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232화 그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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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가볍게 차 한잔을 가지는 자리를 가졌다.
설거지도 이만석이 하려던 것을 차이링이 직접 나서서 자신이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고집을 차이링이 꺾을 수는 없어 소파에서 쉬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설거지를 다 끝냈을 때 이만석은 차를 준비했다.
그의 이런 행동을 그녀는 말없이 지켜봐주었다.
어떤 마음으로 그가 이런 행동을 해주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 했다.
다만 아직도 눈앞에 있는 이만석의 모습이 믿기지가 않았다.
전화통화에서도 그렇고 분명히 약속시간하고 다 잡아 놓았을 것인데 그가 이곳에 자신과 함께 있었다.
{미안하다.}
조금 전에 식사를 하면서 이만석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사과가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가볍게 꺼낸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대답을 하기까지 그리고 있는 것도 다 여러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눈앞에 차를 만들고 있는 이만석은 전혀 신기루와 같이 허상이 아니었다.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차 두 잔을 다 만들어 쟁반에 잔을 놓은 이만석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차이링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당신하고 같이 가려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같이 응접실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앉은 이만석이 타가지고 온 커피 한 잔을 그녀의 앞에 놔두었다.
“아침이라고 했지만 9시가 넘어서 먹었으니 좀 늦은 감이 있어.”
“국하고 끓이고 하려면 많이 피곤했겠다. 당신도 술 많이 마셨던 것 같던데.”
어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차이링은 탁자에 놓여 있는 양주병과 재떨이에 쌓여 있는 꽁초들을 볼 수가 있었다.
잔을 들어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한 이만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숙취가 없었으니까.”
“많이 마셔놓고 숙취가 없을 리가 있니?”
자신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 넘기는 그녀를 보며 이만석은 별 말 없이 그렇게 넘겼다.
일정량의 알콜 이상은 모두 땀으로 배출시키거나 날려버렸으니 당연히 숙취가 없었다.
일반적인 사람의 몸이 아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고 그걸 알려주지 않는 한 차이링은 당연히 모를 것이다.
알려준다고 해도 믿을지 의문이지만.
"식탁... 어제 치운거야?“
“어... 어지럽혀진 채로 놔둘 순 없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모습이었지만 정작 얘기를 꺼낸 차이링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바닥에도 그렇고 식탁도 엎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혼자서 그걸 다 치운 것이다.
“미안해 할 것 없어.”
그녀가 무슨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 알고 있는 것처럼 이만석은 그렇게 말했다.
“내가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사실 말하면 자신도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처리를 했으니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잠시 동안의 적막감이 감돌고 그 사이 이만석은 다시 한 모금 더 마셨다.
“약속은 어떻게 됐어?”
미뤄 둘 수 없는 이야기.
원래 이만석은 오늘 집에 있으면 안 되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렇게 이브날 자신과 함께 이 자리에 존재했다.
“하란이 한테 전화했어.”
“전화?”
“일이 생겨서 오늘 못 볼 거 같다고.”
“......”
“다행이 이해해줘서 내일 오전에 만나기로 했어.”
“서운했을거야.”
하란이 또한 이브 날을 많이 기다렸을지 모른다.
그런데 돌연 취소가 되었으니 자신이라도 서운 할 것이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만석 또한 그럴 것이란 말을 하니 차이링으로썬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하란이 뿐만은 아니겠지.”
말을 잊지 못하는 그녀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차이링 네가 나를 얼마나 좋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관심을 가지진 않았던 것 같아.”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를 꺼낸 이만석은 그렇게 자신이 속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래서 어제 잠들기 전에 생각을 좀 해봤어. 네가 나에게 가지는 마음에 대해서.”
자신의 얘기를 듣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난 그리 좋은 놈이 되지는 못 해. 마음이 넓은 것도 아니고 착하다고 볼 수도 없어. 어쩌면 이기적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서만 더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야.”
품에서 담배를 꺼내든 이만석이 한 개비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널 하란이 만큼 사랑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받아들이는 그녀의 입장에선 쓰라린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이건 확실해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을 좋게 하지는 않았다.
“알고 있어. 어제 당신의 말을 듣고 확실히 느꼈으니까.”
그녀는 그런 이만석의 말에도 웃음을 지으며 차분히 받아들였다.
그가 하란이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그녀도 모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이곳에 자신과 있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었다.
“날 계속 좋아하게 되면 네가 힘들 수도 있어.”
“......”
“어제처럼 가슴이 아프게 하는 날도 분명히 또 생길 수도 있을 거야.”
“......”
가만히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이만석이 담배를 폐 깊숙이 빨았다가 내쉬는 잠시간의 텀이 지나가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대도 네가 계속해서 날 사랑하겠다면... 노력해볼게.”
“당신...”
얘기의 끝에서 나온 마지막 말에서 차이링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아까도 말 했듯이 차이링 널 하란이 만큼 사랑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볼게.”
이만석의 말은 다른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냉정 한 말일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실히 했으니까.
하지만 차이링은 그가 노력하겠다는 이 말, 그 한 마디가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도 더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노력하겠다는 그 말.
이만석에게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조그마한 마음이었다.
하란이 만큼은 바라지도 않았다.
조금만이라도 자신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
지금 이만석의 말은 그걸 차이링에게 허락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말이었다.
“오늘은 이렇게 차이링 너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노력하는 하나의 행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자신이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그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녀의 선물과 행동, 그리고 그동안 봐왔던 그녀답지 않게 생각지 못 했던 행동과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만석은 자신이 그녀의 마음에 얼마나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지 느끼게 되었다.
하란이 만큼 사랑해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보같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이 여자에 대해서 진심으로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다.
12시쯤 되었을 때 이만석은 밖으로 나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집안에만 있는 것은 좀 그랬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차이링은 그런 이만석의 제안을 좋게 받아들였다.
그와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데 데이트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진하게 화장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기초화장만을 하는데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하얀색의 레이스블라우스에 진한 색감의 데님 진을 입은 후 베이지색 와이드 카라의 코트를 입었다.
힙 라인을 살려주고 쭉 벋은 차이링의 다리는 누가 봐도 날씬하다고 할 만 했다.
전체적으로 현대도시녀의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도 풋풋한 분위기도 그대로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머리정돈을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외출준비를 끝낸 차이링이 백을 들고 안방을 나서니 소파에 앉아 있던 이만석이 몸을 일으켰다.
“준비 다했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이만석이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갈까.”
집을 나서 주차되어 있는 아우디 차량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켜고 안전벨트를 착용한 후 음악을 튼 후에 그렇게 집을 나섰다.
도로에 들어서 달려가는 와중에 차이링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꿈은... 아니겠지?’
몇 번이고 생각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아도 이게 정말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브라서 사람들이 많이 부쩍일거야.”
번화가는 물론이고 백화점이나 상점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길 터였다.
캐롤이 흘러나오고 트리도 눈에 띌 태지만 무엇보다 요즘에는 연인들의 날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커플이면 함께 보내야 하는 날들 중에 하나였다.
특별한 뭔가를 하며 뜻 깊은 날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차이링에게 있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와 함께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있다면 불편한 법이다.
평범한 일이라도 마음이 맞는 이와 함께 한다면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해 질 수도 있는 법이다.
이런 시간들 하나하나가 그녀에게는 전부 특별하게 다가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 이만석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운전을 하는 모습이었고 늘 지켜봐오던 얼굴이었다.
이제 이 남자가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은 그녀였다.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에 이만석이 의아한 듯 말했다.
“고마워서 그래...”
“고맙다니?”
“이렇게 지금 당신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당신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 게 고마워.”
감성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음성에 이만석은 아무대답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쓴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이링도 따라 웃음 지었다.
그녀는 정말로 고마웠다.
그와 만나게 된 것부터 시작해서 노력하겠다는 그의 말까지.
그리고 자신이 정성스럽게 짠 목도리를 목에 둘러매고 나와 준 그의 마음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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