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 251화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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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실려간 프리먼은 당장에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다.
급하게 수건으로 압박을 하고 지혈을 한다고 하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 잘 되지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과다출혈로 죽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119에 전화를 하여 실려 보내야 했다.
그렇게 프리먼이 병원으로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찾아와 자살한 데이빗의 시신을 포함 현장을 조사했다.
프리먼이 떠나고 다시 책임을 맡게 된 안토니오는 곧장 협조를 구했던 윗선에 전화를 걸었다.
일단 사람이 죽어나갔으니 조사는 벌이겠지만 얘기는 해두었으니 크게 터져나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현장조사가 끝이 나면 알아서 정리가 될 터였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안토니오에겐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찝찝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건경위에 대해서 조사에 들어갔던 박 반장은 전화 한 통을 받더니 긴장 된 얼굴로 조용히 지시만 내리고 물러난 상황이었다.
이들의 신분이 무엇인지 대충은 눈치 챘을 것이었다. 그래서 행동거지가 조심해 진 것인데 얼굴 표정을 보면 불만이 없잖아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인지라 대놓고 표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일은 그저 개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사건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신을 수습하고 사건경위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경찰들이 돌아간 후 혼자 남게 된 안토니오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아직도 데이빗의 웃음과 스스로 목에 칼을 박고 그어내려 자살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기이한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 눈빛은 참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왜 그런 것일까?’
도대체 데이빗이 왜 그런 행동을 저질렀는지 안토니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이 아니라 프리먼이 직접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데려온 그쪽 라인의 사람이었다.
신참도 아니고 현장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요원이 직속상관에게 상해를 입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다니 이건 CIA가 창설되고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현장에 있었던 나머지 세 명의 요원들 또한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그 중에 두 명은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계속 구토를 했는데 머릿속에서 그 끔찍한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안토니오 또 한 구토를 안 한 것이 아니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모습에 프리먼이 구급차에 실려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좋지 않아 한번 오바이트를 시원하게 한 뒤였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리먼의 명으로 밖에서 대기 중이었던 안토니오는 갑자기 뭔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서둘러 문을 열어 재꼈다.
그 순간 눈앞에 드러난 광경은 참으로 끔찍했다.
프리먼의 마이 속의 흰색 와이셔츠는 목에서 흘러내린 피로 붉게 변해 있었고 오른쪽 팔은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난도질당하고 베여있었다.
팔을 부여잡은 채 비명을 내뱉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데이빗을 보았을 땐 그의 눈은 기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목에 칼을 박기 전에 한 말이 안토니오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엔 죽게된다...’
누구에게 한 말인 것일까.
안토니오는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한 말인가 생각해 보았다.
결국에 죽게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그렇게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는 않아보였으니 가능한 추리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데이빗이 죽어가면서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던 인물.
그리고 팔을 난도질당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프리먼의 상태를 보았을 때 그 말은 그에게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데이빗은 죽어서도 프리먼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아마 맞을 것이라 보았다.
여거라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의문이 풀리지가 않았다.
안에서 둘은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 갑자기 데이빗은 왜 저런 행동을 벌였던 말인가.
‘머리가 아프군.’
지끈거리는 머리에 집무실을 나선 안토니오가 지나가는 직원을 시켜서 두통약과 물 한잔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다시 통제실로 향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그는 당분간 서민준의 처리에 대한 처리를 잠정 보류한다는 말을 했다.
이틀사이에 너무 많은 인원이 죽어나가고 실종 된 탓이다.
거기다 프리먼이 병원에 실려 갔으니 누구도 그 말에 반박을 하지 못 했다.
여기에 있는 모두에게 이번일은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와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빗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받는 충격은 더 했다.
‘설마 이것도 서민준과 관련이 되어 있는 일일까.’
명령을 내리고 기다리는 사이 두통약을 가져와 건네주는 것을 받아든 안토니오가 입에 넣고 물을 마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떨쳐냈다.
‘이번 건 프리먼의 말처럼 비약이 심했어.’
이 모든 것이 이만석이 관여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은 다시 또 해봐도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나기로 써니 이런 일을 의도해서 만들어 낸단 말인가.
참으로 웃기지 않는 망상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 정인철 회장을 만나러 가기 위해 본사로 향했던 이만석은 뒤에 달라붙은 한 대의 승용차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CIA인가?’
자신의 뒤에 달라붙어 미행하는 차량을 보고 이만석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안토니오가 통제실로 향해 지시를 하는 것 까지 지켜보아서 그가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알아봐야겠군.’
생각을 정한 이만석은 그대로 차의 반향을 돌렸다.
그리곤 영동대교를 지나 다시 용마사거리 쪽으로 반향을 꺾어 저번처럼 아차산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전에 미행을 붙었던 놈들을 상대해 준 곳으로 유인한 이만석은 저번처럼 차를 대기 시킨 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브 길을 돌아 올라오는 차량을 보았다.
“머, 멈춰!”
바로 앞에 차도에 서있는 이만석을 보고 미행을 하던 이들이 당황하며 급정거를 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창문을 두드렸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이만석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대로 기겁을 했다.
바라보는 시선은 평온 했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그대로 기세에 눌렸기 때문이었다.
“날 왜 미행했지.”
“오, 오해 입니다... 미행이라니요.....”
당황하는 동료의 모습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보다 못해 스스로 나섰다.
“거 형씨... 갑자기 차도를 막아서면 어떡합니까?! 그러다 사고라도나면...”
이럴땐 강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따지듯 말하다 이만석과 눈이 마주친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뭐, 뭐지...?’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공포심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래도 한 성격하는지라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이가 바로 자신인데 눈이 마주친 순간 가슴이 철렁 했던 것이다.
“누가 보냈지?”
“누, 누가... 보내는 게 아니라 거 형...씨가....길을...마..마..막아서..서...히익!”
그래도 억지로 참으며 용기 내어 다시 말을 했지만 다시 시선이 마주친 순간 기겁하고 말았다.
그때 이만석이 운전석 문손잡이를 잡으려는 행동을 취하자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마, 말하겠습니다!”
이미 기가 질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던 운전석의 남자가 이만석의 행동에 놀라며 서둘러 입을 열었던 것이다.
“자, 말해봐라.”
“문실장님입니다.”
“문실장?”
“예...”
“그자가 누구지.”
“정민우전무님의 비서실장님이십니다.”
“정민우라... 그자가 왜 이런 일을 시킨 거냐.”
“그, 그건 저희도 잘...”
“소속을 말해라.”
눈치를 보는 남자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남자가 조심스럽게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더니 넘겨주었다.
‘세진?’
의외의 회사의 이름에 이만석이 이채를 띄었다.
그러다 곧 하나의 얼굴이 눈에 떠올랐다.
“혹시 정민우라는 이자가 정지나와 가족관계인가.”
“예, 예... 아가씨는 전무님의 여동생이십니다.”
그 말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왜 자신을 미행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심신이 미약한 자들에게 미행을 시켜서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군.’
메모리즈를 쓸 것도 없었다.
눈 한 번 마주쳤다고 이렇게 겁에 질리는 모습을 보니 웃기지도 않았던 것이다.
일단 분위기를 제압하기 위해 흘렸던 살기를 거둔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문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전하도록. 한 번더 이런 허튼짓 버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리곤 앞으로 걸어나가 정차해둔 차에 올라타 유유히 그 장소를 빠져나갔다.
“휘휴~!”
그렇게 이만석이 떠나가자 가슴을 졸이고 있던 남자가 크게 한 숨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이 미친놈아! 그걸 다 불면 어떡해!”
“닥쳐인마! 그 눈빛 못 봤어?! 내 살다 살다 눈한 번 마주친 것만으로 오금이 지린 적은 처음이다.”
“도대체 저자가 누구지?”
사진 하나와 사는 곳을 알려주고 아침 5시부터 대기타고 미행에 들어갔는데 따라나선지 얼마 되지도 않아 끝나버린 것이다.
“보, 보고해야겠지?”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고 다시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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