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178화 어렵게 갈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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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양쪽에 늘어서 앉아 있는 이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바라보았다.
비릿한 혈 향이 코를 자극하며 붉은 빛의 선혈이 바닥을 적셨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이만석을 바라보는 알무하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느냐?”
알 수 없는 대답을 내놓는 이만석을 두고 알무하드가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알고 있지.”
“그렇다면 네가 죽을 것도 알고 있겠구나.”
이런 소란을 피워놓고 살아나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곳은 라카의 심장부이자 칼리프라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자리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뚫고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이미 주변을 포위하며 병력들이 잠시 후면 들어 올 것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수십, 수백 명의 전사들을 뚫고 빠져 나갈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죽는다라...”
작은 목소리로 말한 이만석이 알무하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 말은 이루어 질 수 없는 말인 것 같군.”
“이놈!”
그때 왼쪽 대열의 중간에 앉아 있던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가 건방진 말투에 분노를 표출했다.
“좋다. 5분정도 기다려 주도록 하지.”
자신을 노려보는 이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을 잃지 않고 대답한 이만석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하나 물었다.
그리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는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뿜었다.
“이런 무엄한...!”
그 모습이 너무도 건방져 보여서 다시금 나무라는 언성이 나왔다.
허나 이만석의 뒤에 죽어 있는 부관과 혈 향으로 인해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이런 적이 처음이기도 했고 너무도 충격적인 모습이라 그런 것도 있었다.
사실 누가 이곳까지 쳐들어 올 것이라 생각을 했겠는가.
이곳을 지키는 병력들의 숫자만 해도 한 개의 사단과 맞먹는 인원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대공감시를 위한 무기 체계부터 기계화 부대까지 도시 하나는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화력을 가지고 있는 인원이 철통 같이 지키고 있었다.
거기다 이곳은 IS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라카이기도 해서 주변에 주둔한 부대들까지 더 하면 가히 한 나라의 군대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테러단체로 불리고 있지만 그만큼 성장세를 이어가고 시리아군과의 전투에서 빼앗은 군수장비와 물품들, 그리고 이라크에서 수확한 것들까지 합하면 두 개의 사단 정도는 무장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거기다 유전지대를 확보하고 난 후부터는 밀거래를 통한 무기 거래가 더욱더 수월해 졌고 대전차무기와 미사일까지 갖추고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허나 지금은 그러한 무기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서있는 이만석을 향해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담배 한 개비를 다 핀 이만석이 바닥이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잠시 손목시계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알무하드를 바라보았다.
“30초 정도 남았군.”
그 말에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5분이 다 되어 가는데 밖은 깜깜 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벌써 주변을 에워싸고 경고성 말이나 진압을 했어야 정상이었다.
헌데 5분이 다되도록 아무런 소리도, 인기척도 없었던 것이다.
“시간 다되었다.”
“닥쳐라 이놈!”
“감이 여기가 어디라고 처들어온 것이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금 나무라는 언성들이 터져나왔다.
허나 이만석은 그들의 말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알무하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 바라는 일은 이루어 지지 않았군.”
“......”
이상했다.
확실히 지금쯤이면 인기척이나거나 밖에서 확성기를 통해 말이라도 들여왔어야 정상이었다.
헌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넌 누구냐...”
“글세...”
아까와 같은 대답을 내놓는 이만석의 모습에 알무하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하지 않을 셈인가... 그렇다면 다른 걸 질문해보지. 날 제거하는 게 목적인가?”
왜 밖에서 아무런 소란도 일어나지 않는지 이상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절대 자신의 병력들이 당했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은 IS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 공습이나 그러한 공격들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무너트릴 수는 없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듯 여기에 있는 이만석은 절대 빠져나가지 못 할 것이고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안으로 들어왔다는 말이 된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게 되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
IS의 수장인 자신의 목을 취하는 것.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것 밖에 답이 없는 것이다.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목숨을 취하다니요?! 아무리 이놈이...끄르르......!”
오른 편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화가 난 표정으로 말을 하다 말고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는 그의 목에는 놀랍게도 하나의 얼음 화살이 정확히 반쯤 박혀 들어가 있었다.
“아악!”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가 그 모습에 기겁을 하며 옆으로 물러났다.
언제 날아들었는지 모른다. 순식간에 날아든 얼음 화살이 정확히 목과 성대를 뚫고 박혀버린 것이다.
“아, 아니...?”
“저럴 수가!”
“알라 신이시여.......!”
이 중에서 직급이 높았던 이의 죽음에 모두가 사색이 질린 체 바라보고 있는 그때 몇 몇의 경악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죽어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지 않고 이만석을 처다 보고 있었는데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 저도 모르게 고개가 향했던 이들은 이만석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는 이들을 표정에 따라서 바라보았다.
“저, 저게 대체...?”
그리곤 그들 또한 다르지 않는 듯 경악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게도 어느새 이만석의 머리 위로 수십개의 얼음 화살들이 공중에 떠 있었던 것이다.
한기가 서릴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를 더하는 얼음 화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게 현실이란 말인가...”
너무나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웠지만 경이로워 보일정도로 신비로워 모습이기도 했다.
수십 개의 얼음 화살들이 한기를 드러내며 마주하고 있으니 절로 마른침이 삼겨졌다.
위에 떠 있는 수십 개의 얼음 화살들을 뒤로 하고 서있는 이만석의 모습은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 모습에 굳어 있던 알무하드의 표정이 처음으로 심각하게 변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얼음 화살을 보고 의아하긴 했는데 하늘에 떠 있는 수십개의 화살들을 보고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저자가 만들었구나.’
부관의 가슴에 박혀있던 얼음 화살은 느리지만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허나 그것 말고도 오른팔 역할을 해주었지만 지금은 죽어있는 이의 목에는 아직도 얼음 화살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이만석의 머리 위에서 떠있는 얼음 화살들을 보면 자신도 곧 저렇게 죽을 것만 같았다.
생전에 이런 일을 보게 될 줄도 몰랐지만 저런 것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처음에 자신에게 보고를 해왔던 부하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갑자기 주변을 뒤덮은 안계를 뚫고 나가려 했지만 이상하게 나와 보면 눈앞은 처음 들어갔던 원래의 자리라는 것.
처음엔 어처구니없는 보고에 심기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게 그 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주변에 일어난 이상 현상도 네가 관련 되어 있는 것이냐.”
입을 반쯤 벌리고 이만석을 바라보던 이들은 알무하드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여기에 있는 이들도 보고를 듣지 않은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무하드 자신들 앞에서 그런 보고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죽고 싶어서 그러는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다.
헌데 지금 다시 그 얘기를 거론한 알무하드의 말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가 않았다.
이만석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얼음 화살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때에 이만석이 다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네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건 아니지.”
침묵을 깨고 말한 이만석의 말뜻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온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라니.
저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 단 말인가.
그때 이만석이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가라.”
슈슈슉!
그 순간 공중에 떠있는 수십 발의 얼음 화살들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아아악!”
“사, 사람 살려!”
“끄르르!”
몸 여기저기에 관통을 당하며 죽어가는 이들을 포함해서 순식간에 목에 박혀 버린 화살에 가래 끓는 소리는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꺄아악!”
억지로 입을 틀어막고 있던 무희들이 그 모습에 결국 비명 성을 토해내며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떨었다.
탁!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무희들마저 마치 기절을 해버리는 듯 바닥에 허물어졌다.
“이제 둘 만 남았군.”
방금 전까지 살아 있던 대신들이 모두가 죽어버렸다.
양탄자는 이미 피로인해 흥건히 젖어 있었고 몸에선 아직도 피들이 넘쳐흘러 내리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다 웃음을 짓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에 알무하드는 처음으로 밖에 있을 강병들의 믿음이 사라지며 강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