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화 〉 262화 또 한 번의 작전
* * *
알레인이 매복하고 있는 곳에 당도한 조쉬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를 보고 주변을 경계했다.
아직 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숨어서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조쉬가 쓰러져 있는 알레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미 방탄복을 포함한 몸 여기저기엔 총알이 맞은 흔적이 열력했다.
허벅지와 팔, 그리고 목 부분에서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죽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탄창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아마도 갈취해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짧은 시간 사이에 그런 일까지 벌였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서둘러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난 조쉬가 작은 목소리로 무전을 했다.
“알레인이 당했다. 방금 전의 비명은 누구지?”
[카...카.....]
“뭐라고?”
[조....숲...나......니다......]
[아무....매......]
눈살을 찌푸린 조쉬가 주변을 경계하며 작게 말해보지만 들려오는 것은 역시나 노이즈가 낀 지지직거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더 이상 불러도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음성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갑작스러운 무전의 단절에 조쉬는 긴장하며 눈을 굴렸다.
스미스와 연락이 되질 않고 작게 총탄이 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걸로 끝이었다.
이어서 그가 이곳으로 데리고 온 요원들 중에 한 명이 습격을 받아 당했고 근처에 있던 알레인 쪽에서 교전을 벌이는 것을 듣고 서둘러 갔지만 이미 그 자리엔 벌집이 되어 죽어 있는 그의 시신만을 확인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조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는 분명이 휴양을 하러 이곳에 온 것이고 다른 이상한 낌새는 본적도 없었다.
허나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근처에 있을지 모른다.’
숲은 조용했고 풀벌레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을 정도로 적막감만이 맴돌 뿐이었다.
투타타타타!
그때 다시금 총탄이 발포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매복하고 있는 오른편의 15m정도의 거리로 달려가면 금방인 거리였다.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 나간 조쉬의 눈에 나무에 몸을 숨기고 교전을 벌이고 있는 에듀가 눈에 들어왔다.
투타타타타!
그가 총을 쏘고 있는 반향을 향해 조준을 한 조쉬가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겨 휘갈겼다.
타타타타타!
총구에서 불꽃을 발하며 빠르게 쏟아져 나가가고 잠시간의 틈을 타 몸을 숙여 근처로 이동해 나무를 등지고 섰다.
“놈은 이 앞에 있나?”
“그렇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근방에서 인기척을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탄이 날아들었습니다.”
앞을 경계한 조쉬가 잠시간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다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전은?”
고개를 가로 졌는 모습을 보니 그 또한 작동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알레인이 당했다.”
“알레인이?”
놀라는 듯 바라보는 그에게 조쉬가 뒤로 몸을 빼자는 듯 턱칫을 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에듀를 향해 자신이 경계를 할 테니 먼저 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말없이 한 번더 고개를 끄덕여준 알레인이 잠시간의 틈을 이용해 상체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 조쉬는 총탄이 빗발친 어두운 곳을 응시하며 경계를 섰다.
아까의 교전으로 인해 당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고 적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전으로 인해 이미 별장에 있을 타깃도 눈치를 챘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돌아가야 한다.’
분명히 작전은 실패했고 자신들은 습격을 당했다.
그렇다면 이젠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에듀가 뒤로 물러나 경계를 서고 있던 조쉬도 서둘러 뒤로 조금씩 물러나다 빠르게 상체를 숙이고 달려 나갔다.
그렇게 나무들을 가로질러 저 앞에 서서 경계를 선 채 엄호를 해주고 있는 그의 곁으로 달려간 순간 조쉬는 눈을 크게 떴다.
“피해!”
달려오던 조쉬의 말에 놀란 에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주변을 살핀 순간 멀리 검은 형체의 인영에게서 불빛이 번쩍였다.
투타타타타!
“아악!”
순식간에 몸이 흔들리며 총알세례에 적중당한 에듀가 뒤로 대짜로 넘어지며 몸을 꿈틀거렸다.
그러는 사이 조쉬가 서둘러 그곳을 향해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타!
조준사격을 하는 그의 총구에서 실세 없이 불꽃이 번쩍였다.
총탄에 맞은 나무 조각들이 사방에 튀면서 인영이 있던 자리에 총알 세례가 퍼부어 젔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나무를 등지고 몸을 숨긴 조쉬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에듀를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벌집이 되어 죽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암담한 심정이 느껴졌다.
투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타!
소강상태를 빌어 경계를 하고 있는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다시금 교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도 이 근처에도 적이 매복하고 있어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어 있는 적이 몇 명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잠시간의 교전소리가 지나가고 다시금 주변이 조용해지자 조쉬는 당했는지 아니면 제압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닦아낸 그가 사주경계를 하며 주변을 잘 살폈다.
또 어디서 적이 공격해 들어올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우리의 정보가 샜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놈들이 이렇게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을 수가 없어.’
그렇게 생각한 조쉬였지만 이상한 점은 놈들도 분명히 자신들과 같은 mp5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공수했는지 알 수 없어 불현 듯 스미스가 머릿속에 스치듯 떠올랐다.
‘적들이 이곳만 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해. 그렇다면 처음 들려온 총소리도 이놈들과 관계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단 한 번의 발포하는 소리 말고는 잠잠해진 것이 새로운 의문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으로써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테라스가 있는 반향을 보고 있는 숲 쪽에서 다시금 교전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엔 분명히 빅터와 제이콥이 매복하고 있던 장소였다.
교전은 꾀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당장에라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디에 적이 숨어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 꼼짝 할 수가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교전은 끝이 났는지 주변이 잠잠해졌다.
이미 해가 완전히 기울어 어둠이 숲을 뒤덮고 있어 별장과 마당의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겨우 몰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당했나?’
교전소리가 들려온 반향을 바라본 조쉬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 둘마저 당했다면 이젠 남은 건 자신 하나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빅터와 제이콥이 당했다고 당정 지을 수는 없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섣부른 판단이라는 우를 범해선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서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 어렵다.’
이 상태로 다시 돌아서 스미스가 있는 쪽의 길을 따라가는 건 상당히 위험했고 또한 힘이 들었다.
결국엔 빠져나간다면 상당히 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숲을 가로질러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조쉬가 자신이 빠져나갈 곳을 살폈다.
일단 정면은 놈들이 매복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으니 반대쪽으로 물러난 직후 다시 반향을 틀어서 가로질러 나아가는 게 그나마 나은 방법일 것 같았다.
오른편으로 가면 아까전의 에듀가 교전을 벌였던 장소였고 왼편으로 쭉 가다보면 나오는 것은 별장이었으니 선택 복이 상당히 좁았다.
‘탈레반 놈들에게 포위가 되어서도 살아 돌아온 나다.’
이라크 내전에서 무수히 많은 전투를 치룬 그에게 있어 이정도의 긴장감은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적진 한 가운데라도 침착하게 대처를 하면 살아남을 방도를 찾을 수 있고 그렇게 살아남은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집중을 하며 조쉬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경계를 하며 뒤로 물러나 몸을 뺐다.
그러다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려 그대로 숲을 가로질러 달려가다 빠르게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다시 주변을 경계했다.
‘놈... 내가 쉽게 죽을 거 같으냐.’
딴에는 자신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당장에라도 적들이 튀어나오면 벌집으로 만들어버릴 자신감이 충분했다.
총구를 겨누고 빠르게 주변을 훑은 조쉬가 다시 뒤로 천천히 물러나다 그대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숲을 가로질러 다시 큰 소나무의 뒤에 몸을 숨긴 조쉬가 작게 호흡을 골랐다.
‘아무래도 이 주변엔 없는 모양이다.’
두 번이나 몸을 뺐는데 조금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가 그들에게서 벗어 난 것인지, 아니면 때를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이 상황은 그에게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뒤로 몸을 빼려던 조쉬는 순간 오른편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그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타타타타!
순식간에 불꽃이 튀며 총알세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 반향을 향해 쏟아져 들어갔다.
‘동물인가?’
조심히 그쪽 반향을 살핀 조쉬는 적이 아니었음을 알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것이 아니라 아쉬움을 느꼈다.
한 명이라도 죽여서 죽은 동료들의 원혼을 달래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둘러 총구를 겨누고 뒤로 두 어 걸음 물러난 조쉬가 빠르게 그 장소를 벗어나려했다.
총을 쏘았으니 자신의 위치가 다 드러나 있는 상황이었던 터라 자리를 뜨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몸을 돌려 다시 달려 나가려는 찰나 얼굴 면전에 드리워진 총구를 보고 입을 크게 벌리고 말았다.
“빙고.”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음을 짓는 이만석의 모습을 끝으로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앙!
한 방의 총탄이 부릅뜬 그의 코등이 관통해 들어가 뒤통수 뚫리면서 뇌조각과 살점들이 뒤섞여 흩뿌려졌다.
나무에 피와 조각들이 흩뿌려지며 붉게 적셔진 순간 조쉬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허물어졌다.
얼굴이 꾀 뚫려 죽어버린 조쉬의 시체를 뒤로하고 이만석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조쉬의 헬멧에 달려 있는 카메라를 통해 충격 받은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프리먼과 요원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조쉬가 죽기 전에 보았던 것은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이었다.
그는 분명히 별장에 있었어야 햇것만 조쉬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그의 입에서 강한 부정의 언성이 터져 나왔다.
눈동자는 충혈이 되었고 몸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프리먼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던 요원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저놈이 밖으로 나왔느냐는 말이야!!!”
아무리 언성을 높여도 이 자리에 그것을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무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던 프리먼이 쓰고 있든 헤드셋을 힘없이 벗어던졌다.
그리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멍하니 별장이 있는 반향을 응시하는데 그의 심정은 참담했다.
‘실패란 말인가...’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대비를 했단 말인가.
분명히 별다른 행동을 감지하지 못 했고 별장에 오면서도 따로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도 않았다.
그런데 교전이 벌어졌고 마지막엔 이만석의 손에 의해 조쉬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바라보던 프리먼은 옆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놀람이 서렸다가 곧이어 몸이 다시금 바르르 떨렸다.
“서민준......!”
어눌한 한국어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음성은 상당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엔 이만석이 mp5이 아닌 권총을 빼들고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나.”
“이놈....!”
그때 승합차문이 열리며 요원들이 뛰어나와 총을 빼들어 이만석에게 겨누었다.
“총들을 버려라. 아니면 이 자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어주마.”
자신에게 겨누어진 총들을 두고도 이만석은 평온함을 유지한 채 유창한 영어로 태연 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총을 바닥에 버리는 이들은 없었다.
“아무래도 당신이 죽기를 바라는 모양이군.”
그리곤 그대로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이 보이자 프리먼이 서둘러 말했다.
“모두 총을 버려.”
“하지만...”
“당장!”
당황한 요원들이 뭐라 말을 하려했지만 다시 이어진 음성에 결국은 총을 떨구어야 했다.
‘거짓이 아니다.’
프리먼은 이만석이 장말로 자신을 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자신의 목숨이 도와시한 채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마지막 말을 하던 그 눈빛을 바라보는 프리먼에게 그동안 CIA에서 활동해오며 단련 된 그의 오감이 거짓이 아님을 경고했던 것이다.
그렇게 세 명의 요원들이 총을 떨 구고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무릎을 꿇고 깍지를 낀 채 손을 뒤로 넘겨.”
그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프리먼 또한 이만석이 턱짓을 하자 그쪽으로 이동해 멀쩡한 왼팔을 머리 뒤에 넘기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리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분노한 시선으로 노려보는 그때 이만석이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푸슛! 푸슛!
정확히 세 방.
그 세 방이 무릎을 꿇고 깍지를 낀 채 머리 뒤로 손을 넘겼던 요원들의 이마에 총알이 박혀들어 갔다.
“!!!”
믿을 수 없는 처사에 프리먼은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버린 요원들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겨우 고개를 돌려 다시 그를 바라본 순간 공포심이 프리먼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이만석은 입고리를 비릿하게 말아올리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