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화 〉 198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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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링은 주종무 과장이 해주는 얘기를 전부 듣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얘기를 했단 말이죠.”
“예, 차이링 아가씨. 강은성이가 직접적으로 납치를 해달라는 의뢰를 한 것 같습니다.”
안전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주종무 과장은 처음으로 차이링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멀리서 보았던 것과 다르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가슴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일성회의 꽃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그녀의 외모에 대해서 칭찬이 자자했고 실제로 멀리서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게 되니 긴장이 될 정도였다.
‘한 떨기의 꽃이라더니 그 말이 맞구나.’
입가에 웃음을 짓는 순간 절로 마른침을 삼키게 된 주종무 과장이다.
“알겠어요. 그 일에 대해선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김호식이라는 그 사람한테 보너스를 챙겨주겠다고 알려주세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이럴 땐 사례를 확실히 해야 더 충성을 하는 법이에요. 막연한 충성을 바래선 안 되는 거죠.”
“그, 그렇습니까?”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은 주종무 과장이 멍하니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이렇게 누구 앞에서 긴장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지금 주종무 과장은 자신의 이런 모습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주종무 과장이라고 하셨죠?”
“네, 네... 그렇습니다.”
“직접 이렇게 찾아와 알려줘서 고마워요. 기억해 둘께요.”
“예...감사합니다!”
차이링에게 딱히 직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이만석의 여자에다 그녀가 직접 나서서 전반적으로 사업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못해도 부장급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주종무에게 있어 차이링은 그녀의 아찔한 외모를 떠나서도 대하기 힘든 면이 많았다.
더구나 차기 일성회의 안주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아서 더욱 그러했다.
이만석이 다음대 일성회의 회장에 오를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만큼 그의 여자인 차이링이 당연히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은 주종무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이링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찾아오느라 수고했어요. 조심해서 돌아가도록 해요.”
그리곤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데 그에 자신의 마이에 손을 닦아 깨끗하게 하고는 가볍게 손을 마주 잡았다.
‘여자의 손길이 이렇게 찌릿할 정도였나.’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본 그였지만 지금만큼 이렇게 손만 잡는 것만으로 찌릿했던 적은 없었다.
‘티비에서 그렇게 예쁘다는 연예인을 내 두 눈으로 본적은 없어도 여기 앞에 있는 이분도 절대 뒤지지 않을 거야. 어쩌면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차이링의 미모에 시선을 때지 못하며 바라보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손을 잡고 있을 거예요?”
“아! 죄, 죄송합니다.”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순간 정신을 차리며 급하게 손을 놓았다.
그 모습에 차이링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조심해서 가세요.”
“예, 예.”
응접실을 지나 현관 앞에서 다시 인사를 올린 주종무가 밖으로 나갔다.
저택 주변엔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지키고 서있었는데 주종무는 그들을 지나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차로 가면서도 뒤로 힐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내 언제 저런 여자를 만나 볼 수나 있으려나.’
춘배가 하도 선녀라고 말하고 다녀서 안전부 내에서 다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헌데 주종무는 차이링이 정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아닐까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미모에 감탄을 했다.
‘아마도 나에겐 무리겠지.’
헛된 망상임을 알고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따로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에 이동해 자신의 차에 올라탄 주종무가 시동을 키고 안전벨트를 맸다.
“그래... 일성회의 안주인이 되려면 저정도는 되어야지.”
그녀가 삼합회에서 쌓아온 명성과 일성회에 들어와 이룬 업적들을 생각하면 외모가 아니더라도 일성회의 안주인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가 도와준 덕분에 지금 일성회 내에서 돌아가는 유흥업의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신속한 연락망의 구축도 이루어 낼 수가 있었다.
전적으로 삼합회가 중국대륙에서 커온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차이링이 일성회에 맞게 새로운 플랜을 짜준 것인데 그게 잘 먹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를 삼합회에서 일성회로 데려온 것은 정말로 신의 한수라 할 수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삼합회에 그대로 지부장으로 있으면서 한국 내에서 세력을 키웠다면 일성회로써는 참으로 큰 곤욕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만석이 그때 중간에서 깽판을 치지 않았다면 일성회로써는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 했을 것이다.
‘민준님과 차이링 아가씨가 이렇게 버티고 있어 준다면 일성회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이만석이 앞을 막고 있는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다면 차이링을 그 길을 새롭게 다져놓는 일을 했다.
두 사람이 참으로 많은 일을 이루어 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응접실에 혼자 남게 된 차이링은 찻잔을 들어 남아 있는 차의 한 모금을 마셨다.
“여기서 혼자서 지내려고 하니 쓸쓸하네.”
이만석과 단 둘이서 오붓하게 살아가던 오피스텔에서 나와 서초구에 자리 잡은 단독주택에 들어 온지 이제 이주일이 되었다.
넓은 마당에 연못과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주차 공간 또한 넉넉하게 자리해 있었다.
2층의 저택은 응접실에 방만해도 7개가 넘어가고 화장실도 세 개에 샤워실은 두 개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커다란 욕조는 네 명이 들어가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었고 식기들이나 가구들 또한 모두 새것들이었다.
매물로 나온 가격이 20억이 넘어가는 그런 고급저택으로 정인철 회장이 참으로 신경을 쓴 흔적이 여력 했다.
전엔 삼합회에서 지낼 때 호텔이나 마련 된 저택에서 혼자서 지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혼자서 지내려고 하니 한편으론 마음이 공허했기 때문이다.
청소를 할 때 말고는 가정부를 부르지 않는 차이링은 스스로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을 즐겼는데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서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그렇게 실력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이만석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그게 또 하나의 행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전엔 이렇게 혼자서 지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넓은 응접실을 둘러보며 차이링이 씁쓸한 마음을 느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구나.”
이만석을 보지 못 한지 이제 다섯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어서 더욱더 그의 얼굴이 그리워지는 차이링이었다.
‘그이가 저 문을 열고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당장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은 차이링은 주종무가 알려준 얘기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생각 했던 것 이상으로 더러운 놈이네.’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고 납치를 해서 자기 앞으로 끌고 오라고 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은근히 그렇게 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던 차이링이었다.
‘그래도 바랬던 대로 행동해주니 나쁘지는 않네.’
이대로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없는 차이링이다.
그러니 저렇게 비열한 행동을 하니 그녀에겐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부모의 후광을 모든 걸 커버해 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란다.’
레스토랑에서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으로 대시를 해오던 그의 얼굴이 차이링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확실히 바라보는 시선에 전혀 긴장감이라곤 찾아 볼 수도 없고 아랫사람을 많이 부려본 모습과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들은 차이링에겐 귀여워 보였다.
아무리 분위기가 무겁고 바라보는 시선에 오만과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그건 일반적인 여자에게나 긴장감을 안겨줄 뿐이지 그녀에게는 우습기 그지없었다.
강은성 정도의 분위기라면 일성회는 물론이고 삼합회 내에서도 손쉽게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동영상 파일이 터진다면 난리 나겠지.’
잡아들인 유강우를 통해 얻어낸 수확치고는 상당히 컸다.
유강우는 자신을 구타했던 중년인이 일을 꾸미고 행동 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일은 차이링이 직접 지시했던 것이다.
오천만원이라는 돈을 불렀던 것도 다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별로 나오는 게 없으면 그 돈만 받고 그대로 죽여버리라는 지시도 내렸었다.
‘그래도 살 복은 있나보네.’
듣기로는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거나 큰 사고가 터졌을 때 수습하기 위해 찍어둔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차이링이 두 개의 찻잔을 가지고 싱크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가볍게 설거지를 끝낸 후 손을 닦은 후 걸어 나온 그녀가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너는 살아남을 수 있는 행운이 있을까....’
유강우가 그렇게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강은성도 과연 행운의 여신이 자신을 따라줄지 궁금했다.
“유강우처럼 당신은 과연 어떤 걸 보여줄 수가 있나요, 도련님?”
이만석이 없는 이 빈자리의 공허함을 강은성이 잠시라도 잊게 해주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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