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화 〉 259화 그와의 만남
* *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이를 보는 안토니오의 얼굴 표정은 심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설마하니 정말로 무리를 해서 이렇게 퇴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굳어져 있는 안토니오의 얼굴을 보고 프리먼이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내가 돌아온 것이 별로 반갑지 않나보군.”
“그것 때문이 아니요. 안정을 취해야 할 시기에 이렇게 퇴원을 하고 온 것이 놀랍기 때문이요.”
“그게 뭐 놀랄 일이라고...”
그렇게 말한 프리먼은 곧장 통제실에 있는 직원들에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내렸다.
그의 오른팔은 깁스를 찬 상태였고 목에는 바늘로 꼬맨 자국이 있었다.
그래도 목의 상처는 그리 깊지가 않아서 바늘로 꼬멘 상처도 길지 않았다.
다만 오른팔은 상처가 생각 이상으로 깊어 손가락을 까딱 거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고 이라크에도 다녀온 프리먼 있었지만 이런 상처를 입은 적은한 번도 없었다.
아니, 상처 뿐만이 아니다. 요원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실종되고 미쳐버리는 모습도 그의 일생에 한 번도 있었던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팔이 아프고 심하게 욱신거렸다.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다.
“무슨 행동입니까.”
프리먼이 지시를 내리는 걸 보고 안토니오가 경계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꼴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않겠나.”
“또다시 그를 치겠다는 얘깁니까?”
“어찌 보면 내가 이렇게 팔을 못 쓰게 된 것도 다 그자 때문이라고 할 수가 있어.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
“생각해보면 인원이 너무 적었던 것 같군, 적어도 들이치려면 제대로 압살을 할 정도로 몰아 붙였어야 하는 건데...”
왜 그가 서둘러 퇴원을 한 것인지 그제야 안토니오는 알 수가 있었다.
그 상처들로 인해 아마도 벼르고 있던게다.
‘복수를 생각하는 거야.’
지금 이 자는 자신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복수심에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퇴원을 해서 이렇게 다시 지휘부로 돌아온 것이다.
스크린을 응시하는 프리먼의 차분한 얼굴과 다르게 두 눈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응접실에서 차 한잔을 즐기던 이만석은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의 신호음이 가는 듯 하더니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받는 바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일어났나.”
그 소리에 차분하게 먼저 입을 열자 그제야 전화를 걸었던 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있는 거지?]
“당신이 알려주더군.”
[......]
“그 보다 속은 좀 어떤가. 상당히 안 좋아 보이던데.”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마.]
“그래?”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다시 차 한 모금을 마시곤 찻잔에 내려놓았다.
“지나가 별말 하지 않던가. 어제 당신 덕분에 당황스러워 하던데.”
[아, 아무 일도 없었다. 뭔가 기대를 했던 거 같은데 아쉽게도 실망을 안겨 주게 되어서 어쩌지.]
“아무 일 없었다니 좀 아쉽군.”
처음에 말을 더듬는 것이 그대로 다 느껴질 정도였지만 이만석은 그걸 거론하진 않았다.
[내가 이대로 지나와 만나는 걸 허락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네가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알았으니 더욱 허락 할 수가 없지.]
“하룻밤 사이에 금세 또 말이 바뀌었나.”
[뭐가 바뀌었다는 말이야.]
“매제라면서 살갑게 굴면서 대하던 게 바로 어제 밤이었지 아마... 상당히 취해보여서 물어보니 자신은 이정도로 끄떡없다고 하면서 계속 퍼부어 마셔 되더군.”
[나, 난 그런 기억이 없다.]
“당신이 바닥에 붙여 놓은 전 때문에 치우는데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거야.”
[전이라고?]
“아주 요리사가 따로 없더군.”
[......]
순간 다시금 말이 없어진 민우를 두고 이만석이 다시 차 한 모금을 마시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정 궁금하다면 내가 증거 사진을 보내 주도록하지.”
[증거사진이라니... 너 설마!]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그것 말고도 얼마나 살가운 술 자리를 즐겼는지 사진들이 많이 있으니까.”
[노, 농간을 부리지마라. 그리고 너하고 통화할 시간 없으니까 이만 끊겠다.]
그리곤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리는 행동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사진첩으로 이동했다.
‘전이라니?’
서둘러 전화 통화를 끝낸 민우가 상당히 당혹스러운 얼굴로 폰을 바라보았다.
지나에게 말을 들어서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린 것은 알게 되엇지만 설마하니 대놓고 구토를 했을 줄은 몰랐다.
거기에 사람이 몇 명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어서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도대체 난 어제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에 기억이 없으니 불안감만 커져 갈 뿐이었다.
거기다 이만석에게 자신이 전화번호를 알려 준 것을 생각하자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만취할 정도로 마셔본 적이 없어서 자신을 취사가 어떤지 잘은 모르겠지만 절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게 이만석의 통화로 인해 드러난 꼴이다.
‘멱살을 잡고 따져 물을 수도 없고.’
일반적인 조폭도 아니다.
그렇다고 조직의 보스의 아들도 아니었다.
일성회라는 수도권을 쥐고 있는 거대한 조직의 후계자라니, 그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조직들을 휘어잡고 있는 모습이지 않던가.
그런 인물을 잘 못 건드렸다가 일이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민우는 그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끝내야 했다.
사고 한 번 잘 못 쳤다가 아버지의 눈 밖에 날지도 모르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꿈이 차기 세진그룹의 회장인데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아... 이제 어떡하지.’
조직의 보스 아들이라고 하면 그래도 자신의 선에서 해결 할 수 있다고 봤는데 이젠 벗어나도 한 참 벗어난 인물로 다가온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나가 좋아하게 된 인물이 그저 그런 놈이 아니라서 그나마 자존심은 챙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놓고 자신에게 반말을 처 하는 그 싸가지의 모습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음?”
그렇게 고민이 깊어져 갈 무렵 카톡이 도착했다.
뭔가 싶어 확인을 해보니 이만석이었던 것이다.
“이놈이 왜...?”
의아한 모습으로 카톡에 들어가 확인을 한 민우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카톡창엔 여러 장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거기엔 테이블 밑에 대차게 전을 붙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아가씨 둘을 양 옆에 끼고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라 떡대들에게 둘러 쌓여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는 모습들 까지 줘 패고 싶을 정도로 신명나 보이는 자신이었다.
그때 밑으로 문자가 하나 적혀 올라왔다.
그대로 폰의 화면을 꺼버린 민우가 욕설을 내뱉으려다 말고 깊이 한 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걸려들었어.”
이게 언론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이미지는 대번에 무너져 내릴 것이 뻔했다.
“이젠 좀 조용해지겠지.”
카톡 창을 닫고 폰 화면을 끈 이만석이 남은 차를 전부다 마셔 버렸다.
“이 사람도 참 불쌍하네.”
그때 옆에서 조용히 이만석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차이링이 딱하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왜 당신을 건드려 가지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다 들어서 알고 있는 차이링은 그가 찍어온 사진들도 보곤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었다.
한 번씩 티비에 나오거나 언론에 노출 되는 모습은 참 차분하고 오너가의 장남다운 모습들이었는데 이건 망가져도 제대로 망가진 모습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기라도 한 다면 대번에 믿기지 않는 다는 모습과 더불어 충격을 받을게 뻔했다.
“충격 많이 받았을까?”
“그렇겠지.”
카톡을 통해 사진 몇 장을 보내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본인 스스로 충격을 크게 받았을 것이다.
“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까... 후훗......”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은 그녀가 이만석을 향해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흐응~ 그런데 당신 정말이야?”
“뭐가?”
“새해를 별장에서 맞이하겠다고 한 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그녀가 다시 작게 웃음을 내뱉었다.
“당연히 둘이서 만이지?”
“나 하나로 부족한가.”
고개를 가로저은 차이링이 나긋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 하나면 충분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