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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31화 (231/812)

〈 231화 〉 231화 그녀의 마음

* * *

얼마나 잠을 잤을까.

눈꺼풀이 조금씩 떨리며 천천히 잠에서 깨어난 차이링은 흐릿한 시야가 바로 돌아오며 방안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잠시 동안 올려다보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나보구나.’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 빈자리를 바라보던 차이링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어지러운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만큼 숙취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사람...’

차이링은 어제 이만석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 기억이 그에게 상처가 될 정도로 너무나 좋지 못 한 기억이라는 것이다.

‘난... 여자친구가 아니니까.’

하지만 과연 자신이 그의 상처받은 마음을 감싸 줄 수 있는 자격이 될까.

그런 생각을 했던 차이링은 다시금 가슴이 아려오며 공허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쯤이면 그는 하란이와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크리스마스이브.

많은 연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늘 하루 같이 밤을 지새우며 둘 만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그런 날.

하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 날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여자친구인 꼬마아가씨, 하란이었다.

차이링의 머릿속에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진심이 우러나오지 않는 말은 결국엔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올 거라 던 그 말.

그게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이링은 그런 말이라도 해주기를 바랐다.

비록 빈말이라고 해도 자신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었으면 했다.

그만큼 그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그렇게 그는 자신의 말에도 차가운 모습을 보여왔다.

마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이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랬던 그가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등지고 있어서 보지 못 했지만 분명히 목도리엔 물방울로 인해 젖어 있던 자국이 몇 군대 보였다.

거기다 그가 말했던 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지 모른다는 말은 그녀로 하여금 가슴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그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지 모른다니.

사실 이 말은 차이링에거도 익숙한 말이었다.

차이링 그녀 또한 그런 생각을 수십 번 속으로 되새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악하고 더러운 손길이 자신에게 뻗쳤을 때 그녀는 너무나 그 상황이 힘들었고 무서웠었다.

왜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 했다.

만약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말을 속으로 여러 번 되새겼던 것이다.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격지 않아도 될 일이었기에.

십령방주인 장차오를 만나기 전 차이링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악착같이 노력했고 달라 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을 무시 하지 못했고 무시하는 이가 있다면 따끔한 맛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그때의 여리고 나약했던 소녀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한 명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달라졌다고, 성장을 하였어도 이만석 앞에선 그녀는 한 명의 여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차이링은 그걸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만석에게 다가갔는데 그런 그가 자신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을 때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는 아직도 그 기억들을 잊지 못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걸 치유해 줄 수 있다면, 감싸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자격이 있을까. 과연 자신에게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을까.

표정이 어두워지는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공허해 보였다.

“일어났어?”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차이링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문 앞에 서있는 이를 보고 차이링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

거기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서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미 여기엔 없어야 할 사람.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것이다.

“다, 당신...”

차이링의 목소리가 상당히 떨렸다.

이건 정말로 생각지도 못 한 일이다. 치이링은 손으로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헛것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눈을 다시 깜빡였다가 떠봐도 눈앞엔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서있었다.

“정신 차리고 나와... 아침 식사 다 차렸으니까.”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몸을 돌려 나갔다.

그 모습을 차이링은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서 일까.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

순간 그녀는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손으로 눈 주변을 비비고 닦아내도 점점더 뿌옇게 변할 뿐 똑바로 보이지가 않았다.

“으흐흑...!”

결국 차이링은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상했다.

그가 옆에 없는 것을 보고 만나러 갔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놀랍게도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기뻐해야 할 일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면 안 되는데, 좋아해야 할 일인데 차이링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흐흐흑...”

차이링은 그 자리에서 한 동안 고개를 들지 못 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얼마동안 눈물을 흘리고 나니 진정이 된 차이링은 티슈를 꺼내 눈가를 닦아냈다.

이런 모습으로 안방을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게 점점 더 문으로 다가갈수록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문밖의 풍경을 바라보기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나섰는데 그가 없다면, 조금 전의 모습이 정말로 허상이었다면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떨리는 심정을 뒤로하고 문 앞에 멈춰선 차이링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손잡이를 잡고 돌려 천천히 문을 연 차이링은 마음을 다 잡고 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가 있었다.

식탁 쪽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멈춰서 있는 이만석의 모습을.

그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보던 차이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두 세발자국 정도의 거리의 앞에 멈춰선 차이링은 이만석과 시선을 마주했다.

“기다려도 나오지 않기에 다시 가려던 참이었어.”

차분한 목소리로 이만석은 그렇게 말했다.

“미안해.”

차이링은 그를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울었어?”

자신을 바라보던 이만석의 조금 의아한 듯 물음을 던지자 차이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음지었다.

“하품을 해서... 그래서 그렇나봐.”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은 이상한 말이었다.

“그래?”

하지만 이만석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걸음을 옮겨 식탁으로 이동한 차이링이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보며 놀란 듯 바라보았다.

“이거다 당신이 차린 거야?”

얼큰해 보이는 콩나물무국에 계란 후라이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얇게 썰어서 구은 스팸 구이에다가 시금치무침에 그 왜 여러 가지 반찬들까지.

많이도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이중에 반은 차이링 네가 만든 거야.”

자리에 앉은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국을 떠먹어보았다.

얼큰하고 시원한 게 입맛이 도는 것 같았다.

“콩나물국이 해장에 좋다고 해서 끓여봤어.”

“당신도 요리를 했구나...”

“나도 혼자서 살았으니까.”

밥이 꼬들꼬들하게 보이는 것이 어제 만든게 아닌 오늘 아침에 만든 새 밥으로 보였다.

조심스럽게 밥 한 숟갈을 떠서 먹은 차이링은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밥이 잘 됐어.”

젓가락으로 시금치를 집어 먹어보았다.

시금치를 대쳐서 무쳤는데 고소한 참기름과 양념이 잘 배어 나왔다.

그것 말고도 다른 반찬들도 한 번씩 먹어봤는데 주로 이만석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것 위주로 먹었다.

“차이링.”

그렇게 밥을 먹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만석이 그녀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미안하다.”

조심스럽게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 던 그녀는 순간 그대로 동작이 멈추고 말았다.

그렇게 잠시 간의 시간이 지나고 차이링은 다시 식사를 이어갔는데 이만석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그가 했던 미안하다는 말에 대해서 설명이 없었지만 차이링은 그게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당신... 요리 잘하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차이링이 그렇게 말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보다.”

그러더니 엄지손가락으로 눈 주변을 가볍게 쓸어서 닦아 냈다.

“나... 한 그릇 더 줄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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