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199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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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돌아가야 한다니 너무 아쉽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샴페인 한 잔을 걸치고 있는 지나의 얼굴에 울상이 지어졌다.
이집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벌써 2박3일이 끝나고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5성급 이상의 호텔이라 불리는 웨스턴 나일은 스위트룸의 생활이 너무도 편안했다.
지나는 따로 숙소를 잡지 않고 이곳에서 이만석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이집트로 올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숙소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거기다 지금 쓰고 있는 침대 또한 더블이었으니 둘이서 자기에 충분 했다.
늦은 밤 시간대의 밖의 풍경은 네온사인과 조명등으로 인해 아름다운 야경을 보이고 있었다.
낮에는 나일강의 모습이 한 눈에 다 들어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는데 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다른 맛이 있었다.
“한국엔 언제 돌아와요?”
“이번 달 말쯤에 가볼 생각입니다.”
“말에요?”
“연말이기도 하니 가는 거죠.”
이번 달 말에 온다는 말에 지나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렸다가 곧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연말에 온다고 해도 같이 보낼 수 없겠네요.”
“뭐가 말입니까.”
“크리스마스요. 그런 날은 여자 친구가 먼저잖아요.”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지나의 모습에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질투 납니까?”
“당연하죠~! 왜 질투가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고집은 부리지 않아요. 엄연히 여자 친구는 하란씨 이니까요. 아직... 민준씨하고 나의 사이가 정확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한 지나가 이만석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민준씨는 나 어떻게 생각해요?”
그렇게 질문을 던진 지나는 이만석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그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약 300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만석은 잔을 들어 다시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나씨를 사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군요...”
“지나씨가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짓을 말할 수는 없죠.”
어떻게 보면 냉정한 말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지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예상하고 있던 말이었어요.”
“......”
“민준씨가 저에게 이렇게 대해주는 것이 이성적으로 절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처음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만석과 함께 지내면서 점점 그에 대해서 알아가며 알아가게 된 것은 그는 전혀 자신을 이성으로 조금이라도 사랑의 감정을 담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준씨에게 이렇게 접근하고 다가간 것도 나였고 지금도 이렇게 이집트로 오게 된 것도 내가 스스로 온 것이니까요. 민준씨가 그렇게 말해도 이상 할 거 없어요.”
거기까지 말하곤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환환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도 좀 서운하네요... 조금이라도 나에게 관심은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더 노력을 해야겠죠?”
지금까지 이렇게 마음이 끌린 이성이 있었던 적이 없었던 지나는 지금 농담처럼 말한 이 말이 전부 가벼운 말이라면 그게 진짜 거짓말일 것이다.
공주대접 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사라온 그녀에게 있어 이렇게 애가 타게 하는 남자가 있었던가.
자신 있게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샴페인 한잔을 끝낸 지나는 이만석에게 같이 탕에 들어가자는 제안을 했다.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니 그 정도 부탁을 들어주는 게 예의라면서 말이다.
지나의 말로 인해 두 사람은 그렇게 욕실로 들어섰다.
샤워기를 틀어 가볍게 거품을 내어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기다려봐요.”
자신이 먼저 간단하게 몸을 씻겨낸 지나가 이번엔 스펀지에 거품을 내어 이만석의 등 뒤로 향했다.
손으로 거품을 낸 스펀지로 천천히 닦아내려가는 지나는 이만석의 등이 생각 이상으로 넓다는 걸 느꼈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 그의 등은 자잘한 근육들로 갈라져 이었고 선을 따라 내려오는 허리선은 시원하게 각을 세워주고 있었다.
그렇게 부드럽게 몸에 거품 칠을 해주던 지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만석의 등을 자신도 모르게 어루만졌다.
‘이대로 이 등에 기대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는 다시 부드럽게 거품 칠을 해주었다.
“다... 끝냈어요.”
뒤로 한 발 물러난 사이 이만석이 가볍게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
시원한 냉수가 뿜어져 나오며 그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자신이 칠해준 거품들이 씻겨 내려가면서 깨끗하게 드러나는 몸을 지나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검품 칠을 끝내고 그 사이 온수를 받아놓은 물로 향했다.
욕조의 크기가 넓어서 세 명이상은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긴 타원형의 넓은 공간을 자랑 했는데 이만석이 먼저 들어가 반쯤 몸을 담궜다.
타월로 몸을 감싼 지나가 발을 먼저 살며시 담그더니 천천히 욕조 안으로 들어가 몸을 앉혔다.
젖은 머릿결을 손으로 감싸 뒤로 넘기며 가볍게 쓸어 내렸다.
“나 이러고 있는 거 아버지가 알면 엄청 놀랄거예요.”
“허락받고 온거 아니었습니까?”
“그건 맞아요. 하지만 이렇게 민준씨하고 둘이서 욕탕에 들어가거나 이러고 지낸다는 건 생각지 못 했을 걸요? 알면 또 다시 저에게 잔소리 할 지 몰라요.”
지나의 말에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머? 웃는거 보니까 농담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진짜에요. 이래봐도 저 금지옥엽으로 자랐어요. 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에라도 난리가 날 거예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쪽에서 조심을 해야겠군요.”
“그걸 이제야 느꼈어요?”
그렇게 말한 지나가 천천히 이만석쩍으로 향하더니 그의 가슴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하지만... 민준씨는 봐줄게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나... 민준씨가 차갑게 대해도 따지거나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그러니까 민준씨는 나에게...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되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고, 만지고 있어도 또 만지고 싶어진다.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그러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에요.”
만약 이게 요즘 들어 느끼는 대로 정말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면 지나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든 지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만석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추었다.
여기는 욕실 안이고 둘 만의 공간. 어느 누구도 방해 할 사람이 없다.
자연스럽게 입술이 맞추어지자 지나는 혀를 꺼내어 이만석의 입술을 간질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입술 사이를 비집고 그의 입속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는 가운데 어느새 지나는 양손으로 이만석의 목을 끌어안은 채 그의 위로 올라탔다.
입속으로 들어간 혀는 자연스럽게 노닐며 그의 혀를 찾아갔고 잠시후 위아래로 움직이며 어루어 달래듯 움직이다 그대로 엉켜들어갔다.
“쯉...!”
키스가 이어지는 순간 그 소리가 사이를 비집고 밖으로 흘러나온다.
눈을 감은 지나는 너무도 달콤한 이 순간이 계속대기를 바랐다.
딸랑!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울소리가 작게 울려왔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바리스타로 보이는 직원이 원두커피를 다리고 있었는데 그 향이 그윽해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현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안쪽으로 향했다.
거기엔 한 명의 여자가 먼저 와서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단정한 차림에 옅은 화장을 한 그녀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연 갈색의 단발머리에 갸름한 턱선의 미인형의 얼굴이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어.”
맞은편에 몸을 앉히는 현호를 보며 혜리가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바쁜데 시간 내서 온 거 아니지?”
“어...”
“그러면 다행이구. 너 바쁜데 불러낸 거면 미안하니까.”
잠시 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메뉴판을 건네주자 현호는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했다.
“너는?”
“난 모카라떼로 할께.”
그렇게 직원이 물러나고 다시 둘이 남게 되었을 때 혜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얼굴 보기 왜 이렇게 힘드니?”
“며칠 전에도 봤잖아.”
“그 때말고는 연락이 통 없으니까 그렇지.”
“그랬나?”
“뭐야... 그 대답은.”
“애들은?”
“잘 지내... 늘 똑같지 뭐.”
고개를 끄덕이는 현호를 보며 혜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정말로 한국에 완전히 돌아온거야?”
“어...”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혜리의 모습에 현호가 입을 열었다.
“은성이 와는 잘 대가?”
“소식 못 들었구나?”
“무슨 소식?”
“걔하고 끝 낸지 상당히 오래됐어.”
“그래?”
의외라는 듯 바라보는 현호의 모습에 혜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 진짜 잠수 탄지 오래되긴 했구나?”
“두 사람 잘 어울리던 거 같던데.”
“아니.”
고개를 가로저은 혜리가 씁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은성이하고 난 깨질 걸 예상하고 있었어.”
“깨질 걸 예상하고 있었다니?”
“은성이도 그렇고 나도 걜 사랑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사랑하지도 않는데 사귀었다고?”
“응...”
“이유가 뭐야.”
집안대 집안으로 만나서 사귄 걸아님을 알기에 현호가 물어보았다.
“잊어보려고 사귀었던 거야.”
“잊다니?”
“현호 넌 여전하네.”
쓴웃음을 지은 혜리가 똑바로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내가 무엇 때문에 걔네들하고 함께하게 되었는지 모르는구나?”
“그야 어렸을 때부터 어울려 지냈으니까.”
“바보야... 그때 나 얼마나 내성적이었는지 잘 알잖아. 주변 애들과 어울리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소극적인 아이였던 거. 그랬던 내가 왜 그렇게 매일같이 어울려 다니며 같이 지냈던 거 같아?”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현호를 향해 혜리가 잠시 맘을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너... 때문이야.”
“나 때문이라고?”
“그래...”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현호의 시선에 혜리는 눈을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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