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 252화 그와의 만남
* * *
차를 돌려 다시 돌아가는 길에 이만석은 폰의 진동소리에 꺼내어 확인을 하곤 피식 웃음을 짓더니 그대로 받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폰을 통해 들려온 음성은 귀에 익은 익숙한 여성의 음성이었다.
“아침부터 웬일이십니까?”
[민준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 했죠~! 왜요? 제 전화 별로에요?]
“그런 건 아닙니다.”
[목소리 들어보니까... 기뻐하지 않는 것 같은데...?]
지나의 음성에 이만석은 웃음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지나씨 알아서 생각하십시오. 그보다 마침 전화도 걸었으니 뭐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머! 저에게 말이에요?! 물어보세요. 괜찮으니까... 단 아침부터 야..한.질.문.은...사양이 아니라 민준씨라면 허락해 줄게요...!]
시답잖은 농담에 고개를 가로저은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오빠하고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오빠요?]
“예...”
그러자 이번엔 지나쪽에서 놀란 듯 한 음성이 들려왔다.
[혹시 오빠가 민준씨에게 안 좋은 행동이라도 했나요?]
“뭔 일이 있었군요.”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뭔가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사실 내가 전화 한 것도 그냥 한 게 아니에요. 물론 민준씨 목소리 듣고 싶었던 건 맞지만...]
“말해 보십시오.”
대충은 예상은 가지만 일단 지나의 말도 들어보는 것이 중요했기에 이만석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실은 이틀 전에 오빠가 나에게 찾아와 민준씨의 얘기를 꺼냈어요.]
그렇게 시작 된 지나의 얘기는 방에서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그 후로 다음날 또 오빠가 그 얘기를 꺼냈었던 것 까지 다 알려주었다.
[그래서 예감이 좀 좋지 않아 민준씨에게 알려주려 이렇게 전화 한 거예요.]
역시나 아무 이유없이 그냥 이렇게 연락을 한게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다.
“그랬었군요.”
[도대체 오빠가 무슨 행동을 한 거죠?]
“조금 전에 미행을 떼어내고 가는 길입니다.”
[미행이요?!]
“일단 내가 어디를 가고 뭐하는지 지켜볼 요량으로 붙인 것 같았는데... 경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대로 끝내진 않겠죠.”
[......]
이만석의 말에 순간 폰에선 지나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의 입장에선 이 말이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 같았다.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정도의 일은 몇 번 있었으니까.”
[미안해요.]
사과를 해오는 지나의 음성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과 할 필요 없습니다.. 지나씨 잘 못도 아니니까.”
이건 지나의 잘 못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사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일도 그렇고... 나 때문에 민준씨에게 피해만 끼치네요.]
“괜히 이걸로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래도 내 생각해서 이렇게 전화 준거 아닙니까.”
하지만 그 말에도 지나에게선 별 말이 없었다.
이만석은 그렇게 생각 할지 모르지만 지나의 입장에선 그렇지가 않았기에 그런 것이다.
“쉬세요. 나중에 내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이만석은 곧장 회사로 향했다.
전화 통화를 끝낸 지나가 그대로 방문을 열고 나섰다. 그러더니 연말임에도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 오빠가 있는 방으로 향해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바로 매고 있는 민우와 마이를 들고 있는 30대 초반의 미인상의 여인이 옆에 서있었다.
“나하고 얘기 좀 해 오빠.”
“지금 출근 준비 하는 거 안보여?”
“금방 끝나니까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한 지나가 옆에 서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언니. 저 오빠하고 둘이서 잠시 얘기 좀 나눌게요.”
뭔가 화나 보이는 모습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곤 마이를 침대에 놔두고 잠시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렇게 둘 만 남게 되었을 때 넥타이를 바로 맨 민우가 고개를 돌려 지나를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둘이서 할 얘기라는 게 뭐야?”
“오빠 민준씨에게 미행 붙였다며.”
생각지도 못 한 말에 민우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사라졌다.
“미행이라니.”
그리곤 무슨 소리냐는 듯 물어오는 모습에 지나의 두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둘러 될 생각 하지마. 이미 다 알고 왔으니까.”
잠시 동안 그런 지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민우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래.. 미행 붙였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어떻게 안 것이 중요한 게 아니야. 왜 그랬어.”
“널 생각해서 그런 거야.”
“날 생각했다고?”
“그래... 네가 좋다는 그 서민준라는 남자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고 미행을 붙인 거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뒷세계에 몸담고 있던 것 같던데? 그래서 좀 더 알아보는 김에 미행도 붙였어.”
“어제 내가 오빠에게 말 했어. 혹시 허튼 생각 가지고 일을 벌인다면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그날 방에서 얘기를 나눈 다음날 민우는 다시 지나에게 이만석의 얘기를 꺼냈었다.
그리고 그날 지나는 민우에게 경고를 했었던 것이다.
딴 생각 품고 있다면 하지 말라고. 그랬다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오히려 따지고 물을 사람은 나인 거 같은데?”
“뭐?”
“조직에 몸담고 있는 그런 질나쁜 놈과 만나서 뭐하겠다는 거야. 이 얘기가 밖으로 나가면 얼마나 개망신인지 알기나 해? 집안 망신이라고 집안 망신. 그리고 네 미래는 또 어떻고... 그런 놈과 만나서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오빠 말 다했어?”
“이건 집안 문제도 당연 포함이 되겠지만 네 미래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오빠 지금 그 말 진심이야...?”
“그래... 진심이야.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남자와 만나는 걸 허락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지만 난 허락 할 수 없으니까. 명심해.”
“내가 누굴 만나든 말든 그건 내 마음이야.”
“지나야...”
“그리고 알아서해. 오빠 얼굴 다신 마주하기 싫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리곤 방을 나가버리는 모습을 보고 민우는 답답한 마음에 한 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 일로 사단이 나서 지나가 집을 나가버리면 집안이 발칵 뒤집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지나를 끔찍이 아끼는 아버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 분명 했니까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미행을 시킨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아서 들켜버린 이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미행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지나가 알아버렸단 말인가.
출근준비를 하는 내내 민우는 이런 일처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문실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에 출근한 민우는 곧장 인터폰으로 문실장을 집무실로 호출했다.
잠시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40대 초반의 깔끔한 양복 차림의 금태 안경을 쓴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인사는 됐고... 거기 서보세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려던 문형식 비서실장이 긴장 된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책상 앞에 섰다.
“내가 왜 호출을 한지 알겠습니까?”
“그, 그것이...”
안경 태를 바로 잡으며 눈치를 보고 서있는 모습이 참으로 좋지가 않아 눈을 찡그린 민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뭘 잘 못 했는지 알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겁니까?”
“......”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눈빛으로 민우가 다시 따지듯 물었다.
“도대체 시키는 것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내가 뭘 믿고 문실장님에게 일을 맡기겠습니까?”
“......”
“지나가 나에게 와서 따지더란 말입니다. 왜 미행을 붙였냐고. 그거 시킨지 얼마 되었다고 그렇게 알고 나에게 따지듯 오느냔 말입니다. 하루가 지났어요? 아니지... 시간도 보니까 다섯시간 도 채 되지 않았지.”
오전 5시 붙어서 지금은 10시는 고사하고 9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니 채 다섯 시간도 걸리지 않은 시간대였다.
“알아보세요. 어떻게 지나에게 그 얘기가 흘러들어갔는지. 내부에 스파이가 있든 뭐가 있든 원인을 찾을 때까지 집에 갈 생각 마세요.”
그렇게 말한 민우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축객령이 떨어졌음에도 책상 앞에서 쭈뼛거리며 서있는 문실장의 모습에 민우가 다시 언성을 높였다.
“지금 당장 가서 알아보지 않고 거기 서서 뭐하자는 겁니까?!”
“그, 그게...”
눈치를 보는 문실장의 모습에 민우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알아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뭐요?”
어이가 없는 말에 민우가 반문을 하자 놀란 문실장이 서둘러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전무님 말씀대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다?”
“예...”
“뭡니까, 그럼.”
망설이는 듯 하던 문실장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게... 미행을 하다가 들켰다고 합니다.”
“들켜요?”
“예.”
“들키다니... 서민준 그자에게 말입니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문실장이 눈을 감으며 겨우 말을 뱉었다.
“예...”
“이런 멍청한......!”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