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206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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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시간이 지난거지? 아니... 며칠이 지난거야.’
정장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한비서의 얼굴은 많이 핼쑥해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식사로 나오는 것이 빵하고 우유가 전부 였으니 말이다.
팥 빵 하나랑 200ml 흰 우유 하나가 나오는 한 끼의 전부였다.
지하 단칸방에 갇힌 그는 전등으로 나오는 불 빛 말고는 밖의 시간이 낮인지 밤인지 알 길이 없었다.
차고 있던 손목시계도 뺐겼고 폰도 손에서 떠난 지 오래다.
잠금 패턴에 대해서 알려주고 난 후로 더 이상 폰에 대한 얘기를 듣지를 못 했다.
빼앗겼을 때부터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생리현상 또한 여기서 해결을 보았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요강을 주었던 것이다.
철로 된 것으로 싸구려 요강이었는데 처음에 그것을 받았을 때는 아주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거기에다가 볼일을 보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 대변을 본 것은 아니어서 그런대로 참을 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 그대로 참을 만 하다는 것 뿐이다.
‘도련님은 어찌 되었을까.’
자신의 상황도 상당히 좋지 않긴 했지만 그보다 은성이 더 걱정이 되었다.
총상을 입고 피를 철철 흘렸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기분이었다.
거기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앞에서 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얻은 충격은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폰 카메라에 담긴 괴로워하는 얼굴과 흘러내리는 핏물들, 상당히 끔찍한 풍경이었다.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그 모습을 폰으로 찍었던 손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설마하니... 진짜로 죽이는 건 아니겠지?’
문뜩 그런 생각이 든 한 비서였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한 생각이라 여겼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강은성은 신화그룹의 강민석 회장의 차남이지 않던가.
아무리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 하더라도 아들이고 가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가만히 있을 부모님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금 남 걱정 할 때가 아닌데... 배가 불렀어.’
어떻게 해서든 이 사실을 강민석 회장이 알게 된다면 어떤 조치라도 취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강은성은 아들이지만 자신은 일개 사원이지 않던가.
‘이개 도대체 무슨 꼴이야...’
아직도 그 위압감을 주는 떡대에게 맞은 몸이 쑤시는 듯 했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잘 못하다가 맞아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하겠다고 쥐어짜듯 말한 것이다.
만약 두려움을 참고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 자리에 성하게 있지도 못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자 한비서는 손으로 윗배를 쓰다듬었다.
빵이랑 우유 하나로 배를 채운다는 건 상당히 무리가 있는 일이다.
천천히 옆으로 기울듯 몸을 뉘운 그는 배고 품과 이 상황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기 위해 그렇게 잠을 청했다.
누워서 그저 눈을 감고 있는 다고 잠이 올리는 없겠지만 기운이 없는 상황에다 심적으로 지쳐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톡톡!
그렇게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발로 톡 건드리는 행동에 한비서의 눈꺼풀이 떨리며 힘겹게 눈이 떠졌다.
“일어나라... 너 찾으시니까.”
두 사내들을 자신을 내려다보며 하는 말에 한비서는 겨우 상체를 다시 일으켜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나가는 겁니까?”
“그래.”
그 말에 한비서는 기분이 좋기보단 뭔가 불안함을 느꼈다.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것 까지는 좋은데 또 어떤 일이 자신에게 생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그의 행동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옷깃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뭘 그리 꾸물거려?”
“죄송합니다.”
눈치를 보며 사과를 하는 한비서의 어깨를 밀쳤다.
“빨랑가자.”
“또 어기적거리면 맞는다, 응?”
“예...”
긴장 한 목소리로 말한 한비서가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계단을 따라 올라가 1층으로 향했고 거기서 멈추지 않아 한 층더 올라갔다.
2층에 올라선 한비서가 자신의 뒤를 따라 올라선 사내들을 바라보자 한 사람이 턱짓으로 한 쪽방을 가리켰다.
천천히 그곳으로 향해 문 앞에 서자 한 사내가 손을 뻗어 노크를 했다.
“들어가봐라.”
“저... 혼자 말입니까?”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아, 아닙니다.”
움찔한 한비서가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를 돌렸다.
천천히 문이 열리고 안의 풍경이 들어났는데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방이다.
“들어와.”
거기엔 중년인의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주종무 과장이었다.
눈치를 보며 안으로 들어가자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는 말을 했다.
맞은편 의자를 빼고 앉은 한비서를 향해 주종무 과장이 입을 열었다.
“있을만 하던가.”
“예.”
“사실대로 말해도 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에 다시 재차 물음을 던졌다.
잠시 망설이는 듯 보이던 한비서가 천천히 다시 속마음을 밝혔다.
“사실... 좀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고. 배도 고프고.”
“그렇겠지.”
한 비서의 말을 주종무 과장이 이해 한다는 듯 대답했다.
“내가 왜 널 보려고 이곳에 왔는지 아나?”
당연히 몰랐으므로 한비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널 풀어주기 위해서야.”
“예?”
“오늘 넌 이곳에서 나간다.”
믿기지 않는 대답에 반문을 했던 한 비서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불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올라왔다 내보내준다는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왜, 믿기지가 않아?”
“아, 아닙니다.”
“아니긴... 그래 보이는데.”
웃음을 지은 주종무 과장이 앞에 놓여져 있는 캔 커피를 따서 넘겨주었다.
“마셔.”
건네주는 것을 주춤거리며 받아들어 눈치를 보다가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입안에 퍼지는 커피향과 달콤한 단 맛에 저도 모르게 꿀꺽이며 다 마셔버렸다.
“배가 많이 고팠나보군.”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나. 배가 고파서 그런 건데.”
“정말로 절 내보내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 자네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말이야.”
“저만 가는 겁니까?”
자신 말고도 은성이 있었기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아쉽지만 보내 줄 수가 없어.”
“갑자기 왜 절 보내주시는 건지...”
“안 그래도 그에 대해서 해줄 말이 있는데.”
디스플러스를 꺼내든 주종무 과장이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자네 가족에 대해서 좀 알아보았어.”
“예?”
“평범한 가정이더군. 아버지에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도 있고.”
갑자기 가족 얘기가 나오자 한비서는 상당히 불안한 듯 보였다.
“가, 가족들안 아무 상관없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뭘 그리 불안해하나? 그냥 알아본 것뿐인데. 그저 나가서 쓸데없는 행동을 할 까봐 그냥 말해주는 것뿐이야. 알아들었나?”
“예...”
“그래...”
깊숙이 빨았다가 연기를 내뿜은 주종무 과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간 직후 곧장 우리가 전해준 상자를 가지고 신화그룹 본사로 들어가면 돼. 가면 아마도 뭔가 조치가 내려질 텐데 그에 따르면 될 거야. 그리고 회장에게 이 상자는 꼭 전해주어야 한다는 말은 빼먹으면 안 돼. 강은성과 관련이 되어 있다고 꼭 전해주어야 한다고 해야 돼.”
“아,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물어보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는 건 상관없는데 강은성이 얼마나 무서움에 떨었는지 그걸 적극적으로 알려주면 좋아.”
“예?”
“강은성이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를 적날하게 밝히란 말이야. 네가 구타를 당했던 것도 다 말해도 돼.”
혹시나 말하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따를 생각이었고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적극적으로 피해 상황을 알리라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가족을 생각해서 좋게 얘기해줄 필요는 없어. 알아들었나?”
“예.”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 강민석 회장에게 상자를 넘겨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라는 것. 쉽지?”
고개를 끄덕이는 한비서의 모습에 주종무 과장이 웃음을 지었다.
“자장면 시켰으니까. 먹고 가. 든든하게 가야 더 잘 설명을 하지.”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준 주종무 과장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상황이 좋지가 않은데.’
자신을 호출한 강민석 회장의 말에 따라 두 사랑의 행방을 찾은 박실장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이틀 전에 한비서가 그랜저를 몰고 은성과 같이 나갔다는 것 말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일간 은성이 갈만한 곳은 모두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고, 자주가는 마사지샵이나 내연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의 집에도 없었다.
일단 행방을 수소문해서 다 찾고는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차번호를 조회를 해볼 생각을 한 박실장은 오늘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했다.
“실장님.”
“왜.”
그때 전화 통화를 끝낸 부하직원 한 명이 긴장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만길 대리가 들어왔답니다.”
“왔다고?”
“예, 조금 전에 그랜저를 몰고 왔다는데 형색이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당장 이곳으로 데려 오라고 해. 아니다. 내가 내려가 보도록 하지.”
“1층 휴계실에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박실장이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서도 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층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지금까지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에 뭔가 일이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만길 대리가 왔으니 만나보면 알 터였다.
1층에 도착하는 알림 음이 들리며 문이 열렸을 때 박실장은 서둘러 걸음을 옮겨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안에 있나?”
“예. 실장님.”
문 앞에 지키고 서있던 직원이 박실장을 보고 인사를 올렸다.
열어주는 문 안의 휴게실로 들어간 박실장은 상자를 끌어안고 앉아 있는 한만길 대리가 눈에 들어왔다.
입고 있는 정장은 더럽게 해지고 몸 또한 성해보이지가 않았다.
“실장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한만길이 박실장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모습이 말이 아니로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혼자서 온 건가?”
“예... 그런데 이걸 회장님에게 전해줘야 합니다.”
“뭐?”
“실장님이라면 회장님을 만나게 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전 이걸 꼭 회장님에게 전해줘야 합니다. 아니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끌어안고 있는 상자와 뭔가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에 박실장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
‘회장님이 말씀하시던 게 이거였나?’
만약 한만길이 상자를 가지고 나타나면 직접 챙겨서 데려 오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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