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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23화 (223/812)

〈 223화 〉 223화 그녀의 마음

* * *

하란이를 데려다 주고 1시가 조금 넘어서 저택에 도착한 이만석은 차를 주차시키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돌길을 따라 나있는 길 양 옆엔 잔디가 짧게 깎아져 있었고 집 오른편 창가 쪽엔 정원과 함께 그 앞에 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왼편의 아래쪽엔 연 못 또한 자리 잡고 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쌀쌀한 느낌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현관 쪽으로 향한 이만석이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문이 현관 문이 열리며 차이링이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와~!”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현관 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고 올라선 이만석이 그렇게 말하자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 오는 시간에 맞춰 점심 차려놨어.”

“그래?”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차이링이 이끄는 대로 응접실을 지나 식당으로 향한 이만석은 식탁에 한 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 상 가득 차려놨네...”

“점심 안 먹었지?”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손을 씻고 와서 자리에 착석하자 차이링이 곧 갓 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공기를 수북하게 담아서 앞에 놔주었다.

그리곤 국자를 이용해 김치찌개를 한 그릇 담아서 밥그릇 옆에 조심스럽게 놔주었다.

“하란이는 잘 데려다 줬어?”

“데려다주고 곧장 온 거야.”

그렇게 말하며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찌개를 떠서 맛을 보았다.

“잘 끌였는데? 맛있네.”

“많이 있으니까 그거 먹고 더 먹고 싶으면 말해.”

자신이 먹을 거 조금만 퍼서 식탁에 놔둔 차이링이 앞치마 끈을 풀어서 벗어 한 쪽에 놔두고 자리에 앉았다.

젓가락으로 시금치를 데쳐서 무친 것을 한 점 집어 먹었다.

그것 말고도 장조림이나 다른 반찬들도 한 번씩 맛을 본 이만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적절하게 간도 잘 배였고 좋네...”

“당신 거기 있는 동안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많이 연습했어.”

10까지가 넘는 반찬들을 집어 먹으면서 이만석은 그녀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온다고 이렇게 차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거기서 이것저것 먹었겠지만 집 밥만 한 것은 없다고 하잖아.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당신 제대로 챙겨먹여야지.”

숟가락으로 다시 찌개를 떠먹은 이만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차이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제 만들었어?”

“응?”

“네가 말하는 거 보면 어제 밤에 집에 왔으면 왠지 오늘처럼 이렇게 한 상 가득 차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번에 알아맞히는 이만석의 말에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 말대로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면 미안한 마음이 들겠지. 그것도 모르고 들어가지 못 한다고 했으니.”

“훗... 그렇게 말할 거 없네요~! 몇 가지 반찬들 말고는 이거다 아침 일찍 만들어서 오늘 차린 거니까.”

“그래?”

“응...”

차이링은 차마 어제 밤에도 이렇게 한 상 가득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이만석이 차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신 마음대로 생각해서 그런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니까, 됐어...’

어제는 확실히 실망감과 함께 좀 슬프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차이링 너도 먹어.”

수저를 아직까지 들지 않은 차이링에게 이만석이 식사를 권하고 나서야 그제야 조심스럽게 밥 한 술을 떴다.

혼자 먹을 때와 같이 먹을 때가 달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이만석과 함께 식사를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어제 맛을 본 반찬들이라고 해도 입안에 감도는 맛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만들었지만 확실히 맛있네~ 당신 나에게 감사해야 돼.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 한 상 가득 차려주겠니?”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러니까 잘해~! 앞으로도 이렇게 잘 얻어먹고 싶으면!”

그 말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짓자 말을 꺼냈던 차이링도 곧 작게 따라 웃었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시간이 지나가고 차이링이 식탁을 치울 동안 이만석은 안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어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드라이부터 시작해서 옷들이 전부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걸려 있었는데 겨울옷들은 대부분 새 옷 들이었다.

면바지에 흰색 티셔츠로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이만석은 잠시 후 설거지를 끝내고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응접실로 나온 차이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옷들은 언제 사 놓은 거야?”

“당신 겨울옷 없는 거 같아서 괜찮은 옷들 몇 벌 샀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내 겨울옷도 살 겸 같이 산거야. 그보다 사이즈는 적당해?”

“이 정도면 끼지도 않고 괜찮네.”

커피 잔을 조심스럽게 앞에 놔둔 차이링이 다시 미소 지었다.

“예뻐서 샀는데 잘 어울려 보이네.”

“어떻게 됐어?”

“응?”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이만석이 다시 잔을 내려놓으며 말문을 열었다.

“신화그룹 말이야.”

“아.. 그 얘기?”

“구체적으로 말 해봐.”

이집트에 있을 때 전화상으로 듣기는 했지만 이만석은 신화그룹과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재계서열 수위권을 다투는 기업과의 갈등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전화상으로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하는 건 또 달랐다.

차이링은 이만석에게 신화그룹과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강민석 회장의 둘 째 아들인 은성이 룸살롱에서 저지른 일, 그리고 자신에게 접근 했던 것과 그로 인해 벌어진 갈등들을 이만석에게 말해주었다.

물론 은성을 어떤 식으로 직접 손을 썼는지는 걸러서 얘기해주었다.

은성의 죽음도 말을 바꿔서 얘기를 했는데 이만석에게 만큼은 자신의 그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박동구 그 사람도 그렇고 김철중 의원도 생각 이상으로 협조를 잘 해주서어 일이 좋게 풀린 것 같아.”

“지금은?”

“별다른 행동은 없어. 이번 일을 수습하는데 집중을 하는 것처럼 보여.”

아무리 임시특위가 유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말고도 신화그룹이 받고 있는 의혹들을 푸는 것이 쉬운 게 아니었다.

아들인 은성을 포기한 만큼 회사를 더 열심히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차이링은 신화그룹에 대한 얘기 말고도 이만석이 한국에 없는 동안 얼마나 일이 진척되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각 지역의 연결망 구축과 조직개편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었는데 일성회를 막아설 상대조직이 한국엔 더 이상 없는 상황이라 그녀가 바라는 그림대로 일성회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네트워크 형성은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각 지역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전부 알수 있게 될 것이었다.

기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명령체계도 잡혀 발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유흥업을 중심으로 한 물장사나 인터넷 도박과 같은 사업은 빠르게 성장을 해갔다.

더 이상 조직 간의 알력다툼에 돈을 쏟아 부어도 되지 않으니 벌어들이는 수익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었고 새는 돈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매출 7000억 돌파를 잡았던 예전의 목표는 넘어서 정인철 회장이 바라던 1조를 향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 보자면 내년엔 전체매출 1조를 돌파로 목표로 잡는 건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닐 것이었다.

“아직 손봐야 될 것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보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줘.”

“걱정하지 마.”

웃음을 지으며 말한 차이링이 뭔가 물어보려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잠시만.”

그렇게 막 입을 열려는 그때 갑자기 울리는 폰 벨소리에 이만석이 꺼내서 받았다.

[오빠 집에 잘 들어갔어?]

“응...”

[헤헷... 당연한 말인가? 오빠 어제 나 때문에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아침도 늦게 일어나서 굶었잖아. 식사 잘 챙겨먹어.]

“안 그래도 벌써 먹었어.”

[정말? 빠르네?]

“너는?”

[나 이제 먹으려고... 다이어트 중이니까 간단하게 먹어야지.]

“그런 식으로 굶어서 다이어트 하면 속 배린다.”

[굶는 거 아니야! 나도 나름 다 식단을 짜서 하는 거라구 뭐...!]

“하하하! 그래?”

웃음을 작게 터트린 이만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족으로 이동했다.

“헤어 진지 얼마나 됐다고 전화를 걸어?”

[오빠 생각나는 거 어떻게 해?]

“안 그래도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라서 또 볼 텐데..”

[그거랑 이거랑 갔나 뭐...! 내일 보는 건보는 거고 이건 또 다른 거지!]

“그래?”

그렇게 이만석이 창가에서 하란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동안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차이링의 표정이 아까와 다르게 좋지가 못 했다.

자신을 등지고 전화를 하면서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이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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