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184화 어렵게 갈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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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방글라데시에 대해서 거론이 되자 아마사피 총리가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을 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어찌 모르겠는가.
에더슨과 관련되어 있는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일어난 이 일이 그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일로 인해 미국 내에서 아주 큰 소란이 일어났었지요. 이것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카일러가 이 일의 주동자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더 엄벌을 내려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방글라데시 사건으로 인해 국장과 부국장이 잘리고 청문회도 여는 등 질타가 쏟아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도 밝혀진다면 당연히 부국장인 그는 아주 심대한 타격을 입을게 아닌가.
[상황이 그렇지가 않아요.]
“다른 뭔가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일이 비화가 된다면 전 닉슨 대통령처럼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카일러 부국장을 내새웠던 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통령을 앉히려 하겠지요.]
“아니 그럼...”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보이지 않는 자들이 카일러의 뒤를 받쳐주고 있다면 믿겠습니까.]
자본주의 꽃을 피웠다는 미국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이들이 누구들인지도 리자 아마사피 총리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배후에 있단 말입니까?”
[이대로 총리께서 더 일을 키웠다간 조금씩 사건은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언론을 이용한 물 타기에 들어가겠지요. 그리되면 저 또한 절대 무사 하지 못 할 겁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심정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저격에다가 자택 피습을 당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뭔가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그가 천천히 침묵을 깨고 다시 입을 열었다.
“대통령께서는 저를 죽이려 한 자들이 테러단체의 소행이라 보지 않고 계시는군요.”
[전 사실을 직시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있습니까?”
[아직까지 큰 방향이 정해진 건 아닙니다. 허나 이 일에 대해서 알게 된 이상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미국 대통령인 그가 이렇게 직접 핫라인을 통해서 전화를 걸어온 것은 너무도 의외였다.
직접 그가 전화를 걸을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이 다 느껴질 정도인 것이다.
만약 존 마이클 대통령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 또한 현직 대통령인 만큼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론을 이용한 물 타기가 제대로 먹혀 들어간다면 어쩌면 정말로 대통령의 자리 또한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막말로 카일러 부국장이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대통령을 걸고넘어질지도 모른다.
그리 되면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사태가 확실히 심각해질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기다려 달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만약 존 마이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앉은 대통령이 카일러 부국장과 같이 한 통속의 인물이 오르게 된다면 상황이 안 좋아 지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예...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서 리자 아마사피 총리는 과연 자신이 잘 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답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허나 중요한 것은 미국 대통령인 존 마이클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는 것이고 자신에게 주동자를 알려주었다.
이것들이 리자 아마사피 총리의 생각을 좀 바꾼 기계가 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인 그가 직접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부탁을 해왔다는 것.
이건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부탁을 들어 드렸으니 한 가지 더 알려드리지요.]
“무엇을 말입니까?”
[모하메드라는 회사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모하메드요?”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 쪽으로 IS의 자금이 들어간 것을 포착했습니다.]
“......”
[지금 우리 쪽에서 활동 하는 것에 대해서 경계를 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 모하메드로 흘러들어간 IS의 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밝혀내려 그러는 것입니다. 이건 우 뿐만이 아니라 이집트 내에서도 상당히 큰일이라 생각 되는데 아닙니까?]
시리아와 이라크를 보면 IS가 존재함으로써 일어나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 잘 드러나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중요한 정보를 리자 아마사피 총리에게 알려준 꼴이다.
[만약 우리가 활동하는 것에 우려스럽다면 공조를 해서 같이 조사를 벌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가 있겠지요.]
“모하메드에 대해선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좀 우려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모하메드를 두고 조사를 한다면 따로 제재를 가하진 않겠습니다. 허나... 모하메드를 파헤치겠다고 하면 정말로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 외에 이집트와 미국의 교류나 외교에 대해서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아주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할 겁니다.’
“헉헉!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일렬로 맞춰서 완전군장을 하고 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춘배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입에선 단내가 나올 정도로 숨이 찼고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 살다..살..다 헉..어헉...헉.이..렇게...지옥...같은 행군은 처음이다.”
“무, 물...”
물을 찾는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뒤로 돌아본 이원종이 안타깝다는 듯 처다보았다.
“이 새끼 반 시체가 다되었네...?”
그동안 격한 훈련을 받다보니 체중이 5kg이상 감량한 김현석은 숙박 했을 때보다 더 핼쑥해 보이는 외모였다.
“한 번에 헉...헉....! 그렇게 물 많이 마시지 마라 후우...! 탈수증 생길라.”
“헉...힘든걸...어떻게 합니까?”
물 두어 모금 마신 현석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완전히 춘배와 이원종에게 찍혀버린 김현석은 여전히 이름보다 꼴통이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보다는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다.
체중이 빠진 건 현석뿐만이 아니었는지 떡대를 자랑하는 춘배와 이원종의 볼 살도 제법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아직 턱 선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좀 슬림해 보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k2소총과 함께 행군을 했다면 지금 이들은 미군제식 소총인 m4를 들고 있었다.
총기분해와 조립은 현역입대를 해서 배우고 해서 익숙해 졌다고 하지만 새로운 총은 어색하고 색달라 익숙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어플러그를 끼곤 m4를 가지고 영점사격을 할 때는 그것만큼은 확실히 옛날의 향수(?)를 확실히 떠오르게 할 만한 것은 없었다.
허나 사격을 할 때는 오히려 휴식이라고 할 만큼 다른 훈련들이 너무도 힘들었다.
특히 지옥 주라고 할 수 있는 무박훈련은 확실히 죽을 맛이었다.
선잠을 잠깐 식 잔다고 하지만 졸다가 걸리면 얼차려를 받고 다시 졸기를 반복하는 등 포기하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20kg이 넘는 군장을 매고 사막을 행군하다니 이건 진짜 미친 짓이었다.
안나는 불평불만을 내 뱉는 춘배들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 뭐라 나무라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 만해도 그녀에게는 놀라운 일인 것이다.
조금의 실수를 해도 그녀는 봐주는 것 없이 얼차려에 구타를 가했다.
전장에서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만큼 하나를 배워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그것도 여자에게 가차없이 구타를 당하는 입장에선 확실히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다.
허나 아무도 그녀의 구타를 받으면서도 크게 반항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의 냉정한 모습과 분위기 그리고 사격부터 시작해서 시범을 보일 때의 모습들은 마치 하나의 잘 만들어진 인간병기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교관들 또한 모두가 시범을 보여 줄 때 대단하긴 했지만 홍일점이라 할 수 있는 그녀의 시범은 또 다르게 다가왔고 절로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오히려 교관보다 더 혹독하고 냉정히 대해서 눈이 갈 정도로 예쁜 외모에 반했다가 지금은 그 마음을 완전히 접은 이들이 많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이만석이 말했던 안간병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녀이지 않을까 생각 될 정도로 하나하나 보여주는 시범들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체력 훈련에서 그녀는 건장한 남자들인 자신들 보다 더 뛰어났고 빨랐다.
혹독한 훈련에 있어서 더 먼저 시범을 보이고 앞장서 이끌었던 것이다.
말수는 적었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굴복한 것은 춘배를 때려눕힌 그녀의 실력에 있었다.
190이 넘어가는 거구를 여자의 몸으로 때려눕힌 것은 상당히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안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이들이 가지는 마음가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죽지 않을 정도는 만들어주지.’
궁시렁 거리는 춘배들을 바라보며 안나는 더 혹독하게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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