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화 〉 226화 그녀의 마음
* * *
“후우~!”
해가지고 어둠이 내리 깔리는 시각.
이만석은 피고 있던 담배꽁초가 거의 다 타들어 갔을 무렵 바닥에 버려 발로 끄고는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전화번호를 눌러 걸고는 귀이 가져다 되었다.
잠시 동안 신호 흠이 가는 듯 두 세 번 정도 울리다가 곧 영어로 물음을 던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만석은 곧바로 지체하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나요. 보고하려고 전화했는데...”
신기하게도 이만석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의 목소리가 아닌 미행을 왔던 남자의 음성과 상당히 비슷했다.
[말해보시오.]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대답하는 그의 말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2시쯤 넘어서 집을 나서기에 따라 갔는데 그 서초동의 고층빌딩에 들어가는 걸 봤소.”
[서초동?]
“그렇수다...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 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주변을 지키고 선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이들부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소.”
[서초동이라면 본사인가...]
“본사?”
[당신은 상관없는 일이니 계속 말해보시오.]
“계속 말해라고 하니 말해 드리지... 그래서 언제 나오나 지켜봤는데 그게 3시50분 쯤 넘어서 나와 어디론가 급하게 가기에 따라 붙었소.”
[어디론가 급하게 갔단 말이오?]
“그렇지... 그래서 따라 붙어서 갔는데 그게 컨테이너창고 더 란 말이요...”
[컨테이너창고?]
“그런 거 같은데 이거 참......”
말을 하다 말고 중간에 난처한 목소리로 말하는 음성에 절제된 목소리로 다시금 물어왔다.
[뭘 보았소?]
“이게 말로 하는 것 보다는 직접 와봐야 할 것 같 수다.”
[......]
“아무래도 설명을 하는 것 보다는 당신이 직접 와서 보는 게 더 확실 할 것 같아서 그런 거요.”
잠시 말이 없던 상대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금 어눌한 한국어가 폰을 통해 들려왔다.
[거기가 어딘지 말해보시오.]
“여기가 어디냐면...”
장소를 알려주는 이만석의 입고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내고 이만석은 다시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폐 깊숙이 빨았다가 입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뭐하는 놈인지 기다려볼까.”
연식이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컨테이너 창고들을 등지고 서있는 이만석은 어느덧 어둠이 내리 깔리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다시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길을 따라 걸어 올라오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한 샐러리맨 복장의 이들은 서양인들로 두 사람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산을 끼고 있는 비탈길에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은 상황이라 그들은 아직 이만석을 발견하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렇게 20보정도로 가까워 졌을 그 사이 한 쪽으로 물러나 있던 이만석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들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민준?”
그때 이만석의 머릿속에 있는 서양인의 사내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름을 불렀다.
“역시 날 아는 모양이군.”
대번에 자신을 알아보는 모습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입을 열었던 이의 옆의 사내가 품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그대로 뭔가를 빼들었는데 놀랍게도 총이었다.
뭐라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권총을 빼든 것이다.
쏘려는 것인지, 아니면 협박을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순간 이만석은 지체하지 않고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설마하니 총을 빼든 상태에서 정면으로 내달릴 줄은 몰랐던 지라 순간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는데 그러는 사이 지척에 다가간 이만석이 그대로 머리를 발로 후려 차버렸다.
퍼억!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몸이 반쯤 돌더니 바닥에 나둥굴며 비탈길 넘어 나무에 부딪쳤다.
머리를 강하게 후려 맞아서 그런지 몸을 두어번 떨다가 그대로 축 늘어진 사이 이만석은 순식간에 훈련을 받은 것인지 재빠르게 거리를 벌리고 이쪽을 향해 총을 꺼내들어 방아쇠를 당기는 이를 볼 수가 있었다.
정확히 이만석의 왼쪽 다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데 아무래도 죽일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푸슛!
작은 소리와 함께 날아든 총알은 이만석의 왼쪽 장딴지를 맞추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놀랍게도 총알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이 알 수 없는 모습에 당황하는 사이 순식간에 그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이만석이 그대로 머리를 잡았다.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 노력을 해야 하건만 머리를 잡힌 남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몸이 석상처럼 굳어버려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머리를 잡은 이만석이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메모리즈를 사용해 머릿속을 훑어버렸다.
순간 사내의 몸이 떨리더니 그대로 눈을 흰자위로 까뒤집었다.
털썩!
잡고 있던 머리를 놔주자 바닥에 허물어져 버리는 사내를 이만석은 무심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로부터 5분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이만석은 구로구에 자리한 스카이엘텀이라고 적혀 있는 5층 빌딩건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계 기업 무역회사로 알려진 건물이었으나 그 앞에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자리에 터를 잡고 활동하진 않는다는 건가.”
아무래도 이집트와 다르게 대놓고 건물을 빌려 터를 잡은 채 활동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지부거점을 옮겨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동안 건물을 바라보던 이만석은 인적이 없는 순간 그대로 사라지듯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모습을 감춘 이만석 먼저 관리실로 향해 감시카메라를 무마시켜버리곤 그대로 5층의 사무실로 워프했다.
그곳은 크게 띠워진 스크린화면과 컴퓨터화면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타자를 치는 이들의 모습도 모두가 범상치 않았다.
그들의 뒤에 서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연갈색 머리의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중년인은 고심하는 표정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이만석을 보고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뭔가 비밀이라도 캐내고 있었나보지.”
한국내에서 일어나는 핫이슈들이나 정보들이 띄어져 있는 화면을 힐끔 바라 본 이만석이 자신을 보고 당황하는 이들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서민준 네놈이 어떻게?”
특히 뒤에 서서 지휘를 하는 듯 보이던 중년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국을 맡고 있는 CIA의 책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한국어 발음은 상당히 괜찮았다.
푸슛!
“크악!”
안쪽에 앉아 있던 이들 중에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품속으로 향하는 순간 이만석이 방설이지 않고 그쪽으로 총을 쏴버렸다.
순간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바닥을 적셨는데 검지손가락이 그대로 관통당하며 잘려버렸다.
옆에 있던 이가 그 모습에 당황하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서둘러 지혈을 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역부족 했는지 금세 손수건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다음엔 머리다.”
중년인을 향해 똑바로 바라보며 이만석이 영어로 말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지며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총을 쏴버리는 이만석의 행동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빨랐다.
신체반응이 저렇게 빠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 순간에 대처를 하려던 이의 손을 쏴버린 것이다.
“엔더슨으론 부족했나보군.”
“......”
“아니면 여기서 당신의 머리에 구멍이라도 뚫으면 만족을 좀 하려나...”
이만석의 말에 가만히 바라보던 중년인이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서민준... 이게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알고 있나?”
“무모한 행동?”
“이번일로 네놈은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타깃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타깃이라...”
“그리되면 네놈이 죽을 때까지 평생 쫒기며 살게 되겠지. 이곳 한국내에 서도.”
이만석이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이 상황을 저시시키는 게 먼저였다.
“로빈 안토니오...”
처음 당황했던 표정과 다르게 침착하게 입을 열었던 중년인이 이만석이 자신의 이름을 말한 순간 눈동자가 잠깐이지만 떨렸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놀라운가.”
하지만 이만석은 중년인의 떨리는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로빈... 당신이 보기엔 내 행동이 무모해 보이나.”
“......”
푸슛!
순간 이만석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대로 눈 깜짝 할 사이에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크리스!”
순간 구석진 자리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를 했는데 허튼 수작을 부리는군.”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다시 안토니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느 정도지...”
표정이 굳어져 있는 안토니오를 향해 이만석이 차가운 시선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말해봐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