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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14화 (214/812)

〈 214화 〉 214화 혹독한 대가

* * *

다음날 강민석 회장은 서둘러 아침 일찍 출근해 상황전반에 대해 살펴보았다.

아무리 세무조사가 떴었다고 해도 그거 하나 때문에 회사가 어수선 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직접 임원들을 대동하고 부서별로 둘러보며 직원들을 복돋아 주었다.

안심을 시키는 데는 열 마디 말보다 얼굴 한 번 비춰주는게 더 효과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모든 부서를 다 돌고 다시 돌아오고 나니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분위기가 생각 했던 것 보다 더 좋지가 않아.”

“이번일은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누가 그러던가.”

“어느 한 사람이 한 얘기가 아닙니다.”

“그럼?”

“사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소문입니다.”

박실장의 말에 강민석 회장은 한 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이런 얘기들이 떠돌기 시작하면 앞으로의 일은 보나마나였다.

2차 세무조사가 다시 지나가고 나면 그 파장은 이보다 더 크게 일어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쓸데없는 말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입단속 시켜. 내부에서부터 그런 얘기들이 수없이 떠돌아다닌다면 외부에 대한 대처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내 박실장에게 미안하게 됐어.”

“아닙니다, 회장님.”

“하지만 어쩌겠나. 일단 이일이 좋게 넘어 갈 수 있게 힘을 내야지.”

강민석 회장이 부동자세로 서있는 박실장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내 이번 일만 좋게 끝나면 박실장 두둑하게 챙겨서 휴가를 보내주도록 하지. 이만 나가서 일보도록 해.”

“예.”

그렇게 인사를 올린 후 박실장이 물러나자 강민석 회장이 손으로 눈 주변을 지압하며 피로를 풀어주었다.

밤새 잠을 설쳤더니 어깨도 무거운데다 눈이 피곤했기 때문이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렇게 기운이 쭉 빠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젊을 때 한 참 배울나이엔 현장을 뛰어다니며 쉴 틈 없이 돌아다녀도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했었다.

그때는 정말로 열정적으로 하나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배우고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난 지금은 그렇게 힘들게 뛰어 다니지도 않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매일같이 밤을 지새우는 것도 아닌데 어찌된 것이 그때보다 더 힘이 든 것 같았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나......”

이제 60줄을 바라보고 있으니 확실히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온 것이다.

회사만 보고 돌아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으나 가족을 두고 본다면 또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것도 모두 안일한 생각으로 가족, 아니 은성이를 돌봤기 때문이다.

아내가 그렇게 애원을 하고 부탁을 해도 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첫째인 석준이 처럼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벌할 땐 벌하고 잘한 일을 했을 때 칭찬을 해줬어야 했다.

어찌 두 형제가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빨리 은성이 이놈을 빼내야 할 텐데.’

벌을 주고 혼을 내더라도 일단 그렇게 하려면 은성이가 자신의 앞에 있어야 했다.

잡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벌을 주고 혼을 낸단 말인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참 복잡해서 이쪽에서 손을 쓰기도 어려웠다.

일성회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김철중 의원임이 드러난 순간 상황이 확실히 어려워졌다고 볼 수가 있었다.

이쪽에서 강하게 대처를 한 다면 또 어떤 해일이 몰려올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알고 있는 김철중 의원은 몸속에 수십 마리의 구렁이가 득실거리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은성이 이놈 때문에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지 모르겠구나.’

그때 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강민석 회장은 조심스럽게 번호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일찍 연락을 했군.”

답답한 상황에 반갑게도 전화를 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정호 의원이었다.

[이른 시간에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연락을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회사일로 바쁘시다면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리려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런 수고를 끼칠 수야 없지요. 그럼... 어떻게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강민석 회장은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파격적인 조건이었고 아마 이건 대기업 총수들 중에서도 최초라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게 대기업의 총수로써 이보다 확실한 조건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물음은 던졌지만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건 자신이 손해를 보는 장사라고 해도 될 일이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가 나누었던 얘기... 못 들은 걸로 합시다.]

“못 들은 걸로 하자니요?”

순간 강민석 회장은 자신이 잘 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어제 강회장님이 저에게 해주었던 얘기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윤의원님 이게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생각지도 못 한 대답에 당황한 강민석 회장이 전화기를 고쳐 잡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네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겁니까?”

[그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한 번만 김철중 의원에게 가서 설득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내가 적극 협조를 해주겠다는 말입니다.”

[강회장님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일에 대해서는 저도 입장이 있는지라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봐요, 윤의원 내가 이렇게 부탁을 드렸잖습니까? 이 조건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내걸 수가 없는 조건입니다. 나도 큰맘 먹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서 제가 강회장님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강민석 화징은 다시금 감정을 호소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회사만 보고 이런 것도 아닙니다. 윤의원이 얼마나 자식을 사랑하는지 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아버지의 심정으로 아들을 다시 보고 싶은 이 속타는 심정을 얘기하였어요. 윤의원이 이렇게 돌아선다면 아내도 그렇고 내 마음도 어떻겠습니까?”

[강회장님...]

“한 번만 김철중 의원을 설득시켜주면 됩니다. 그러면...”

[강회장님.]

말을 하다말고 중간에 다시 윤정호 의원이 입을 열자 결국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만 하십시오.]

“그만하라니요.”

[내가 자식을 얼마나 위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내 앞에서 당당히 거짓말을 하였습니까?]

“......”

[내 두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제 들었던 얘기는 못들은 걸로 하겠으니까. 그렇게 알고 이만 전화 끊도록 하지요.]

그리곤 더 이상 강민석 회장의 말은 듣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동안 그대로 있던 강민석 회장이 들고 있던 전화기를 바닥에다 힘껏 던져버렸다.

파악­!

바닥에 부딪치는 강한 충격음과 함께 폰의 액정이 깨져버렸다.

폰의 던져버린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있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폰을 쥐었던 손이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거짓말을 알았는지 모른다. 윤정호 의원이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에 찾아온 것은 모멸감과 쪽팔림이었다.

자신의 치부가 마치 다 까발려 진 것 마냥 수치감이 치솟아 올라왔던 것이다.

어떻게 보았을까.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전에 자신이 다시 감정을 호소했던 그 상황을.

“크큭...”

비릿한 웃음이 그의 입속을 비집고 나왔다.

강민석 회장에게 있어 오늘은 정말로 피곤한 날인 것 같았다.

그가 살아온 그 어떤 날들보다도.

늦은 저녁시간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 강민석 회장은 자신을 맞이하는 아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대로 신발을 벗고 스쳐 지나갔다.

“당신 전화 어쨌어요? 왜 해도 연락이 되질 않는 거예요?”

“......”

“나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경찰에 연락을 해야겠어요. 오늘로 오일째 연락이 없는데 은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요.”

말을 하는데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유희숙이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마의를 벗는 그의 앞에 섰다.

“당신 나하고 얘기 좀 해요.”

“할 얘기 없어.”

“당신은 은성이가 걱정도 되지 않아요?”

“......”

무시를 하듯 넥타이를 벗어재끼는 모습에 유희숙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나하고 얘기 좀 하자니까요!”

짝­!

순간 강한 소리와 함께 유희숙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여, 여보?”

손으로 뺨을 감싼 그녀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으로 강민석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강민석 회장은 아내인 유희숙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은성이가 걱정이 안 되냐고? 그 놈 때문에 지금 어떤 지경에 처했는지 알기나 해?!”

“다, 당신... 왜 그래요?”

“세무조사가 떴어. 국세청에서 탈세혐의를 찾기 위해 회사로 찾아와 들쑤시고 갔단 말이야. 그뿐 인줄 알아? 김철중 그자는 날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난 상황이야. 그런 와중에도 난 그 놈 구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자존심까지 버리고 거짓말을 했어. 그런데도 나에게 그놈 걱정이 안 되냐고?!”

너무도 화가 난 듯 보이는 남편의 모습에 유희숙은 뭐라 대답하지 못 했다.

“이게 다 당신이 은성이 그놈을 품에 감싸고돌았기 때문이야. 그놈 하나 때문에 도대체 일이 어떻게 커졌는지 알게 된다면 당신 나한테 그런 말 못해.”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를 노려보던 강민석 회장이 그대로 걸어두었던 마이를 꺼내 들고 안방을 나섰다.

털썩!

뺨을 맞았던 충격 때문일까.

아니면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남편의 시선이 무서웠던 탓일까.

다리에 힘이 풀린 유희숙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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