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260화 또 한 번의 작전
* * *
[확실한 거 같습니다.]
스피커로 들려오는 음성에 프리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들키지 말고 계속해서 그렇게 지켜보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끝낸 프리먼은 장비부터 시작해 준비가 철저히 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방탄복부터 시작해 뭐 하나 빠진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다.
‘아주 작정을 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안토니오 또한 조금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프리먼은 지금 수류탄만 없을 뿐이지 mp5기관단총부터 시작해서 완전무장을 시키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먼 거리에서도 얼굴의 점까지 살펴볼 수 있는 적외선 기능이 있는 망원경에 더불어 상공에 드론까지 띄어서 살피고 있었다.
이만석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이 다분한 행동이었지만 과한면도 없잖아 있었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차라리 잘 됐어.”
입가에 웃음을 지은 프리먼이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이만석의 저택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원래라면 저번처럼 저택을 점거해서 싸우려 했지만 멀리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요원이 짐을 싸고 있다고 말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상황을 두고 지켜본 결과 그건 기우가 아니었던지라 정말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눈이 많은 이곳 서울 도심보다는 지방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류를 시켰다.
어디를 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새해가 코앞이니 어쩌면 첫 해를 보기 위해 동해로 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이만석 같은 사내는 사람들이 많이 부쩍 이는 곳 보다는 조용한 곳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보았다.
“내 행동이 불만인가?”
그때 옆에서 못 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는 안토니오를 향해 프리먼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안토니오... 넌 아무래도 평화에 너무 오랫동안 안주해 있었던 같군.”
“무슨 뜻이요?”
“이 나라는 중동과는 다르게 총알이 튀고 죽고 죽이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지.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생활과 머리만 굴리고 앉아 있다 보니 마음이 무뎌졌고 물러 터졌다는 말이야.”
눈살을 찌푸리는 안토니오를 향해 프리먼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라고. 우리 요원이 몇 명이나 죽고 실종이 되었는지. 그리고 한 명은 미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난 생명의 위협까지 당했어. 이게 전쟁이아니고 뭐가 전쟁이겠나. 이제 이건 단지 게임이 아니야. 놈이 죽느냐, 아니면 내가 당하느냐지. 데이빗이 한 말을 있진 않았겠지?”
안토니오도 그 현장에 있었으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그가 죽으면서 프리먼에게 하였던 말을.
데이빗은 죽기 전에 프리먼을 보고 죽을 거라고 말을 했었다.
그걸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저택에 포탄 한 방을 떨구고 싶은 심정이야.”
물론 그랬다간 대형사고가 터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만석과 차이링은 그렇게 차를 끌고 집을 나섰다.
이미 별장의 열쇠는 가지고 있었으니 따로 받으러 들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마트를 들러 필요한 식료품과 연말을 맞아 한쪽 코너에서 팔고 있는 폭죽세트도 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차 뒤 칸에 실고 나서 다시 곧장 별장을 향해 출발을 했다.
그 뒤를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두고 차량 두 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배 이상의 거리를 두고 따르고 있어 놓칠 수도 있었지만 상공 높은 곳에서 최첨단 드론이 쫒아가고 있었음으로 놓칠 염려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두 대의 승용차 뒤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또 한 대의 승합차가 따르고 있었고 차안은 여러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었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프리먼이 타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따르도록 해라.”
연결되어 있는 작은 마이크를 통해 그렇게 말한 프리먼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을 주시하고 있었다.
“서민준... 네가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호사가 될 거다,”
차이링과 단 둘이서 떠나는 것을 확인한 그는 대충 어떤 여행인지 짐작을 했다.
“둘이서 같이 떠나면 외롭진 않겠지.”
보기 드문 동양미녀임에는 분명했지만 그녀의 내력을 알게 된 프리먼은 저 여자도 살려 둬선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같이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차는 하염없이 이만석이 달리는 도로를 따라 빠르게 달려 나갔다.
“음음~”
창밖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차이링을 바라보며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기분 상당히 좋아 보이네?”
“당연하지 당신하고 둘이서 새해를 맞이하는데... 그것도 추억이 담겨있는 별장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차이링이 고개를 돌려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
“전에 말했던 거?”
“기억하고 있었나보네.”
전에 휴가를 받아서 별장에 갔을 때 그녀가 이만석에게 했던 그말.
다음에 둘이서 또 오자고, 그것도 단 둘이서.
“폭죽을 산 것도 그 때문이잖아.”
“그랬구나...”
“내가 잊고 있는 줄 알았어?”
“아니, 폭죽 살 때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정말 일 줄은 몰랐어.”
은근한 시선으로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이만석이 부담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뭐야 그 눈빛은.”
“당신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렇다고 대놓고 그렇게 바라 보지마라. 부담스러우니까.”
“무드 깨지 말고 운전이나해~ 당신 얼굴 바라보는 건 내 마음이니까.”
“이거 마나님 한 명 납시었구만.”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그의 어깨를 살며시 쳤다.
한 참을 달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별장에 도착했다.
이제 완전한 겨울에 들어선 상태라 전에 왔을 때와 다르게 나뭇잎들은 다 떨어져나가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고 연못도 얼어 있었다.
하지만 겨울만의 또 다른 자연미가 물씬 풍겨져 나왔는데 저택의 주변을 병풍처럼 끼고 있는 산봉오리들은 모두 눈으로 덮여 있어 새하얀 풍경이 또 다른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만석이 짐 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 사이 차이링이 키를 들고 들어가 현관문을 열었다.
일단 무거운 짐들을 먼저 안으로 옮기는 사이 차이링 또한 사가지고 온 식재료들을 옮기며 거들었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이링은 이만석과 함께 다시 이 별장에 같이 새해를 맞이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라 기분이 좋기만 했다.
짐들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챙겨온 양주들이나 내일 갈아입을 옷가지 몇 개, 그리고 마트에서 산 것이 전부여서 옮기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왜 그래?”
그때 차 트렁크를 닫고 힐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만석의 모습에 차이링이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고개를 바로 돌린 이만석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추운데 들어가자.”
그렇게 이만석은 그녀를 데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프리먼이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내자 드론을 조종하던 남자가 당황하며 서둘러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처하려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암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추락 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추락이라니 그게 뭔 소리야?!”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언성을 높이는 그를 향해 남자 또한 난처한 기색이 열력했다.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시스템이 에러를 일으킨 것 같은데 갑작스러운 일이라 원인이 무엇인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가? 멀쩡히 잘 작동하던 기기가 왜 에러가 일어나?”
상공에서 잘 지켜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노이즈를 일으키며 지지직거리더니 그대로 연결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드론을 조종하던 당사자도 알 수가 없는 듯 해보여 더욱더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뭔 일을 했다하면 기계가 고장을 일으키지 않나. 정신이 미쳐버리지 않나 나참...”
갑작스러운 차량폭발 사고로 요원들을 잃었고 이만석을 제거하려 작전을 펼쳤더니 미쳐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드론이 또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했다하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저주라도 받은 것 같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사진은 남겨 두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드론의 카메라에 별장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으니 지형지물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화면 띄워봐.”
“예.”
드론이 고장을 일으킨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던 요원이 프리먼의 말에 하는 수 없이 포기를 해야 했다.
드론이 찍은 사진들 중에 별장의 모습들을 띄운 그를 향해 프리먼이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사진... 크게 해봐.”
사진들을 띄우던 요원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다시 묻지 않고 시킨 대로 확대했다.
그렇게 점점 커질수록 이만석의 모습이 크게 보였는데 잠시 후 시진을 최대한 선명하게 한 후 확인한 결과 프리먼은 물론이고 요원 또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 우연일 겁니다.”
“우연이란 말인가?”
“인간의 육안으론 잘 보이지 않는 높이에 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크기도 작아 아무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똑바로 처다 볼 수 없습니다.”
물음을 던졌지만 프리먼 또한 요원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디에 떠 있는지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도 찾는 게 힘들었다.
정확히 보려면 망원경을 이용해야 할 판인데 사진에 담겨 있는 모습은 알고 그랬다기에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우연이라고 해도 상당히 꺼림직 해.”
프리먼과 요원이 바라보는 사진 속의 이만석은 놀랍게도 정확히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어 눈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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