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화 〉 256화 그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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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수십여 분의 시간이 흐른 후 룸 안의 분위기는 왁자지껄하며 떠들썩하게 변했다.
이런 자리를 갖는 것은 처음이었던 지라 모두가 상당히 반가워했는데 걔 중엔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거나 안면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테이블에 차려진 푸짐한 음식들과 세팅되어 있는 맥주와 양주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거나하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잔이 오고가는 자리가 이어졌는데 그 중엔 당연히 이만석이 따라주는 술 한 잔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한잔만 달라고 부탁하면 이만석이 거절하지 않고 열심히 해라는 짧은 덕담과 함께 웃으면서 따라주자 하나 둘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손이 떨리고 그래?”
잔에 맥주를 따라주던 이만석은 가늘게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자 기합이 들어간 모습으로 사과를 해오는 모습의 사내는 연락 없이 긴장한 모습이 눈에 선했다.
덩치도 작은 것이 아니라 190에 가까워 보이는 거구에 까까머리에다 얼굴도 험악해 누가 봐도 인상으로 먼저 먹고 들어갈 만해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긴장하지 말고.”
“예, 예!”
대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모습에 이만석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고도 보스들을 따라 조직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긴장된 인상을 지우지 못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뿐만이 아니라 테이블 앞 족에 자리하고 있는 보스들도 다들 조금은 긴장을 다 하고 있었던 터라 이상하게 볼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쪽 세계에서 이만석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히 커져 있었다.
젊은 나이에 돌풍을 일으키고 무수한 소문을 만드는가 싶더니 당당히 자신의 능력과 실력으로 일성회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물론 스스로 앞장서서 조직들을 평정하고 지역을 장악해 후계자의 자리로 올라서게 되었다.
일성회가 다른 조직들 보다 큰 조직인건 분명 했지만 누구도 이룩하지 못 했던 전국일통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짧은 시간사이에 이루어낸 것이다.
거기다 소문은 부풀려 지게 마련이고 그동안 이만석에 대한 이야기들은 돌고 돌면서 상당히 부풀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 얘기를 반신반의 하는 이들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바탕이 되는 사건들은 진짜여서 그 예로 이만석이 손봐줬던 조직의 조직원들이나 사람들을 통해 얘기가 증명이 되어서 그 일들이 거짓말이라고 의심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성회가 전국을 장악했겠는가.
그러니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이만석을 경외감과 더불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조용히 안아서 맥주가 코로 들어가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멍하니 훌쩍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민우는 그 모습이 참으로 신기해 보였다.
그가 따라주는 맥주 한 잔을 받으면서 쩔쩔매는 모습들이 얼마나 이 사내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 직위를 이용해 눌러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저렇게 경외심과 긴장감을 드러낼 수가 없는 일인 것이다.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였기에 이들이 저리도 쩔쩔매는 걸까...’
민우 자신도 아랫사람들을 많이 부려보았고 옆에서 아버지가 부리는 모습도 수없이 봐왔었다.
그리고 저런 풍경의 모습들도 그에겐 낯설지가 않았다.
바로 아버지를 대하는 회사의 사원들의 모습이 대부분이 저러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신화를 써오며 회사를 여기까지 키워온 정석환 회장은 존경하는 기업인들 중에 수위권을 다툴 정도로 입지가 상당했다.
거기다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인 100인을 뽑을 때도 당당히 들어가는 인물이 바로 정석환 회장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어렸을 때부터 옆에서 보고 자란 민우도 당연코 우상을 꼽으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버지인 정석환 회장을 꼽을 정도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풍경을 지금 이 자리에서 목격을 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것도 상당히 마음이 복잡하고 신경을 쓰이게 했던 이만석이 그 주인공이어서 더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한잔 받으십시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부장이 말을 걸며 양주병을 들었다.
“아... 예.”
이젠 자리에서 일어나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을 멀찍이 바라보고 있던 민우는 유부장의 말에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상당히 놀란 모양입니다.”
잔에 반쯤 따라준 유부장이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휴... 그렇습니다.”
놀란 정도를 훨씬 넘어섰지만 민우는 한 숨을 내쉬며 그냥 그렇다고 작게 대답했다.
여기에 이만석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것부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다 그랬다.
“미안합니다. 저도 명령을 받았던지라...”
얘기하지 않고 이곳에 데려온 것을 사과를 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일성회의 후계자 입니까?”
슬쩍 이만석을 다시 바라본 민우가 작은 목소리로 믿기지 않는 다는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사실입니다. 민준님은 회장님 다음으로 우리 일성회를 도맡아 이끌어갈 분입니다.”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흘러가듯 한탄하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에 유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마음 저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이해 한 다고요?”
“예. 저도 처음에 믿기지가 않았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그렇지도 않지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모습에 민우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두 분이서 뭘 그리 쑥덕이며 대화를 주고받는 거요?”
그때 양주를 한 번에 좀 많이 마셨느니 뺌에 열기가 오른 장덕구가 민우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민준님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고 있었소.”
그에 유부장이 별거 아니라듯 말하자 장덕구가 이빨을 보이며 웃음을 지었다.
“크흐흐흐흐! 형님에 관한 얘기? 하긴... 이 분은 잘 모를 테니 궁금한 게 많겠지.”
그러면서 민준의 어깨를 두 어번 두드려 주는데 아무래도 양주가 좀 거나하게 들어간 것 같았다.
“자... 그 유명한 세진그룹의 정민우 전무님이라는데 내가 한잔 따라주어야지.”
그러면서 테이블에 손을 뻗어 양주병을 집어 들자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이 부담스러운 민우가 급하게 잔을 들어보였다.
“아,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장덕구가 비어 있는 유리컵을 하나 들더니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면 우리 전문님이 한잔 거 하게 따라주시구려.”
그 모습에 뭐라 말을 하려는 것 처럼을 입을 열다말고 하는 수 없다는 듯 술병을 들어 잔에 따라주었다.
“캬~ 내 살다 우리 전무님이 따라주시는 술도 다 마셔보는구만...”
그리곤 망설이지 않고 따라져 있는 양주를 한 번에 비워버렸다.
꿀꺽꿀꺽!
“캬아~ 좋구나......!”
입가에 묻어 있는 술을 닦아낸 장덕구의 표정은 정말로 좋아보였다
“그런데 형님이 이런 자리를 다 마련도 하시고... 전무님이랑 우리 형님이랑 가까운 사이신가보오?”
궁금하다는 듯 물음을 던지는 장덕구의 말에 주변에서 얘기를 나누며 수란을 돌리던 다른 보스들도 이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쉽게 입을 열지 못 하는 민우가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자신의 여동생인 지나와 사귀고 있다고 어찌 말을 하겠는가.
헤어지게 하려고 행동을 벌이고 있던 참이었는데 말이다.
조금전에 말 한번으로 죽일 듯이 노려봤는데 만약 여기서 자신의 저질렀던 행동이 그대로 들켰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유부장을 바라본 민우는 그가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더 이 자리가 숨이 막힐 것 같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아니다 처음부터 술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가시방석이었으니 좀더 속이 불편해 졌다는게 맞는 표현일게다.
“더 들 둘러싸서 뭐하고 있나.”
그때 오른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술잔을 다 돌린 것인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만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걸음을 옮겨 상석에 앉은 그를 향해 장덕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님과 어떤 사이인지 여쭈어봤습디다.”
“그래?”
“예...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손님으로 왔는데 당연히 궁금하지요.”
그이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민우를 바라보았다.
순간 이만석과 눈이 마주친 민우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자신의 행동들이 당사자가 바라보니 좀 찔렸던 탓이었다.
거기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아닌가.
앞에 있는 유부장에게 좀 손 좀 봐달라고 부탁도 했었는데 말이다.
“어찌 보면 내가 이 사람한테 매제가 될 수도 있지.”
“매제요?”
웅성웅성!
매제라는 말에 순간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보스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매, 매제라면 그 여동생의 남편을 부르는 뭐 그런 거 말이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말에 주변이 다시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 지금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에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민우를 이만석은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음을 지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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