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화 〉 208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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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강민석 회장의 눈이 스티로폼 상자로 향했다.
쪽지엔 선물이 들어 있다고 하였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앞서 본 사진과 동영상들로 인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혀 보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들었지만 강민석 회장은 조심스럽게 스티로폼 상자를 꺼내들었다.
확실히 안에 드라이아이스로 인해 차가운 냉기가 겉 표면에서 다 느껴질 정도였다.
조심스럽게 닫혀 있는 덮개 부분을 손으로 잡고 천천히 들어냈다.
서서히 뚜껑이 열릴 수록 안에서 차가운 한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완전히 덮개가 개봉이 되었을 때 안에 드러난 내용물을 본 강민석 회장은 들고 있던 덮개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럴 수가......!”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한 박실장이 저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트렸다.
그 옆에 서있는 한만길 대리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차이링...!”
강민석 회장의 입에서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름을 부른 것뿐이지만 그 속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는 음성이었다.
그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박실장이 왜 저렇게 저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트린 걸까.
그건 상자의 내용물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을 터였다.
드라이아이스로 주변을 감싸고 있고 그 사이엔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벽을 쳐놓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하나의 손가락이 피가 덕지덕지 뭍은 채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등골이 서늘한 만큼 오싹한 풍경이었지만 그보다는 강민석 회장은 강한 분노를 느꼈다.
“이게... 뭘로 보이지.”
상자 속의 내용물에서 시선을 때지 않은 채 강민석 회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의 눈엔 이게 무엇으로 보이는지 물었네.”
무례하게도 아무도 강민석 회장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누가 감히 상자의 내용물을 입에 답을 수 있겠는가.
턱하니 ‘잘린 손가락 같습니다.’라는 간 큰 발언을 할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 하는 것을 보니 내가 보는게 잘린 손가락이 맞는가 보구만.”
“회장님.”
“걱정하지 말게. 이런 일로 흥분하거나 그러지 않으니까.”
박실장의 우려스러운 목소리에 강민석 회장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손가락이 둘 째놈의 손가락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나? 아무리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의 아들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일을 벌이는 미친놈은 없을 것이야.”
그렇게 말한 강민석 회장은 이번엔 남은 쪽지 하나를 상자 안에서 꺼내들었다.
“볼 건 다보았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이 쪽지를 확인해 보세나.”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말한 강민석 회장이 쪽지를 조심스럽게 펴서 읽어 내려갔다.
<어때요? 제="" 선물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혹시나="" 선물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 할="" 수도="" 있으니="" 알려드리는데="" 회장님이="" 생각하는="" 그="" 사람의="" 것이="" 맞답니다.="" 참...=""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으면="" 회장님의="" 아들의="" 번호로="" 연락="" 주시면="" 돼요.="" 그리고="" 폰에="" 저장되어="" 있는="" 영상의="" 원본은=""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진="" 못="" 했답니다.=""/>
쪽지를 다 읽은 강민석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구겨버렸다.
“당장 잡아와.”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을 짓고 있던 강민석 회장이 다시금 돌변한 듯 사나운 기세를 보였다.
“당장 김호식이라는 놈과 차이링을 잡아들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민석 회장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 하고 소리치고 말았다.
“아니...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 겁니까?”
“산속에 처박혀 있는 것이 좀이 쑤십니다.”
“닥쳐 새끼들아... 나는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지 알아?”
인상을 찡그린 김호식이 투덜대며 말하는 애들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제부로 갑자기 다시 주종무 과장의 호출을 받고 찾아갔는데 당분간 서울을 떠나 있으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서울을 떠나 있으라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렇게 되었소. 이게다 김사장을 위해서 하는 말이니 시키는 대로 따르시오.}
{아니... 갑자기 그렇게 말을 하시면 어디로 내려가란 말입니까.}
느닷없이 몸을 좀 피신하라는 말에 김호식은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간다면 자신이 어디로 간단 말인가. 비록 작은 건설회사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간판을 내걸고 명색이 사장이라는 명함을 팠는데 말이다.
지방엔 연고도 없을뿐더러 빈손으로 눈칫밥을 먹으며 여기까지 올라섰는데 참으로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아예 떠나란 말이 아니요. 몸을 잠시 동안 피신 시키라는 말이지.}
{일단 간다고 해도 제가 갈 곳이 딱히 없습니다. 지방에 연고도 없을뿐더러 서울토박이 인지라.}
{안 그래도 그에 대해서 아가씨께서 다 준비를 해두었네.}
{준비를 말입니까?}
놀란 듯 반문을 하는 김호식을 향해 주종무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평 쪽에 계곡을 끼고 있는 자그마한 산장이 하나 있는데 인적도 드물뿐더러 아주 조용해서 휴식을 취하기 좋지.}
{산장에 가란 말입니까?}
{가면 소주 한 박스랑 맥주 피쳐 한 박스, 그리고 넉넉하게 한달치 식량을 준비해놓고 있을 테니까. 인원을 꾸려서 그쪽으로 가면 돼.}
갑작스러운 일에 어안이 벙벙해진 김호식의 어깨를 힘주어 두 어번 두드려준 주종무 과장이 입을 열었다.
{일단 이일만 무사히 지나가고 나면 아가씨께서 다 알아서 뒤를 보주신다고 했으니까. 힘들겠지만 다녀오시오.}
그리고는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경비는 이걸로 하면 될 것이오.}
봉투가 두둑한 것이 적어도 100만원은 그냥 넘어갈 것 같았다.
“신화그룹의 강민석 회장의 둘 째 아들을 건드렸으니 이게 나을지도 모르지.”
잔에 따라져 있는 소주를 단 번에 비워버린 김호식이 오징어 다리를 하나 뜯어서 질컹거리며 씹었다.
“그러면 우리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겁니까?”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다시 부르겠지.”
“일이 잘 해결되기나 할까요? 아무리 그래도 신화그룹의 강민석 회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그때의 상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총상을 입고 너무도 괴로워하는 강은성의 모습을 아버지인 강민석 회장이 알게 된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해결이 되든 안 되든 우리는 좋게 끝나길 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은성이를 그곳으로 유인한 것이 우리니까. 잘 해결 될 수 있게 빌어야지.”
“그 여자만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지리는 것 같습니다.”
소주의 쓴 맛을 얼굴로 표현하며 들창코의 사내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권총을 소지하고 온 것도 놀라운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을 향해 싸버리 다니요.”
“딱 봐도 처음이 아닌 것 같던데?”
“삼합회의 지부장이었다잖아. 이쪽에선 이골이 난 여자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예쁜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 그런 모습을 하는게 좀......”
“인마. 그래서 사람은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거다. 나 같이 겉은 양아치처럼 생겼어도 의리가 있고 진국인 사나이가 있는가 하면, 외모가 예쁘고 천사 같은 모습이라도 그 속을 보면 사람 한 두명 쯤은 그냥 물어죽일 독사를 품고 있는 여자가 있는 거야.”
“헛소리 하지 말고 한 잔 따라봐라.”
서로 차이링을 두고 얘기를 하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김호식이 잔을 들며 말했다.
“예, 사장님.”
그에 들창코 사내가 소주병을 들어 조심스럽게 잔을 채워주었다.
단 번에 입으로 가저가 잔을 비워버린 김호식이 이번엔 삼겹살 한 점을 집이 쌈장에 찍어 먹었다.
“어찌됐는 나나 네놈들이나... 당분간 이곳에 처박혀 있어야 돼. 그래도 명색히 일성회니까 어떻게든 하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맞습니다. 신화그룹이라고 해도 이쪽 업계에선 일성회가 평정하지 않았습니까? 아무것도 없이 은성이를 그렇게 만들진 않았겠지요.”
다들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상황이 않좋게 끝난다면 자신들의 생사도 어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이일을 좋게 해결하길 바랄 뿐인 것이다.
“자 받아라.”
소주병을 든 김호식이 일일이 애들의 잔에 가득 채워 주었다.
그렇게 다 따르고 나니 병에 남은 소주가 없어서 한 명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새병 하나를 꺼내왔다.
“제가 한 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사장님.”
뚜껑을 돌려서 딴 스포츠머리를 하고 자신을 진국이라 스스로 말한 인상이 더러운 사내가 조심스럽게 잔을 채워주었다.
“암울한 얘기는 여기서 그만두고 한 번 시원하게 퍼마셔 보자.”
그리곤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한 번에 입안에 소주를 털어놓았다.
“크으~! 술맛 좋다.”
지금 걱정을 한다고 일이 해결 되는 것도 아니고 주종무 과장이 말 했던 대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술도 넉넉하게 구비되어 있겠다 부족하면 전화를 해서 다시 부탁을 하면 되니 그저 이 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한 잔의 소주를 목구멍으로 털어 넣으며 걱정거리들을 모두 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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