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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79화 (279/812)

〈 279화 〉 279화 그가 전한 말

* * *

이만석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하란이는 물론이고 차아링까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그렇게 급하게 집을 나가는 것인지도 이상했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으니 불안감은 더 커져가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잠시후 문이 열리며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하란이 서둘러 이만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건 차이링 또한 마찬가지로 얼굴에 걱정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간 하란이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오빠...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생겼기에 그렇게 집을 급하게 나간거야?”

“그럴 일이 좀 있었어. 미안한데 조금만 들어가서 쉬도록 할게.”

그러고는 방으로 향하는 이만석을 하란이는 더 이상 잡지를 못 했다.

‘오빠.’

안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행동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차이링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쪽으로 향했다.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요.”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이만석을 따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코트를 벗어 걸어놓고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간 차이링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가고 나서 곧장 회장님에게 전화를 걸어봤어...”

“......”

“다행이 별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답은 한가지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

표정이 굳어 있는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이 생각했던 바를 물어보았다.

“지나, 그 여자 때문이지?”

“그래.”

이만석은 짧게 그렇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역시나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차이링은 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기에 당신이 그렇게 급하게 집을 나갔는지 말해줄 수 있어?”

“......”

침대에 걸터앉은 이만석이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런 이만석에게 차이링은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만석이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한강에 뛰어 들었다고 하더군.”

“한...강?”

한강이라는 말에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반문을 했던 차이링이 믿기지 않는 다는 목소리로 곧장 말을 내뱉었다.

“지나라는 그 여자가 한강에 뛰어 들었다는 말을 하는 거야?”

“미련한 행동이지.”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그렇게 대답했다.

차이링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약간 입을 벌리며 바라보았다.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전화가 왔어. 하지만 난 그 전화를 받지 않았지. 아무래도 내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야. 그런 행동을 저지를 줄은.”

상당히 충격적인 말이라 차아링은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뭔가 일이 생겼을 것이란 건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목숨을 끊으려 했을 줄은 생각지 못 했던 것이다.

“다행이 구조는 되어서 목숨은 건졌어. 지금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야.”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말없이 다시 침묵을 유지했다.

이만석은 해줄 말은 다 했고, 차이링은 너무 충격적이라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하란이는 물을 열고 나오는 차이링을 보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오빠하고 무슨 얘기를 나눈 거예요?”

들어갈 때와 다르게 뭔가 진중한 그녀의 눈빛에 하란이는 궁금증이 일었다.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고선 들어가서 어떤 말을 나누었기에 저러는지 알고 싶었다.

“오늘은 이대로 혼자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하란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으니 말해줄게.”

그러고는 소파 쪽으로 이동하는 차이링을 따라 하란이가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차이링이 몸을 앉히고 하란이 또한 자리에 착석하고는 물음은 던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먼저 한 가지만 물을게.”

“말해보세요.”

“어떤 충격적인 얘기를 듣더라도 어제처럼 행동안 할 자신 있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중요해서 그래.”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하란이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왜 이집에 들어오겠다고 했는지 벌써 잊은 건가요. 지금 당신, 아니, 언니를 보고 이렇게 내가 태연 할 수 있는 건 오빠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만석에게 다른 여자가 접근 할 지도 모르고 그럴 것이라 생각해서 아버지가 우려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만석을 놓지 않은 그걸 감내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허나 실제로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배신감이 상당히 커서 가슴이 미어졌었다.

그런 자신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은 놀랍게도 우려를 표명 했었던 아버지였다.

이만석은 차이링을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차이링보다 하란이를 더욱더 사랑한다고 말을 했다.

하란이는 그걸 믿었고 여자 친구인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만석도 끝까지 옆에 있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여자가 그에게 접근 하더라도 하란이는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헤어 질 일이 없다고 확신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더 이상 그녀는 그런 일에 흔들리는 마음이 여린 여자가 아니었다.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니 좀 셈이나는데...?”

하란이의 모습이 차이링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말해주셔도 돼요.”

고개를 끄덕이며 드디어 차이링이 본론을 꺼내었다.

“정지나라는 여자 혹시 알고 있어?”

“정지나요?”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 했던 하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정석환 회장님의 딸인 그 여자 분을 말하는 거라면 전에 오빠랑 연회장에 갔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한국으로 귀국했던 민호의 연회에 초대되어 이만석과 함께 갔었던 것이다.

“그이는 지금 지나라는 여자를 만나고 온 거야.”

“네?”

상당히 놀라는 하란이의 표정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차이링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그이가 다녀온 얘기를 꺼내기 전에 그 전의 얘기부터 해주어야 할 것 같네.”

그렇게 시작된 차이링은 얘기는 이만석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지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발칙하게 자신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접근했던 지나가 벌였던 행동과 그걸 다시 반대로 갚아주기 위해 행했던 행동들, 그런 만남을 얘기해주었다.

그렇게 시작 됐던 미묘한 관계는 어느덧 지금까지 시간이 흘러와버렸고, 결국 오늘에서야 그 관계를 정리 했다는 것이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인 애기라 하란이의 음성이 살짝 떨렸다.

“못 믿겠지만 다 사실이야.”

“그럼... 민호 오빠가 지나씨와 헤어졌던 이유가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하란이는 확실히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을 할 수나 있을까.

“그런데... 오빠가 헤어졌다면서 왜 또 그 여자를 보러 갔던 거죠?”

차이링의 말대로라면 낮에 헤어졌던 그 여자를 왜 다시 보러나갔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전화도 받질 않고 관계를 정리했을 정도면 나가는 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기 때문이야.”

“사고...요?”

고개를 천천히 그 덕인 차이링이 긴장 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린이를 향해 이만석이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전화를 받았던 것 같아.”

다음 말이 이어지길 기다리는 하란이를 향해 차이링이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지나라는 그 여자가... 목숨을 끊으려 강에 뛰어들었다는 전화.”

“......”

하란이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동자가 세차가 떨렸고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다.

도대체 지금 차이링이 무슨 말을 하는지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 여자는 그이를 정말로 사랑하게 됐던 모양이야. 그 소식을 들은 후 집을 나서게 되었고, 병원에 다녀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라고 알려주었어. 다행이 구조되어서 목숨은 건졌다고 했어.”

“지금... 그 말 정말인가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야.”

“......”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 하란이는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많이 놀랐니?”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하란이의 모습에 차이링이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하란이는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금 차이링이 해준 얘기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란이는 민호 오빠가 지나라는 여자와 헤어졌다고 했을 때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찾아와서 고백을 했으니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 말고도 이런 충격적인 일이 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잠시 동안 그렇게 충격은 받은 듯 앉아 있던 하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그러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데 그 모습을 차이링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계만이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한 방안에 침대에 앉아 있는 이만석은 오늘 지나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하였을 때의 그녀의 얼굴이 눈에서 가시질 않았다.

{민준씨 이러면 저 무서워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던 그녀의 모습.

이만석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매몰차게 팔찌를 풀어서 건네주곤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섰다.

가볍게 시작했던 만남이 잘 나가던 한 여자의 인생을 끝장내 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침까지 문 밖에서 밤을 지새웠던 민우는 아내인 희경이 흔들어 깨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시게를 확인해 보니 오전 7시가 넘어선 시간이었고 잠시 졸았던 상황이라 머리가 멍하고 지끈거렸다.

“여긴 내가 있을 테니까 당신 들어가서 쉬어요.”

걱정스러운 아내의 말에 민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머니도 나처럼 밤을 지새웠고 당신도 그런데 나 혼자서 쉴 수는 없어.”

“당신 내일 출근해야 한다면서요. 무리하다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괜찮아. 지나가 저렇게 사경을 해매는 데 그때문이라도 쉬는게 편치가 않아.”

“여보...”

“그러면 일단 어머니라도 쉬게 해드려야...”

덜컥!

민우는 말을 하다말고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놀란 표장을 어머니가 서있었다.

“지나가 깨어났어.”

“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민우를 향해 떨리는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 지금 지나가 눈을 떴어.”

충격을 받은 듯 바라보던 민우가 아내인 희경을 향해 말했다.

“당신은 지금 당장 의사선생님을 좀 불러줘.”

“아, 알았어요.”

당황한 아내를 뒤로하고 민우는 어머니와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서둘러 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민우가 침대에 다가갔다.

거기엔 산소 호흡기를 쓰고 누워 있는 상태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지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 지나야, 오빠야!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가만히 바라보던 지나가 천천히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엔 어머니에게 시선이 향하며 말했다.

“어머니도 알아보겠어?”

역시나 이번에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지나의 모습에 민우의 두 눈에 습기가 차올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나의 손을 감싸 쥔 민우의 입에서 연신 감사하다는 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습기가 차올랐던 그의 두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러나와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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