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243화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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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지나와 함께 뷔폐식으로 식사를 해결한 이만석은 여유로운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건 지나도 다르지 않았는데 표정이 밝은 것이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식사였던 것 같았다.
“이렇게 만날 때마다 신세만 지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찻잔을 내려놓으며 이만석이 앞에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식사도 지나가 계산을 하였던 것이다.
“내가 내고 싶어서 내는 건데 미안할 게 있나요?”
그러자 지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을 하며 생긋 미소 짓기만 했다.
이정도의 계산은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남자에게 투자를 하는 것은 전혀 아까운 일이라 생각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민준씨를 부른 것도 나인데 당연히 내가 내야죠. 저 그 정도로 염치없는 여자 아니에요.”
무엇보다 그를 부른 것은 자신이니 당연히 그 값을 치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를 둔 딸로써 이는 당연하다 생각했다.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한끼 식사로 30이상이 깨졌고 거기다 호텔비까지 더하면 액수는 배가 커지는 것이다.
그걸 지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스스로 지불을 하였다.
물론 그동안의 그녀의 씀씀이를 생각하면 크게 쓴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 두 번도 아니고 지나는 만날 때마다 대부분 이런식으로 자신이 계산을 했던 것이다.
“정 그렇게 미안하다면 다음엔 민준씨가 한 턱 쏴요. 그러면 되는 거죠?”
한 쪽 눈을 찡긋하며 말하는 모습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집트에서도 지나는 이런 말을 했었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의 대답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엔 제가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이만석의 팔이 그녀의 시선이 향했다.
“내가 선물해준 팔찌 잘 끼고 있네요?”
“뺄 이유가 없으니까요.”
선물해준 팔찌를 잘 차고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심 걸리긴 했어요. 민준씨가 얼마 동안 그걸 착용하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선물 해줄 때 민준씨 모습이 그리 기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 보였어요.”
이만석을 보면 여자 친구가 팔찌를 선물 해주면 그걸로 대체해서 끼고 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천만원대에 호가하는 한정 품으로 출씨 된 팔찌인지라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정가가 천만원대인 것이지 한정 품으로 출씨가 되어서 그 희소성으로 가격의 몇 배나 지불하고 나서야 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걸 이만석에게 말하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그녀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을 해주었었다.
“이런 귀한 팔찌를 선물해 주었는데 안착용하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한 모금 더 차를 마신 민준이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어머? 알고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 한 말에 지나의 두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설마하니 이 팔찌의 가치를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척 봐도 일반적인 금팔찌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는 눈이 띄어나진 않지만 세공도 그렇고 지나씨의 반응을 보면 그 정도는 유추해 낼 수가 있죠.”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한 숨을 내쉰 지나였지만 다시 금세 밝은 톤으로 말을 이었다.
“부담가지지 말아요. 그거 내가 선물해 주고 싶어서 한 거니까. 민준씨 부담 주려고 한 거 아니에요.”
“거기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담 같은 거 느끼지 않으니까.”
“뭐에요?”
알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자신을 생각해서 모른 척 해준 그에게 다시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부담을 덜어주려 말했지만 이만석이 저런 식으로 당당히 말하니 순간 어이가 없었는지 지나가 새침하게 바라보았다.
“지나씨가 원하는 대로 부담가지지 않고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만큼은 마음 편히 가져도 됩니다.”
“흐음...”
“문제되는 거라도 있습니까.”
“내 말대로 민준씨가 그렇다고 하니까 좋아야 할 텐데 기분이 상당히 좋지가 않네요?”
“기분이 좋지가 않다라... 그거 큰일이군요.”
“정말로 부담 하나도 안 느껴요?”
“예.”
“조금도?”
이번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지나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마음조리고 기운만 뺀 느낌이네......”
괜히 이걸 두고 혹시나 알게 되면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지나의 모습이 귀여웠던지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짓더니 지나가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런 마음이 고마워서 끼고 있는 겁니다.”
“뭐라고 했어요?”
한 숨을 내쉬었던 그녀가 작게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의아해 하며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지나가는 투로 말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듣지 못 했던 모양이었다.
“별 말 아닙니다.”
“정말로?”
“예.”
“나 놀리는 말 같은 거 아니죠?”
“아닙니다.”
“그럼 됐어요.”
심문을 하듯 물어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니라는 말에 금세 넘겨버리는 지나였다.
그때 그런 두 사람을 몇 몇 시민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이 아닌 한 여자였다.
“저거 정지나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깔끔한 정장차림의 중년인 들이 지나를 보며 놀란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가 정석환 회장의 딸이란 말이지?”
“생각 이상으로 예쁘네.”
비즈니스 적인 일로 호텔에 묵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정석환 회장의 딸을 눈앞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남자는 누구지?”
“뭐... 사귀는 남자나 그런 거 아니겠어... 외모도 그렇고 딱 봐도 저 남자도 오너가의 자식 같은데.”
“하긴... 그 정도는 되니까 저런 여자와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저런 여자와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좋겠지... 생각 할게 있나? 다른 건 몰라도 저 여자만 잡아도 세진그룹의 총수일가의 가족이 되는 거잖아.”
“상상도 안 되는구만...”
동료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은 남자가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왜 그래요?”
고개를 왼쪽으로 힐끔 돌려서 바라보는 모습에 지나가 슬쩍 그쪽을 바라보더니 물음을 던졌다.
“그냥 한 번 처다 봤습니다.”
“그냥 한 번 처다봤다는 게 어딨어요~ 내 얘기가 재미없어서 딴청 피운 거죠?”
“글쎄요...”
그녀의 삐죽거림에 그렇게 대답해준 이만석은 방금 전의 작게 들려온 두 남자의 말에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저들은 딴에는 작게 말한다고 한 말들이었겠지만 거리가 그리 멀지가 않아 이만석의 귀에 다 들렸던 것이다.
‘확실히 상상이 안 되는 일이긴 하지.’
자신 앞에서 새침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 여자는 옛날이라면 처다 볼 수도 없는 그런 딴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인이었다.
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만석 그도 와 닿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일인 것이다
“민준씨 또 딴생각했죠?”
갑자기 뭔가 생각을 하는 듯 하면서 피식 웃는 모습에 지나가 다시 작게 투덜거렸다.
“흠...”
턱을 쓰다듬은 프리먼이 작게 한 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에 있는 파일의 다음장을 넘겨보았다.
이미 어제 다 본 내용이고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었지만 다시 봐도 놀라운 것 투성이었다.
“대단한 친구로군...”
그동안 이만석이 한국에서 무얼 하고 살았고 이루었는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 대부분의 내용은 안토니오의 지시로 정리되어 보관된 정보들로 상당히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일성회가 어떤 조직이며 한국 내에서의 조직체계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고 이만석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단신으로 등장해 뒤흔든 일 치고는 상당히 놀라울 만한 내용들이 거기에 담겨져 있었고 어제 이걸 처음 보았을 때 그는 믿지를 못 했다.
짧은 시간동안 한 사람이 이룬 것 치고는 상당히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두고 인간승리라고 하는건가.”
일성회가 한국의 밤세계를 장악하고 이제 그곳의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신분이 수직 상승 한 것은 물론 계천에서 용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들이었다.
“이런 사내라면 확실히 제거하는 게 나쁘지는 않겠지.”
카일러 부국장은 엔더슨의 일부터 시작해 상당히 거슬리게 만드는 그를 치우려는 생각으로 그런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보면 이걸 빌미로 한국에 대한 메케인 국장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안토니오를 대체하기 위한 일로 자신을 보내었던 것이다.
한데 이만석에 대한 내력을 보니 이건 확실히 제거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엔더슨이 욕심을 부려 바보같이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인물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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