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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15화 (215/812)

〈 215화 〉 215화 혹독한 대가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저 죽지 못해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이 어두침침한 단칸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입 주위엔 지저분하게 수염들이 까칠까칠하게 자라 있었고 떡진 머리카락은 기름이 좔좔 흘렀다.

그 뿐만이 아니라 비듬도 장난이 아니어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입고 있는 옷 또한 바닥의 흑 먼지와 구른 것 때문에 장난이 아니게 더러웠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다.

‘도대체 왜 아무소식도 없는 거지...’

이곳에 갇힌 지 며칠이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빵이랑 우유가 다섯 번 이상 나온 것을 보고 제법 시간이 지났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지금쯤이라면 자신은 이곳에서 나가 병원에 있어야 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도대체 아버지는 뭘 하고 계신거야? 내가 지금 어떤 꼴을 당하고 있는데 조폭놈들 하나 처리하지 못 하고...!

다리의 감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오른손의 잘려버린 새끼손가락과 약지손가락의 부위는 살짝만 대여서 상당히 쓰라리고 아팠다.

지혈을 하고 대충 덕지덕지 테이프를 바른 것으로 응급처치를 끝내버린 상황이라 지금 상처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딱지가 말라붙어 있는지, 아니면 서서히 살이 썩어가고 있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고통들 때문에 더욱더 그의 마음에 짜증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얼마나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거지?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생각을 하면 열 받고 짜증이 솟구친다.

마음이 약해져 올라오는 불안감 때문에 더욱더 반발심으로 화가 나는 듯 했다

‘설마 내가 잡혀있는지 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은성은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어떤 집안의 아들인데 지금까지 잠수를 타고 연락이 없는 상황에서 모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만 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수행비서인 한만길 대리 또한 갇혀있지 않던가.

‘한 비서는 무사할까?’

문득 자신과 같이 잡힌 한만길 대리에 대한 생사가 궁금했다.

어떤 꼴을 당했을지, 아니면 자신처럼 이렇게 어두침침한 단칸방에 갇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씨팔... 내가 지금 남 걱정 할 때냐.’

하지만 그것도 곧 머릿속에서 금방 잊혀져 버렸다.

잘 하면 구해 받아도 오른쪽 허벅지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장애인이 될 판인데 남 걱정을 해서 무얼 한단 말인가.

이미 손가락 두 개가 잘렸으니 될 판은 넘은 것 같았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뭐하고 있는 거야! 날 언제까지 이런 쓰레기 구덩이에 처박아 둘 거냐고!”

그런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욕 짓거리가 치솟으며 다시 짜증이 강하게 밀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진짜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하의 신화그룹의 총수일가의 아들이 조폭들에게 잡혀서 이 무슨 꼴사나운 모습이란 말인가.

돈을 주고 부리는 입장이었던 자신이 잡혀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니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아아악!”

파악!

결국 화를 참치 못 하고 성한 왼 팔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씨발새끼들...”

너무 분하고 짜증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날 이 꼴로 만들고 무시한 새끼들 다 처참하게 만들어주겠어......!”

자신보다 배는 고통스럽게 복수를 해줄 생각이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코 속으로 스며드는 요강의 찌린내가 그를 더욱더 처량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신화그룹에 대한 압박수위는 날로 강해져갔다.

헤드라인에 뜨지 않게 손을 쓰긴 했는데 그것도 얼마가지 못 하고 세무조사가 일어났던 얘기들이 공중파를 통해서 방송을 타며 뉴스기사들이 빠르게 타진이 되었던 것이다.

조세회피처로 이용되는 버진아일랜드에 대한 얘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한국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포착 되는 거액의 자금흐름이 신화그룹과 연관 짓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 사실에 대해 밝히려 세무조사가 들어갔고 일주일이 흐른 오늘부로 2차 세무조사가 다시금 들어가게 되어 그것이 다시 뉴스로 방영이 되었다.

본사의 분위기는 말 할 것도 없고 신화그룹의 계열사들까지 소란스러운 말들이 직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이일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러 말들이 흘러나왔었는데 김철중 의원이 확실한 조사와 진상을 규명해야 논란이 해소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임시특위를 구성하고 대책을 논의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여당의 핵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김철중 의원의 이 말은 신화그룹으로 하여금 더욱더 궁지에 몰리게 만들었다.

“강회장님 한 말씀 해주시죠!”

“김철중 의원님이 말한 임시특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번 일에 대해서 신화그룹은 어떤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거죠? 그에 대해서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뒷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몰려들었던 기자들이 너도나도 마이크를 들이밀며 언성을 높였다.

경호원들의 제지로 인해 가까이 다가 갈 수는 없었지만 플래시 셔터가 터지고 쏟아지는 질문들은 확실히 강민석 회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국정감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그때 강민석 회장의 귀를 상당히 거슬리게 하는 말이 나왔다.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이 사태가 커지면 국정감사를 벌여 회장님에게 출석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데 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결국 걸음을 멈춘 강민석 회장이 기자들을 향해 한 마디 했다.

“어디서 여러 소문을 듣고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루머와 허무맹랑한 질문들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회장님!”

“한 말씀만 더 해주십시오!”

뒤에서 들려오는 목청에 앞서 걸어 나가는 강민석 회장이 이를 악물었다.

쾅­!

강하게 책상을 내려친 그의 얼굴은 진한 분노가 서려있었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줄 밖에 모르는 놈들...!”

당사자의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마구 질문을 던져되며 가슴을 후벼 파는 모습들이 너무나 화나게 만들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도 좋지가 않았다.

이제 1시간 후면 다시 2차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될 터인데 그 때문에 지금 티비를 틀면 뉴스특보로 방송이 될 정도로 아주 관심의 집중을 받고 있었다.

“김철중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지원을 해준 게 어느정도 인데 날 이런 식으로 엿을 먹여...?”

정말로 국회에서 임시특위에 대한 얘기를 거론 했다는 것을 들었을 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과 회사에 들어올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 심한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윤정호 의원은 위험을 감수해서 내건 파격적인 조건도 매몰차게 거절을 하고 걷어 차버렸다.

정권말기에 들어선 이때에 대중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윤정호 의원의 힘은 절대 무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에서 보면 당대표인 그가 김철중 의원이 주도 하고 있는 이일을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듯 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날 아내에게 손지 겁을 한 뒤로 강민석 회장은 집으로 가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대화는 한 마디도 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잠도 다른 방에서 자며 각방을 쓰고 있을 정도였는데 회사뿐만이 아니라 집안의 분위기도 상당히 얼어붙어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국정감사를 벌여 출석을 요구 받을지 모른다.’

대놓고 자신에게 그런 얘기를 꺼냈을 정도면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이 언론 쪽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봐야했다.

이대로 분위가 잡히고 정말로 여론이 형성이 된다면 더 이상 국정감사는 떠도는 소문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한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벌이게 된다면 자신의 기업가 인생에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올린 신화그룹의 이미지도 상당히 훼손될게 분명했다.

물론 지금도 조세회피 처 논란으로 인해 지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듣기로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다 정말로 예상하지 못 한 큰일이 벌어 질 수도 있었다.

‘김철중 의원의 행보를 막아야한다.’

그러려면 일단 김철중 의원이 꺼낸 임시특위에 대한 것부터 막아야했다.

하지만 윤정호 의원은 이미 틀어져 버려 그쪽 당 안에선 손쓸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 참의 고심 끝에 강민석 회장은 마음을 강하게 다잡았다.

이것을 두고 어제 밤을 지세우며 담배를 한 갑 이상 태웠지만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일이다.’

자신 대에서 신화그룹이 흔들리게 만들 수는 없었다.

어떻게 일으켜 세운 회사고 회장에 올라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불쌍 사나운 일에 무너질 수는 없었다.

여기서 잘 못 손을 썼다간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이미 언론의 제갈이 풀려버린 마당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인생도 끝장나게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원래 쓰던 폰이 박살이 나서 새롭게 장만한 폰을 꺼내든 강민석 회장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통화음 한 번이 마치 1분같이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갈 때 부드러우면서도 듣기 좋은 여인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지금 한 참 바쁘실 텐 데 전화를 다 주셨네요?]

아마도 신화그룹의 상화을 두고 하는 말이 분명해보였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소?”

[뭘 말인가요?]

“만약 일이 잘 해결이 된다면... 김철중 의원의 행보를 저지시켜 줄 수 있겠소.”

[김철중 의원님을 말인가요?]

“이미 거기까지 다 알고 있으니 다른 얘기는 하지 맙시다. 할 수 있는지 그것만 말해 주시오.”

해도 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말한 게 김철중 의원이다.

그가 이렇게 직접 주도를 해서 행동에 나설 정도면 보통의 관계는 확실히 아닐 것이라는 게 강민석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저 주종관계면 김철중 의원이 이렇게까지 나서서 감싸고 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글쎄요... 확답은 드릴 수 없군요.]

차이링의 말이 귀에 들려오는 순간 강민석 회장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여겼다.

“임시특위를 구성하는 것을 없던 일로 만들어준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약속드리겠소.”

어떻게 보면 너무나 굴욕적인 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시달려온 그에게 있어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보상이라... 어떤 보상을 해주겠다는 건가요.]

“십억... 그쪽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삼일 내에 마련해서 드리도록 하겠소.”

[음...]

“그걸로 만족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거 알고 있소.”

[다른 게 또 있나보죠?]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강민석 회장의 눈동자는 마치 한기가 서린 것처럼 차가웠다.

“은성이를... 포기하겠네.”

할아버지 때부터 어떻게 회사를 일으켜 세우고 회사명처럼 신화를 써왔는지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강민석 회장이다.

그런 신화그룹의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노력을 해왔다.

언젠간 아버지에 이어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그 일념 하나 만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올라선 자리가 지금 이 자리였다.

회사를 위해서, 그룹의 총수라는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신화를 쓰기 위해 이렇게 달려왔다.

이런 갑작스러운 추돌사고에 그룹이 난타당하는 모습은 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회장으로써 더는 볼 수가 없었다.

‘신화그룹은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 설사... 아들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공중파와 정치권에서 난타당하는 모습을 일주일 동안 지켜보며 밤을 지세우면서 내린 그룹총수로써 결단을 한 그의 결론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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