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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77화 (277/812)

〈 277화 〉 277화 그가 전한 말

* * *

눈물까지 보이는 그녀를 보며 이만석 찹찹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만석을 바라보며 지나는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꽉 잡았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예요...?”

지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왜 갑자기 이만석이 자신에게 이러는지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란씨 때문이에요? 아니면 내가 뭔가 잘 못 한 거라도 있어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에요.”

“지나씨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상처? 상처라구요?”

“그렇습니다.”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나의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저 상처 같은 거 받지 않아요. 왜 그것 때문에 절 놓으려는 건가요. 민준씨가 이러는 게 저에게 더 큰 상처란 거 모르시나요.”

“지나씨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어지기 전에 정리하려 그러는 것입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민준씨가 하란씨를 좋아한다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바란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이만석의 여자 친구가 된다면 상당히 기분이 좋을 것이다.

아니, 기뻐서 벅차오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하란이라는 여자 친구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서 당당히 접근을 했고 가까워졌다.

물론 처음 접근 할 때는 거만한 콧대를 꺾어 주려 수작을 부린 것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고 재밌었다.

웃을 일도 많았고 같이 있으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농담도하며 떠들게 된다.

모든 것들이 즐겁고 행복했다.

여자 친구는 아니지만 그에게 몸과 마음을 주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지금은 그를 만나게 된 것이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 되어버린 지나였다.

“날 상처주지 않기 위해 이러는 거라면 그러지 말아요.”

이만석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지나의 양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다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을 충격적이게 받아드리는지 알 것 같았다.

‘차이링처럼 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그녀의 마음이 더 깊어지면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만석은 식탁을 엎고 뛰쳐나갔던 차이링의 눈동자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얼 만큼 자신을 생각하는지, 얼마나 자신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지 그때서야 제대로 알았던 것이다.

그날 차이링을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쩌면 그녀가 어떤 석택을 했을지 이만석도 장담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를 데리고 오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 끝에 하란이에게 전화를 했고 다음날 그녀에게 얘기를 해주었다.

진심으로 사랑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그 후로 많은 생각이 이만석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지나를 그저 이렇게 가볍게 만나도 되는지.

그녀에게 마음이 없는데 이렇게 만나서 행하는 행위들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골탕 먹이려던 이 발칙한 여자를 반대로 돌려주려 가볍게 만남을 시작한 것인데, 자신에게 쏟아 붙는 애정이나 진심에 대한 모습들에 사랑은 아니지만 그사이 정이 들었던 것은 분명 했기 때문이다.

하란이가 갑자기 찾아와서 차이링과 만나고 상황을 지켜본 이만석은 그녀를 이쯤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민준씨 이러면 저 무서워요...”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지나의 부탁에도 이만석은 그러겠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냉정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선 더욱 큰 상처를 줄게 뻔했다.

“미안합니다.”

그렇게 말한 이만석은 지나가 손을 잡고 있음에도 팔찌를 결국 풀어버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지나의 앞으로 살며시 놔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은 제가하고 가겠습니다.”

그리곤 그 자리를 빠져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추었다.

“이걸로 된 거야.”

카페를 나선 이만석이 걸음을 옮기며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 보다 빨리 돌아왔네.”

소파에 앉아 가볍게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던 차이링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곁으로 다가간 차이링이 들어선 이만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데이트는 잘 하고 왔어?”

“......”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물어보았으나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지나처 버리는 이만석의 모습에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겨 안방으로 들어간 차이링이 코트를 벗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었니?”

“아무 일 없어.”

“아무런 일도 없는데 그렇게 저기압이야?”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간 차이링이 이만석의 앞으로 이동해 살며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얼굴을 바라보았다.

“말 해봐...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찝찝해서 그래.”

“찝찝해?”

그러더니 허리를 안고 있는 차이링의 팔을 살며시 풀고는 방문 쪽으로 향했다.

“이제 지나씨와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샤워 좀 해야겠어.”

문을 닫고 나가버린 그 쪽을 놀란 듯 바라보던 차이링이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엔 정리를 했구나.”

마음이 없는데 상대를 만나주는 행위가 얼마나 잔혹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차이링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옷을 벗고 샤워 실에 들어선 이만석은 그대로 샤워기의 틀고 차가운 냉수를 맞았다.

머리맡에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의 차가운 한기가 몸은 물론이고 마음마저 시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이만석은 지나에게서 여러 번 전화가 왔지만 전부다 받질 않았다.

헤어지기로 한 이상 미련을 줘선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자를 안는 것에 이만석은 딱히 거부감이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런 쪽에서는 전혀 보수적이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는 이만석이었다.

하지만 지나와 헤어지면서 보인 눈물은 그의 마음을 찝찝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그 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게 분명한 모양이었다.

쏴아아­!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이만석은 그렇게 지나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 했다.

“오빠는요?”

이만석이 샤워 실에 들어 간지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초인종이 울려 차이링이 확인을 하곤 문을 열어주었다.

곧이어 현관문까지 열어주고 안으로 들어온 하란이 거실 겸 응접실을 둘러보며 이만석을 찾았다.

“샤워하고 있어.”

“샤워요?”

“그렇단다...”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모습에 지나가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왜 그렇게 바라보니?”

“저 없는 동안 오빠에게 이상한 짓 하지 않았죠?”

“이상한 짓이라니...?”

알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차이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하란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그러고는 들고 온 가방을 한 쪽에 내려두고 매고 있던 가방도 풀어서 한 쪽에 놔두었다.

“정말로 여기서 지낼 생각인가보네?”

“네. 일단 옷가지들하고 세면도구, 그리고 바를 화장품들까지 포함해서 조금 챙겨 왔어요. 오빠하고 상의해서 내가 지낼 방도 정하면 쓸 가구들도 하나 둘 들려놔야죠.”

확고한 하란이의 말에 차이링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쪽도 이제 새로 가구를 사야할거에요. 안방에 저대로 속옷이랑 전부 놔둘 수 없잖아요?”

“그렇겠네...”

앞으로의 생활이 상당히 피곤해 질 것만 같은 차이링이었다.

그렇게 샤워를 하고 나온 이만석은 하란이가 온 것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머물 방을 정해주었는데 이왕이면 햇빛이 잘 드는 남향 쪽의 방을 내주었다.

안방의 오른편에 있는 방은 차이링이 차지를 했으니 좀 떨어져 있더라도 이왕이면 햇빛이 잘 드는 방이 좋을 것 같아 그쪽으로 해준 것이다.

방이 정해지고 나서 하란이는 자신이 가지고 온 짐들을 대충 정리했는데, 일단 화장품들이나 세면도구 등 당장에 쓸 것들만 꺼내서 정리를 해놓았다.

가구들을 들이기 전엔 필요한 것들만 꺼내놓고 쓸 생각으로 그런 것이다.

그렇게 하란이가 정식으로 들어온 첫 날 두 여자의 신경전은 참으로 대단했다.

특히 하란이는 차이링이 있는 앞에선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애정을 과시했다.

과일을 깎아 먹을 때도 직접 집어서 먹여주는 등 여자 친구임을 내세워 당돌한 모습들을 보였던 것이다.

잠시 이만석이 담배를 한 대 피러 간 사이 차이링이 하란이를 향해 따가운 눈초리를 주었다.

“아무리 여자 친구라고 해도 애정행각이 너무 찐한 거 아니니?”

“찐하긴요... 요즘 이 정도는 찐한 축에도 끼지 못 하다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건 헤픈 여자들이나 그런 거고. 우리 꼬마아가씨는 그런 헤픈 여자가 아니잖아?”

“꼬마아가씨라고 하지 마요.”

“나쁜 뜻에서 그렇게 부르는 거 아니란다~! 다 우리 동생이 귀여워서 이 언니가 이렇게 부른 거야.”

“귀엽다는 말 하지 말아요. 나 어린애 아니니까.”

“왜? 내가 보이겐 아직 한 참 더 자라야 할 것 같은데? 적어도 성숙한 여자라면 이 언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니?”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 차이링이 그러면서 슬쩍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을 양팔로 모우며 강조하듯 살짝 출렁였다.

“그렇게 크기만한 가슴을 누가 좋아한다고...”

“누가 좋아하긴... 저기 담배피러 간 남자가 좋아하겠지~!”

“뭐라구요?!”

“후후훗... 그렇게 열 내지 마렴... 너도 언젠간 이 언니처럼 될 수 있을 거야. 후우~ 왜 이렇게 더운 거지? 남방 온도를 너무 올려서 그런가...”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하는 시늉을 하던 차이링이 옷을 잡고 살짝 펄렁이는데, 그에 따라 가슴골 라인이 아찔하게 드러나며 자태를 뽐냈다.

“오빠!”

그때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던 이만석은 자도 모르게 차이링의 가슴에 눈길이 향하자 하린이 쌍심지를 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날 저녁 두 여자의 기 싸움에서 은근한 서비스를 가운데서 받고 있던 이만석은 열심히 저녁상을 차려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하란이쪽을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차이링이 차려야 하겠지만 이젠 자신도 들어왔으니 얻어먹을 수많은 없다며 저녁은 직접해주겠다고 그런 것이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이만석 때문이지만 말이다.

“요리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괜찮을거야. 학원에서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땄으니까.”

“요리학원도 다녔어?”

“어.”

“언제 다녔데?”

“봄에.”

“이번 봄이라면... 아무래도 당신 때문이겠네.”

왜 요리학원에 다녔는지 답은 뻔하 게 나왔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은 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맛있으면 어쩌지...”

“긴장 돼?”

“그걸 말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생활이 상당히 피곤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이만석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 한 숨은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수상한데...?”

눈을 흘기며 바라보는 차이링을 뒤로하고 이만석이 티비 채널을 돌리려다 폰이 울리는 벨소리에 번호를 확인하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한 이만석이 통화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당신이 전화를 걸다니 별일이군.”

[이 개자식아!]

말이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욕 짓거리에 이만석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개자식이라니.”

[지나가 이대로 가버리면 넌 절대 용서하지 않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을 죽여버리고 말겠어!]

“무슨 헛소리야.”

이만석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모습에 차이링이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똑바로 알아듣게 말 해. 열 내지 말고.”

[도대체 네놈이 무슨 개 같은 짓을 벌였기에 지나가 한강에 뛰어 들었냐고!]

순간 이만석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지금... 뭐라고 했지?”

[만약 이대로 지나가 떠나버리면 네놈도 절대 무사하지 못해. 내 말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왜 그래?”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굳어 있는 이만석의 모습에 차이링이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빌어먹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코트를 들고 나오는 모습에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전화기에 그렇게 급하게 나가려는 거야?”

그때 하란이도 집을 나서려는 이만석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두 사람의 말에도 이만석은 뭐라 말을 하지 못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빠!”

“당신 어디 가는 거야?!”

서둘러 집을 나서는 모습에 두 사람도 밖으로 나와 크게 불러보지만 차는 그렇게 주차장을 빠져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오빠가 왜 저러는 거예요?”

“......”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하란이의 말에 차이링도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만석의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그녀 또한 심적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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