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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70화 (270/812)

〈 270화 〉 270화 새해

* * *

늦은 시간에 집 앞에 찾아와 전화를 해서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대로 뛰쳐나갔으니 지금까지 생각이 많았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하란이는 아버지와 대화를 끝내고 생각을 정리한 끝이 이렇게 찾아왔다.

집을 나서는 자신을 보고 그저 잘 다녀오라는 말과 웃음을 짓는 모습에 강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왜 집을 나서는지 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런 식으로 잘 다녀오라 말을 했던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 살을 에는 칼바람이었지만, 하란은 전혀 그런 것이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천히 잠겨 있던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찾아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코트를 걸친 모습이다.

“하란아.”

문 앞에 서있는 하란을 보고 이만석이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눈가에 남아 있는 눈물자국에 그녀가 울었음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어?”

물론 놀랐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렇다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하란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 오빠 때문에 가슴 많이 아파하고 그랬는데 오빠는 어땠어?”

“......”

“내 걱정했어?”

말 없는 이만석을 향해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 해줘.”

“그래.”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걸로 만족 했는지 하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춥다 오빠 들어가.”

그러더니 걸음을 옮겨 이만석을 지나쳐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만석 또한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천천히 닦여진 길을 따라 현관문으로 향하는 두 사람은 다시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이지.’

앞서 걸음을 옮기는 하란이를 보면서 이만석은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까진 자신도 그렇고 하란이 또한 연락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늦은 시간에 찾아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현관 앞에 당도 했을 때 하란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안에 그 여자 있어?”

“어.”

“그렇구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한 대답이었다.

“나 집 비밀번호 몰라.”

옆으로 비켜서자 이만석이 도어락의 비번을 눌러 문을 열어 주었다.

하란이가 손잡이를 잡고 돌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 뒤를 따라 이만석도 같이 들어갔다.

거실 겸 응접실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는데 밤이라 형광등을 켜서 그런 것이다.

신발을 벗던 하란의 눈에 다른 여자의 구두가 눈에 들어왔는데, 아마도 그 여자의 것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응접실 쪽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늘씬한 키에 어깨까지 오는 짧은 단발머리, 그림같이 휘어진 눈썹에 올라간 콧대, 그리고 붉은 입술과 갸름한 턱선 까지 말 그대로 그림 같은 미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여자였다.

차이링 또한 눈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하란이를 보고는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전에는 당황해서 얼굴을 제대로 살피지 못 했는데, 또렷한 눈동자와 오뚝한 콧대, 그리고 작은 입술에 뚜렷한 이목구비에 긴 생머리의 그녀는 귀여우면서도 순수한 예쁜 외모였다.

20대 초반이라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보이는 외모여서 확실히 풋풋한 느낌이 들었다.

“오빠 나 잠시 이 여자하고 얘기 좀 나눠도 될까?”

하란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피해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만석이 사라지고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하란이 걸음을 옮겨 그녀가 서있는 소파 쪽으로 향했다.

두 세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선 하란이 차이링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죠?”

고개를 끄덕이는 차이링의 모습에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오빠하고 내가 어떤 사인지도 잘 알고 있겠네요.”

이번에도 차아링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을 테니 말 해봐요. 당신은 누구죠?”

“차이링.”

“차이링?”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말에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하고는 어떤 사이에요.”

잠시 하란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입고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걸음을 옮겨 다시 소파에 몸을 앉혔다.

“여기 앉아.”

“......”

“소파 나두고 서서 얘기하는 건 좀 그렇잖아?”

잠시 동안 그녀를 노려보던 하란이 걸음을 옮겨 그녀와 마주보는 자리에 몸을 앉혔다.

“그이에게 들었을 땐 그저 귀여운 아가씨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당돌한 면도 있었네?”

“뭐라구요?”

“그렇게 노려보지마... 여자에겐 주름이 치명적이라는 거 모르니?”

하지만 그럼에도 하란이는 차이링을 노려보며 다시 차갑게 말했다.

“지금 오빠보고 그이라고 했어요?”

“후훗... 난 항상 민준씨를 그이라고 부른단다, 꼬마아가씨.”

“꼬마아가씨라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나 그이와 얘기할 때 한상 널 꼬마아가씨라고 불렀는데?”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말에 하란이 말없이 노려보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마.”

“......”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했지? 아까도 말 했지만 내 이름은 차이링이야. 그리고 민준씨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기도해.”

“일하는 사람?”

“민준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니?”

고개를 끄덕이는 하란이의 모습에 차아링이 다시 나긋한 음성으로 말했다.

“알고 있다니 설명하기 더 편하겠네. 민준씨가 있는 일성회에 나도 속해 있어. 그이를 도와 일을 하고 있지.”

그녀가 일성회에 속해 있다는 말에 하란이는 조금 놀랐다.

“어머? 내 말이 놀랍나 보구나.”

“그렇지 않아요.”

“숨 길거 없단다... 살짝 놀란 거 다 보았어.”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아까도 말 했다시피 난 일성회에서 그이를 도와 일을 하고 있어. 하지만 원래 내 소속은 거기가 아니었어. 어딘지 궁금하지 않니?”

그녀의 질문에 하란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노려보고만 있었다.

“대답하지 않을 참인가 보네? 그럼 그냥 말 해줄게. 원래 내가 있던 곳은 삼합회야.”

“삼합회?”

“알고 있나 보구나?”

하란이가 놀란 듯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 나는 그곳의 지부장으로 있었어.”

그렇게 말한 차이링은 하란이의 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는 여자애구나. 어려서 그런가. 귀엽네.’

자신과 다르게 그 자체에서 풋풋함이 묻어나오는 모습과 자신의 말에 놀란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게 느껴졌다.

그 만큼 세상의 때가 덜 묻었고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많이 놀랐나 보네?”

“누, 누가 놀랐다고 그래요.”

속마음이 들킨 것에 당황한 하란이 그렇게 말했다.

“어쨌든 난 그렇게 삼합회의 지부장으로 있었지만, 지금은 민준씨를 위해 일성회에 몸담아 일을 하고 있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니?”

“......”

“삼합회의 지부장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민준씨에게 갔다는 거야. 그만큼 내가 그이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는 말이기도 해. 삼합회에 대해서 들어보았다면 한 조직을 이끄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너도 잘 알지?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말이야.”

그러고는 하란이를 지켜보는데 자신의 말에 말없이 노려보는 모습에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는 이만석에게 납치를 당해 이렇게 흘러온 것이지만, 이렇게 말을 한 것은 하란이를 떠보기 위해서 였다.

‘자, 뭐라고 말하거니?’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런 하란이가 과연 어떤 말을 해올지 차아링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대단한 선택을 하셨네요.”

“그렇지?”

“하지만 불쌍하기도 해요.”

“뭐?”

불쌍하다는 말에 차이링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하란이가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오빠의 곁으로 다가갔는데 옆자리를 차지하지 못 했네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당신이 그런 높은 자리를 포기하고 오빠에게 갔다는 것은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보여 줬다고 해도 결국엔 여자 친구는 나라는 말이에요.”

그렇게 말한 하란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이거 보여요?”

거기엔 반지 하나가 예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와 오빠가 연인사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커플 반지예요. 이렇게 오빠와 가까이 지내고 붙어 있다고 해도 여자 친구는 나라는 소리에요.”

생각지도 못한 하란이의 당돌한 말에 적잖이 당황한 차이링은 뭐라 대답 할 수가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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