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 203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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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오른쪽 다리 허벅지 부분에 총알이 관통당한 은성은 짧은 순간 그대로 심장이 멎은 듯 했고 그 직후 바로 불로 지진 듯한 화끈한 통증이 몰려왔다.
순식간에 비릿한 혈향이 맡아지며 바닥에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는데 당연하게도 은성은 비명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손으로 오른쪽 다리를 부여잡고 나뒹구는 그를 보며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사내들은 당황한 듯 바라보았다.
그건 김호식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순식간에 백에서 권총을 꺼내들어 망설이지 않고 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솜털이 곤두서는 오싹한 느낌과 함께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내, 내 다리! 내 다리......!”
“입 틀어막아요. 시끄러우니까.”
다리를 부여잡고 비명성을 내지르는 은성을 두고 차이링은 백으로 다시 권총을 집어넣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김호식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뭐 하고 있어요. 입 틀어막지 않고.”
“트, 틀어막아라!”
가만히 서있는 김호식을 향해 차이링이 다시 재촉하듯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명을 내렸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사내가 서둘러 손수건을 꺼내었고 발광하는 은성을 다른 두 사람이 누르듯 제압했다.
“내 다리...웁!”
극심한 통증에 발광을 하는 은성은 순식간에 입안으로 쑤셔넣어지는 손수건에 목소리가 막혔다.
그 직후 다른 사내가 청 테이프를 뜯어 은성의 입에다가 붙였다.
떨어 지지 않게 두 어번 더 붙이고 난 후에야 조용해 졌지만 여전히 은성은 몸을 뒤틀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 사람과 어떤 관계죠?”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채 은성을 바라보고 있단 한비서는 갑자기 차이링이 자신을 보고 질문을 던지자 몸을 움찔했다.
“저, 절 말씀입니까?”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한비서가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수, 수행비서입니다.”
“수행비서?”
“예.”
“폰 꺼내서 찍어요.”
“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던 한비서는 이어진 차이링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갑자기 폰을 꺼내라는 말이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신 폰으로 이 사람의 전체 모습이랑 다리를 찍으세요. 흘러내리고 있는 피의 하나도 놓치지 않게끔.”
그녀의 명령에 한비서는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모셔왔던 은성의 저 끔찍한 모습을 어떻게 폰으로 담아낸단 말인가.
우물쭈물 거리는 그의 모습에 차이링이 주종무 과장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던 주종무 과장은 차이링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가 뭘 바라는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신 차리게 해줘.”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87에 100kg에 가까워 보이는 거구가 그대로 한비서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복부에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켁!”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구에 주춤 물러났던 한비서는 순간 숨이 턱하니 막히며 상체가 앞으로 수그려 지면서 헛 숨이 들이켜졌다.
묵진한 주먹이 복부를 강타하자 상당한 충격과 고통이 내장을 뒤흔들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만큼 강한 고통에 앞으로 비틀거리는 것을 멱살을 잡고는 그대로 뺨을 강하게 후려 갈겼다.
짜악!
억센 손길이 뺨을 후려치자 그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가며 침이 튀었다.
그 직후 사내의 폭행은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용서해달라는 한비서의 말을 무시한 채 그의 복부에 다시금 주먹을 꽂아넣자 위가 역류하며서 입으로 토사물을 내뱉으며 구토를 했다.
“하, 하겠습니다... 제발......!”
구토를 하다말고 다시 자신의 멱살을 잡으려는 사내의 모습에 한비서가 쥐어 짜내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했다.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종무 과장이 그만이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자 바닥에 엎어지듯 쓰러진 그를 향해 차이링이 아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다출혈로 죽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서두르는게 좋을 거예요.”
친절한 그녀의 말이 한비서에게는 소름돋는 목소리로 들려왔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품에서 폰을 꺼내 들더니 잠금을 풀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켜고는 제압당해 있는 은성의 곁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 물리세요.”
“물러나라신다.”
차이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호식이 애들을 물렸다.
그 직후 다리를 부여잡은 채 몸을 뒤트는 은성을 향해 한비서가 떨리는 손으로 폰으로 그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렸지만 여기서 멈 추면 다시 사정없는 구타가 이어질 터였다.
찰칵!
이리저리 뒤트는 그의 모습을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체 샷을 찍고는 차이링이 말 했던 대로 총상을 입을 허벅지를 클로즈하며 바닥을 적시고 흘러내리는 피를 담아 낼 수 있게 찍었다.
은성은 다리를 부여잡은 채 입이 막혀 나오지도 않는 고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괴로워했다.
그것을 한비서가 앞에 서서 폰으로 찍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이왕이면 동영상으로 촬영 하는 것도 좋겠죠?”
뒤에서 들려오는 차이링의 말에 한비서는 사진촬영을 끝내고 동영상모드로 바꿔 은성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약 1분정도의 시간을 촬영하고 끝을 내자 두 사람이 다시 다가와 은성의 몸을 제압하고 다른 사람이 새롭게 투입되어 천과 테이프를 이용해 지혈을 하기 시작했다.
임시방편인 응급처치일 뿐이지만 일단 지혈을 해야 과다출혈로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건네주는 것을 받아든 주종무 과장이 차이링에게 다가가 넘겨주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확인 작업에 들어간 그녀는 마지막 동영상 촬영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입을 막고 있어서 비명이 잘 들리지 않아 그게 조금 아쉽네요. 그럼 데려가도록 하죠.”
그리곤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그녀가 공장 밖으로 나가자 주종무 과장이 김호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둘은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김사장이 뒤 정리를 좀 하고 가시오.”
“예, 주과장님.”
그렇게 쓰러져 있는 은성을 부축하고 한비서를 끌고 나 가는 주종무 일행을 보면서 김호식이 한 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어.’
바닥에 낭자한 선혈을 바라본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차이링을 처음 보았을 땐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그녀의 미모에 아찔해 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왜 강은성이 그녀를 탐내는지 와닿을 정도로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차이링에 대한 두근거림은 이제 차갑게 식어버렸다.
‘저런 여자는 가까이 해선 안 된다.’
총을 준비해 온 것도 놀라운데 망설이지 않고 사람을 쏴버리는 그 행동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쪽에서 물좀 먹은 그도 아직까지 스스로 칼로 배때기를 담근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령을 내려서 시킨 적은 있어도 말이다.
칼로 담그는 것과 총을 쏘는 것은 어찌 보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손에 총이 쥐어진다면 사람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쏠 수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그렇지가 않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과 실제로 그 상황에 맞닿게 된다면 완전히 달라지게된다.
오천만원 이상을 불러서 때어먹지 않은 게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는 김호식이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강은성을 기절시키고 트렁크에 실어 넣은 조중무가 차이링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에게 보내야죠.”
“그 사람이라고 하시면...?”
“강민석 회장.”
“신화그룹의 강민석 회장 말입니까?”
놀란 듯 물어오는 주종무의 말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욕설을 내뱉으며 교접을 하는 모습이 메스컴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다면 상당히 볼만 할 거예요.”
“그러시다면...?”
“돌아가는 직후 새끼손가락을 자르세요. 복사본과 함께 잘 포장을 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손가락을 자르면서 동영상도 촬영하도록 해요.”
“그걸 보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동영상은 보내지 않아요. 하지만 손가락, 복사본은 저 비서라는 남자를 통해 전해줄 거예요.”
차이링의 말에 주종무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 재계서열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총수를 상대로 협박을 하려는 것이다.
너무도 간이 큰 행동에 등에 식은땀이 다 날 것 같았다.
“얼굴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가 않네요.”
“생각지 못 한 말을 들어서...”
“그렇게 긴장 할 것 없어요. 그저 이 상황을 기분좋게 즐기면 되는 거니까.”
또렷한 눈빛에 생기가 돋는 얼굴로 말하는 그녀의 웃음을 짓는 모습이 스스로 한 말 처럼 이미 자신은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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