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204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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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에서 가벼운 차한잔을 즐기고 있는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이만석과 함께 나란히 자리해 있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 그에 대한 지지율은 60%이상이었고 다른 후보들은 고만고만한 이들이 다였다.
무당파 층을 제외하면 15%정도를 나눠먹고 있는데 보나마나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당선이 될 것이라는 말이 이제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였다.
그렇게 되니 당연히 리자 아마사피 총리에게 줄을 대려는 이들이 정치인들을 넘어 경제인들 중에서도 제법 되었다.
어떻게 조금이라도 덕을 보려거나 눈치를 보는 것으로 그러는 것인데 투랍 대통령 때도 그랬지만 눈 밖에 난 이들은 가차없이 잘라 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한 만큼 리자 아마사피 총리에게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집무실에 이렇게 말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것을 알게 된다면 상당히 큰 파장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생각보다 정보들이 빨라.”
“접촉이 있었습니까?”
“그렇다네.”
“발표는 이틀 전에 했지만 이미 정보가 퍼져나갔겠죠.”
“그런 셈이지.”
고개를 끄덕인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에선 세진 쪽에서 제일 먼저 접촉을 해왔다네. 한국 내에서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도 한 발 더 빠르지.”
“그렇습니까?”
“수주를 따내려면 부지런 해야지... 그런 면에서 보면 세진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
한국이 현재 건설업이 침체기에 들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정보를 빨리 캐치해서 접근을 해온 것은 확실히 칭찬 할 만한 일이었다.
“업체 선정은 기한을 두고 꼼꼼히 따져보는 게 원칙이겠지만... 이건 좀 상황이 달라지겠어.”
시공에 들어가게 되면 바쁘게 돌아가게 될 테니 사전에 준비를 확실히 해야 했다.
그러니 업체 선정에서부터 시작해 꼼꼼하게 따지고 착실히 준비를 해야 할 테지만 이번 사한은 좀 다르게 흘러가게 되었다.
“열쇠는 자네가 쥐게 되겠지.”
복합리조트는 그가 투랍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대선공약으로 당연히 나올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대통령이라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고 투랍 대통령과 멀어진 순간부터 반쯤을 내려놓고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끝나게 되면 자신은 더 이상 총리가 아니게 될 것이었다.
이곳이 아닌 대통령 집무실로 옮기게 될 것이고 사는 곳도 궁으로 바뀌게 될 것이었다.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지금 집권초의 힘이 강 할 것이라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는 사실이고 그 영향은 지금도 자신에게 줄을 대려는 이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게 투랍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발언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반쯤은 대통령에 대한 꿈을 내려놓았다.
그랬던 것을 여기, 눈앞에 앉아 있는 이만석이 이루어준 것이다.
그것도 그냥 앉혀 준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웠던 정국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이집트가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자신 개인 뿐 아니라 나라도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사는 아흐마다드와 맺게 될 것일세.”
“반가운 말이네요.”
이만석도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대답이었는지 별로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시공에 들어간 건설업체 또한 자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하지.”
“서비스가 좋네요.”
“자네가 나와 이 나라를 위해 해준 것에 비하면 이정도는 큰 선물도 아니지 않나.”
아흐마다드가 대표 여행사로 파트너쉽을 맞게 된다면 이건 정말로 천운이 맞아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 되는 것이다.
대표 여행사로 성정 된 그곳이 아닌 다른 여행사는 받지 않게 되어 있으니 독점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여행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패키지를 팔아 벌어들이는 수익 말고도 복합리조트에서 나는 매출 이익의 10%를 가져가게 될 테니 이건 말 그대로 대박을 넘어 천운이라 할 만 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아만은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한 참을 고민과 회의 그리고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텐데 이 얘기를 알게 된다면 충격으로 나자빠질 찌도 모른다.
“일단 예정대로 업체 선정에 있어 사전에 계획한 대로 진행되긴 할 테지만 자네가 의견을 제시해 주면 적극적으로 반영이 되도록 노력해보겠네.”
1억달러 이상의 거액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얘기가 오고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힐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이만석과 리자 아마사피 총리 단 두 사람만이 존재 할 뿐이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아가씨는 돌아갔나?”
“돌아갔습니다.”
“그런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자네는 예사로운 일문이 아니구만... 세진그룹의 총수의 딸이라니.”
이만석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찾아오는 손님에 대한 궁금함을 드러냈던 리자 아마시피 총리는 그 상대가 여자라는 것에 더욱 궁금증이 더해졌다.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이집트까지 먼 길을 날아 올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만석의 입에서 나온 얘기를 듣고는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여자는 아닐 것이라 생각 했지만 세집그룹의 정석환 회장의 딸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 했다.
휴대폰 생산을 위한 현지공장 설립을 두고 이집트에 방문 했었던 정석환 회장을 국빈신분으로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직접 맞았었다.
외교를 통한 양국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그렇게 진행 된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현지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미래를 보고 투자를 지시했던 정석환 회장을 이렇게 공장 설립에 앞서 시찰을 하기 위해 날아온 그를 소홀히 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세진의 정석환 회장의 딸이라는 것에 리자 아마사피 총리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자 친구가 아닌 게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이만석의 모습에 리자 아사사피 총리가 웃음을 지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자네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날아온단 말인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상황만 보면 자네에게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해 보여.”
그 말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짓자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의 그 웃음을 보니 내 말이 맞나 보구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이만석이 쓴웃음을 짓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며 따라 웃었다.
“은성이 이놈 아직도 안 들어 왔어?”
보고 있던 아침 신문을 접고 서재를 나선 강민석 회장은 은성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네, 여보.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네요.”
가정부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식탁을 차리는 것에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게 한 상 푸짐하게 차리고 난 후에야 인사를 올리고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원래 은성을 포함해서 네 명이 모두 앉아야 맞겠지만 지금은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버릇을 잘 못 들렸어.”
수저를 들어 국을 떠먹은 강민석 회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어들인 돈을 까먹을 줄이나 알지... 제대로 하는 구석이 없으니 뭘 믿고 맡기겠냔 말이야.”
이제 50대 후반으로 들어선 강민석 회장의 머리는 흰머리가 제법 자리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는 그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인 주름살들이 자리해 있었고 팔자주름은 고집을 엿보여 주는 듯 했다.
“식사 끝나고 한 번더 연락을 해볼게요.”
“그럴 필요 없어. 뭐가 좋다고 연락을 해?”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 거예요. 은성이가 그래도 요즘엔 하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당신은 그게 문제야.”
눈살을 찌푸린 강민석 회장이 아내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계속 그렇게 오냐오냐 받아 주니까 그 놈이 그렇게 탈선 하는 거 아니야.”
“탈선이라니 말이 지나친 거 아니에요? 하루 외박 했다고 그렇게 말 할 거 없잖아요 당신.”
“하루 외박? 내가 지금 하루 외박을 한 것 때문에 이렇게 성을 내는 걸로 보여? 그놈이 이렇게 행동하는 게 하루 이틀이냔 말이야. 대들었을 때 감싸주면 안 되는 건데.”
“그 말 무슨 뜻이에요?”
“무슨 뜻이긴. 말 그대로지.”
“지금 그 말은 나 때문이라는 소린가요?”
“그럼 아니야?”
순식간에 식사 자리가 냉랭하게 변하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옆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던 강석준이 조심스럽게 수저를 내려놓았다.
“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더 먹지 않고.”
“아니에요, 아버지. 부품 물량의 결제 내역에 대해서 정리를 오늘 오전 중으로 끝내야 해서요.”
“네가 직접 챙기기로 한 것이냐?”
“예.”
“그래... 그게 좋은 자세야. 스스로 책임지고 챙길 줄 알아야 회사를 꾸려 나갈 수가 있는 법이다.”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자리에서 장남인 강석준이 물러나자 곧바로 아내의 잔소리가 나왔다.
“나라도 이런 분위기에선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 같네요.”
“나라도라니...”
“준이가 괜히 자리에서 일어났겠어요? 당신하고 내가 싸우니까 보기 힘들어 그런 거잖아요.”
“그게 그럼 내탓이라는 말이야? 당신이 은성이를 오냐오냐 받아주니까 그놈이 막나가서 가정 분위기가 이런 거 아니야!”
“뭐라고요?!”
노려보는 아내의 시선에 결국 강민석 회장 또한 수저를 내려놓았다.
“집안 꼴 아주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가버리는 남편을 보고 그녀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재로 들어온 강민석 회장이 소파에 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폐 깊숙이 빨았다가 내쉰 그의 얼굴엔 아직도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돌아오면 따끔하게 혼을 내던가 해야지...”
강민석 회장은 막내인 은성이 이렇게 막나가게 된 것이 모두 아내가 응석받이고 키웠기 때문으로 보았다.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게 장남인 석준은 응석을 받아주는 것 없이 엄하게 키웠고 이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잘 커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 째인 은성은 첫 째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 했던 사랑과 응석을 다 받아 주었고 강민석 회장은 그걸 못 마땅하게 여겼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막나가는 행동들이 전부 응석을 받고 오냐오냐 키웠기 때문으로 보았던 것이다.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어야지.... 이래가지고 뭐 하나 맡길 수가 있나.’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둘 째였다.
아내가 그렇게 부탁을 해서 영화부터 시작해서 방송 쪽 일을 맡기긴 했지만 영 미덥지가 않은 것이다.
이대로 은성에게 넘겨 줄 수 없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이놈... 양반은 못 될 팔자구나.”
전화번호를 확인한 강민석 화징이 마침 잘 걸렸다는 듯 중얼거리며 폰을 받았다.
“너 지금 어디야.”
분노를 억누르며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저기압이었다.
[강민석 회장님이신가요?]
헌데 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놀랍게도 둘 째인 은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에 눈살을 찌푸린 강민석 회장이 질문을 던졌다.
“누군데 내 아들놈의 폰으로 나에게 전화를 거지?”
[회장님이 맞으시나 보군요. 뭔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보죠?]
“내가 기분이 나쁘든 말든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 그런 헛 소리를 하는 거야? 그보다 내 아들 폰을 왜 당신이 들고 있는 거지?”
[잘 못을 했으니까, 그렇겠죠?]
“잘 못?”
[네. 아주 큰 잘 못을 저질렀죠. 그래서... 이렇게 회장님 아들 폰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도대체......”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다 회장님한테 달려있어요.]
한 소리 하려던 강민석 회장은 말을 자르고 하는 말에 미간에 주름이 파였다.
“뭘 죽이고 살리겠다는 말이지?”
[뭐겠어요. 회장님 아들이죠.]
“뭐라고?”
[회장님 아들의 수행비서라는 사람에게 소포 하나를 딸려서 보낼 테니... 그 후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참고로 말씀 드리는 거지만 허튼 짓 하면 아들은 영영 볼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곤 강민석 회장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게 무슨.....”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에 강민석 회장은 당혹스러운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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