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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211화 (211/812)

〈 211화 〉 211화 혹독한 대가

* * *

회사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강민석 회장은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통화음이 지나고 칼칼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회장님께서 아침부터 전화를 다 주시네...허허]

“김의원 지금 그렇게 웃으면서 전화 받을 기분이 아니오.”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봅니다?]

“안 좋은 일이라니... 그건 김의원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소?”

눈살을 찌푸린 강민석 회장이 심기가 불편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일이 어찌된 영문인지 들어나 봅시다.”

[으음...]

짧게 목청을 가다듬는 음성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쪽도 쫌 껄끄러워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강민석 회장은 그런 김의원이라 불린 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세무조사라니 이게 어찌된 영문이오? 그 건에 대해선 작년 초에 잘 지나가지 않았소?”

[그게... 좀 일이 어렵게 됐습니다.]

“일이 어렵게 됐다니? 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그 건에 대해서 조율조차 하지 못했단 말이오? 내 김의원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는구려.”

[회장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나서서 해결이 될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단 말입니다.]

나무라듯 말하는 목소리에 전화상에서도 불쾌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 강민석 회장은 뭔가 일이 있었음이 분명해 보여 다시 차분히 입을 열었다.

“내 말이 서운했다면 사과드리지. 그래... 그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무엇이오?”

계속해서 나무라서는 얘기가 될 것 같지가 않아 다시 부드럽게 대화를 유도했다.

그러자 그제야 심기가 조금은 가셨는지 다시 처음 전화 받을 때처럼 상대의 목청이 나긋해 졌다.

[나도 갑자기 신화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관한 걸 알게 된 것이 한 시간 전입니다.]

“그렇다면 김의원도 그 전까진 몰랐다는 말이오?”

[그렇지요... 그래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긴 했는데... 상황이 참 좋지가 않아요.]

“누가 도대체 상황을 주도 했기에 김의원이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잠시 동안 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고 뜸을 들이는 듯 했다.

그게 오히려 강민석 회장의 마음을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김철중 의원이요.]

“누구라구요?”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어 강민석 회장이 다시 물음을 던졌다.

[김철중 의원이 이일에 직접 관여를 하고 있단 말이올시다.]

“......”

자신이 잘 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듯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대답이 들려왔다.

순간 표정이 굳어진 강민석 회장의 귀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도 강회장님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게 내 마음대로 될 일이 아닙니다. 지금 계파에서도 이일을 두고 여러 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워낙 확고하셔서 여의치가 않습니다.]

김의원이 친 김철중계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강민석 회장은 더욱더 마음이 좋지가 않았다.

“어디까지 보고 있는지 알고는 있소?”

[분위기를 봐서는 세무조사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당 차원에서국회임시특위 구성은 물론이고 최악을 짚어 본다면 국정감사를 거론해 분위기가 형성 된다면 출석 요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믿기지가 않는 말에 강민석 회장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김철중 의원이... 그만큼 단단히 벼루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는 것입니다.]

“......”

[내가 어떻게 힘을 써보려 해보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강민석 회장의 얼굴은 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세무조사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당 차원에서 탈세에 대한 임식특위를 구성을 얘기했다니, 나아가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정감사에 출석요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당황스럽긴 처음이군.”

강민석 회장이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회장에 오르기 전 까지 숱한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렇게 회장직에 올라 신화그룹을 여기까지 이끌고 오면서도 큰 사건사고 없이 자신감 있게 잘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회사로 향하는 그의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으으...”

넝마가 되었다는 걸 이거 두고 하는 말일까.

조명등 하나 달랑 있는 지하 단칸방에 갇혀 있는 은성의 입에서 고통스런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고 있는 정장은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지 오래고 흰색 와이셔츠는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었다.

마이를 입고 있다고 하지만 노출 된 가슴골마저 보호해 주는 건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입술은 수분이 부족해 말라서 갈라져 있었고 뺨은 핼쑥해서 그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혈을 하고 테이프로 돌려 감아버린 허벅지는 피로 인해 얼룩져 있었는데 그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가 되어 있어서 상처가 썩은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감각이 상당히 무뎌져 있었다.

‘꼭... 꼭 복수하고 말테다......!’

바닥에 누워 있는 은성이 속으로 분노를 삭였다.

‘날 이렇게 만든 년놈들을 반드시 내가 당한 것 배 이상으로 되갚아주마...’

지금까지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었던가.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던 적이 있던가.

아니다. 은성은 당연코 태어나서 그런 적이 없다고 말 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의 잔소리가 좀 듣기 거북했지만 그래도 어머니도 그렇고 집에선 귀한 아들로 자랐다.

학창시절엔 소위 잘나가는 애중에 한 명이었고 폭행을 했으면 했지 맞고 다닌 적은 없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러 더러운 지하 단칸방에 갇혀서 총상을 입고 바닥에 누워 있는 꼴이라니.

더욱더 치욕을 느끼게 만든 건 잘려버린 오른쪽 새끼손가락이었다.

극심한 고통에 다시 한 번 혼절을 했었던 그때의 일이 지나가고 정신을 차렸을 땐 잘린 부위엔 지혈 흔적과 함께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호주머니 휴대폰도 없었다.

자신의 폰을 누가 건들겠냐는 생각에 잠금 화면을 해놓지 않았었다.

“개 같은 년......”

고개를 들어 허벅지의 상처를 바라본 은성은 차이링을 떠올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꺼내들어 자신을 쏴버리는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어떻게 사람이 그리도 악독 할 수도 있단 말인가.

‘내 절대 네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나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앞에서 기게 만들어 주겠어.’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아무도 찾지 못 하는 한 적한 지방의 시창가에 팔아버리면 아주 볼만 할 것이다.

은성은 차이링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가 큰 상황에서도 아직도 그녀의 아찔한 웃음과 잘 빠진 몸매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크크큭...!”

자신의 밑에 깔려 울고 불며 가랑이를 벌릴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은성이었다.

덜컥­!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인영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살펴보러 왔는데 혼자서 그렇게 웃는 걸 보니 살만한가 보군요.”

한 참 웃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무리들을 보며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상상속에 있던 그녀가 눈앞에 나타나게 되니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네년이 날 이렇게 만들고도 무사 할 줄 알아?”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은성이 계속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는 차이링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기필코 네년이 저지른 이 악독한 짓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을 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이렇게 잡혀 있으면서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궁금하군요.”

“겉으로 태평한척 하지만 아마 내가 사라진 걸 알고 날 찾기 시작했을 거야. 그렇지 않아?”

“그래서요?”

“네년은 지금 심적으로 아주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거야. 일을 저지르고 나니깐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은성은 자신이 이곳을 나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한국에서 재계서열 수위권을 다투는 신하그룹의 강민석 회장의 아들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자신이 실종이 되었는데 가만히 있을 가족이 아니었다.

아무리 아버지가 자신을 못 마땅하게 여겨도 그래도 아들이다.

어머니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이 일은 네년이 감당 할 수 없이 커지게 되겠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지만 난 이미 다 알고 있단 말이다.”

“믿음이 확고하군요.”

“크크큭... 난 전적으로 너희들과는 신분 자체가 다르거든.”

부상을 입고 갇혀 있는 와중에서 은성은 조소를 지으며 기괴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모습에 차이링을 따라 안으로 들어온 사내들의 얼굴이 모두가 차갑게 굳어 있었다.

허나 그와는 반대로 차이링은 오히려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 믿음이... 관연 언제까지 갈지 궁금하네요.”

“뭐라고?”

화를 낼 줄 알았던 차이링이 반대로 웃음을 짓자 오히려 은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켜보도록 하죠. 당신의 그 믿음.”

그리고는 몸을 돌려나가려던 차이링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년이라는 말은 좀 심했으니 그 보답으로 손가락 하나 더 잘라버려요.”

얘기가 끝나고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아, 안 돼. 건들지 마!”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 밑에서 반항적인 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차이링은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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