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224화 그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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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이와의 전화통화를 끝내고 그렇게 다시 소파로 돌아와 몸을 앉힌 이만석이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좀 통화를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뜨거웠던 커피가 미지근해서 한 번에 전부 마셔버렸다.
“아까 전화... 하란이니?”
“응.”
짧게 대답하는 모습에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란이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이만석이 전화를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 하려던 얘기가 뭐야.”
“응?”
“아까전에 전화 때문에 말 하려다 말았잖아.”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래?”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폰을 꺼내들더니 메모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그간에 쭉 적어두었던 것을 띄우더니 차이링에게 내밀었다.
“자.”
“이게 뭐니?”
“보면 알아..”
설명 없이 보면 알 것이라는 말에 차이링이 이만석이 건네주는 폰을 받아들였다.
긴 설명문 없이 짧게 요약을 해서 앞으로의 계획과 같은 것들로 보이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걸 전부 다 읽은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여기에 있는 거 정말이야?”
“어... 일단 얘기도 끝났고 이대로 밀고가려고.”
차이링은 다시 고개를 숙여 메모장에 적혀 있는 내용들을 보았다.
거기엔 지금 이만석이 이집트에 한 일과 현재 매출, 그리고 투자 방향과 이집트에서 벌일 정책들에 관해서 적혀 있었다.
“이집트 총리가 정말로 이렇게 하겠다고 했단 말이니?”
전화를 통해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의 매출과 일이 진행 된 것에 놀라 의문을 표하는 차아링을 향해 이만석이 웃음을 지었다.
“총리뿐만이 아니지.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국민당 또한 이에 동조를 할 거야.”
이만석의 계획에 적혀 있는 것은 국영방송은 물론이고 공기업에 대한 지분매각에 관한 것이 적혀 있었다.
전체 지분의 30%를 사기업이나 시장이 풀어 투자와 자금을 확보해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것과 관련 된 법안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이 투자와 자금의 확보지 그 실체를 보면 느리지만 하나하나 국영방송은 물론이고 국영석유회사와 같이 그런 거위 알 들을 이만석이 집에 삼키겠다는 내용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중들의 지지가 없는 한 법안이 쉽게 통과되지 않을 텐데?”
“한 번에 하겠다는 게 아니야. 급하게 갈 것 없어 시간이 들더라도 설득을 해서 길만 터놓으면 되는 거야.”
자금 확보에 대해서는 이미 해결을 보았으니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채워 넣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이집트지만... 두고 보면 더 재밌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중동이라는 지역이 참 재밌더란 말이야. 하루에도 테러니 뭐니 해서 뉴스거리가 방송에 자주 등장해. 시리아에 가보니 말이 아니더군.”
“시리아에까지 갔었어?”
“그렇게 됐어. 어쨌든 조금만 더 자리를 잡히고 나면 방향을 바꾸어 볼 참이야. 시리아의 상황을 보고 온 후로 생각이 좀 변했어.”
그러면서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의 모습에 차이링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폰을 넘겨받은 이만석은 뭔가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딜 가려고 그러니?”
“회장님 좀 만나봐야겠어.”
그러더니 안방으로 들어가 코트를 가지고 나왔다.
“저녁식사 전까진 돌아올게.”
그리곤 그대로 현관을 나가는 모습에 차이링은 아무말 없이 바라보았다.
차를 몰고 저택을 나온 이만석은 그대로 정인철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연결이 되었고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짧게 인사를 주고 받은 후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늘 출근하셨습니까?”
[휴일도 아닌데 출근해야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나?]
“지금 회사로 가고 있어서 말입니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얘기 좀 나눌게 있어서 그런데 시간 좀 되십니까?”
[자네가 이쪽으로 온다면야 나야 상관없지.]
“그럼 바로 가도록하죠.”
[그런데 자네 괜찮겠나?]
“뭐가 말입니까.”
갑자기 괜찮겠냐는 물음에 이만석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이런 시간을 갖는 거 말이네.]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
[그런가?]
조금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 말에 이만석은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알겠네, 그러면 내 일러둘 테니까 오면 바로 올라오도록 해.]
그렇게 통화를 끝낸 이만석은 곧장 일성회의 본사로 향했다.
“저 친구 어디로 가는 걸까?”
30대 중반쯤 되었을까.
찐한 눈썹에 각진 턱의 사내가 저만치 앞서 달려 나가는 이만석의 차량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딱 벌어진 어깨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인상의 뺨에 흉터가 있는 사내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글쎄요... 급하게 집을 나서서 가는걸 보니 뭔가 급 한일이 있는 것 같긴 한가본데요?”
“따라가 보면 알겠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만석이 몰고 가는 아우디 차량의 뒤를 추격해 가는 남자가 엑셀을 밟아 차량의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한 참을 나아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셋 길로 빠져 도로를 따라 달리다 그대로 강변을 따라 올림픽대로에 들어서고 다시 영동대교로 향했다.
영동대교를 지나 다시 용마사거리 쪽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아차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저 친구 어디로 가는 거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추적하는 것도 까다로운데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그러다 이만석의 차가 우회전을 해서 산길로 들어서는데 달리는 차량이 얼마 없이 좀 더 거리를 벌리고 뒤를 따라 올라갔다.
2차선 도로에 길이 좁아서 속도를 줄여 올라가는데 너무 거리를 벌려서 그런지 이만석의 차량이 보이지가 않았다.
“놓친 거 아닐까요?”
“좀더 가보자.”
시야에서 사라진 차량에 불안감을 느낀 남자가 좀 더 속도를 내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도로의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이만석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있다.”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속도를 줄이는 그때 갑자기 운전석의 문이 열리더니 이만석이 밖으로 나왔다.
“저, 저거...”
그러더니 곧장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에 운전을 하던 남자는 물론이고 그 옆에 타고 있는 사내까지 덩달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죠?”
순간 짧은 갈등을 느꼈던 남자가 곧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그러고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차를 멈추더니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밀었다.
“좀 지나가야 하니까 옆으로 좀 비켜요! 차도에서 뭐하는 짓입니까?!”
어느새 앞까지 다가와 멈춰선 이만석을 향해 남자가 인상을 썼다.
“당신 귀머거리요? 비키라는 소리 안 들려?!”
그때 운전석 쪽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간 이만석이 그대로 문을 열었다.
“당신 이게 무슨짓...”
쫘악!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는 행동에 따지려던 남자는 괴력을 발위하며 안전벨트를 잡고 뜯어버리는 행동에 저도 모르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곤 남자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어 바닥에 내동 댕이 쳐버렸다.
갑작스러운 일에 조수에 앉아 있단 또 다른 사내는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바닥을 나뒹군 남자의 곁으로 다가간 이만석이 그대로 배를 걷어 차버렸다.
퍼억!
“크악!”
순식간에 도로를 나뒹굴며 날아가 버리는 모습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내가 입을 반쯤 벌리고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축구공이 날아가듯 바닥을 쓸며 나뒹굴면서 산길에 따라 처져있는 가드레일을 박고 나서야 멈췄던 것이다.
“으으...”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몸을 꿈틀거리는 남자의 곁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간 이만석이 상체를 숙여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누군데 날 미행 하는 거지?”
“미, 미행을 하다니... 오해요.”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고통스러웠지만 이미 이만석에게 기선을 제압당해 버린 남자는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 했다.
콰드득!
“아악!”
순간 이만석이 남자의 오른손을 잡고 꺾어 버리자 우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쪽도 똑같이 만들어주마.”
그러고는 반대 쪽 손을 잡으려는 순간 남자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 말...할...니 그, 그..만 하....시..오!”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의뢰...를..받고...시키는....대..로...했을...뿐..이..요...”
“의뢰?”
“오늘..하..루만....당..신이....어디로.....가는...지.....따라...가보고...보..고만..하...면....되...는...일이요.”
“그게 다인가?”
“그, 그렇...소.”
“누가 시켰지?”
“그, 그건...나..도.잘..모르오..서양인...이라는....것..말고....는.”
“서양인?”
서양인이라는 말에 의문을 표했던 이마석이 손을 뻗어 머리를 잡았다.
“무, 무슨...”
갑자기 머리를 잡는 행동에 당황 하던 남자가 그대로 몸을 떨었다.
잠시 후 손을 때자 힘없이 축 늘어진 남자를 끌고 차로 이동해 뒷좌석 문을 열어 던져 넣었다.
그리곤 조수석이 있는 사내에게 슬립을 걸어 잠들게 만든 후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서양인이라...’
메모리즈를 시전 해 남자의 머리를 훑으니 확실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남자는 딱히 직장에 다니지는 않는 것 같았고 주로 간통과 같이 미행을 해서 도촬 하여 증거를 잡거나 팔아먹는 전문 도촬꾼인듯 했다.
그저 이만석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았다가 보고를 하는 것이 전분인 일로 말 했던 그대로였다.
그 서양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고를 하기 위한 전화번호 또한 메모리즈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놈들인가.’
서양인이라고 하면 걸리는 이들이 있었다.
한국으로 오기 며칠 전부터 자신을 주시하는 이들 몇몇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알아보면 알겠지.’
그리곤 이만석은 정인철 회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해결했으니 곧바로 가겠다고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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