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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17화 (217/812)

〈 217화 〉 217화 혹독한 대가

* * *

“믿기 어려운 모양이군요.”

“지금 날 겁주려고 괜한 소리라는 거 다 알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까 이런 식으로 말로 일단 날 어떻게 해볼 속셈인거야......!”

오른손을 쓰기 힘든 상황일 텐데 억지로 상체를 일으킨 은성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똑바로 차이링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은 짙은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크크큭... 이 악독한 년 아무리 날 현혹시켜봐라 그런다고 그 협박에 굴복 할 것 같은가.......!”

은성은 차이링이 하는 얘기를 믿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자신은 바로 신화그룹의 회장인 강민석 회장의 아들인 강은성이지 않던가.

이 나라에서 신화그룹 총수일가를 눈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슷하게 바라 볼 수는 있어도 아래로 내려다 볼 수는 없다는 게 은성의 생각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실질적으로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과도 친분이 두터운데 도대체 누가 깔 볼 수가 있단 말인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대단한 조직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싸잡아 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뭣도 모르고 미친 짓거리를 벌여 자신을 이 꼴로 만들었는데 지금 딱 봐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자신을 협박하려는 것으로 여겨졌다.

“드디어 아버지가 날 찾아 내신거야. 그러니까 네년이 지금 이런 꼼수를 나에게 부리는 거지. 크크큭... 하지만 어쩌지? 난 그 정도의 꼼수에 넘어갈 머저리가 아닌데?”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그건 그쪽 자유에요.”

“연기 하지마라.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왜? 내가 안넘어 가니까 뜨끔했나?”

은성은 조소를 내뱉으며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아버지가 자신을 포기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이깟 조폭들에게 잡혀 있다고 자식을 포기하다니, 이게 바로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벽에 기대에 사납게 노려보며 조소를 짓는 은성을 차이링은 안타까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연기를 잘하는 구나... 응? 날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 눈빛을 보면...... 내가 아니라 다른 놈이었다면 그 연기에 껌뻑 넘어갔겠어. 크크큭......!”

분위기를 보니 이제 자신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수가 없으니 저렇게 하나본데 그 정도로 넘어갈 자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동안 실컷 즐기고 살았으니 후회는 없겠네요.”

“후회? 개 같은 소리 하지마라... 난 내 삶을 한 번도 후회 한 적이 없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거야. 아무리 이곳에 내가 갇혀 있다고 한들 그까짓 것에 굴복할 것 같아? 내가 여기서 나가는 순간 너희 년 놈 들을 아주 값을 제대로 처서 되갚아주마.”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나요?”

“크크큭...!”

말은 하지 않고 비릿한 웃음소리를 내뱉는 모습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끝내도 되겠군요.”

“뭐?”

이어서 내뱉는 말이 의미심장해 반문을 했던 은성은 차이링이 핸드백을 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쥐어 쥔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보았다.

“무, 무슨 짓...!”

푸슛­!

“컥!”

말을 하다말고 소음기가 달린 권총의 방아쇠가 당겨진 순간 은성은 순식간에 목이 화끈한 느낌과 함께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끄르르......!”

양손으로 목을 감싸는 순간 뜨끈한 액체가 손을 타고 전해져온다.

털썩­!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 은성이 양손으로 목을 감싸 쥔 채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쿨럭...!”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다 말고 그대로 기침을 하니 입으로 피가 한 웅큼 뿜어져 나와 바닥을 적셨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미 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가 외이셔츠와 바닥을 적시며 점점 퍼져나갔다.

꿀렁되며 흘러나오는 붉은색 선혈이 비릿한 혈 향을 풍겨냈다.

“사...끄르...려..르...쿨럭...!”

살려달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아주 힘겹게 가래 끓는 소리와 기침하는 소리와 뒤섞여 나왔다.

너무 고통스러운 것인지 은성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발광하듯 바닥을 뒹굴었다.

“제...끄..바르르.....!”

눈물을 흘리는 은성이 피로 범벅이 된 손을 차이링에게 뻗었다.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은 조금 전의 분노와 조소는 이제 찾아 볼 수 없었다.

“쿨럭!”

목이 막혀 다시금 기침을 하는 순간 공중으로 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죽기 싫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가 바라던 것이 아니다.

숨을 쉬고 싶은데 이상하게 너무 목이 막혀서 제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불에 타는 것 같이 목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이건 꿈이다.’

점점 의식이 흐릿해져가는 상황에서 은성은 이게 꿈이라 생각했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왜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말인가.

‘엄마......!’

자신을 예뻐해 주고 아껴주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형과 아버지의 얼굴도 떠오른다.

‘죽기 싫어... 나 죽고 싶지 않아......!’

호흡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릿해져갔다.

은성은 눈물을 쏟아내며 죽는 게 너무 무서워 몸을 떨어댔다.

“커억!”

순간 강하게 은성의 입에서 헛 숨이 들이켜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

어라는 말을 힘겹게 내뱉은 그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발악을 하던 은성의 행동이 멎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싸해지며 적막감이 감돌았다.

미친 듯이 목을 부여잡고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무서워서 몸을 떨면서 발악하다 죽어가는 모습은 아무리 험하게 살아온 인생이라고 해도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뜨고 있는 은성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내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아들을 포기했어도. 장례는 치루게 해드려야겠죠.”

아직도 목에서 피가 꿀렁이며 쏟아져 나오는 은성을 바라보던 차이링이 꺼냈던 권총을 다시 백에 넣었다.

“사람 불러서 깨끗하게 해놔요. 강민석 회장에게 건네주어야 하니까.”

차이링은 눈을 뜨고 죽어 있는 은성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후회하지 않는 다는 말... 정말이길 빌어드릴게요.”

그리곤 몸을 돌려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 이 지하 단칸방을 나와 계단으로 향했다.

‘어머니를 말하려던 거였나?’

마지막으로 은성이 쥐어짜내며 내뱉었던 어라는 말.

그 말이 왠지 차이링은 어머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12시가 넘어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강민석 회장은 경호차량 한대와 박실장만을 대동하고 광명의 한 폐 공장으로 향했다.

차이링에게 걸려온 갑작스러운 전화였지만 곧 그 전화가 김철중 의원에 대한 얘기일 것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자신의 생각이 맞았던지 김철중 의원이 보류를 시키기로 하였다고 했다.

보류라는 것이 상당히 거슬리는 말이긴 했지만 중요한 건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하지만 이어서 꺼내는 얘기에 그는 표정이 굳어 질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의 얘기를 꺼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는 말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장소로 가면 당신의 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에요. 거기에 회장님의 아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죠. 혹시나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짓은 벌이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그렇게 통화는 끝이 났고 고심 끝에 이렇게 경호차량 한 대를 대동한 채 박실장과 함께 차이링이 알려준 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수고했어.”

박실장이 먼저 내려서 뒷문을 열어주자 강민석 회장이 천천히 차에서 내려섰다.

“쌀쌀하군.”

밤공기가 찬데다가 을씨년스러워서 더 한기가 맴도는 듯 했다.

따라 도착한 경호차량에서 경호원들이 내려섰고 그렇게 폐공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럼 들어 가보지.”

“회장님.”

“괜찮으니까 앞장서게.”

걱정스러운 듯 말하는 박실장의 말을 물리친 강민석 회장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손전등을 키고 나아가야했다.

늦은 새벽시간대라 참으로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끼기긱­!

경호원 한 명이 녹슨 철문을 열자 문이 끌리는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드러난 폐공장의 내부는 더욱더 음침했는데 가자는 말에 경호원들이 먼저 앞장섰고 그 뒤를 박실장과 강민석 회장이 따라갔다.

나머지 경호원 두 명은 그 뒤를 붙어서 따라갔는데 이미 두 사람의 손엔 은밀하게 구한 권총 두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그러게 녹슨 기기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의 작은 공터가 드러났는데 손전등을 비추는 그 앞에 하나의 인영이 천에 덮인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사람 같습니다.”

형태로 보아 사람이 분명했다.

“회장님!”

그때 서둘러 걸어 나가는 강민석 회장을 보고 박실장이 소리쳤고 경호원들이 서둘러 따라 붙었다.

‘설마...’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며 맥박이 빨라졌다.

천으로 덮여 있는 인영의 앞에 도착한 강민석 회장은 서둘러 덮고 있는 천을 걷어냈다.

“......”

강민석 회장은 인영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굳어버린 듯 서있었다.

“이, 이럴 수가!”

뒤를 따라 다가온 박실장은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머지 경호원들도 당황한 듯 보였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그들의 앞에는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어느 누구도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바지 덕분에 보이진 않아도 허벅지의 상처와 두 개의 잘린 손가락. 그리고 깨끗하게 지혈을 한 후 다시 천으로 감아놓은 목의 상처.

그런 상처를 가지고 이런 곳에서 편하게 누어자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은성의 피부는 산사람의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푸르스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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