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화 〉 235화 전화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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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하란은 잠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눈은 내리지 않아 화이트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아침에 바라보는 풍경이 조금은 달라보였다.
실제적으로 거리의 모습은 평소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쌀쌀한 찬 공기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간간히 차들이 지나다니는 모습도 늘쌍 보아오던 풍경들이다.
8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었는데 조금만 있으면 약속시간이었다.
원래라면 어제 만나야 했지만 일이 생겨서 만나지 못 해 오늘 이렇게 크리스마스 당일 날에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이만석이 하는 일과 관계되어 있겠거니하고 생각을 해버렸다.
아쉬운 마음도 들어 서운한 감도 없잖아 있었으나 그런 일도 있는 법이라 생각하며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때 익숙한 아우디 차량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다가와 멈춰 섰는데 이만석이 탄 차량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석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웃고 있는 이만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많이 기다렸어?”
당연하게도 하란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온지 얼마 안 됐어.”
“그래?”
“응.”
생긋 웃음을 지은 하란이 그렇게 차량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차량이 갓길을 빠져나갔다.
“오빠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네?”
“그렇네.”
“뭔가 설레는 거 같아.”
얼굴에도 말한 것 과 같이 그대로 설렘이 다 묻어나는 것 같았다.
천천히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는 창밖을 잠시 바라보던 하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어?”
그런 하란이 의아하다는 듯 작은 목소리를 냈다.
“오빠 그 목도리 뭐야?”
손수 털실로 짠 것 같은 목도리를 보며 하란이 놀란 듯 바라보았다.
“선물 받았어.”
“와... 진짜?”
조심스럽게 손으로 만져본 하란이 다시금 놀란 듯 했다.
“정성이 많이 들어갔네... 그리고 상당히 잘 만든 거 같아. 예뻐...”
하란이의 칭찬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선물을 받았다는 말에 놀라기만 할 뿐 크게 의구심을 표하거나 하지 않았다.
천성이 그렇게 밝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쪽으로는 생각지 않는 것인지는 몰라도 하란이는 그저 목도리를 보며 감탄만 할 뿐이었다.
“여기에 이니셜도 새기어져있네? 신경 많이 썼나보다.”
“그래?”
“응... 나보고 이거 만들라고 하면 시간 진짜 오래 걸릴 거야.”
“처음이라더라”
“처음?”
의문을 표하는 하란이의 말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목도리 말이야.”
“진짜?!”
그제야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은 하란이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이게 처음이라고?”
빈틈없이 꼼꼼하게 잘 이어 내려간 짜임새는 전문가의 솜씨라고 해도 다름없을 정도로 잘 짜여 있었다.
“진짜 대단하네...”
조심스럽게 손으로 쓰다듬던 하란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만든 사람 분명히 오빠를 좋게 생각하는 게 분명할거야. 처음인데 이정도의 정성이면 와... 나는 엄두도 못 내겠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들었다.
“답례를 해줬어? 이거 받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됐을 거 같은데...?”
“준비를 하지 못 해 가게에 들러 선물을 사줬어..”
“그렇구나...”
특별히 그 사람이 누군지, 여자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당연히 이런 선물을 할 사람이면 여자임에 분명 할 것임을 알고 있을 태고 그래서 물어볼 줄 알았던 이만석은 하란이의 이런 모습에 조금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굳이 말로 표현 하지는 않았다.
하루가 더 늦춰진 크리스마스 당일 날에 만난 것이지만 잡았던 계획은 바꾸지 않았다.
미술관에 가는 것은 물론 드라이브에다 영화 또한 한 프로 보았다.
카페에서 소소한 시간도 보내고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 또한 맛나게 먹었다.
“받아 오빠...”
차안에서 하란이가 준비한 선물을 이만석에게 건네주었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포장지를 뜯어서 열어보니 안엔 작은 함이 들어있었다.
그걸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값이 제법 나가 보이는 향수가 눈에 들어왔다.
향수를 개봉하여 손등에 살짝 뿌려 향을 맡아보니 시원한 느낌의 민트향이 맡아졌다.
강하지도 않고 코를 심하게 자극하는 향이 아니어서 나쁘지가 않았다.
“향수 하나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이거.”
하란이가 백에서 또 하나의 선물을 꺼냈다.
“두 개나 준비했어?”
“응... 하나로는 부족한 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으니 붉은 색의 고급스러운 보관함이 또 하나 드러났다.
닫혀 있는 뚜껑을 열자 안에는 은색바탕에 금태와 멋스러운 문양이 세공되어 새겨진 지퍼라이터가 하나 자리해 있었다.
“오빠 담배 많이 피라고 선물하는 거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럼?”
“선물 고르다가 그게 눈에 띄어서 고민하다가 샀어.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까 담배는 많이 피지 말았으면 해.”
“말과 선물이 상반되는데...”
“그런가? 헤헷...!”
이만석의 말에 하란이가 쑥스러워 하는 듯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나도 받기만 해선 안 되겠지?”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조심스럽게 품에서 선물 하나를 꺼냈다.
“이거 뭐야?”
상당히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열어봐.”
포장지를 조심히 하나하나 뜯으니 액세서리의 함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들고 조심스럽게 닫혀 있는 뚜껑을 열자 안엔 두 개의 금빛에 영롱한 보석이 박혀 있는 귀걸이 한 쌍에 나왔다.
“와... 예쁘다.....!”
다행이 하란이는 상당히 만족해 보였다.
“오빠 나 이거 착용 해봐도 돼?”
“해봐.”
이만석의 말이 떨어지자 하란이가 조심히 자신이 차고 있는 귀걸이를 때냈다.
그리곤 선물해준 귀걸이를 양쪽 귀에 하나씩 달았다.
“어때?”
“예쁘네...”
“정말?”
“응.”
손거울을 통해 조심스럽게 귀걸이를 확인하는 하란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이런 선물 하나에 참으로 이렇게나 기뻐해 주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했다.
“이제부터 이것만 착용해야겠다.”
“그러지 않아도 돼.”
“아니야~! 오빠가 선물해 준 것인걸? 소중하게 끼고 다닐 거야.”
그러고 보면 하란이는 이만석이 선물해준 목걸이와 팔찌를 지금도 착용하고 있었다.
이만석이 선물을 해주는 것 하나하나를 모두 귀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
“고마워 오빠.”
밤이 찾아오고 어둠이 깔렸을 때 이만석의 팔짱을 끼고 있는 하란의 뺨이 옅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이렇게 잠자리로 향하는 이 시간이 언제나 같이 기대감과 함께 두근거림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관계를 가지는 것에서 찾아오는 즐거움을 이만석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된 후부터 하란이는 은근히 이만석의 손길을 바라기도 했다.
모텔로 향하는 발걸음 또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키를 받아 5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더블사이즈의 침대에다 청장에 거울이 달려 있었고 반투명한 샤워장의 시설은 은근한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따로 술한잔 마시며 쉴수 있는 거실이 또 하나 마련되어 있었는데 길다란 가죽소파에다 40인치 벽걸이 티비에 갖가지 편의시설과 양주와 다른 술들이 마시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고 냉장고 안엔 병맥주들도 구비되고 마련되어 있어 이 모텔에서도 돈쫌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는 특실로 불리는 곳이었다.
가격 또한 일반실보다는 적어도 몇 배 이상 뛰는 만큼 만만치 않았지만 이만석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빠...”
이만석의 목을 끌어안은 하란이 그의 입술을 찾으며 입을 맞추었다.
자연스럽게 벌어지며 서로의 혀가 엉키며 타액을 교환했다.
이만석의 손이 하란이의 짧은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가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쯉...!”
서로의 입속을 드나들며 뜨거운 키스를 나누다 천천히 입을 때어낸 하란이 은근한 시선으로 보라보았다.
“같이 샤워해 우리...”
그녀의 시선에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에 망설이지 않고 옷 하나하나를 벗어던지는 하란이의 풋풋하면서도 늘씬한 몸매가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오빠...”
이만석에게 재촉하는 그녀의 두 뺨은 더욱더 붉혀져 있었다.
“먼저 들어가... 금방 갈 테니까.”
“으음...”
작은 숨소리를 내뱉었던 하란이 곧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빨리 와야해?”
“알았어.”
그렇게 하란이가 안으로 들어가고 샤워기가 켜지는 소리를 들은 이만석이 품에서 폰을 꺼내들었다.
번호를 누르고 잠시간의 신호음이 가는 듯 하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주변에서 얼쩡거릴 셈이지.”
[서민준?]
전화는 받았으나 한 발 앞서 입을 연 이만석의 말 때문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듯 한 굵직한 음성이었다.
[내..전화번호까지 알고 있었나?]
“저번에 말했을 텐데... 귀찮게 굴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어서 들려오는 질문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자신의 할 말을 했다.
“경고는 한 번으로 끝임을 알았어야 했다. 당신이 말한 무모한 행동이 무엇인지 보여줄 테니 기대해도 좋아.”
순간 뭐라 말을 하는 음성이 들려왔지만 이만석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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