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화 〉 239화 전화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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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은 저택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을 미행했던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앞전의 일로인해 지금 한국에서 활동 중인 CIA요원들이 누구인지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그들이 평소 어디에서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안토니오와 헤어지고 난 후 이만석은 곧장 행동으로 나섰다.
자주 가는 장소나, 머물고 있는 저택 등 일단 머릿속에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이만석은 쉘튼이라는 동양계 미국인의 요원을 잡아낼 수 있었다.
“큽!”
집을 나서 차를 타려고 주차장으로 향했던 쉘튼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손길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힐끔 눈으로 뒤쪽을 곁눈질 하며 바라보는데 거기엔 평범한 얼굴의 낯선 인물이 서있었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팔꿈치로 가슴을 가격하려 했지만 곧이어 머리가 몽롱해 지는 기분이 듬과 동시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잠시 후 기절 한 것 같이 축 처져 버린 그를 두고 이만석은 웃음을 지었다.
“운이 좋군.”
메모리즈를 통해 이 사내의 머릿속을 훑어본 이만석은 그가 자신을 미행했던 요원들 중에 한 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안토니오가 아닌 카일러 국장 측에 정보를 보내는 연락책을 통해 보고를 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다.
이 쉘튼이라는 이 요원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하나하나 걸러내려 했지만 그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쉘튼이 가려던 곳 또한 이번 안토니오의 행동을 두고 대책을 의논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당연히 그들도 쉘튼과 마찬가지로 부국장 측의 사람들일 것이다.
순식간에 쉘튼의 얼굴로 모습을 바꾼 이만석은 그를 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곧장 그 장소로 향했다.
강서구에 자리 잡은 빌라의 주차장에 차를 정차시키고 나선 이만석이 시동을 끄고 내려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
3층으로 올라가 301호라 적혀 있는 집의 벨을 누르자 30대 초반의 사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쉘튼 처럼 동양계 요원으로 이름은 한스라 불리는 남자였다.
“셰인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셰인이라 불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두 사람과 다르게 까칠한 수염의 백인으로 그 또한 부국장 측의 사람이었다.
짧게 인사를 나눈 이만석이 자리에 몸을 앉히자 한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안토니오가 우릴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그렇겠지. 우리가 진심으로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손을 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게 좋겠어.”
한스의 말에 콜 셰인이 의아하다는 이체를 띄며 바라보았다.
“분명히 해결사가 오면 안토니오 그자가 나서게 될게 분명해. 그 전에 우리가 행동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 보는데.”
“우리 쪽에서 행동에 나서자고?”
그때 쉘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만석이 작은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날고 긴다는 놈 들 중에 총 맞고 죽지 않는 놈 없어. 그건 신분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동물이면 통용 되는 진실이지.”
그 말에 셰인이 다시 말을 받았다.
“네 말은 해결사가 오기 전에 우리가 끝장을 보자는 말이냐?”
“서민준 그놈은 크리스를 죽였어. 부국장님이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상당히 위험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어. 아무리 안토니오가 그 일로 우리를 문책하려 해도 그전에 우리가 한국에서 손을 털고 미국으로 가면 된다는 소리야.”
“쉽지 않을 텐데?”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
웃음을 지은 한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들은 말이야.”
그렇다면 어떻게든 빼내 주겠다는 말이었으니 상부에서 지시를 내리면 아무리 안토니오라도 자신들을 이곳에 계속 잡아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중간에 질문 한 것 말고는 두 사람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만석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둔 방법이 있어?”
“그자를 직접 노리고 죽이는 방법은 쉽지 않은 일이야. 통제실에 들어왔던 것도 그렇고 그놈의 행보를 보면 상황이 그래.”
그렇게 말한 한스가 잠시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유인책을 쓸 생각이다.”
“유인책?”
“직접적으로 그자 스스로 죽으러 오게 만들겠다는 거야. 그리고 그 일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지.”
콜 셰인은 한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만한 방법이 없기는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그 여자의 아버지가 윤정호 의원이니 일이 잘 못 하다 아주 커지는 수가 있어.”
차기 대선후보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니 자칫 잘 못하다가 국가분쟁으로 비화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카일러 부국장이 직접 나서게 된다고 해도 자신들의 책임과 엄벌, 그리고 문책은 절대 피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서민준에게 여자는 하란이라는 그 여자애뿐만이 아니야.”
“지나라는 여자와 차이링 그 여자 말이로군.”
이만석과 관계된 여자에 대해서도 이들은 알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메모리즈를 통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만석 또한 그에 관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사람중에 한 명을 고르라면 차이링이 괜찮을 거야.”
“정지나 그 여자의 아버지가 세진그룹의 정석환 회장이라서 그런가.”
콜 셰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은 한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는 살림을 차렸다고 봐도 될 정도의 차이링이 더 그자와 가까운 인물이기에 말 한거야. 살을 부대끼고 살았으니 정도 더 많이 들었겠지.”
“그렇겠군.”
한스의 말에 콜 셰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가 보기에도 지나라는 여자보다는 더 오랫동안 알았고 동거를 하고 있는 차이링이 서민준의 마음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걸로 보았다.
그들이 보기엔 여자친구인 하란이보다 차이링이 더 그와 가까운 관계로 보여지기도 한 것이다.
이만석과 함께 일성회에서 일을 하는 대다가 딱 봐도 차이링이 아내처럼 살림을 도맡아 내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미 삽합회의 지부장도 아니야. 만약 손을 쓰게 된다고 해도 후환이 적은 것은 차이링 그 여자가 적당해. 아무리 일성회의 위세가 강하다고 해도 윤정호 의원이나 정석환 회장 만큼은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야. 거기다 차이링 그 여자는 아까도 말했다 시피 원래는 일성회와 적대시하던 삼합회를 이끌던 여인이었어. 그리고 상당한 미인이기도하지.”
“한스... 너 혹시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순간 콜 셰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래 말했다.
“그래 보이나?”
그의 농담에 한스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의 여자면 인질의 가치로 상당히 충분하지.”
사진을 통해 보았던 차이링의 미모는 동양의 미인도라는 그림에서 봤을 법한 수려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백인인 콜 셰인이 보아도 정말로 감탄이 나올만한 동양여자인 것이다.
“어때?”
콜 셰인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너 하고 쉘튼 둘이서 얼굴을 봤을 거 아니야?”
어제 아침에 저택을 나서는 이만석을 배웅을 해주는 차이링을 미행을 하기 위해 대기했던 한스와 쉘튼이 직접 두 눈으로 보았던 것을 물어본 것이다.
“내가 두 눈으로 봤던 동양여자 중에는 최고라고 할 만 했어.”
“그 정도인가?”
“아내로 삼고 싶을 정도야.”
“서민준 그 놈이 상당히 부러워지는데.”
“이젠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말이지?”
“하하하!”
한스와 콜 셰인 두 사람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활동하는 요원들인 만큼 거리길 것도 없었으며 상당히 마초적인 기질도 충분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때 이만석은 별다른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쉘튼?”
한 참 웃음을 터트렸던 콜 셰인이 마치 방관자처럼 바라보고만 있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얼굴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가 않는데?”
“그래 보이나.”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이만석의 말에 한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염려가 되는 모양인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안토니오가 우릴 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또한 쉽게 움직일 수는 없는 몸이니까.”
CIA내부에서도 부국장을 따르는 인원들이 적지 않았다.
아무리 국장의 입김이 강하다고 해도 부국장인 찰스 카일러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다.
안토니오가 이곳 한국을 맡고 있는 책임자라고 해도 부국장의 견제가 있는 한 행동이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거 아무래도 쉘튼에게 먼저 양보를 해줘야겠어. 이 친구 표정이 상당히 좋지가 않아.”
콜 셰인이 다시금 농담석인 말을 던지자 한스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군.”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다니?”
작게 중얼거리는 음성에 콜 셰인이 반문을 하며 처다 보았다.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에도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은 걸음을 옮겨 싱크대 쪽으로 향하더니 물 컵을 하나 들고 정수기로 향해 냉수 한 잔을 받아 마셨다.
그리곤 다 마신 물 컵을 그대로 가볍게 옆으로 획 하고 던저 버렸다.
퍼억! 와장창!
“아악! 내, 내눈!”
이만석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콜 셰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들어 코와 얼굴부위에 그대로 유리컵이 적중 당하며 정신을 못 차렸다.
강한 타격소리와 함께 코뼈가 내려앉았고 깨진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며 그의 오른쪽 눈에도 상처를 입혔다.
“이게 무슨 짓이야 쉘튼!”
갑작스러운 일에 경악한 한스가 분노한 얼굴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거리냐고 묻고 있잖아!”
얼굴을 감싸 쥔 채 고통스러워 하는 콜 셰인을 두고 한스가 순간적으로 총을 빼들어 그를 겨누었다.
신속한 동작이었고 본능에 의한 행동이었으며 어딘가 모르게 쉘튼이 이상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쉘튼 너 설마......!”
순간 안 좋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솔직히 어떻게 미행이 붇은지 하루 만에 안토니오가 알 수가 있었단 말인가.
만약 셀튼이 연관되어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행동은 그것만으로 보기에는 또 미심적은 면이 없잖아 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만석을 향해 한스가 경고음을 내뱉었다.
“멈춰 쉘튼. 다가오면 쏘겠다.”
당황스러워 하던 한스는 금세 안정을 찾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요원답게 당황하는 것이 곧 죽음으로 직결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이, 이게 대체?”
침착 했던 것도 잠시 정확히 허벅지를 노리고 방아쇠를 망설이지 않고 당겼지만 마치 돌덩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아 또다시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앞까지 당도한 이만석은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며 괴로워하는 콜 셰인의 대가리를 걷어 차버렸다.
퍼억!
순식간에 바닥을 나뒹굴며 코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바닥에 뿌린 콜 셰인이 몸을 가볍게 떨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
마치 공을 차버리듯 콜 셰인의 대가리를 걷어 차버린 행동에 한스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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