱하게 말하지 말라고. 난 지금 자네와 싸우려고 전화를 건 게 아니야.]

“본론을 말해.”

[자네와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 그러네. 전에 만났던 벤치에서 기다리지.]

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리자 이만석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로 전화를 건거지.’

안토니오가 어떤 신분인지 잘 알고 있는 이만석으로써는 그가 이렇게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먼에 관한 것을 두고 저러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다른 이유에서도 떠올려 보았지만, 결론은 가벼운 애기는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다.

만나고 싶다고 찾아가지 않아도 되지만 이만석은 CIA와의 갈등도 아직 완전히 해결을 짓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단 안토니오와 만나보기로 결정을 내리곤 그와 만났던 한강둔치로 향했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 강도 다 얼어붙을 정도의 맹추위를 떨치는 상황이라, 조깅을 하는 사람이나 강 주변을 끼고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는 상황이었다.

따뜻하게 파카를 입고 강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띌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만석과 만남을 가졌던 벤치에 롱코트를 입고 깃을 세워 목을 따뜻하게 한 안토니오가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었다.

‘이곳의 겨울은 몇 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는구만...’

한국에서 생활을 한지 5년이 넘어서고 있었지만, 아직도 안토니오에게는 따뜻한 지방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살을 얘는 강추위는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런 칼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뒤에서 하나의 인영이 나타나 그의 옆에 몸을 앉혔다.

그러고는 답배를 피는 것인지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어.”

여전히 강을 주시하며 말을 하는 안토니오였다.

“밟으면 금방이지.”

한 모금 깊이 빨았다가 내쉰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날 찾은 이유가 뭐지.”

“집행부가 움직였네.”

“집행부?”

“CIA내부의 규율을 바로세우고 요원들의 관리감독을 맡은 부서를 말하네.”

“그들이 움직인 것과 나를 만난 이유가 무슨 상관이지.”

“프리먼이 당했기 때문에 그들이 움직인 거네.”

“날 처리하기 위해서 말인가?”

“자네가 아니야. 나를 처리하기 위해서 오는 거지.”

“당신을?”

고개를 끄덕인 안토니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를 잡아들이고 직접 한국지부를 맡기 위해서겠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더군. 자네 이 말 뜻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렇다네.”

그렇게 말한 안토니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버려졌다는 말인가.”

의외의 말이어서 이만석은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놀라거나 하는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놀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나보군.”

“내일이 아니니까.”

“카일러 그자가 프리먼의 일을 빌미로 날 잡아들이려는 모양이야. 그 죄명이 뭔지 아나? 바로 내가 자네와 내통을 하였다는 거야. 그리니까 연관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

“그 일을 당신이 따르는 사람이 묵과해 줬다?”

“나보고 지금은 손을 쓸 수 없다고 하더군. 빼내 준다고 했지만 그때쯤이면 난 폐인이 되고 말 걸세.”

“나에게 바라는 게 뭐지. 이 얘기를 지금 나에게 하는 이유가 바라는 게 있어서일 텐데.”

“정보를 자네에게 다 넘겨주도록 하지.”

“다 넘겨준다?”

“한국 내에서 벌였던 일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모두 주겠다는 말이야. 그 대신 자네가 날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네.”

“......”

“이미 가족들은 이집트 카이로행 비행기에 올라탔을 거야. 나또한 그쪽으로 몸을 뺄 생각이네.”

“그래서?”

“CIA내에서 자네에게 제일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았던 게 바로 나야. 이집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벌이는지 알 수 없지만, 거기에 대한 자네의 영향력이 절대 작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 그리고 자네라면 나를 포함해 가족들을 이집트에 안전하게 스며들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네.”

“CIA를 배신하겠다는 말인가?”

이만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토니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배신이 아니야. 날 버렸으니 나도 순순히 당해주지 않겠다는 말이지.”

“......”

그때 안토니오가 옆에 세워져 있던 버튼이 양쪽으로 달려있는 네모난 서류 가방 하나를 이만석에게 건네주었다.

“달러를 포함해서 5억정도 들어있네. 공작금의 일부지.”

“푼돈이군.”

“푼돈이라...”

이만석의 말에 안토니오는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만석이 일성회만 넘겨받아도 이정도의 돈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그가 이집트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한 자산도 알고 있는 상황이라 반박 할 수도 없었다.

자신 앞에 내밀어져 있는 가방을 이만석이 다시 안토니오에게 넘겨주었다.

“가져가.”

생각도 하지 않고 도로 가져가라는 말에 안토니오는 가슴이 쓰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명백히 거절의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별 수 없는 일이지.’

이만석의 성정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던 안토니오여서 크게 실망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좀 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가족들 먹여 살리는데 보태서 쓰도록 해.”

“그 말은?”

순간 안토니오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일었다.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서 이런 게 아니야. 날 건드리고 또다시 안 방에서 또 허튼 수작을 벌이려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 않겠다는 말이지.”

“고맙네.”

“당신이 주도해서 벌였던 정보들은 받을 테니까. 꼼꼼하게 담아서 넘겨.”

“알겠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넘겨주도록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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