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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90화 (190/812)

〈 190화 〉 190화 재회

* * *

“그런데 저한텐 무슨 볼일이시죠?”

“큰 볼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은성은 자신감이 충만한 얼굴로 그녀의 흑요석 같이 반짝이는 두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을 보고 관심이 가서 이렇게 말을 건 것이니까 말이죠.”

“관심이요?”

그 말에 지키고 서있는 사내들이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며 바라보자 은성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죄송한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차이링이에요.”

“차이링?”

“네, 그게 제 이름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은성이 다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름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가던 길을 불러 세워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럼 이만...”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만치 걸어 나가는 은성을 바라보던 사내들 중에 한 명이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저 자식이 미쳤나... 감히 누구에게 껄떡대는 거야?”

저 사내의 신분이 강민석 회장의 차남이이라거나 그런 것은 별 상관이 없었다.

사내, 아니, 근호가 화가 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차이링에게 껄떡 됐다는 것이다.

그건 근호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사내들 또한 다 탐탁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가도록 해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차이링을 따라 은성을 씹어대던 이들이 몸을 돌려 그녀의 뒤를 따랐다.

차로 돌아온 은성은 그녀가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의외로 자신이 나왔던 룸살롱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저기엔 왜 들어가는 걸까요?”

그에 유강우가 의아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일하는 아가씨인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예?”

“어떤 신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여자를 지키는 놈들이 내가 누군지 알고도 전혀 기죽는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던 사내들의 눈빛을 은성은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저기엔 왜 들어가는 걸가요?”

“......”

이번엔 별다른 말없이 시선을 주어 차이링이 들아 갔던 곳을 바라보았다.

‘중국인이었나?’

차이링이라는 이름을 밝혔을 때 은성은 상당히 놀랐다.

그녀의 한국어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발음이 새는 것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심이 가는 여자는 정말로 오랜만이야.’

옛날 어렸을 때 첫사랑을 경험한 것 말고는 딱히 그렇게 관심이 갔던 여자는 없었다.

예쁘다고 이름난 여자들을 많이 만나보았고 아이돌 데뷔를 앞둔 애들도 건드리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수려한 그녀의 얼굴은 절로 관심이 갔다.

거기다 입가에 미소를 짓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던 것이다.

“가시죠.”

고개를 정면으로 돌린 은성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담은 차아링이 왔다는 말에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가 그녀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당황한 모습이 연력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를 5층의 사무실로 안내한 후 자리에 앉았을 때 나가서 차 한 잔을 가지고 들어와 그녀의 앞에 놔주었다.

“잘 마실게요.”

웃음을 지으며 받아든 차이링이 찻잔을 들어 코로 향을 느끼며 한 모금을 마셨다.

“장사는 잘 되나요?”

“네, 전에 일하던 가게에 비하면 매출이 두 배이상은 오를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들을 두고 차일은 직접 찾아가 상황을 보고 있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잘 챙겨야지 나머지 지역들도 제대로 받쳐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꼼꼼한 성격의 그녀 답게 소흘히 하는게 없었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말해 봐요.”

마담은 그때부터 차이링에게 지금까지 가게를 운영하며 있었던 상황들을 전부 알려주었다.

특히 손님들이 마음에 들어 했던 것과 자신이 생각하기에 미숙했던 점 등을 꼽아서 알려주었고 차이링은 그 얘기를 신중하게 들었다.

“알겠어요. 에로상황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좀 더 세밀하게 검토를 해볼게요.”

그렇게 말한 차이링은 이번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올라올 때 보니까 분위기가 좀 어수선 하던데 무슨 일 있었나요?”

순간 마담이 난처한 기색을 보이자 차이링이 달래듯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고 말 해봐요.”

한 숨을 내쉰 마담은 결국 차이링에게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알려주었다.

난장판이 되어 있었던 룸이나 울고 있었던 아가씨들,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은 당분간 가게에 나오지 못 할 것 같다는 것까지.

그 얘기를 하면서 마담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걔네들은 이곳의 얼굴이라 할 수가 있는애들인데 그런 일을 겪었으니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행패를 부린 사람들이 누구죠?”

“유강우라는 자와 강은성이에요.”

“강은성이요?”

“네, 한 명은 연예인소속사 사장이고 다른 한 명은 화신그룹의 강민석 회장의 둘 째 아들이에요.”

“그 두 사람이 저질렀다는 말이군요.”

조금 전에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사내의 얼굴을 떠올린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다친 애들은 잘 돌봐주고 위로도 해줘요. 그런 일을 겪었으니 상처가 클 테니까요.”

“그래야죠.”

한 숨을 내쉬는 마담은 은성이 눈앞에 있다면 뺨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어둠이 내리 깔리는 시간에 맞춰 수속을 밟고 안으로 들어선 훤칠한 키에 화사해 보이는 여자가 안으로 들어서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 하고는 그쪽으로 향하는데 그대로 품에 안기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잠시 품에 안기었던 그녀가 똑바로 바라보며 밝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잘 지냈습니다.”

“저 보고 싶지 않았어요?”

“글쎄요...”

“뭐에요? 그 대답은... 이렇게 민준씨를 보려고 먼 타국까지 날아왔는데.”

새침하게 노려보는 그녀의 시선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지나가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 이집트는 처음인데 민준씨가 잘 에스코트 해주셔야 해요.”

“에스코트라...”

“왜요? 해주기 싫어요?”

그러고는 더욱더 강하게 팔을 가슴골로 끌어안았다.

“민준씨가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이렇게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흐음...”

“어서가요!”

재촉하듯 말하는 지나를 데리고 그렇게 이만석은 공항을 빠져나갔다.

주차 되어 있는 차로 이동에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자 지나가 올라탔고 반대쪽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벨트를 하고 시동을 킨 후 그렇게 갓길을 빠져나와 차도에 들어선 이만석을 바라보며 지나가 웃음을 지었다.

“차고 있었네요?”

“팔찌 말입니까.”

“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만석의 팔에는 그녀가 떠나기 전에 선물을 해주었던 그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이집트로 오면서 이만석이 아직까지 차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도 그는 자신이 선물해준 팔찌를 차고 있었다.

“고마워요.”

그것을 보니 절로 마음이 뭉클해지는 지나였다.

이만석의 성격으로 봐서 이런 액세서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 잘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 외로 여린 구석이 있나보군요. 이걸 보고 그런 말도 하는 걸 보니.”

“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지나는 져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녁은 먹었습니까?”

기내식을 말하는 것임을 안 지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은 곳을 아니까 그곳으로 안내해 드리죠.”

그렇게 이만석은 웃음을 지으며 모하메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엄밀히 따지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들 중에 한 곳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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