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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68화 (268/812)

〈 268화 〉 268화 새해

* * *

하란이가 그렇게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기다리고 있을 때, 잠겨 있던 정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천천히 문이 열렸다.

“오빠!”

코트차림의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하란이 밝은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어서와.”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인사에 하란이 미소를 지었다.

옆에 놓여 있던 과일바구니를 다시 들고 이만석을 따라 마당으로 들어섰다.

“뭘 이런 걸 다 사가지고 왔어?”

“오빠 집에 처음 방문하는 건데 빈손으로 오는 건 좀 그렇잖아.”

그렇게 말한 하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겨울이라 정원에 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엿 못도 얼어 있어 쌀쌀한 풍경이었지만, 닦여져 있는 길과 마당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 등, 관리하는 데만도 돈 꽤나 들 것 같았다.

“와~ 우리오빠 돈 많이 벌었나보네?”

집안으로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마당과 저택의 외형만 봐도 액수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란이가 감탄을 하며 말하자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란이 네가 사는 집도 이집 못지않잖아.”

“그거랑 이건 달라. 그 집은 부모님집이지만 이건 오빠집이잖아.”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런 집을 장만 했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웬만큼 벌어도 이런 집으로 이사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 텐데, 이만석은 그걸 이루어 내었으니 하란이 한 테는 참으로 대단하게 여겨진 것이다.

그렇게 감탄을 하며 현관문으로 향하는 하란이를 보면서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어 록 버튼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한 쪽으로 비켜서자 하란이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와아~!”

신발도 벗기 전에 눈앞에 펼쳐진 거실과 응접실의 모습에 다시금 감탄사를 터트렸다.

값이 비싸 보이는 도자기부터 시작해서 대형벽걸이 티비에 집기들이 대부분 새 거 이었고, 그로인한 시각적 효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 도자기들 오빠가 산거야?”

“아니, 선물 받았어.”

정인철 회장을 포함한 조직의 보스들이 갖가지 진귀한 물건이나 도자기들을 보내와서 진열해두었다.

넓은 저택인 만큼 그에 맞는 물건들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물을 해준 것 들이었다.

물론 이만석은 크게 감흥은 없었지만 나쁜 것도 아니었으니 고맙게 받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하란이 한 쪽에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놔두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그녀의 얼굴엔 흥분감이 그대로 다 드러나 있었다.

현관에만 들어서도 하란이가 여자신발을 보고 물어 올 줄 알았던 이만석은 그녀가 집안을 둘러보는 통에 벗고 들어가 버려 보질 못 했다.

말 그대로 집안을 둘러 보면서 벗어서 신발장은 신경도 안 쓴 것이다.

뒤에서 그 모습을 조금 어이없이 지켜보던 이만석의 시선이 샤워실로 향했다.

아직 하란이가 왔다는 걸 모르고 있는 차이링은 지금쯤 욕조에 몸을 담구고 피로를 풀고 있을게 뻔했다.

“오빠! 나 2층 구경 좀 시켜줘.”

“2층?”

아직 1층도 다 둘러보지도 않았는데 2층부터 구경시켜 달라는 하란이의 말에 이만석의 반문을 했다.

“응... 먼저 2층부터 구경하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유라도 있어?”

고개를 가로저은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오빠가 지내는 안방은 맨 마지막에...보고 싶어서.”

그리곤 슬쩍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것이 아마도 이 두근거림을 더 크게 느끼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만석은 그런 하란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2층은 쓰질 않아서 딱히 볼 것도 없을 거야.”

“괜찮아.”

그렇게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겨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타고 꺾어서 다시 2층으로 올라가니 역시나 1층만큼이나 넓은 거실과 방들, 그리고 투명한 창 너머로 테라스와 마당의 풍경에 한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어 추운 겨울임에도 산뜻한 느낌이 전해질 정도였다.

“정말로 사용하지 않나보네?”

1층과는 다르게 따로 소파나 생활가구들이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뭔가 허전했다.

이만석과 함께 방들을 다 둘러봤지만, 역시나 가구들이 아무것도 없어 크게 볼 것은 없었다.

“오빠 말대로다.”

“실망했어?”

“아니... 그냥 조금 놀랐어.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줄은 몰랐거든.”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정말로 2층은 쓰지 않는 공간이란 걸 알았다.

이집에서 사는 사람을 생각하면 확실히 2층을 쓸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층 구경은 생각보다 빨리 끝나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가구 같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 별로 볼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만석과 함께 1층으로 내려온 하란이 향한 곳은 주방이었다.

“오빠 식사는 제때 챙기고 있는 거야?”

전에 말론 잘 먹고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집에 왔으니 주방을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가 잘 먹는지, 굶지는 않는지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f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냉장고 문을 연 하란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반찬들이 빼곡한 거 보니까 빈말은 아니었나보네.”

그렇게 말한 하란이 조심스럽게 장조림을 꺼내서 뚜껑을 열어 맛을 보았다.

“와~ 이거 맛있다. 반찬가게에서 사가지고 온 거야?”

“아니.”

“그럼 오빠가?”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에 하란이는 알겠다는 듯 말했다.

“가정부 아주머니구나? 하긴... 오빠 혼자서 이런 집 관리 할 수는 없으니까.”

하란이 집 또한 가정부 아주머니들이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거드는 것을 종종 보았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반찬 뚜껑을 닫은 하란이 원래 자리에 넣어두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난 오빠가 집에서 잘 챙겨 먹고 있는지 걱정 되었거든.”

그렇게 간단히 주방을 둘러본 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대로 본건 주방이 다지만 이것만 봐도 오빠가 집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쉬는 것만큼 잘 먹는 것도 중요하기에 식기들과 음식들만 확인해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가 있었다.

“다행이다...”

그리곤 작게 흘러가듯 다행이라 말해며 안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건데 정말로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았다.

“하아~ 개운해라~!”

그때 샤워실 쪽의 문이 벌컥 열리며 차이링의 음성이 들려왔다.

“물이나 한잔 마실까......”

그러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는데, 잠시 후 타월로 몸을 감싸고 촉촉이 젖은 머리를 닦으며 주방으로 걸어왔던 그녀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순간 조용한 적막감이 감돌며 세 사람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차이링이었다.

“어머?”

정적을 깨고 놀란 듯 말을 내뱉는 차아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란이의 얼굴이 이만석 에게로 향했다.

“이 여자 누구야, 오빠...?”

“다 설명할게.”

이만석의 대답에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한 하란이의 고개가 다시 차이링 에게로 향했다.

아무 말 못 하고 난처한 듯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순간 하란이의 눈가에 습기가 차오르더니 입을 막고는 현관 쪽으로 뛰어가 버렸다.

“하란아.”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뛰쳐나가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이만석이 가보았지만 이미 신발을 싣고 밖으로 나간 뒤였다.

“......”

하란이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이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언제... 온 거야?”

“너 목욕하러 들어갔을 때.”

얼굴이 굳어 있는 이만석의 모습에 차이링이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서 잡아야 하는 거 아니니?”

“지금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내 말이라고 해도.”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하란이가 문에 등을 기대곤 얼굴을 감싼 채 어깨를 들썩였다.

‘어떻게 오빠가...’

믿을 수가 없는 사실에 하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 설명 하겠다는 이만석의 말. 거기다 난처한 기색을 보이는 그 여자의 얼굴까지.

그건 듣지 않아도 둘 사이가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으흐흑......!”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충격적인 현실에 하란은 결국 복받쳐 올라온 눈물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고 말았다.

차 두 잔을 타가지고 온 차이링이 이만석에게 건네주었다.

소파에 몸을 앉힌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꼬마아가씨에게 전화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하란이가 그렇게 뛰어 나가고 어느덧 5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해는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 시간대 여서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에 다시 말을 꺼냈던 것이다.

“지금은 해도 받질 않을 거야.”

“그건 해보지 않고 모르는 거잖아.”

“차이링 네가 하란이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받았을까.”

“......”

이만석의 물음에 차이링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가 하란이의 입장이라도 이만석의 전화를 쉽게 받지는 못 할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차이링 네가 말하지 않아도 연락 할 거야. 다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야.”

찻잔을 들어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창가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고 잠시 동안 서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말없이.

“도대체 왜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까?”

숟가락으로 국을 한 번 떠먹었던 윤정호 의원이 하란이의 방으로 갔다가 돌아온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 집에서 10년이상 일해 오면서 하란이를 마치 딸처럼 돌봐주었던 분이라 식사를 하지 않으면 직접 올라가서 챙기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놀란 듯 반문을 했던 윤정호 의원이 고개를 돌려 식사를 하고 있는 그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한번 올라가보겠어?”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여보...”

윤정호 의원의 말에도 그저 식사에 열중하는 아내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그의 첫 째 아들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식사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애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이 되지도 않아? 눈물을 닦으며 방으로 바로 올라갔다고 하잖아.”

“......”

“......”

두 사람의 모습에 윤정호 의원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동안 저 애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두 사람 도 잘 알고 있잖아. 겨우 다시 밝아진 애야. 그랬던 애가 저렇게 눈물을 흘리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는데 지금도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어.”

수저를 식탁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윤정호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못이 있다면 나에게 있지 저 애는 아무런 잘 못이 없어. 저 애를 데려 온 것도 나고, 모든 걸 알고서 집을 나가려고 했던 아이를 잡은 것도 역시 나야.”

그리곤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아들의 음성이 작게 들려왔다.

“아버진 어머니와 내가 그 때문에 이러는 거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요.”

“뭐라고?”

“태성아.”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젓는 어머니의 모습에 태성이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잠시 동안 아들을 바라보던 윤정호의 의원이 걸음을 옮겨 2층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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