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222화 그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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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차이링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들과 함께 대대적인 청소에 들어갔다.
정원과 마당이 딸린 2층 단독저택이 오피스텔에 살 때처럼 혼자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로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대청소를 했는데 주로 차이링이 출근을 하고 집에 없을 때 청소를 끝내놓았다.
요리는 주로 스스로 해먹는 걸 좋아하는지라 청소나 이런 걸 말고는 가정부 아주머니들도 딱히 할 일은 없었다.
그녀 말고는 관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그녀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 말고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넓은 집에 쓰지도 않는 방들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어지럽혀 질 일도 별로 없어 먼지나 닦는 것만 잘 해줘도 청소는 응접실이나 주방, 이런 곳 말고는 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머니들뿐만이 아니라 그녀 또한 거들었는데 응접실이나 이런 곳은 몰라도 안방은 차이링 그녀가 직접 나서서 청소를 하는 것이다.
일러둔 대로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 청소를 해야 하는지라 아주머니들이 안방을 청소하지 못 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차이링 그녀가 직접 나서서 구석까지 깔끔하게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
이만석은 이집에 처음 들어오는 것이었으니 깨끗하게 새집으로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휴~!”
청소기를 돌리고 걸fp로 바닥을 깨끗하게 닥은 후 화장대와 침대보까지 갈고 난 후에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집이 넓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니까.”
혼자였으면 70평 이상 되는 이 집을 청소한다는 게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터였다.
거기다 2층집이었으니 여기 말고도 위에 층도 관리하려면 혼자서는 무리였다.
마당 또한 무성하게 잡초가 자라나게 해선 안 돼서 정원관리사도 따로 있었고 연못의 금붕어들도 챙겨야하니 참으로 손이 많은 저택이라 할 수가 있었다.
오피스텔에 있었을 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혼자서 청소하고 빨래며 다하는데도 그리 힘들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혼자 머물 때는 더 편했지만 이만석과 함께 지낼 때는 그가 아침에 입고 나갈 수 있게 다리미로 정장을 직접 다려주었다.
회사일로 바쁠 텐데 이런 일은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이만석이 말린 적도 있었지만 차이링은 그래도 남자가 일하러 나가는데 주름하나 없이 깔끔하게 입고 나가야 힘이 난다며 일일이 다려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가사 일은 전부 도맡아서 할 때도 그리 힘들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이집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정부 아주머니들을 부르게 되었지만 요리나 이런 것은 아직 서툰 것은 직접 찾아서 보고 일일이 직접 해서 먹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하는 것도 이젠 많이 익숙해져 있는 그녀였다.
장롱까지 깔끔하게 다시 정리를 하고나니 그제야 차이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방청소를 끝내고 나온 차이링은 특별히 오늘 더 신경을 써달라는 부탁에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위해 커피를 타서 응접실로 가져왔다.
“이거 한잔들 드시고 하세요.”
이제 1층은 어느 정도 청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지라 잠시 쉬고 같이 2층을 깔끔하게 청소하면 될 터였다.
2층은 쓰지도 않아서 먼지청소만 해주면 될 것이다.
“나 때문에 이렇게 수고들 해줘서 고마워요.”
“고맙긴요...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럼~ 이정도는 당연한 거지.”
“그런데 오늘 누구오나봐요? 이렇게 신경쓰시는 거 보면?”
“네...”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말에 질문을 던졌던 아주머니가 은근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남자죠?”
그 질문에 차이링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대답 못하시는 거 보니 맞네... 아이구...... 이 넓은 집에 혼자 사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진짜 남자에요?”
특별히 좀 분위기가 무서운 사내들 말고는 이집에 남자가 들어오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아주머니 세 명 모두가 관심을 드러냈다.
“그래... 이렇게 예쁜 처자가 남자가 없다는 게 이상했지.....!”
“누군지 몰라도 참 좋겠네~! 이렇게 예쁜 우리 아가씨 마음도 얻고.”
“전생에 복을 많이 받은 게 틀림없어~! 이런 곳에서 살면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마음씨도 곱고 얼마나 심성이 착해? 거기다 이렇게 예쁘기까지 하니......”
“이 여편네 또 주책이네...”
“주책은 무슨? 맞잖아. 전에 일했던 집처럼 스트레스를 주기를 하나 우리에게 얼마나 잘 해줘?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차이링을 대놓고 자신을 칭찬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에 그저 웃음을 짓기만 했다.
“혼자 있을 때 그 사람 많이 생각해요?”
은근슬쩍 마음을 떠보는 질문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어깨를 쳤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안 물어봐도 척이잖아......”
“그렇지?”
“그 사람은 어때요?”
“그이요?”
“어머! 그이라고 하는 거 봐.......!”
“많이 좋아하나보네......!”
아주머니들의 음성이 다시금 커지자 차아링의 얼굴이 살짝 붉혀졌다.
“우리 아가씨 수줍어하는 거 보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인가 봐요?”
“누군지 몰라도 참 복 받았네......!”
“어때요? 아가씨만큼 많이 생각하는 거 같아 보여요?”
“이렇게 예쁜 여자가 좋아해주는데 싫어하겠어?”
“맞아맞아.”
아주머니들의 모습에 차아링은 차분한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절 그렇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아직은 저에게 크게 마음은 없는 것처럼 보여요.”
“아니 그러면 우리 아가씨가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어머어머! 어쩜 좋아...!”
“괜찮아요... 제가 좋아한다고 그 사람도 날 좋아해주라고 강요하는 건 욕심이라 생각해요.”
“우리 아가씨가 뭘 모르네...”
“맞아.. 그런 쪽으론 욕심을 부려도 돼. 자고로 남자는 처음에 휘어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만나도 불안불안 해서 못 살아~!”
“그래요~ 그 남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아가씨 정도면 그래도 돼요... 이렇게 예쁜처자가 자기 좋다고 하는데 누가 싫어하겠어?”
아주머니들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렇게 짧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 함께 마무리 청소를 했다.
2층은 그저 먼지를 닦기만 하면 되어서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끝나고 나니 아침 10시 조금 지나있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
“수고 많긴요.”
“오늘 같은 날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더 꼼꼼하게 할 테니까.”
“아까 우리가 했던 말 잊지 말아요. 남자는 초장에 확 휘어잡아야 돼~! 알았죠?”
“네...”
그렇게 웃음을 지으며 아주머니들을 배웅해준 차이링이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1시쯤 넘어서 집에 온다고 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면 늦진 않을 것이었다.
어제 많은 양의 반찬을 만들어 두어서 한결 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사이에 조금이라도 맛이 상 한 것은 있는지 확인하고 어제 만들어둔 남은 고등어는 자신이 먹고 새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내어 줄 생각이었다.
냉장고에서 김치찌개도 꺼내고 그렇게 하나하나 일일이 반찬들을 다 꺼내 맛을 보며 확인을 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둬서 어제 덜어 식탁에 차렸지만 아직도 남은 양이 푸짐했다.
“이집트에서 고생 많이 했을 텐데 보약이라도 한 점 다려 올 걸 그랬나?”
새롭게 고등어 한 마리를 꺼내서 조리하던 차이링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그래도 안정을 찾았다고 하지만 이집트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스스로 그곳에 자처해서 갔다고 하지만 먼 타국까지 가서 고생을 했으니 몸이 많이 상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올라가는지 물어보고 한약방에 가서 약하나 지어야겠다.’
이집트에 가있는 다고 신경을 많이 못 써줬으니 한국에 있을 때만이라도 차이링은 이만석을 잘 챙겨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차이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식사준비에 열중했다.
어젠 차려둔 식사를 혼자서 조용히 한 숟갈 떠서 먹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생각지도 못 하게 하란이와 함께 있다는 애기를 들었을 땐 너무나 당혹스러웠고 내일 들어간다는 말에 실망감도 컸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란이는 자신과 만나기 전부터 이만석과 함께하던 사이였고 자신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걸 감안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니 만큼 자신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밤늦게 문자를 받았으니 어쩌면 지금도 자고 있을지 몰랐다.
둘 이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시간을 가졌을 것이었다.
‘하란이는 그이의 여자친구니까......’
어쩌면 더 가까이 지내는 건 자신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자신보다 여자친구인 하란이를 더 생각하고 위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도 가슴 한 켠이 공허한 것 같은 느낌은 차이링도 어쩌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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