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202화 혹독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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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1시쯤 되었을 때 김호식은 은성이 보낸 수행 비서를 통해 어제 약속한 대로 5000만원을 받게 되었다.
백화점 종이백의 안에 선물처럼 잘 포장되어 있는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포장지를 뜯어 상자를 열어보니 오만원 권 다발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것이다.
“도련님이 빨리 해결을 보자고 하셨습니다.”
“돈도 받았겠다. 내일 중으로 연락이 갈 거라고 전해주면 될 겁니다.”
“그럼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비서와 악수를 나눈 김호식이 누런 이빨을 보이며 웃음을 지었다.
“돌아가는 대로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한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러도록 하지요.”
인사를 나눈 후 사장실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호식은 폰을 꺼내 곧장 전화를 걸었다.
“전해 드리고 왔습니다.”
운전석에 올라탄 수행비서가 뒤 좌석에 앉아 있는 강은성을 향해 말했다.
“뭐라고 했지?”
“내일중으로 연락을 하겠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 했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양아치새끼.”
오천을 뜯긴 거 같은 기분이라 절로 욕설이 나오는 은성이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차이링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오천만원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 돈을 선뜻 주었다는 말이죠?”
“예, 김사장 말로는 별다른 반론 없이 바로 승낙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의외라고 했습니다.”
주종무 과장이 하는 말에 차이링은 기분이 나쁘다는 투로 말했다.
“결국은 날 어찌해보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밖에 생각 할 수 밖에 없겠네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더러운 차이링었다.
납치를 해서 어찌해 보려는 것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겨우 그런 놈에게 자신이 그렇고 그런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다 끼칠 정도였다.
“내일 바로 연락하라 하세요. 날 가지고 그런 상상을 하고 있다는게 기분이 안 좋네요.”
“예, 아가씨.”
이렇게 몸을 관리하고 가꾼 것은 다 이만석을 위한 것이지 그런 놈에게 반찬거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것이다.
어느덧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가라 앉았다.
“광명에 위치한 염색 폐공장이라고 합니다.”
“광명? 거기까지 가야 한다고?”
서울외각 지역이라는 것에 눈살을 찌푸린 은성이었지만 곧 차이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장소를 잡고 접선을 하면 되는 거지 폐공장이라니... 나참.”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린 은성이 나이에 맞지 않게 수행비서로 자신의 측근으로 따라다니고 있는 한비서를 향해 입을 열었다.
“꾸물거리지 말고 시원하게 밟아.”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신형 그랜저라 그런지 그래도 안락함이 괜찮아 좋게 애용하는 차종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은성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도착했어?”
“예.”
그 말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보았는데 녹이 쓸고 잡초가 무성한 대다 낡아 빠진 공장의 전경에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이런 곳에서 꼭 만나야하나.”
언제나 화려한 삶을 살아온 자신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더러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안에 자신을 깔보고 면전에 대고 거절을 했던 차이링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풀리는 은성이었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은성을 따라 한비서 또한 차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닫혀 있는 철문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간 은성이 걸음을 멈췄다.
“열어.”
그의 명이 떨어지자 한비서가 손잡이 부분을 잡고 왼쪽으로 힘껏 밀었다.
끼기긱!
옆으로 문이 열리며 녹슨 마찰음이 들려왔다.
철가루와 먼지가 아래로 떨어지며 그렇게 천천히 문이 열렸다.
그렇게 드러난 공장 안의 분우기는 더 좋지가 않았는데 오래된 기기들과 자제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기며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 맞아?”
안으로 들어가 둘러본 은성이 확실하냐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예, 이곳이 맞습니다.”
“에이씨... 기분 더럽게.”
안으로 더 들어가다 바닥에 죽어 있는 벌레의 시체를 보곤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렇게 폐자재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넓은 공간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래도 쓸만한 기기들은 안쪽에 있었던 것인지 흔적들만 남아있고 내부의 공터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이구~! 도련님 오셨습니까?”
그때 안쪽의 작은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내들이 밖으로 나왔다.
아마도 폐공장의 사무실로 이용이 되었던 곳 같은데 거기서 김호식을 포함해 그의 애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서울에도 접선 장소가 많은데 왜 이곳으로 부른 겁니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않습니까. 자고로 거래란 이런 곳에서 해야 제격인 법이올시다.”
“그 여자는 어디 있습니까?”
“물론 준비되어 있지요.”
“저 안에 있습니까?”
“성질도 급하셔라.”
“나 한가한 사람 아니니까 빨리 안내하시죠.”
“뭐... 바쁘다고 하시니까. 애들아.”
“예. 사장님!”
“말씀하십시오!”
그의 명에 뒤에 시립해 있던 사내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바쁘다니까 빨리 해결보자.”
그리고는 가볍게 박수를 치는 순간 10명이 넘어서는 사내들이 그대로 은성과 한비서의 주변을 애워쌌다.
갑자기 자신들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감싸는 모습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에 은성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무슨 짓이긴... 이런 짓이지. 시작해.”
순간 사내들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그대로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김사장!”
그 순간 은성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나왔다.
순식간에 다가온 두 명의 사내가 주변을 에워싸더니 그대로 은성의 복부와 등을 노리고 주먹과 팔꿈치가 날아들었다.
퍼억!
헌데 의외로 격타음이 난 것은 은성이 아니라 주먹을 날린 사내의 얼굴이었다.
복싱을 포함한 격투기를 배워왔던 은성의 실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새끼들아 제대로 대처해!”
그 모습에 김호식이 욕설을 내뱉으며 언성을 높였다.
반대로 앞으로 다가가 상대의 얼굴에 원펀치를 날려버린 은성은 그대로 몸을 돌리며 뒤에서 공격해 들어오던 상대의 복부를 발로 까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는 또 다른 사내의 팔을 잡고 꺾어 버리는데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악!”
한비서는 손쉽게 진압을 했지만 의외로 은성의 싸움실력에 세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너희들 같은 쓰레기들에게 당할 내가 아니다.”
순간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이들을 보며 은성이 웃음을 지었다.
퍼억!
“크아악!”
“아니긴 개뿔......!”
그때 은성은 뒤에서 휘두른 각목이 등을 격타당하며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김호식은 조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은성이 쓰러지자 순식간에 세 명의 사내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발로 구타를 가하기 시작했다.
퍼어억! 팍! 퍼억!
사정을 봐주지 않고 이어지는 구타에 어느새 입술이 터지고 옷 여기저기가 더러워졌다.
웅크리고 있는 자세였지만 전혀 봐주지 않는 발길질을 다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한 동안 구타가 이어지고 그만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짓밟히는 것은 처음이겠지?”
바닥에 대짜로 뻗어 있는 은성을 내려다보면서 김호식이 히죽였다.
“개새끼......”
그 모습에 은성이 분노의 시선을 담은 채 욕설을 내뱉었다.
“이러고도 네가 무사 할 줄 알아?”
“그건 나중에 두고 보면 알 일이고, 그보다 저 쪽을 봐라.”
고개를 까딱이는 김호식의 말에도 은성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분이다.”
그에 다시 김호식이 저쪽을 바라는 듯 말하자 은성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들어온 출입문 쪽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에요.”
거기엔 차이링이 아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서있었다.
“날... 속였구나.”
떨리는 시선으로 차이링을 바라보던 은성이 김호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속인 게 아니지. 네가 바란 대로 눈앞에 있지 않더냐.”
또각또각!
그때 이쪽으로 걸어오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뒤를 따라 주종무 과장을 포함해 일성회의 사내들이 따라 붙었는데 모두 안전부 소속이다.
“그렇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네요.”
“흥... 내가 사람을 잘 못 보았군......”
안타깝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은성은 자신이 그녀의 외모에 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 어쩔 셈이지.”
“글쎄요.”
“내 한 가지 말하는데 절대 이일이 가볍게 넘어가진 않을 거야.”
모호한 대답을 내놓는 차이링을 향해 은성이 경고를 하듯 말했다.
“지금이라도 날 풀어주면 이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 수가 있어.”
아무래도 집안의 위세를 믿고 저러는 것 같은데 그에 김호식은 물론이고 주종무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 차이링이 매고 있는 백을 열더니 소음기가 달려 있는 총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푸슛!
“크아악!”
권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린 순간 은성의 입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김호식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주종무 과장도 좀 놀란 듯 보였다.
“내, 내 다리! 내 다리.......!”
“입 틀어막아요. 시끄러우니까.”
허벅지가 관통당하며 극심한 고통에 바닥을 나뒹구는 은성을 내버려두고 다시 권총을 백에 넣으며 차이링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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