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233화 그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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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언제나 사람이 많은 번화가라고 하지만 오늘은 더 특별이 많이 보이는 듯 했다.
특히 연인이라 할 수 있는 커플로 보이는 이들이 눈에 띄었는데 이브라 그런지, 아니면 의식을 해서 바라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둘 중에 하나는 확실했다.
하지만 차이링은 그런 사람들이 전혀 부러울 것이 없었다.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부쩍이네.”
사람들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웃음을 지었다.
“가볼까?”
“응.”
조심스럽게 그녀가 이만석의 손을 뻗어서 잡았다.
그러자 이만석 또한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꽉 쥐어 주었다.
그녀는 그런 이만석의 행동이 너무나 가슴이 두근거리게 했다.
어떤 심정으로 그가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응해 주는지 알고 있으니까.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향해 사람들이 한 번씩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만석은 물론이고 차이링 또한 너무나 예쁜 외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선남선녀의 모습이 절로 눈길이 가는 것이었다.
차이링은 이런 시선을 처음 받는 것이 아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만석 또한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별로 당황스러워 하거나 그러는 모습이 아니었다.
외모가 바뀌고 나서 자신을 바라보는 저 시선도 이젠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만석과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길거리를 거닐었다.
옷 가게가 있으면 거기에 들르기도 하는 등 길거리를 거닐며 데이트를 가졌다.
특히 이만석은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듯 보이는 옷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계산을 했다.
이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이만석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주지 못 해서 그렇다고 했다.
거기다 귀금속 가계에 들려 예쁜 팔찌 또한 하나 사서 직접 차이링의 팔에 걸어주었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팔에 걸어주는 팔찌를 보면서 그녀는 너무나 행복한 느낌을 맛보았다.
그렇게 길거리 데이트를 하다가 중간에 예매해 두었던 영화시간표에 맞춰서 보러 향했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였는데 중간에 추격씬이나 폭발장면, 그리고 로맨스씬까지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영화를 다보고 나오니 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만석은 그런 차이링을 데리고 식사를 하기위해 분위기 좋은 강남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고 난 후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어디 가고 싶은 대라도 없어?”
“가고 싶은데?”
“만약 있다면 그리로 데리고 가줄게.”
“흐응~! 무리하는 거 아니니?”
콧소리가 가미된 차이링의 농담석인 말에 이만석 또한 짧게 입을 열었다.
“이브니까.”
“후훗...!”
그의 말에 그녀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특별히 가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응... 이렇게 당신하고 가지는 둘 만의 시간만으로도 난 만족하고 있으니까.”
이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이만석의 말이 절대 거짓이 아님을 그녀는 너무나 잘 느끼고 있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자신에게 바라보던 눈빛이나 웃음에다 말까지, 전부 배려를 해주고 신경도 써줬다.
“당신이 나에게 해주고 있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선물같이 느껴져.”
“말이 거창하군.”
그 말에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의 모습에 차이링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어머? 당신 농담으로 생각하는 거야?”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웃으며 바라반 보는 그 모습에 차이링은 눈을 흘겼다.
“뭐예요~? 계속 짓고 있는 그 웃음은?”
나긋한 목소리로 차이링이 그렇게 말하자 이만석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부담스러워서 그런다.”
“부담스럽다니... 나 상처받았어.”
“그럼 사과해야하는 건가?”
“당연하죠~”
“으음...”
“빨리 해줘요. 당신 노력하겠다면서?”
은근히 바라는 그녀의 시선에 이만석이 작게 대답했다.
“마안하다.”
“정말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차이링이 싱긋 미소 지었다.
“그 사과 받아드릴게요.”
“뭔가 말려든 것 같은 느낌인데.”
“흐응~ 말려들고 있다는 게 뭘까?”
능청스럽게 넘기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은 결국 피식했다.
하나 둘 요리가 나오고 식사를 하는 내내 그녀의 목소리를 밝았고 대화도 목청도 발랄했다.
어제 그 어두웠던 모습이 어디에 있냐는 듯이 말이다.
이만석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그렇게 바라보는 걸까?”
이만석의 시선에 차이링이 은근한 눈빛으로 처다 보며 눈을 마주쳤다.
“차이링 네가 예뻐서 그래.”
그녀의 말에 이만석이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나 예쁜 거 이제 알았어?”
“어..”
“너무했다... 당연히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차이링은 가볍게 농담을 즐기는 이런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온 차이링은 이만석과 함께 응접실에서 잔잔한 노래를 틀고 가볍게 술 한 잔을 걸쳤다.
괜찮은 바나 그런 곳에서 한잔 하려고 했는데 집에서 마시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이 와인을 포함해서 먹을 안주거리들을 사가지고 온 것이다.
그렇게 소소한 둘 만의 시간을 가지며 레드와인 한 잔을 걸치며 분위기를 잡았다.
“나도 결국엔 한 명의 여자였나봐.”
천천히 이만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차이링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의 눈빛에, 목소리에, 그리고 행동에 따라 이렇게 상처받고 웃고 있는 나를 보면 말이야.”
말없이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이만석은 손을 뻗어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이런 건줄 몰랐어.”
누구에게도 크게 마음을 주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이젠 그런 자신의 가슴에 한 사람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떨쳐내려 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어제 당신이 그랬지? 내가... 알고 있는 서민준이라는 남자가 진정한 당신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녀가 했던 말을 이만석 또한 잊지 않고 있었다.
“맞아. 당신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라. 그리고 왜 나 같은 놈은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을지 모른다는 말을 했는지도 알 수가 없어.”
거기까지 말한 그녀가 고개를 살짝 틀어서 이만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말해 줄 수 있어?”
“......”
“당신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고 싶어.”
당당하면서고 거침이 없는 그가 그런 말을 하게 만들었던 그 일이 차이링은 너무나 궁금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녀의 물음에 이만석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차이링의 무름에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만석은 놓아져 있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목을 축이더니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난 너무나 못 난 아이였어.”
“못났었다고?”
“어... 좀 어벙한 면도 있었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 했어. 거기다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니어서 새 옷을 입는 것도 아주 손에 꼽았던 것 같아. 주로 얻어 입거나 오래되어 낡은 옷들이 대부분이었어.”
생각지도 못 했던 그의 어린시절의 얘기에 차이링은 조용히 들었다.
“그런 내가 좀 많이 멍청하고 추잡해 보였던 것 같아. 남자 애들은 물론이고 여자애들에게 까지 놀림감이 되고 결국엔 따돌림까지 당했으니까.”
애들이 뭐라고 해도 어떻게 한 마디조차 할 수가 없었다.
흔히 덩치가 쫌 있는 애들의 손지겁이나 사나운 눈초리가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그런 애들의 따돌림은 그래도 참을 만은 했어. 스스로 위로하고 무시하면 되었으니까. 걔네들이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만큼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대로 그 순간만 넘기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하지만 아버지만은... 그렇게 넘길 수가 없었어.”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에 차이링또한 표정이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아버지라는 말에 그녀도 어린 시절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술만 마시고 들어오는 날은 참으로 굉장한 날이었지. 도대체 너 같은 놈은 제대로 하는 게 뭐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손지겁 까지 맞고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아.”
일용직으로 먹고 살았던 이만석의 아버지는 참으로 다혈질에다 성질이 좋지가 않았다.
지금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오라고 시키면 안 되지만 그때는 이만석에게 술신부름을 참 많이도 시켰었다.
그렇게 한 잔 걸치고 오거나 집에서 한 두잔 마시다 취기가 오르면 집안 꼬라지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나중엔 욕설까지 오고갔고 그러다 결국 손까지 들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죄송하다고, 잘 못 했다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이만석을 뭘 잘 했다고 처 우느냐고 손을 휘둘러 머리통을 쌔게 때린 적도 여러번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용서 할 수 없었던 것은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어.”
하지만 이만석은 그런 아버지의 폭력보다도 자신을 감싸주며 머리채를 잡히거나 뺨을 때리며 쌍욕을 하는 모습이었다.
친구들도 없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이만석이 그나마 의지하고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하고 우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가 힘이 들었었다
“그런 어머니보고 참다 못 해 도망가라고 했어. 나는 괜찮으니까 멀리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라고 하고 싶었어. 하지만... 난 그러질 못 했어.”
이만석이 보기엔 어머니는 아직 젊었고 예뻤다.
이런 집구석만 벗어난다면 얼마든지 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떠나게 되면 혼자 남게 될 것이 두려워 이만석은 그러지 못 했다.
물론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해도 떠났을 어머니가 아니었지만 이만석은 그런 말조차 건네주지 못 하고 속으로 담고만 있었다.
그렇게 계속되는 가정폭력에 결국 참다 못 해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심하게 두드려 맞았다.
그러다 하를 참지 못 하고 고무호스를 뽑아와 휘두르기도 했는데 손으로 맞는 것 보다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대 뿐 결국 어머니가 나서서 말리다가 그 폭력은 자신에게서 어머니에게로 또다시 바뀌게 되었다.
그런 생활들이 너무나 싫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자신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눈물과 콧물만 질질 짜기만 했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의 폭력이 너무나 심해지자 이웃주민들이 신고를 한 것인지 경찰이 찾아와 결국 공방 끝에 30일간 구치소에 수감되게 되었다.
“아버지의 욕설과 폭력에서 해방되고 나서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아. 그렇게 평화로웠던 나날들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 였어.”
추운 겨울날이라도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그 해에 이만석은 처음으로 선물을 받았다.
밤늦게 안자고 어머니가 뭔가를 하고 있는 건 알았는데 그게 설마하니 자신의 목도리 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받는 선물에다 목도리여서 어렸던 이만석에게 너무나 행복하고 설레었던 것이다.
{엄마 나 목도리했어!}
목도리를 두르고 흥분 한 얼굴로 입을 여는 아들의 그 모습에 어머니는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아들 멋지네... 잘 어울려.}
그렇게 목도리를 두르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으로 나선 이만석은 그 어떤 날 보다도 따뜻했다.
이 목도리를 하고 있으면 아무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춥지가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일명 뽑기라 불리는 달고나를 틀에 찍어서 파는 아저씨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만석을 보고 어머니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말없이 품에서 동전을 꺼내 쥐어 주는데 흘러내리는 콧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바라보는 이만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언제나 다른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바늘을 콕콕 찍어서 이어 엿이나 상품을 타기위해 모형에 맞게 뽑기를 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는데 처음으로 해보게 된 것이다.
동전을 아저씨에게 건네주고 그렇게 하나의 달고나가 자신의 앞에 놓여졌을 때 이만석은 작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뒤에서 어머니는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길지가 않았어.”
30일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빨리도 지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그날 결국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것인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사정없이 폭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서방이 구치소에 있었는데 밥은 잘 넘어갔느냐는 둥 여러 소리를 하면서 폭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이만석은 그런 아비저의 폭력을 말리기 위해 나섰다가 맞게 되었다.
사정없이 아들을 때리는 모습에 어머니는 차라리 자신을 때리라며 멀리다가 밀쳐버리는 아버지의 손길에 그만 좁은 방 한 쪽에 있던 나무밥상의 모서리에 머리가 찍혔다.
그런데도 이미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는 이만석에 대한 폭력을 멈추지 않았는데, 그러다 피가 아주 많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 아버지가 119에 신고를 했지만 그길로 뇌출혈에다 과다출혈로 돌아가시고 말았던 것이다.
사고였지만 살인죄로 결국 아버지는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말았다.
친척들의 도움으로 장례식을 치루는 이만석은 그날 미친 듯이 눈물을 흘렸다.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없었다면 어머니는 이렇게 잡혀 있지 않아도 되는 건데. 내가 있으니까. 나 같은 놈 때문에 어머니가 그렇게 떠나게 됐다고 생각했어.”
뭐 하나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자신을 아버지는 참으로 좋게 보지 않았다.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며 욕설과 잔소리는 기본에 폭력까지 휘둘렀다.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이민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하루 종일 눈물을 쉬지 않고 울었던 것 같았다.
더 이상 어머니를 볼 수 없었으니까. 아무리 엄마라고 불러도 대답해 줄 수 없었으니까.
달고나를 바라보는 자신의 작은 손에 동전을 쥐어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은 이제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어. 내가 잘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해도 어머니는, 엄마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어.”
엄마가 죽은 게 다 자신 잘 못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잘 했다면, 멍청하고 바보 같지 않았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이만석은 계속해서 눈물과 콧물을 쏟아냈다.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어린아이였던 이만석은 보고 싶다고, 그렇게 엄마, 엄마라고 라고 계속해서 찾아 부르며 울었다.
이젠 영원히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이 모는 게 다 자신의 잘 못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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