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 205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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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 출근한 강민석 회장은 임원들과 3시간이 넘는 오전회의를 끝내고 회장실로 돌아왔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3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17%정도 떨어진 상황이어서 그에 대한 대책 회의를 심도있게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회장실로 돌아온 강민석 회장은 아침에 받았던 전화가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놈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고 사고도 많이 쳤던지라 이것도 솔직히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다고 어떤 놈이 감히 간 크게 직접 전화를 해서 협박을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기엔 전화상의 여자의 목소리는 너무도 차분했고 뭔가 찝찝하기도 했다.
폰을 꺼내든 강민석 회장은 그대로 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의 통화음이 가고 기다렸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 셈으로 연결한다는 음성이 전부였다.
“박실장보고 내고 보잔 다고 하게.”
이대로 가만히 있기엔 찝찝하다는 생각에 총무실의 박실장을 호출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차림의 올백 머리의 호감형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더니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한 가지 말할게 있어서 자네를 불렀어.”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은성이 수행비서 말이야.”
“한말길 대리말씀입니까?”
“그래.. 그 친구. 고려대 출신이라고 했나?”
“예, 대학후배이기도 하고 똘똘한 친구여서 제가 추천을 했었습니다.”
그에 강민석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은성이한테 안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단 말이야.”
“둘 째 도련님에게 말입니까?”
“그 녀석에게 붙여준 한만길이도 자네가 추천을 했고 해서 한 번 무슨 일인가 조사해 주었으면 해서 자네를 불렀어.”
“알겠습니다. 돌아간 직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놈이 외박을 하고 들어오질 않았는데 아침에 이상한 전화를 받아서 원... 아무튼 은성이도 그렇고 그 수행비서도 출근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자네가 한 번 맡아서 알아봐.”
“예, 회장님.”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한만길이가 뭔 상자 같은 것이나 그런 것들을 들고 있으면 자네가 직접 가지고 나에게 들고오게.”
“제가 말입니까?”
“그래... 한만길이 하고 둘이서.”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몰랐지만 박형식 실장은 조심스럽게 그리 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럼 나가는 직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강민석 회장에게 90도로 인사를 올린 후 박실장은 그대로 회장실을 나갔다.
‘도대체 밖에서 어떤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 원...’
첫 째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상당히 심각하게 봤을 강민석 회장이었지만 그동안 은성이 저지른 사건들이 많았고 그걸 또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었던 강민석 회장은 찝찝하기는 해도 아들에 대한 불신으로 또 어떤 사고를 쳤기에 그런 것인지 걱정만 될 뿐이었다.
사실 전에도 아들 폰으로 술 취한 젊은 여자애에게서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그 다음날 아주 작살이 나도록 따끔하게 혼을 내주었는데 그와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밖에서의 행실이 얼마나 더러웠으면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너무도 걱정이 되는 강민석 회장이었다.
박동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막히는 게 없으니 시원시원하게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이서 그게 또 참으로 살맛나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장인어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초선의원들의 모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혁신위를 이끌어 가는 것도 무난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에서나 정치적으로나 잘 흘러가고 있었으니 괜찮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박동구는 뭔가 2%정도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고 있었다.
바로 이만석으로 하여금 느끼게 해주었던 그 흥분감이 바로 그것이었다.
도저히 인간이라 볼 수 없는 그의 능력에 처음엔 강한 두려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왠지 벌이는 일들마다 흥미진진하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그렇게 무서운 장인어른을 이제 이만석이 자신에게 말을 전해주면 그대로 따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김철중 의원에게 기를 눌리고 살았던 그여서 이건 아주 큰 시원함으로 다가왔다.
허나 이만석이 이집트로 가고 난 후부터는 그런 흥분감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고 드문드문 연락만 오는 상황이라 더 이상 장인어른의 그 껄끄러워 하는 얼굴도 볼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정기국회를 마치고 의사당을 나서던 박동구는 자신의 폰에 걸려온 전화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번호여서 누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국회의원인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을 보면 보통의 인물은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받았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낯선 여성의 목소리에 박동구가 질문을 던졌다.
“누구요? 누군데 나한테 전화를 한 겁니까.”
이럴 땐 당당하게 나가야 자신의 체면을 새우는 것이므로 박동구는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누군지 잊었나 보군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같은데 당신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겠소?”
[처음이 아닐 텐데요...?]
처음이 아니라는 말에 박동구는 다시 의아한 마음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인데 박동구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날랑하고 듣기 좋은 것 같은데... 만난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폰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차이링이에요. 이래도 모르겠어요?]
“차이링? 차이.......”
차이링이라는 말에 반문을 했다 뭐라 말을 하려다 말고 그대로 눈이 커졌다.
순간 주춤한 박동구가 전화기를 바로 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삼합회의 차이링입니까?”
[맞아요.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삼합회의 지부장이 아니지만 말이에요.]
“......”
그녀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 줄은 몰랐던 상황인지라 박동구는 당혹스러운 심정이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녀와의 모종의 거래를 하려다 실패로 돌아간 것도 있었고 그 때문에 상당히 아쉬움도 느꼈었다.
그녀 같이 빼어난 미모의 여인을 품어본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결국 좋게 끝나지 않았지만 참으로 큰 아쉬움으로 남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박동구가 지금 이렇게 놀라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만석에 관해서 였다.
자신도 모르게 삼합회를 거론했지만 박동구 또한 그 녀가 일성회에 들어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일성회에세 어떤 위치이며 대접을 받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그녀가 함께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바로 자신이 주인으로 모시게 된 이만석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
동시에 차기 일성회의 안주인이 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 얘기가 진짜 인가 싶었지만 지금은 그녀가 이만석과 함께 동거를 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그이가 당신에게 말하면 될 거라고 하던데...]
“물론이지요. 잘 전화하셨습니다.”
이만석이 이집트로 떠나기 전 박동구에게 혹시나 차이링에게 전화가 오면 자신을 대하는 것 처럼 대하라는 말에 무조건 그리 하겠다는 말을 했다.
첫 번째 수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있어 이만석의 말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차되어 있는 차로 향한 박동구는 뒷문을 열어주는 비서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차이 올랐다.
“혹시 뭔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제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서 그런지 박동구는 차이링을 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전의 만남으로 조금 어색하기도 하련만 그는 전혀 그런 것 없이 자연스럽게 대했다.
[당신이 좀 도와줘야 할 일거리가 있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말씀만 하십시오.”
[강민석 회장에 대한 압박을 좀 가해 주세요.]
“강민석 회장이요? 그 신화그룹의 강민석 말입니까?”
[그래요.]
“제가 어떤 식으로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말씀해 보시지요.”
박동구는 두말 할 것 없이 바로 차이링의 말을 받아드렸다.
참고로 이만석의 처 번째 수하라면 그와 관련 된 일엔 시원하고 깔끔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차이링을 자신에게 대하는 것처럼 대하라 하였으니 그리 하면 되는 것이다.
[강은성을 내가 데리고 있어요.]
“아.. 그렇습니까?”
뭔가 심상치 않은 얘기일 거 같다는 생각에 박동구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비서를 보고 나가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잠시 후 운전석에서 내리고 차안에 혼자 있게 되자 목소리를 좀 낮춰서 입을 열었다.
“강은성이라면 강민석 회장의 차남 아닙니까.”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건 그래도 좀 궁금했는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표했다.
[그 자가 날 납치하려 했으니 반대로 내가 데리고 있게 된 것일 뿐이에요.]
“납치요?”
납치라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박동구의 표정이 굳어졌다.
차이링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알려주었다.
“허... 그놈 심각하네요. 감히 차이링 아가씨를 납치를 하려고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신화그룹에 강도 높게 한번 때려주었으면 하는데... 되겠죠?]
“물론이지요. 차이링 아가씨가 이렇게 부탁을 하는데 제가 어찌 가절을 할 수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주 시원하게 한 번 때려드리겠습니다.”
[김철중 의원님에게 잘 말해주세요. 아마도 강민석 회장이 이일에 대해서 조치를 할지 모르니 그에 대한 대처도 해줬으면 해요.]
“두 말하면 잔소리지요. 장인어른도 아주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감히 차이링 아가씨를 납치를 하려고 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이건 절대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암요!”
[후훗... 말을 참 기분 좋게 하시네요.]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일 뿐입니다. 필요하시면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으니 언제고 연락 주십시오.”
[그럴게요.]
그렇게 통화를 끝낸 박동구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이게 얼마만의 일이냐.”
이만석이 직접 자신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2%를 채워 줄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걸 또 아주 좋게 해내면 내 충심에 대해서 아주 감탄을 하시겠지? 그러면 내 가치가 한단계 더 올라가게 될 거야. 흐흐흐......‘
이만석에게 심취해 있는 박동구는 뭔가 그와 관련 된 일을 하면 우월감을 느꼈고 자신도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거기서 찾아오는 묘한 흥분감은 그 무엇도 대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기다리쇼 장인어른... 내 일거리를 가지고 지금 바로 갈 테니까.’
이번에도 자신의 보고 껄끄러운 표정을 짓게 될 장인어른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애취급을 당하며 망신을 주었던 장인이었지만 이젠 그것도 옛날 말인 것이다.
“예전 일을 생각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써먹기는 괜찮네.”
박동구와 통화를 끝낸 차이링이 미소를 지었다.
아마 자신의 전화를 받고 어떤 식으로든 분명 행동을 할 것임에 분명하니 박동구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만석이 떠나기 전에 정치적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박동구에게 전화를 하면 아주 잘 처리를 해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거기다 박동구 뿐만이 아니라 김철중 의원까지 아주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에 차이링 그녀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동안의 벌어졌던 상황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이만석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때가 되면 그이가 자신에게 알려 줄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물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자신의 아들의 손가락과 복사본으로 보낸 영상을 보게 된다면 아주 볼만 할 것이다.
찻잔을 든 차이링이 커피의 그윽한 향을 느끼며 가볍게 입술을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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