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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76화 (276/812)

〈 276화 〉 276화 그가 전한 말

* * *

갑자기 대답이 없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것 같아 다시 말을 했다.

아니, 하려했다.

[그렇게 필요한 건 없습니다.]

갑자기 다시 들려오는 이만석의 음성에 지나가 한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말이 없으셔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요. 그런데 필요한 게 없다면 알아서 집들이 선물 정해서 갈게요.”

업체에서 배달을 해서 줄 테니 사가지고 간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해서 간다는 말을 했다.

가전제품을 사더라도 직접 들고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일단 밖에서 보는 걸로 하죠.]

“밖에서요?”

[말하면 데리러 가겠습니다.]

“저도 차 끌고 나왔는데요?”

[그렇다면 사거리 세화빌딩 앞에 서 있을 테니까 거기서 만나면 되겠네요.]

갑자기 왜 밖에서 보자고 하는지 지나는 다시금 의아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밖에서 보자고 말하니 그만한 일이 있을 걸로보고 따라주기로 하고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그러면 세화빌딩 쪽으로 가도록 할게요.”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지나는 왜 밖에서 보자고 하는지 생각을 해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여자 친구 때문인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집에 여자 친구인 하란이가 있었다면 자신과 이렇게 통화를 대놓고 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일단 이만석을 만나러 가기위해 약속장소로 향했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샤워를 하고 나온 차이링은 이만석이 옷을 차려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 나가려고?”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가라 입은 이만석이 마지막으로 걸려 있는 코트를 입고는 지갑이랑 폰을 챙겼다.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일성회 때문에 그런 건가 싶어 차아링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주는 자신에게도 휴가여서 큰일이 있지 않는 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만석이 옷을 차려 입고 외출을 하려는 모습을 보니 뭔가 큰일이라도 싶어서 물어 본 것이었다.

“아니.”

짧게 대답한 이만석은 자신을 바라보는 차이링을 향해 얘기를 해주었다.

“지나씨 만나러간다.”

“지나씨? 그 여자는 또 왜...?”

“전화가 왔거든.”

“전화?”

“백화점에 들렀다고 곧장 이쪽으로 온다고 하더군. 그래서 일단 밖에서 보자고 했어.”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란이에 이어 저 여자까지 갑자기 집에 들이닥치려고 한다니 웃기지 않았던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금의 상황이 딱 그러한 것 같았다.

“당신 어떻게 할 거야?”

안방을 나서려는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여자에게 마음 없다면서. 그렇다면 확실히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렇겠지.”

“시간만 끓어선 씻을 수 없는 상처만 주게 될 거야.”

문을 열고나서는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이 당부하듯 말했다.

그렇게 집을 나선 이만석은 대문으로 걸어가지 않고 곧장 머릿속에 세화빌딩과 함께 주변 사거리의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렸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 주변으로 바람이 일더니 그대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려 이만석이 말한 세화빌딩에 도착한 지나가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보는데 빌딩건물 왼편에 서있던 그가 이쪽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차 앞에 당도한 이만석이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타자 지나가 밝은 목청을 그를 반겨주었다.

“예상보다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네요?”

“집이 근처이니까요.”

“맞는 말이에요. 그보다 점심 아직 안 드셨죠?”

당연한 말이었으니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응사를 해주었다.

“그럼 점심은 내가 쏠게요.”

“지나씨가 말입니까?”

“집들이 선물도 사지 못 했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그럼 출발할게요.”

갓길을 빠져나간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내며 도로를 달려 나갔다.

“스파게티 좋아해요?”

“싫어하진 않습니다.”

“그럼 제가 아는 유명한 가게가 있는데 그리로 가요. 특히 그 집은 알 프루티 디 마레라고 토마토소스에 해산물을 얹은 스파게티를 잘하는데, 해산물의 깊은 맛과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맛이 한 대 어우러져 입안에 감도는 부드러우면서도 톡 하고 감도는 감칠맛과 향이 일품이에요. 크림스파게티처럼 느끼한 걸 잣 못 먹는 사람들도 한 번 먹으면 다시 찾을 정도이니 민준씨도 좋아 할 거예요”

“그렇습니까?”

“민준씨도 분명 맛을 보면 또 가고 싶어질 걸요?”

“지나씨가 하는 말이니 그렇겠죠.”

“당연하죠~! 제 입맛이 얼마나 까다롭다고요.”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지나의 모습을 보며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정말로 필요한 거 없어요?”

“있을 건 다 있으니까 짐만 될 뿐이죠.”

“알았어요. 민준씨가 그렇게 말하는데 이번만 특별히 넘어가 주도록 할 게요. 하지만 다음에는 어림없어요.”

그러고는 소리를 좀 더 높여 음향을 키웠다.

도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 신호만 받질 않으면 금방금방 나가니 딱히 교통체중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 지나가 이만석을 데리고 향한 곳은 청담동에 멋진 한강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2층 건물의 이태리 음식점이었다.

유명 음식점답게 주차장엔 꾀나 많은 차량들이 세워져 있어 이곳이 과연 지나가 말한 대로 맛 집이 분명해 보였다.

적당한 자리에 차를 정차시키고 내려선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겨 정문으로 향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정문 앞에 도착하니 양쪽으로 자동으로 열리며 두 사람을 맞았다.

두 사람이 들어서는 걸 보고 카운터 쪽에 서 있던 직원들 중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

“두 분이십니까?”

“조용한 곳에서 식사하고 싶은데 자리 있나요?”

“개인석 말씀이시군요. 개인석은 자릿세가 나가는데 괜찮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지나의 모습에 직원 두 사람을 안내했다.

1층도 제법 많은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역시나 2층 또한 매한가지 였다.

하지만 오른편 안쪽의 자리들은 모두 칸으로 막혀 있었고 그 앞엔 자리마다 천으로 가려져 있어 안을 볼 수 없게 해놓았다.

“창가자리는 이미 손님들이 다 차서 없는데 괜찮으십니까?”

“상관없어요.”

안내해주는 칸으로 향해 자리를 잡고 앉고 직원은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직원이 나와 메뉴판과 함께 유리잔에 물 두 잔을 따라주고는 다시 조용히 물러났다.

“개인석이란게 조용히 방해받질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군요.”

“맞아요. 보통은 가족들보다도 방해받질 않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주로 이용해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개인 석은 연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왜 그런 진저도 잘은 몰라요.”

그러면서 선글라스를 벗은 지나가 한 쪽 눈을 찡긋하며 바라보았다.

“어떤 걸 드시겠어요?”

잠시 메뉴판을 바라보던 이만석은 지나가 자신에게 설명했던 걸로 정했다.

“지나씨가 말했던 알 프루티 이걸 먹어보도록 하죠.”

“잘 생각했어요. 그럼 전 까르보나라로 할게요.”

그렇게 메뉴를 정하고 나서 벨을 누른 후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직원이 들어섰다.

“알 프루티하고 까르보나라로 할게요. 그리고 라비올리 이것도 같이 주세요.”

라비올리는 이탈리아식 고기만두로 불리며 입안에서 씹히는 다져진 고기의 맛과 함께 녹아있는 치즈의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한 대 어울러져 역시 먹는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거기에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맛이 더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들 중에 하나로 통했다.

“음료는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전 레몬에이드로 할게요. 민준씨는요?”

“같을 걸로 마시도록 하죠.”

주문이 끝나고 메뉴판을 돌려주자 인사를 한 후 방을 빠져나갔다.

놓아져 있는 물 잔을 들어 목을 축이는 이만석을 주문을 끝낸 지나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그냥요...”

“그냥?”

“민준씨 얼굴 바라보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싱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대로 사람 얼굴 바라보는데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해 할 수가 없군요.”

“네?”

“찾아보면 저보다 멋진 남자들도 많을 텐데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지나씨가 절 이렇게 좋아해 주는 거에 대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이만석의 말에 동조를 하듯 말했던 지나가 ‘풋!’ 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농담이에요. 설마 절 싸가지 없다고 본건 아니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향해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부족한 거 많아요. 덜렁이에다 한번 씩 깜빡깜빡 할 때도 있고 또 아버지 속도 많이 썩였었는걸요. 다른 사람들은 제 배경만 보고 그렇게 말 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저도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에요.”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까 저보고 부족한 게 없다느니 하는 말 하지 말아요. 그보다 민준씨... 저 오늘 어때요? 신경 써서 입고 나온 건 데. 아 맞다...”

지나는 이만석과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한 후 마치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푸는 것처럼 이것저것 얘기를 꺼내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을 하다 보니 어느새 요리들이 하나 둘 도착했고 식사하면서도 지나는 웃음을 지으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만석은 주로 얘기를 하는 것 보다 들어주거나 대답만 해주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이 향한 곳은 근처에 자리한 항간의 전경이 보이는 카페였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칼바람을 피해 따뜻한 커피 두 잔을 조용히 마시고 얘기하기엔 적당한 장소였다.

안쪽의 창가 자리에 자리 한 두 사람은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직원이 물러가고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식사 어땠어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죠? 그 집 맛있다니까요.”

아까 먹었던 요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사이 커피 두 잔이 두 사람 앞에 놓여졌다.

스푼을 들어 잔을 저어서 코로 향을 들이마신 후 가볍게 한 모금 마신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놓자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맞다... 그런데 하고 싶은 얘기라는 게 뭐에요?”

아까 먹은 요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커피가 도착하고 나서야 말이 끊어져 생각이 났다는 듯 물어보았다.

“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내 마음 민준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

이만석의 물음이 지나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만석도 다 알고 있으니 저런 질문을 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이 팔찌, 아무래도 저에겐 과분한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네?”

“그래서 이걸 다시 자니씨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돌려...준다고요?”

“......”

이만석의 말에 처음엔 의아해 하다 순간 지나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얼굴엔 미소가 지어졌다.

“그, 그럴 필요 없어요... 이거 민준씨 주려고 산거에요... 그러니까 저에게 다시 주지 않아도 돼요.”

“......”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전에 말했잖아요. 부담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이거 저 또 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주지 않아도 돼요.”

“......”

아무런 대답이 없는 이만석의 모습에 지나의 눈동자가 다시금 조금씩 떨려왔다.

“그, 그렇게 부담된다면 민준씨도 저에게 선물 하나 주시면 되잖아요. 나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돼요.”

“미안합니다.”

“네...? 미, 미안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민준씨가 저에게 무슨 잘 못을 했다고 미안해해요.”

이만석은 그렇게 자신의 팔에 있는 팔찌의 고리를 풀었다.

아니, 풀려고 했다.

“하지 마요.”

어느새 지나의 양손이 이만석의 손을 팔찌를 풀지 못 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아요.”

“지나씨.”

“부탁...할게요.”

고개를 든 이만석이 바라보는 지나의 두 눈에선 어느새 맑은 액체가 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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