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196화 재회
* * *
“내려.”
“나, 날 어떻게 하려는 거요?”
을씨년스러운 폐공장 안으로 들어선 유강우는 긴장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누구고 왜 자신은 이곳으로 끌고 온단 말인가.
“지, 지금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난...히익!”
입을 열다말고 순식간에 멱살이 잡힌 유강우의 얼굴에 공포심이 서렸다.
“한 번만 더 씨부리면 아가리를 뭉개버리는 수가있어.”
눈을 불알이며 말한 남자가 잡고 있던 멱살을 풀어주었다.
“내려.”
눈치를 보던 유강우가 이번엔 별말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차 밖으로 나왔다.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고 공터 주변엔 폐자제들이 쌓여있었다.
이런 으스스한 곳에 왜 자신을 끌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조용히 풀려나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제가 그냥 들어가겠습니다.”
양쪽에 팔을 붙잡는 행동에 놀란 유강우가 그렇게 말했지만 거기에 사내들은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공장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양쪽 팔이 붙들린 채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운전기사의 얼굴은 얼어있었다.
“너도 들어가.”
그때 운전석에서 내린 사내가 하는 말에 놀라 움찔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녹이 쓴 철문이 열리고 안으로 끌려 들어간 유강우는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사내들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척봐도 이들이 조폭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그런 것이다.
양쪽 팔이 붙들린 채 안으로 들어간 유강우가 그대로 중년인으로 보이는 한 명의 사내 앞으로 끌려 멈춰 섰다.
“어이쿠!”
등을 미는 행동에 저도 모르게 앞으로 밀리며 꼴사나운 모습으로 넘어졌다.
뒤에서 따라온 운전기사 또한 유강우의 옆으로 밀쳐서 넘어졌다.
“도, 도대체 뉘신데 저한테 이러는 겁니까?”
얼굴에 흉터가 있는 중년이의 눈빛은 싸늘했고 얼굴 표정은 상당히 좋지가 못했다.
“GW엔터테이먼트 사장 유강우가 맞나?”
“예, 예... 내가 유강우요.”
고개를 끄덕인 중년인이 품에서 담배 갑을 하나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자 옆에 부동자세로 서있던 사내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폐 깊숙이 빨았다가 내쉰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벗겨.”
“왜, 왜 이러십니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내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유강우와 운전기사의 옷가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에 당황한 유강우가 뭐라고 말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달랑 팬티 한 장만 남겨두고 옷이 다 벗겨지는 굴욕적인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게 되었는데 상당히 수치스러운 모습이었다.
“빨리 끝내고 가야 하니까. 입 틀어막아라.”
순간 청 테이프와 입속에 양말을 구겨 넣으려는 행동에 유강우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제, 제가 잘못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뭐해 빨리 하지 않고.”
“하, 하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양쪽팔을 잡고 결박한 후 대가리를 뒤로 젖히는 행동에 파랗게 질린 유강우가 발악하듯 말했다.
“뭐,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그만.”
그 말에 중년인이 행동을 저지시켰다.
“자, 네가 뭘 잘 못했는지 말 해봐라.”
“잘못 말입니까?”
“막아.”
반문을 했던 유강우가 다시 머리를 뒤로 재끼고 입을 틀어막으려는 행동에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말하겠습니다. 제 잘 못이 뭔지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일 들을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던 그는 최근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들 중에 큰일이라 생각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어제 밤에 저질렀던 이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잘 말 해봐라 뭘 잘 못 했는지.”
“룸에서 있었던 겁탈과 구타입니다.”
“그게 얼마나 큰 잘 못인지 느끼고 있어?”
“예.”
“그러면 그 죄 값을 치러야지.”
“사, 살려 주십시오. 제가 정말로 잘 못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강은성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강은성?”
“예, 신화그룹의 강민석 회장의 차남인데 성격이 더럽고 야비한 놈입니다. 저도 잡혀 사는지라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처지여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저지를 일이 전부 강은성 그 놈 때문이다?”
“예, 예. 그렇습니다.”
“막아.”
고개를 끄덕인 유강우는 다시금 자신의 머리채가 잡혀 뒤로 젖혀지는 행동에 얼굴에 파랗게 질렸다.
“아, 아닙니다! 저의 잘 못도 아주 큽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와봐라.”
“예?”
“오라고.”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유강우가 중년인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퍼억!
“어이쿠!”
천천히 다가가다 그대로 배를 정통으로 걷어차인 유강우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깟 놈 위세를 믿고 그런 식으로 겁탈을 하며 뺨을 처 때리니까 기분이 좋더냐.”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유강우를 향해 중년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일성회가 그렇게도 우스워보였단 말이지?”
그 말에 순간 얼어붙은 표정으로 눈치를 보던 운전기사는 물론이고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유강우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일성회라니...’
생각지도 못 한 이름이 거론되자 유강우는 숨이 턱하니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또한 일성회라는 조직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을 잡고 있는 제일의 조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몇 번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큰 비용을 치루었지만.
그리고 최근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경기도를 완전히 장악하고 강원도를 석권한 것을 넘어 전국에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한국 내에서 일성회를 넘볼 조직이 없다는 얘기가 돌았다.
설마하니 그 룸살롱을 일성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니 이건 골라도 한 참 잘 못 고른 것이다.
‘이러다 정말로 죽게 생겼구나.’
저들이 일성회의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목숨쯤은 그대로 끊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몸을 절단 내서 통에 담아 시멘트를 부어 바다에 수장시키면 누가 자신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일성회라면 그 정도의 일은 큰 어려움 없이 실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세를 바로 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유강우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네놈 때문에 애들이 당분간 일을 하지 못 하게 생겼다.”
“예, 예......”
“그러니 피해보상으로 오천쯤 줘야겠는데.”
“오천말입니까?”
“왜? 주기 싫어?”
눈을 크게 뜨며 놀랐던 유강우가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닙니다! 당연히 드려야지요! 해주겠습니다.”
“네놈 같이 놈은 강은성이라는 놈한테서 그저 설설기기만 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분명히 뭔가 일이 생겼을 때 빠져나갈 구실을 준비해 뒀겠지.”
“......”
“말 해봐라.”
이마에 흐르는 땀을 조심스럽게 손등으로 훔친 유강우가 입을 열었다.
“시, 실은 그놈이 사장실에서 대놓고 떡을 친 적이 제법 됩니다.”
“사장실에서 떡을 쳐?”
“예, 방송이나 예능에 꽂아주는 조건으로 말이지요.”
“재미 좀 봤겠군.”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애들이나 데뷔를 앞둔 연습생을 그런 식으로 안았다면 확실히 재미를 본 것이다.
“그놈은 알아서 감시카메라를 정지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따로 카메라 한 대를 몰래 설치해서 다 찍어뒀습니다.”
“나중에 필요 할 때 써먹으려고?”
“그, 그렇습니다.”
신화그룹의 차남이 그런 식으로 떡을 치는 영상이 유포되면 이건 보통 큰일이 아니게 될 것이었다.
회사차원에서 발칵 뒤집히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아주 큰 이슈가 될 터였다.
“원한다면 드리겠습니다.”
눈치를 보며 유강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천 받고 죽일까 생각했지만 생각을 봐꿨다.”
죽이겠다는 말이 나오자 순간 유강우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결국은 그게 네 목숨을 살리게 됐어.”
운이 좋은 줄 알아라는 듯 말하는 그 말도 유강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 또한 성격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기 몸만큼은 보약도 챙겨 먹을 정도로 아껴왔다.
그의 신조가 가늘고 길게였을 정도로 삶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내가 살려면 별 수 없다.’
이대로 강은성을 팔아넘기는 것이 불안하긴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상대가 일반적이 조폭도 아니고 일성회라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만약 허튼 생각을 하였다가 정말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일성회라면 자신 정도의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강이나 바다에 수장 시켜버리고도 남을 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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