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화 〉 263화 또 한 번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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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니 이대로 죽여 버릴 줄은 몰랐던 프리먼이었던지라 비릿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뭘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지?”
공포심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그의 얼굴에 이만석은 여전히 차분한 음성으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프리먼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순순히 항복한 포로에게 이게 무슨 짓인가!”
“순순히 항복한 포로라...”
“이들은 너의 말대로 총을 버리고 투항을 했어! 그런 이들을 속여서 잔인하게 죽여 버리다니!”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말을 따라서 총을 버리고 항복을 했다.
그런데 망설이지 않고 이마에 총알을 박아버리는 행태는 야만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투항해온 포로를 무차별적으로 죽여 버리면 국제적으로도 크게 비난을 받는 다는 걸 모른단 말이냐.”
전쟁시에도 투항을 해온 포로들을 함부로 죽이면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 될 정도로 민감한 문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이만석의 행동은 전혀 그런 것을 생각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미개한 야만인들이나 할 짓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만석은 반대로 물음을 던졌다.
“만약 내가 투항을 했다고 하면 당신은 날 살려줬을까.”
“......”
말을 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이만석은 여전히 비릿한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대답을 못 하는 것을 보니 그건 또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리고 여기서 당신들이 총을 들고 설친 것을 나 말고 또 누가 알고 있지. 아... 서울에 있는 다른 놈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 자리엔 지금 당신하고 나, 우리 둘 뿐인데. 그리고 당신이 살아나간다고 해도 이걸 떠들 수 있기나 할까. 그러면 참 재미가 있겠군.”
총기규제가 엄격한 이곳 대한민국에서 통제구역도 아닌 민간인 출입이 자유로운 산속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전투를 벌였다는 것이 알려지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해진다.
그건 CIA뿐만이 아니라 외교적으로 미국에도 전혀 이로울 것이 없는 일인 것이다.
당연히 이 일이 밖으로 나돌 수 없게 해야 하는 것도 프리먼이 었고 그에 대한 조치도 하고난 후였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법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헛소리를 하지 말라는 말을 이만석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하나 틀린 말이 아니었음으로 프리먼은 그에게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
애당초 그가 포로로 잡혀 들어왔다고 해도 이미 제거하기로 결정이 난 이상 살려둬선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부상을 입고도 날 없애겠다는 일념하나로 이곳에 찾아온 노력하나만큼은 인정을 해주지.”
상당히 모욕적인 발인이었지만 프리먼은 노려보기만 할 뿐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의 생명을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도대체 이 일을 언제부터 알고 대처를 했는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던 요원들을 일망타진 할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망원경으로 거슬리게 주시를 하고 있을 때쯤이라고 하면 되겠군.”
그렇다면 저택에 있을 때부터라는 말이었으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었다.
‘우리 정보가 샜단 말인가.’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으로 최대한 눈치 채지 못 하게 먼 거리에서 감시를 했는데 그걸 알아차리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지 않다면 그럴 수가 없는 일이었는데 그건 생각하기가 힘든 경우였다.
‘설마 안토니오가?’
국장이 이만석을 키로 이용하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안토니오는 그런 국장의 라인에 서있는 자였으니 그럴게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허탈한 심정을 느낀 프리먼이었지만 더불어 이만석이 이런 일에 대처 할 수 있을 정도의 이들을 데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총기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이곳의 사정을 생각하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맞았다.
‘뒤에서 도와주는 또 다른 세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어쩌면 김철중이라든지 그런 이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요원들이 모두 당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믿기가 힘들었다.
그런 이들을 도대체 어디서 데려왔단 말인가.
전쟁용병이라도 데려왔다고 해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푸슛!
“크아악!”
그때 이만석이 프리먼의 허벅지에 총구를 겨누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총상을 입은 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고통스럽나.”
왼팔로 다리를 부여잡은 프리먼을 바라보며 이만석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놈...!”
죽일 듯 한 표정으로 살벌하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에 이번엔 반대쪽 허벅지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끄아아아악!”
연이어 총알에 다리가 꿰뚫리자 그 고통이 배가 되며 프리먼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피가 흥건하게 배어나오는 가운데 걸음을 옮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날 죽이러 왔으면 이정도의 각오는 하고 왔어야지.”
그리곤 이번엔 왼팔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아아악!”
두 다리에 이어 남은 왼 팔마저 못쓰게 되자 그의 입에서 절망 섞인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한 동안 바동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이만석은 평온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기운이 빠진 것인지 잠잠해진 그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당신의 무덤이 될 것 같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힘겹게 고개를 돌려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본 프리먼이 입술이 떨리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
“사, 살..려.....주게.”
“살려 달라...?”
“제발.......!”
“죽기는 싫은가 보군.”
피가 너무 많이 흘러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의 얼굴엔 두려움이 깃들었다.
“다른 이의 목숨은 쉽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니 두려운가.”
그러면서 이만석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단련이 된 이라고 해도 막상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오연하게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프리먼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 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내가 당신을 살려주면 뭘 나에게 줄 수 있지?”
“정...보를...주겠다.”
“정보?”
아무래도 CIA에 대한 내부 정보를 주겠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에 이만석은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거라면 거래가 성사 될 수가 없을 것 같군.”
“아...안돼!”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잡고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에 프리먼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제, 제발 살려......!”
살려달라는 애원을 하던 그의 몸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두 눈이 초점이 흐려져 갔고 이어서 눈동자가 돌아가며 흰자위로 까뒤집어졌다.
잠시 후 프리먼의 몸이 사지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질 않았다.
메모리즈를 사용해 그의 머릿속을 훑는 것을 넘어 헤집어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려 그대로 절명하고 만 것이다.
행동이 끝난 이만석이 바닥에 그의 몸뚱어리를 던져버렸다.
“이제 정리를 좀 해야겠어.”
별장 주변이 상당히 더러워졌으니 다시 깨끗하게 청소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게 이만석은 약 10분가량을 투자해 시신들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날려버렸고 핏기와 탄피까지 모두 마법을 이용해서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
그들이 타고 온 차량들 또한 아공간을 만들어 넣어 차원의 틈새로 던져 넣음으로써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승합차에서 빼갈 만한 것은 가져간 뒤였다.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별장으로 돌아온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주방으로 향해 원두커피 두 잔을 만들어 잔을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차이링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깨우자 눈동자가 가볍게 떨리더니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음...!”
상체를 일으킨 차이링은 침대에 걸터앉아 싱긋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잘 잤어?”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봐.”
이곳에 와서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 것이 미안했는지 사과를 했다.
“자, 마셔.”
건네주는 커피 잔을 받아든 차이링이 코로 스며드는 향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향기 좋다.”
가볍게 코로 향을 들이마시곤 다시 한 모금 머금으니 입안을 깊은 풍미가 전해져왔다.
“이렇게 당신이 타준 커피도 마시고 나보다 행복한 여자는 없을 거야.”
“그래?”
“물론이지~ 그런데 나 잘 동안 당신은 뭐하고 있었어?”
“거실에서 티비 봤어.”
“재미없었겠다.”
“재미없진 않았어. 나름 즐길 거리는 되었으니까.”
“흐응~ 그렇구나?”
그녀의 반응에 이만석은 그저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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