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화 〉 247화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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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입국하여 차를 타고 가다가 폭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짐과 모리스의 죽음은 이만석의 습격이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던 분위기가 다시금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화재진압이 끝나고 현장검증은 물론이고 곧 사고차량과 시신을 수습해 갔는데 아무래도 사고 당사자들의 신분을 밝히기 위함인 듯 보였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한 것도 포함이 된다.
당연히 그렇게 되니 귀찮게 된 것은 CIA였다.
짐과 모리스는 일반적인 미국인으로 절차를 밟고 입국을 했기 때문에 조사를 해도 특별 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둘을 데리고 오던 요원 두 명의 신분은 알아내면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물론 일반적인 경찰이나 공무원은 열람할 수 없게 해놨지만 위에서 그걸 두고 알아보면 금방 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리 되니 프리먼은 화재가 진압되고 수습이 되는 순간 미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했고 곧이어 대사관 측에서 다시 외교부를 통해 연락을 넣었다.
그렇게 대사관의 접촉이 있고 난 후 큰 소란 없이 넘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조용히 진행되던 일이 노출이 되었다는 것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게 만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숨길 것도 없이 협조를 요청하고 그놈을 상대한다.”
“요청을 하겠단 말입니까?”
안토니오의 말에 프리먼이 다시 말을 이었다.
“대사관 측에서 손을 썼다고 해도 무엇 때문에 요원들이 활동을 벌였고 일을 했는지는 결국엔 말을 해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쪽에서도 우릴 수상하게 볼게 뻔해.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타국의 요원이 자국에서 뭔가 숨기고 일을 벌이는데 기분이 좋은 이들이 누가 있겠나.”
프리먼의 말이 맞는 말이었음으로 안토니오도 별달리 반박은 하지 않았다.
“서민준 그놈이 조폭이라는 마피아 집단의 후계자라고 하니까 그걸 빌미로 강하게 밀어 붙이면 된다. 사람도 여럿 죽었고 이집트와 이곳 한국에서도 우리 요원이 당했으니 외교적으로 강하게 밀어 붙이면 돼.”
“프리먼 그게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쉽지가 않은 일이라니...?”
눈살을 찌푸리는 프리먼을 향해 안토니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쪽에서 협조를 구하고 본국에 연락해서 외교적으로 힘을 실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게 서민준을 압박 할 수는 없을 것이라 봐야 합니다.”
“김철중 그자 때문에?”
이미 일성회와 신화그룹간의 다툼에 대해서 프리먼도 알고 있었다.
그때 나서서 도움을 주었던 것이 바로 여당의 거물인 김철중이었다.
“아무리 그자라고 해도 우리쪽에서 정식으로 요청을 하는데 막을 수가 있을까.”
어떤 밀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미국을 상대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보지 않았다.
외교적으로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겨우 조폭을 위해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프리먼... 당신은 모릅니다.”
“내가 뭘 모른단 말인가?”
안토니오의 경고에 프리먼이 언짢은 목소리로 다시 물음을 던졌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김철중 그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서민준 그 자를 도우려 할 겁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서민준을 비호하는 이는 그 뿐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럼 또 누가 있단 말인가.”
“자료엔 서민준 그 자의 내력만 뽑아서 잘 모르실 텐데 지금 그자의 여자친구가 하란이라는 아이입니다.”
“하란? 그 자의 여자친구에게 뭔가 있다라는 소린가?”
안토니오가 그저 이만석의 여자친구를 알려주기 위해서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던진 말이었다.
역시나 고개를 끄덕인 안토니오가 프리먼이 궁금해 하는 것을 풀어주었다.
“하란이라는 그 아이의 성이 윤씨입니다. 차기 대권후보에서 지지율일위를 달리고 있고, 당대표를 맡고 있는 윤정호 의원이 바로 서민준 그자의 여자친구의 아버지입니다.”
“차기 대통령 당선에 유력시 되는 사람의 딸이 마피아 놈과 사귀는 사이라고?”
어처구니가 없는 말에 프리먼이 다시 물음을 던졌다.
“믿지 못 하겠지만 사실입니다.”
“이해가 가질 않는 군. 아무리 그자가 특출나기로서니 어떻게 자신의 딸을 마피아와 사귀게 놔둔단 말인가?”
만약 이 일이 신문이나 언론에 나가기라도 했다간 그 파장이 대단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나 되는 인물이 자신의 딸을 마피아에게 내줬다는 것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곳 한국의 정치인들도 제대로 썩어문드러진 것인가?”
마피아에게 차기 대통령에 당선 유력시 되는 사람이 딸을 내어 주다니,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다릅니다.”
무엇을 생각하며 저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안토니오는 그의 말에 반박을 했다.
“뭐가 다르다는 소리지?”
“이곳 한국은 러시아나 이탈리아, 그리고 멕시코와 같은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마피아들이 대놓고 설칠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예전에는 그저 정치권에서 더러울 일을 내맡기는 정도가 다였지요. 그러다가 한 번 날 잡아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치안을 빌미로 소탕을 해서 시민들의 지지를 얻거나 하는 일도 벌이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조폭의 역사를 보면 정치깡패라 해서 이용당하다가 버려지는 토사구팽과 같은 일이 허다했다.
한국에 책임자로 온지 제법 되어서 그동안 여러 가지 많이 알아본 안토니오여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일성회가 중국의 삼합회와 같이 이렇게 전국을 손에 넣고 힘을 키웠다지만 그전엔 그렇지가 못 했다는 얘깁니다. 조폭이 정치권에서도, 경제에서도 힘을 얻고 있는 대기업의 총수를 상대로 대놓고 갈등을 표출 할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음...”
“그자들이 서민준 그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상황에선 성공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건 좀 비약이 심하지 않나?”
도움을 주지 못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 했다니, 프리먼은 내심 불쾌한 기분을 대놓고 드러냈다.
CIA쪽에서 공식으로 국제범죄자를 처리 할 수 있게 협조를 요청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니 그게 말 같은 소린가 말이다.
“프리먼... 당신은 서민준 그 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네가 나한테 준 자료는 잘 읽어 보았어. 확실히 난 놈이라는 것도 알겠어. 하지만 그런 인물은 우리 CIA내부에서도 여럿 볼 수가 있어. 스카웃 해서 데려온 인물도 있고. 아무래도 너는 한국에 너무 오래 있어서 소심해진 모양이야.”
그리곤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나도 딱히 그들에게 도움을 바라는 것도 없어. 그놈 하나쯤이면 우리 힘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가 있으니까.”
걸음을 옮기는 프리먼의 뒷모습을 안토니오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자에 대해서 잘 몰라...’
그날 새벽이 이만석은 차이링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저택은 고요했고 겨울이라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마당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신속하게 처리하고 빠져나간다.”
그때 로프를 통해 담을 넘어 신속하게 마당에 진입해 들어온 인영들이 리더로 보이는 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레이는 정문으로 문을 따고 들어갈 테니까 나머지도 신속히 맡은바 실수 없이 진입해 들어가도록.”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인원들을 뒤로하고 빠르게 마당을 가로질러 저택으로 향했다.
그렇게 뒷 편의 창문과 2층 테라스에 로프를 던져 갈고리를 난간에 걸어놓고 줄을 확인 하는 등 사전에 계획 했던 대로 침입경로를 따라 신속하게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검은색 가방에서 첨단 장비를 꺼내어 현관문의 도어락을 해체 하기위해 움직이는데 숙련된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창문 유리에 장비를 이용해 원 모양의 홈을 내어서 열려는 이들과 로프를 타고 신속히 타고 오르는 인원들도 보통의 사람들이 아님을 확실 할 수가 있었다.
사방을 점하고 빠져나갈 곳을 아예 차단해 버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저택 주변의 감시카메라는 이미 조치를 취해 놓아서 최대한 빨리 해결을 보고 신속히 빠져나가야 했다.
“죽으려고 왔나.”
흠칫!
도어락을 해체해 가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란 두 사람이 옆으로 몸을 날려 굴리더니 그대로 품에서 총을 빼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쏴버렸다.
푸슛!
간결하면서도 빠른 동작으로 아주 신속했다.
‘없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긴 그곳엔 있어야 할 사람이 없고 그저 멀리 떨어진 나무와 가지만이 덩그러니 보일 뿐이었다.
순간 서둘러 총을 겨눈 채 주변을 둘러보는 그때 맞은편에 있던 레이라 불리 이가 총을 이쪽을 겨누었다.
“숙이십시오!”
숙이라는 말에 뭐라 따지지도 않고 사내가 바로 고개를 숙였다.
푸슛!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아쇠를 당긴 레이의 총구가 살짝 불이 번쩍였다.
그사이 앞으로 다시 몸을 굴리듯 날린 사내가 서둘러 자신의 등을 점했던 곳을 향해 몸을 돌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팅!
티팅!
헌데 놀랍게도 레이라 불린 이가 쏴버린 총알과 짧은 순간에 몸을 피해 쏴버린 사내의 총알이 그대로 튕겨지는 소리가 연이어서 들려왔다.
“어떻게...?”
특별히 방탄복이나 총알을 막을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총알이 튕겨 나간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인물을 보고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 있을 것이라 보았던 타깃이 눈앞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만석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들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 같은데 참으로 대담한 행동들이었다.
‘들어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하지만 이둘 말고도 저택 뒤편이나 테라스 쪽에서 느껴지는 기운들에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이미 이런 일을 대비해두고 오피스텔에 처두었던 것과 비슷한 방비를 이 저택에도 해두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창문을 따고 들어오려 해도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니 지금쯤이면 상당히 당황하고 있을게 뻔했다.
“죽으로 왔으니 죽여줘야겠지.”
그렇게 말한 이만석의 몸 주변으로 옅은 바람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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