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170화 또 한번의 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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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처음엔 놀라는 표정에 이어 감탄사를 내뱉었다가 바닥에서 아직도 엎어져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는 춘배를 보고는 긴장감으로 정막감에 휩싸였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순식간에 바닥을 박차 오르며 그대로 몸이 회전하면서 뺨을 후려차 버렸기 때문이다.
태권도 시범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그런 발차기를 맞고 바닥에 나가 떨어져 있는 춘배를 보니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이, 이게 사실인거냐?”
마른침을 삼켰던 이원종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보았다.
170도 되지 않는 여자의 몸으로 한 방에 190이 넘어가는 거구를 쓰러트려 버리다니 참으로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그건 뒤에서 지켜보던 교관들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안나를 보는 시선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바닥에 엎어져 신음소리를 내뱉던 춘배가 1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머리를 흔들며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뭐, 뭐야 도대체...”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린 춘배가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고 뺨이 얼얼했지만 그 보다는 순식간에 당해버린 자신에 대해서 꾀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안나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몸이 회전하는 것이 보였는데 그대로 뺨을 후려치는 고통에 뇌가 흔들렸고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을 굴렀던 것이다.
“아... 아파뒤지겠네.”
뺨을 어루만지며 몸을 일으킨 춘배가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렇게 후려까는게 어디 있소?”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니 한국어로 그대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듯 말했다.
안나는 춘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얼굴표정이나 말투로 대충은 어떤 말을 하는지 느낄 수는 있었다.
“정신 차렸으면 와봐.”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목청으로 도발하는 안나다.
자연스럽게 춘배의 얼굴이 안영만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안영만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덤비란다.”
그에 웃음을 지은 춘배가 목을 양쪽으로 두 어번 꺾었다.
“거참... 외모에 방심하면 안 되겠어.”
갑자기 이런 군부대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이 아리따운 여인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는데 제대로 당한 것이다.
저 냉정한 눈빛과 차가운 얼굴은 그저 풍겨오는 분위기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망설이지 않고 얼굴을 후려 까버리는 발차기는 봐주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나... 춘배가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저 여자가 교관이든, 아니면 어제 자신들을 굴렸던 남자와 동급이든 중요한 것은 한 방 먹은 것은 돌려줘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자신보고 다시 덤비라고 하는데 아까처럼 뒤로 뺐다가 또 발차기가 날아올지 모를 일이었다.
“여자라고 봐주지 않을 테니 조심하라고 좀 전해줘.”
춘배가 안영만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그러자 안영만이 안나를 바라보며 춘배가 해준 말을 그대로 영어로 말해주었다.
안영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보자.”
저 미모에 넘어가지 않게 양손으로 다시 뺨을 두어 번 친 춘배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곤 정면에 서있는 안나를 향해 그대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춘배가 상체를 오른쪽으로 비틀더니 그대로 안나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체중과 근육의 힘이 그대로 실린 펀치가 안나의 정면으로 그대로 내리 꽂혔다.
이거 제대로 한 방 맞으면 그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위압감을 풍기며 날아드는 주먹은 두꺼운 팔뚝만큼이나 참으로 강해보였다.
“저 녀석 진심이네.”
그 모습에 이원종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자신이 제대로 맞아도 아주 타격이 클 것 같은 주먹이었다.
거구의 체중과 근육의 힘이 한 대 뒤섞인 상당히 강한 위력의 펀치임에 분명했다.
헌데 그런 주먹이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는 안나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움직이며 고개를 틀었다.
부우웅!
격타음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고 힘껏 내질러진 춘배의 주먹이 안나가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휘둘러졌다.
허나 거기서 춘배가 다시 반대의 주먹이 이어서 복부에 꽂으려는 듯 날아들었는데 그 순간 안나가 뒤로 물러서 피해버렸다.
“으아압!”
그에 기합성을 내지른 춘배가 사정없이 안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복싱을 배운 적 있는 춘배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파이팅 자세를 잡은 채 원투를 날리다 그대로 스텝을 밟으며 카운터를 날리는데 참으로 놀랄만한 펀치들이었다.
권투기술과 실전에 뒤섞인 주먹질은 하나의 흉기 그 자체라 거기에 거구의 체중까지 실려 있어 참으로 위력적이었다.
허나 춘배의 주먹을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뒤로 물러서면서 피해내는 안나의 모습은 그런 춘배의 생각외의 민첩한 행동보다 배는 놀라울 일이었다.
“좀... 맞아라.....!”
아무리 휘둘러도 하나도 맞지 않는 주먹에 오기가 생긴 춘배가 계속해서 헛 주먹질을 하다가 다시 왼쪽으로 피하는 안나를 보고는 그대로 로우킥을 날렸다.
하체가 틀어지며 그대로 안나의 허벅지 부분을 노리고 날아든 발차기가 제대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저, 저게 뭐냐?”
헌데 이원종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음성이 터져나왔다.
정확히 안나의 왼쪽 허벅지 옆부분으로 날아든 발차기가 성공을 하는 듯 보였는데 그녀의 팔이 날아드는 춘배의 다리를 그대로 잡고 마치 흘려버리듯 옆으로 미끌어지며 다리의 반향에 따라 틀어졌던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안나는 당황하는 춘배의 왼쪽 정강이를 그대로 군화를 신고 있는 발뒤꿈치 부분으로 강하게 찍어 버렸다.
퍽!
“끄악!”
뼈부분에 군화의 뭉툭한 부분이 그대로 찍혀버리자 춘배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에 순식간에 뒤로 물러난 안나가 고통 스러워 하는 춘배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가슴 부분을 양 발로 힘껏 내지르듯 차버렸다.
빠아악!
정강이에서 아려오는 고통에 순간 멈칫 했던 춘배는 앙 발이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찍어버리듯 차버린 순간 큰 충격을 느끼며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반동으로 안나 또한 뒤로 날아가듯 바닥에 넘어졌는데 그 상태로 다리를 안쪽으로 당겼다가 양손바닥을 뒤로 짚은 채 그대로 앞으로 튕기며 한 번에 일어났다.
넥스프링으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누은 상태로 바로 튕기듯 앞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깔금 한 동작을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대단했고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해서 다시 바로 일어 설 수 있는 유용한 기술 중에 하나였다.
순식간에 튕기듯 바로 일어난 안나가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하며 겨우 상체를 일으킨 춘배를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안봐준다...!”
그에 오기게 생긴 춘배가 고통도 잊을 체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그대로 안나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주먹을 크게 휘둘러오는 것을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해버린 안나가 춘배의 정강이 부분을 다시금 발등으로 찍어버렸다.
퍽!
“끄악!”
군화를 신고 있어 그 고통은 배가 되어 정강이를 강타했다.
얼굴이 일그러진 춘배가 양 손을 뻗어 안나를 잡아채려는 듯 달려들었다.
허나 뒤로 빠르게 물러난 안나가 양손을 교차하듯 잡아채지 못 하고 헛질을 하는 춘배의 뒤로 이동하더니 그대로 올라타듯 뒤에서 매달리며 목을 휘감았다.
“저, 저거...!”
그에 이원종은 물론이고 뒤에 있던 일행들 까지 당황한 표정을 쥐었다.
뒤에서 목을 휘감아 버린 안나의 행동에 춘배는 팔을 잡고 풀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강하게 숨통을 조여왔다.
“끄르르...!”
벌려진 입에서 한번씩 깊이 내쉬는 가래 끊는 숨소리가 짧게 두 어번 나왔다.
서서히 얼굴이 빨개진 춘배가 당황하며 팔을 잡고 더욱더 때어내려 노력해 보지만 이상하게 안나의 팔을 풀리지가 않았다.
‘나, 나죽는다...!’
숨통이 더욱 강하게 조이며 춘배는 앞이 핑 돌기 시작했다.
뱀이 목을 휘감은 것 마냥 서서히 산소가 고갈되며 춘배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혀, 형님...!’
그 순간 이만석의 얼굴이 춘배의 머릿속에 떠오르다 그대로 정신이 희미해지며 그대로 다리가 풀리면서 앞으로 엎어졌다.
엎어지려는 순간 팔을 풀어 뒤로 착지한 안나가 기절해 버린 춘배를 내려다보았다.
한 대도 때려보지 못 하고 허공질만 하다가 목이 휘감기며 산소가 차단되어 죽음의 공포를 맛보고 기절해 버린 춘배의 모습에 이원종을 포함한 일행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마치 눈에 훤히 보이는 것 마냥 피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로우킥을 그대로 흘려버리고 정강이를 찍어버린 후에 양발로 가슴을 걷어 차버리고 튕기듯 일어나 다시 숨통을 조여 기절시키는 모습까지 상당히 놀라웠다.
춘배는 마치 굼뜬 굼벵이 마냥 헛수고만 하다가 기절해버린 것이다.
만약 안나가 마음만 먹었다면 그대로 질식사로 죽여 버릴 수도 있는 모습이어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대번에 달라졌다.
‘저 거구를 여자의 몸으로 기절시켜버리다니...’
이원종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안나를 바라보았다.
저 체구에서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것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대단한 정도가 아니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안영만은 어느새 춘배에게서 안나에게로 시선이 향해 있었다.
그가 보기엔 안나가 선보인 기술들은 절대 훈련만으로 나올 수 있는 동작들이 아니었다.
안나가 움직이는 모습이나 몸을 사리지 않고 공격하는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살벌함 그 자체였다.
숨통이 막혀 흰자로 까뒤집어지는 순간에도 안영만은 안나의 표정이 처음과 똑같다는 것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적이었으면 춘배는 죽었다.’
그때 안영만이 느낀 감정은 그녀는 정말로 춘배가 아군이 아니었다면 죽였을 것이라는 것에 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닐진데 안영만은 그녀의 눈빛을 보는 순간 확신에 들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왜 교관들이 저 여자를 두고 조심스러워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팔뚝에 나있는 자잘한 흉터들과 안나의 뺨에 나있는 가는 흉터가 안영만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상대 할 수 있을까.’
조금 전의 춘배와 안나의 대결을 머릿속에 자신을 대입해 그려본 안영만은 고개를 가로저어다.
춘배와 자신은 다른 과라고 해도 그녀의 몸놀림과 민첩성은 동물적 감각이라고 해도 절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자신도 마음만 먹으면 어느정도 춘배의 공격을 피하며 대처 할 수 있다고 해도 안나처럼 완벽히 알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공격엔 전혀 상대에 대한 배려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정강이를 찍어버리는 것이나 얼굴을 후려차버리는 행동, 그리고 양 발로 가슴을 강하게 차버리는 행동은 보는 사람이 다 움찔하게 만들 정도였다.
딱 하나 배려가 있었다만 질식사로 춘배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배려라면 배려일 것이다.
그때 안영만의 시선을 느꼈는지 안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순간 눈이 마주친 안영만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그녀의 시선에 절로 소름이 도는 것을 느꼈다.
이런 느낌은 이만석 이외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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