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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71화 (171/812)

〈 171화 〉 171화 또 한번의 합숙

* * *

“으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눈을 든 춘배는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짚었다.

“이제야 정신 차렸냐?”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춘배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원종의 얼굴이 들어왔다.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던 춘배가 자신이 누워있는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러다 눈을 크게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

“내가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이 왜 이곳에 누워 있나 멍 때리다 순간적으로 그때의 일이 떠오른 춘배가 몸을 일으키며 한 말이다.

그에 이원종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벌써 까먹었냐? 너 대련했다가 기절했잖아.”

“기절?”

“그래... 네가 하도 안 깨어 나길래 여기까지 들쳐오는데 엄청 고생했다. 뭔 놈의 몸은 그리 커가지고.”

자신의 외모를 보면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춘배는 입맛을 다시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많이 무거웠냐?”

“당연하지... 근데 나 보다 이놈들이 더 고생했지.”

주변에 앉아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애들을 바라본 춘배가 웃음을 지었다.

“나 때문에 고생했다.”

“형님 이번 기회에 살 좀 빼십쇼.”

“무거워 죽는줄 알았슴돠...”

“허리 나가는 줄 알았어요!”

고맙다는 인사에 하나 둘 늘어놓는 불평에 춘배가 인상일 찡그렸다.

“인마 살이라니~! 이게 다 근육인거 몰라?”

“근육은 얼어죽을... 완전 굼벵이더만.”

춘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원종이 쓴 소리를 내뱉었다.

“굼벵이라니... 이래뵈도 덩치에 비해 민첩하다는 소릴...”

“한 대도 때려보지 못 하고선 민첩은 무슨.”

“그러면 넌 그 여자 한 대라도 맞출 수 있겠냐?”

“그야...”

춘배의 말에 이원종이 뭐라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 춘배의 말대로 안나와 대련을 하게 되면 한 대라도 맞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춘배 처럼 꼴사납게 기절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답을 하지 못 하는걸 보니 너도 자신이 없구만.”

“이, 인마... 그래도 난 너와 다르게 한 대 정도는 맞출 수 있다. 어따 대고 개소리를 내뱉는 거야?”

“진짜?”

“그, 그럼 당연하지 곰팅아.”

똑바로 바라보며 물어오는 춘배의 시선에 이원종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구만.”

헌데 춘배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 이어서 나오자 이번엔 이원종이 따지듯 말했다.

“넌 그럼 다시 싸우게 되면 기절하지 않고 이길 수 있겠냐?”

“물론 다시 싸우게 된다면 이길 수 있지!”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하는 춘배의 대답에 이원종이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진짜?”

“그야...”

이어서 당연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뒷말이 목에 막혀서 나오질 않았다.

그 모습에 이원종은 되갚아 줬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기 싸울 거 없어.”

그때 생활관 안으로 들어선 안영만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관물대로 향했다.

문을 열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닦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춘배와 이원종, 그리고 애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말을 이었다.

“그 여자하고 붙으면 나도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춘배는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바라보았지만 이원종은 놀란 듯 바라보았다.

“너도?”

“내가 못 이겼는데 당연하지. 그런데 그게 뭘 놀랄 일이라고 그리 바라보는 거야?”

놀란 듯 말하는 이원종의 말에 춘배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 말했다.

“네가 스스로 제일 강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같은데. 영만이 저 놈은 나도 자신 못하는 놈들 중에 한 명이야. 너하고 내가 힘을 위주로 싸우는 인파이터 스타일이라면 저놈은 아웃복서같이 치고 빠지는 것에 능하거든, 거기다 봐서 알겠지만 민첩해서 잠깐 붙어 봤을 때 순간적으로 명치를 한 대맞고 죽는 줄 알았잖아.”

확실히 합숙에 들어갔을 때나 강원도에 가서 접수를 할 때 안영만의 모습은 민첩한 대다 피하면서 치고 빠지는 것이 예술이었다.

힘을 바탕으로 밀어 붙이는 자신에게 있어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최고라고 장담하지만 이원종은 절대 쉽게 보지는 않았다.

그런 이가 저렇게 말을 하니 확실히 쉽게 넘길 일은 아니었다.

“춘배 네가 덩치에 비해서 민첩하다고 하지만 이기는 것은 몰라도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이기지 못하면 못 하는거지 지지 않을 자신은 또 뭐야?”

조금 기분이 상하게 하는 말이라 춘배가 투덜되며 말했다.

하지만 안영만은 그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달라... 오늘 처음 봤지만 확실히 느꼈어. 만약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면 바닥에 죽어 있는 것은 나일 꺼라는 게 확실하다는거야.”

“인마 그건 싸워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

반박하고 나서는 춘배의 말에 안영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몸으로 느낄 수가 있지. 헌데 너하고 붙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봤어. 거기다 나는 너와는 다르게 힘과 덩치로 밀이 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더 느낄 수가 있었어. 머릿속으로 널 지우고 나를 대입해서 싸워봤지만 결과는 필패. 이길 수 없다는 거야.”

“아니 그래도...”

“그런 여자는 처음 봤어.”

다시 뭐라 반박 하려는 춘배의 말을 안영만이 말을 잘랐다.

“팔에 나있는 흉터나 상처들을 봐서 보통의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은데 큰형님 이후로는 처음이었어.”

“뭐가 처음이라는 말입니까?”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꼴통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춘배 네가 기절하고 모두가 놀란 듯 바라보고 있을 때 난 잠시 그 여자를 바라봤고 눈이 마주쳤지. 뭐라고 할까. 평온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감정이라는 게 없다고 해야 하나.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골이 서늘해 지던게...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야.”

“뭐... 확실히 무뚝뚝해 보이긴 하더라...”

이원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안영만이 춘배를 바라보았다.

“넌 직접 싸워봤으니까 뭔가 느낀 게 있을 텐데?”

갑자기 자신을 보고 질문을 던지는 안영만이 이원종을 포함한 애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옮겨졌다.

“너도 느꼈냐?”

이원종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춘배는 뭐라 대답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선녀같이 예쁜 여자가 나하고 싸우자길래 당황했고 실제로 한 대 얻어맞으니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어 그런데 씨팔... 뭐라고 해야 하나......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 사람 같지가 않아.”

“사람 같지가 않다니.”

“영만이가 말 한 것처럼 감정이라곤 없는 인형같이 보였단 말이야. 피하면서 정강이를 찍어버리며 공격하는데 차가운 얼굴에 그 눈을 바라보니 소름이 돋더라니까. 그래서 더 흥분을 하며 달려들었어.”

그저 무뚝뚝하고 차가운 얼굴의 여인인줄만 알았다.

헌데 직접 싸우고 겪어보니 이건 많이 이질적이었던 것이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그 기선에 냉정한 손속, 순간적으로 자신을 죽이려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뒤에서 목을 휘감아 숨통을 조여 오는 순간 춘배는 정말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시 싸우라고 하면...... 그러고 싶지가 않다.”

춘배의 말이 놀라워서 일까.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른 말과 표정에 이원종이 반쯤 입을 벌리고 놀란 듯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확실히 달라.”

그때 안영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건 가까이 해선 안 될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 공감한다는 듯 춘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은 그 눈빛과 이질적인 느낌은 처음 보았고 싸우면서도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만약 싸이코 패스를 소재로 한 공포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살인마와 마주하게 된다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외모는 확실히 선녀라고 할 만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예쁜데 가까이 하기엔 꺼려지는 기분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요인암살에 사용하던 자신의 저격 총을 깨끗하게 손질을 하고 있던 안나는 뒷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갔다.

발걸음이 다가오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더니 바로 옆에서 멈추어 섰다.

“그 총 낯이 익은데.”

의자에 털썩 앉은 이만석이 안나를 바라보며 한 말이다.

“아마사피 총리를 저격 할 때 사용한 총이니까.”

“그렇군.”

그때 호텔에서 헤어지기 전에도 보았던 총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되찾아준 것이 바로 안나가 손질하고 있는 m­200 체이탁이다.

“어땠어? 오늘 춘배하고 붙었다던데.”

음료수 캔을 딴 이만석이 한 모금 마시며 물어보았다.

“......”

안나는 별다른 말없이 계속해서 총기를 닦았다.

이만석은 다시 물어보지 않고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침묵이 계속해서 될 것 같았던 시간에 안나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래?”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조련해봐.”

“......”

다시 침묵을 지키는 안나의 모습에 이만석은 남아 있는 음료를 모두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해.”

그리곤 다시 걸음을 옮겨 문 밖으로 나가는데 총기를 손질하던 안나의 손이 잠시 멈췄다.

잠시 뭔가는 생각 하는 듯 보였던 안나는 다시 총기 손질을 하던 것을 이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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