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 210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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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실장과의 통화를 끝낸 강민석 회장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성회가 거론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조폭이라는 것에 조금은 의심을 품기는 했었다.
하지만 일성회가 바보도 아니고 한 참 잘 나가는 때에 괜한 갈등은 일으킬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성회는 아닐 것이라 생각을 하고 지나갔는데 박실장의 입에서 그 이름이 거론 된 것이다.
‘첫 째처럼 따끔하고 엄하게 키워야 했어. 잘 못을 저질러도 감싸고도는걸 방치하면 안 됐던 거야.’
하도 장남을 바르게 키워야 한 다는 생각에 잘 못을 저질러도 옳고 그름을 따져 첫 째가 확실하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고 스스로 수습을 할 수 있게 어렸을 때부터 가르쳤다.
남을 깔보고 얕잡아 보는 일이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도 강민석 회장은 따끔하게 혼을 냈었다.
나중에 그런 것들이 잘 못 돼서 언론에 노출 되면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하고 명예도 깎이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반성문은 물론이고 직접 가서 사과를 하게도 했다.
잘 한 일이면 아주 칭찬하고 양아치 같은 짓을 했으면 어릴 때부터 매를 들고 스스로 부르는 대수만큼 종아리를 쳤던 적도 많았다.
그렇게 첫 째인 강석준은 책임감을 길렀고 자신이 저지른 잘 못 된 행동에 대해선 반성을 할 줄 알고 인정을 하는 아이로 자랐다.
거기다 일찍 군대를 다녀온 후로는 상당히 어른스러워져서 강민석 회장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허나 둘 째는 달랐다. 그렇게 엄하게 키운 첫 째의 미안함 때문인지 아내는 어릴 때부터 은성을 오냐오냐 대했고 잘 못을 저질러도 싸고돌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야단을 치긴 했지만 아내의 간곡한 부탁에 하는 수 없이 어물정 넘어간 적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은성의 성격은 안하무인격으로 막나가는 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가선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사고들을 치고 다녔었다.
그건 유학을 가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 첫 째인 강석준과 비교하면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 던 것이다.
신화그룹의 역량이라면 아무리 일성회라고 해도 치지 못 할 것이 없었다.
그동안 쌓아올린 재력과 기업의 힘, 그리고 인맥을 동원하면 거뜬하게 상대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실장이 전화로 말 했던 것처럼 일이 어렵게 되었다는 것에는 그런 일성회의 뒤를 봐주고 있는 세력 때문이었다.
저렇게 전국 제일의 조직으로 성장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 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강민석 회장이 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데 잠시 동안 신호음이 가더니 곧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빨리 전화를 주셨네요?]
듣기 좋은 나긋한 목소리는 전에 폰에 전화를 걸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맞았다.
역시나 아들의 폰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그녀가 받았다.
“아들은 무사한가.”
[물론이에요. 죽지는 않았으니 말이죠.]
처음 말에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던 강민석 회장은 이어서 하는 말에 상당히 마음이 불편해 지는 것을 느꼈다.
“김호식이를 빼돌린 게 너겠지?”
[빼돌리다니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딴청 피울 것 없어. 그놈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 않나?”
[그래서요?]
“차이링... 네가 어떤 여잔지... 그리고 어디에 몸담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조사를 하셨나 보네요.]
웃음기가 깃든 목소리를 들으며 강민석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일성회를 믿든, 아니면 그 뒤를 봐주는 이를 믿든 간에 내가 이대로 조용히 넘어 갈 걸로 생각하면 잘 못 보았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은성이를 풀어줘라. 안 그러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버릴 테니까. 이건 부탁이 아니라 경고다.”
[경고라... 후훗...아주 무섭네요.]
“은성이 놈이 저지르려던 잘 못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허나 이정도면 되었지 않나.”
강민석 회장에게 아들인 은성의 생명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자신까지, 이만큼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피와 땀, 그리고 모든 열정을 다 내걸었었다.
어떻게 보면 냉정한 처사라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지금 한 아이의 아버지 이면서도 그룹의 오너로써 전화를 건 것이다.
[내가 받은 모욕감이 상당해서 말이에요.]
“은성이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말이로군.”
[글쎄요...]
모호한 대답을 하는 차이링의 음성이 강민석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선택...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그리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의외네...?”
통화를 끝낸 차이링은 강민석 회장의 말에 조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하니 전화를 걸어서 타협을 하려 할 줄은 예상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잘라서 그렇게 함께 소포에 넣어 보냈으면 분명히 상당히 화가 나 있을 상황인데 이렇게 전화를 걸어 유화책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룹의 총수로써 내놓은 타협안이었던 것 같은데...’
아들이 그런 꼴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부모로써 당연히 화가나고 분노를 할 일이다.
헌데 강민석 회장은 이쯤에서 아들을 풀어주면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내보였던 것이다.
‘회사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일이 더 쉽게 풀릴 수도 있겠어.’
허나 그것은 또 차이링에게 하나의 약점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지금 강민석 회장은 아들보다 은근히 신화그룹을 더 걱정하고 있다는 모습을 내보인 것이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위협을 하긴 했어도 그녀는 그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들을 지금 풀어주면 이대로 덮어두겠다고 밝힌 것.
그게 차이링 그녀에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일이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입 고리를 말아 올리고 웃음을 지은 차이링이 잠시후 차가 정차를 하고 근호가 문을 열어주자 밖으로 내려섰다.
“수고했어요.”
그러고는 지방으로 출장을 다녀온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정인철 회장을 만나러 일성회 본사 빌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음날 차이링과의 통화를 끝낸 후 박실장에게 일성회를 비호해주는 세력과 앞으로의 행동 반향에 대해서 철저히 지시를 내린 후 하루가 지난 시점인데 여전히 삭탁엔 둘째아들인 은성이 빠지고 없었다.
“경찰에 연락해야겠어요.”
“경찰은 무슨 경찰.”
눈살을 찌푸린 강민석 회장의 말에 그의 아내인 유희숙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일이나 연락이 없다는 건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잖아요? 당신은 은성이가 걱정이 되질 않아요?”
“그놈 일주일 동안 연락 없이 싸돌아다닌 적도 있어.”
“그때는 철이 없을 어릴 때구요!”
“그럼 지금은 철이 들었단 소리야? 그놈 꼬라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여보!”
수저를 들어 국을 떠먹은 강민석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걱정하지 말고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석준이 넌 이번에 나갈 부품 물량에 대해서 제대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려.”
“알겠습니다.”
“이제 너도 경영승계를 본격적으로 받아야 하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속마음도 모르고 태평해 보이는 남편의 모습에 유희숙은 속이 점점 더 타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이 모든 일이 당신이 잘 못한 일도 오냐오냐 응석을 다 받아주었기 때문인 것을 어찌 하겠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일을 저지른 은성이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납치라는 것이 절대 작은 잘 못이 아닌데 둘 째는 너무 쉽게 그 일을 저지르려 했다.
그것도 일성회의 깊이 몸담고 있는 여자를.
‘방치한 내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지.’
따지고 보면 아내의 부탁에 따라 그것을 두고 방치를 했던 자신의 잘 못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런 자신의 전화를 그런 식으로 돌려서 거절을 한 차아링에 대해서 상당히 괴씸하다고 여겼다.
그 정도로 고통을 안겨주고 손가락을 절단 했으면 충분한 것을 넘어 과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씻은 후에 안방으로 들어가 양복으로 갈아입고 옷장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고 있던 강민석 회장은 걸려온 전화를 보고 박실장의 번호가 찍혀있자 그대로 받았다.
[큰일 났습니다, 회장님.]
“큰일이라니? 일성회와 분쟁이라도 터졌나?”
[지금 그룹 본사가 시끄럽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그래?”
심각한 음성에 강민석 회장이 똑바로 폰을 잡으며 다시 물었다.
[지금 국세청에서 긴급 세무조사가 떴습니다.]
“세무조사라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세무조사라는 건가?”
[조세회피처로 주로 이용되는 버진아일랜드와 스위스 은행에 대해 그룹자금의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조세회피처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에 조금 전 식탁에서도 커지지 않았던 음성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상황이... 좋지가 않습니다, 회장님.]
“곧장 가도록 하지.”
통화를 끝낸 강민석 화장이 서둘러 안방을 나왔다.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유희숙과 강석준은 서둘러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오지 않아도 돼.”
아내와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나선 강민석 회장은 대기하고 있는 차량으로 향했다.
이미 수행비서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강민석 회장을 보고는 90도로 인사를 올린 후 뒷문을 열어주었다.
곧 그를 태운 차량이 집을 빠져나가 도로에 들어섰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세무조사란 말인가.’
느닷없는 일에 그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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