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화 〉 265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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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폰의 벨소리가 울려 확인을 해보니 하란이었다.
전화를 받아 얘기를 하는 사이 시간이 또 금세 흘러 어느덧 이십여분의 시간이 자났는데 아무래도 새해에 같이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그런 것 같았다.
차이링 또한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잘 알고 있으니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다시 소파에 다가와 앉으려는데 다시금 폰에 벨소리가 울렸다.
“누구야?”
의아한 표정으로 폰을 확인하는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이 물음을 던졌다.
“지나씨.”
그러고는 다시 창가로 향해 조용히 폰을 받는데 그 모습에 차이링이 웃음을 지었다.
하란이는 물론 전화를 할 것이라 생각 했지만 지나라는 그 여자도 과연 연락을 해올까 했는데 역시나 였던 것이다.
다시 이십여분의 시간동안 통화를 하는 사이 차이링은 깎아 놓은 남은 사과를 집어먹으며 앉아 있었다.
통화를 끝내고 돌아오는 이만석을 향해 그녀가 놀리듯 말했다.
“당신도 참 행복하겠어?”
“행복?”
“이렇게 당신을 좋아해 주는 여자들이 많잖아.”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질투나?”
“아니, 질투하지 않아.”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석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눈을 맞췄다.
“오히려 질투해야 할 사람은 두 사람일걸?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여자는 나이니까.”
“그것도 그렇군.”
자연스럽게 이만석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끌어 앉았다.
잠시 동안 눈을 맞추는 가 싶더니 차이링의 붉은 입술이 살며시 이만석의 입을 맞추어갔다.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이 자연스럽게 포개어지자 곧이어 입이 벌어지며 말랑한 혀가 이만석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서로의 혀를 탐닉하며 달콤하게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은 마치 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처럼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억겁의 시간도 결국은 끝이 있듯이 두 사람의 입술도 다시 떨어지며 다시 눈을 맞추었다.
“당신하고의 키스는 그 어떤 것 보다 달콤한 것 같아.”
낭랑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그녀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마치 이만석을 유횩 하는 듯 했다.
허나 그와는 반대로 감고 있던 그의 목을 풀어버린 차이링이 이번엔 그의 팔을 잡고는 이끌듯 말했다.
“우리 마당에 나가... 나 폭죽보고 싶어요......”
눈을 흘기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미묘한 분위기와 감정을 아찔하게 가지고 노는 듯 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이만석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실의 불을 끄고 나온 두 사람은 가로등 불까지 꺼버렸는데 그렇게 되자 산속이라서 앞이 분간이 힘들 정도로 상당히 어두워졌다.
잠시후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주변을 식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만석은 특별히 그런 것 없이 편하게 주변을 관찰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뛰어났다.
폭죽을 제대로 터트리려면 주변이 빛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게 좋으니 그런 것이다.
사가지고 온 폭죽세트를 가지고 마당에 나온 차이링이 맨 먼저 꺼내든 것은 심지에 불을 붙이고 시간이 지나면 불꽃이 분수처럼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는 폭죽이었다.
가지런히 자리에 두고 지퍼라이터를 꺼내든 이만석이 심지에 불을 붙이는 사이 차이링은 한 쪽에서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불이 붙고 차이링 곁으로 뒤로 물러난 이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까지 타들어가면서 잠시 후 붉은 빛깔의 영롱한 불꽃이 분수처럼 솟구치며 원으로 물을 뿌리듯 빛이 아름답게 흩어졌다.
“와아~!”
상당히 어두운 상황에서 뿜어지는 불꽃이라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멋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차이링의 얼굴엔 기쁨이 서려 있었다.
이만석 또한 불꽃놀이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던 지라 기분좋게 그 관경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동안 주변을 밝히며 세차게 뿜어지던 분수도 곧 시간이 자나면서 점차 작아졌고 결국엔 아쉬움을 뒤로하고 꺼져버렸다.
“다음엔 이거 해보자!”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차이링이 이번에 꺼내 든 것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올라가 뻥하고 터지는 일명 로켓이라 불리는 폭죽이었다.
아무리 늦은 저녁이라고 해도 새해이고 주변엔 민가도 없는 산속이라 소리가 좀 크더라도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한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멩이들을 모아서 하늘로 보게 세울수 있게 받쳐둔 이만석은 그렇게 로켓 폭죽을 조심히 세워두고는 다시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잠시 후 심지에 불을 붙자 곧 지지직 거리며 빠르게 타올라 갔고 그사이 그녀의 곁으로 물러나 지켜보았다.
빠르게 타올라 가던 심지가 곧이어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는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삐유웅 펑!
큰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간 로켓 폭죽이 짧고 강한 불꽃을 잠깐 드러내며 큰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조용한 분위기라 생각보다 소리가 더 크게 들렸던 것인지 차이링이 약간 놀란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또 다시 이것저것 가져와 이만석에게 내밀며 눈을 반짝였다.
불을 붙이면 팽이처럼 돌며 불꽃을 뿜어내는 폭죽부터 심지가 타면 앞으로 날아가며 불꽃을 내는 나비모양의 폭죽까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여러 가지 많이 터트렸다.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알었아요~ 나 어린애 아니야.”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펑 소리를 내며 불똥이 튀어나가 터지는 50연발의 기다란 대모양의 끄트머리 심지에 불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반향으로 들고 있는 끝 부분에서 심지가 다 타들어가며 불똥이 튀어 올라 나갔다.
펑!
어느 정도 올라가다 소리를 내며 반짝하고 터지는 불꽃을 보면서 차이링은 다시 한 번 작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렇게 한 참을 터지는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는 차이링을 이만석은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주었다.
치이익!
50연발의 불꽃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이만석은 차이링과 나란히 짧은 막대기 모양의 폭죽을 들고 있었다.
끝에 불을 붙이니 곧이어 넓게 불꽃들이 빠르게 사방으로 퍼지면서 천천히 잡고 있는 손잡이 철사 쪽으로 타올라갔다.
“예쁘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차이링의 말이 작게 들려왔다.
“즐거웠어?”
“응.”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이 미소를 지었다.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나 직접 이렇게 즐기는 거 처음이야.”
“처음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이만석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이런 거 어릴 때 명절에 한 번쯤 해보지 않나?”
이만석도 그리 행복하다 할 수 없는 어린 시절 이있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사가지고 온 불꽃놀이 세트로 설날에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이만석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일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어머니와 함께한 그런 시간만큼은 너무나 행복했다.
“옛날엔 이런 거 즐길 생각 같은 것도 할 수 없었어. 특히 어린 시절엔...”
말을 하다말고 차이링은 입을 닫아 버렸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않좋은 기억들 뿐이었다.
어린 소녀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는 부모님의 사랑 보다 추악한 사회의 더러운 것을 알아갔고 경험해갔다.
웃는 일보다 우는 일들이 많았으며, 행복한 기억보다 우울한 기억만이 어린 시절 그녀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말을 하다말고 입을 닫았던 차이링이 이만석을 바라보며 짧은 사이 어두웠졌던 얼굴이 사라지고 밝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어린 시절엔 특히 이런 쪽엔 또래 애들보다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 더 지금 이 시간이 즐거운 거야.”
차이링은 이만석에게 자신의 그런 안 좋았던 어린 시절의 얘기를 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 또한 어린 시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을 겪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는 상황에 자신의 얘기까지 꺼내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만석은 차이링이 방금 한 말이 그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까의 어두웠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비록 짧은 순간 이었지만 이만석은 그걸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뭔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아무래도 그녀 또한 어렸을 때 뭔가 일을 겪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이만석은 그녀 스스로 말을 하기 전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말하고 싶지 않다면 그럴 말한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런 느낌을 이만석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막대기 모양의 폭죽을 하나를 살며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하나 더 남아 있으니까 이거마저 하고 들어가자.”
“응.”
그렇게 라이터로 다시 불을 붙이자 주변이 밝아지며 불꽃이 예쁘게 퍼져나가면서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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