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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168화 (168/812)

〈 168화 〉 168화 또 한번의 합숙

* * *

일행들과는 다르게 이만석은 간부 숙소로 향했다.

개인실이 지급되고 침대부터 시작해 새로 보수공사를 해서 참으로 쾌적하고 괜찮은 곳이었다.

자리를 마련해서 작은 연회를 열 아마쵸는 양주를 따라 주기도 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한 군관들의 표정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곳의 책임자인 아마쵸가 상관으로 대하고 교육을 받은 상태라 이 자리가 편치만은 않았다.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직접 이곳을 챙기기 위해 다녀가기도 했으니 더 그러했다.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이만석은 자연스러운 하대와 거기서 묻어나오는 분위기는 보여지는 나이와 다르게 전혀 가볍지가 않았다.

마치 아마쵸에게 대하는 저 모습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움이 묻어날 정도였다.

“한 잔 씩들 들지.”

양주병을 든 이만석이 잔을 채워주려 하자 이 자리에 뽑혀 함께하게 된 군관들이 긴장하며 양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하지만 안나는 한 손으로 편하게 받았는데 그 모습을 다들 역시 보통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오는 얘기들은 특별 한 것도 없었다.

보수공사가 어떻게 끝났는지,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왔는지 보고를 하듯 얘기를 한 것이 보통의 대화와는 조금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한 쪽에 앉아 있는 안나는 대화에 끼지 않고 이들의 말을 듣고 있는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는 이런 풍경을 보지 못 했다.

군인도 아닌 이만석 앞에서 긴장하는 이들의 모습이나, 중령계급장을 달고서 책임자로써 전두지휘 하던 아마쵸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이만석에게 예의바른 모습은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풍경이기는 했다.

하지만 안나는 그런 것들보다 이런 분우기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에 주목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행등과 그것을 당연시하게 받고 있는 이만석의 모습은 어색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보여질 정도였다.

그 모든 것이 분위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안나는 이만석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참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잔이 오고가고 있을 때 이만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더 드시죠?”

“아니, 괜찮아. 오늘은 이정도면 만족해.”

“알겠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일어서 배웅 하는 아마쵸와 군관들을 뒤로 하고 이만석이 먼저 연회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 자신이 묵을 방으로 향하던 이만석은 뒤에서 또다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더 마시지 않고.”

“별로...”

거기엔 의외로 안나가 서있었다.

별다른 표정 없이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왔는데 그렇게 이만석은 나란히 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여간 부 숙소가 있었던가?”

“있어. 하지만 난 거기 쓰지 않아.”

“그래?”

투랍이 물러나면서 이곳도 무사하지 못했었고 새롭게 짜고 보수공사를 하면서 축소가 되어 여 간부숙소는 잠정폐쇄되었다.

사용한다면 안나혼자 사용을 해야 하니 그럴 지도 모른다.

그 대신 안나는 이곳 맨 끝 방을 사용하는데 대위급 이상이 쓸 수 있는 개인 샤워실과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이었다.

이만석은 2층의 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영관급 이상들이 집으로 들어가지 않을 때 쉬는 방을 얻은 것이다.

개인샤워실과 화장실은 물론이고 작은 거실까지 딸려 있는 방이다.

일반적인 간부 숙소의 방 두 개를 합친 격이다.

“어디서 자는데?”

“이쪽으로 쭉 가면 맨 안쪽 방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은 그렇게 안나와 같이 걸었다.

그때 방을 나서던 한 명의 교관이 경례를 하자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지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본 안나가 감정 기복이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 달라.”

“다르다니?”

“너.”

계속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는 이만석을 향해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사피 총리와 가깝고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처음 보는 데다 민간인인 당신한테 자연스러운 경례가 나오기는 힘들어.”

아무리 리자 아마사피 총리와 가깝다는 것을 알게 권력과 밀접한, 이 일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저렇게 자연스러운 경례가 나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 에게 보여주었던 것들. 그리고 당신의 분위기를 보면... 난 의문이 들어.”

“의문?”

“네가 사람인가에 대해서.”

걸음을 멈춘 이만석은 그대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 또한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이만석을 쳐다보았다.

“내가 사람이 아니면?”

“글세...”

모호한 대답을 하는 안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이만석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네가 날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난 사람이야. 그리고......”

손을 든 이만석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안나의 뺨을 어루만졌다.

“너 또한 일반적인 여자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이성에게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는.”

“무슨 뜻이지.”

안나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이만석의 손을 걷어내며 질문을 던졌다.

“글세...”

이번엔 반대로 모호한 대답을 한 이만석이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 멈춰선 안나는 이만석의 등에서 시선을 때지 않고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이게 뭐냐. 재입대를 한 것도 아니고...”

아침 5시에 맞춰 기상을 한 춘배들은 도수체조와도 같은 이집트식 체조를 끝내고 상위 탈의를 하고 오와 열을 맞추고 구보를 뛰었다.

어제 지급 받았던 바지와 티만을 입고 나와 체조를 한 후 그 티를 벗고 연병장을 뛰는데 합숙을 하면서 심심하면 산을 탔던지라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게 10바퀴가 넘어가고 연병장을 나와 대로를 따라 나가는 순간 얼굴이 똥 씹은 듯 변했다.

“미친... 이거 3km구보 이상이잖아...!”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게 아니라 앞에서 뛰는 교관이 순식간에 높이면 그 뒤에 달리던 이원들도 마치 육상선수처럼 달려야 한다. 그러면서 처지면 뒤에서 얼차려를 받고 교관 한 명이 붙어 같이 뛰게 되는데 7바퀴를 돌았을 때는 100m달리기를 하듯 한 순간이지만 빠르게 뛰기도 했던 것이다.

그걸 따라가는데 일행들은 죽을 맛이었고 절대 일정한 속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헉...헉..!폐..폐활...량...이..괴물...들....인가...?!”

땀이 비오듯 쏟아지며 숨이 턱까지 차오른 춘배가 묵묵히 달려 나가는 교관을 보면서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질주를 하고 다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다 빨리 달리기를 반복하며 10바퀴를 돌고 연병장을 나와 비포장도로를 달려 나아가는데 호흡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아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거의 죽을 것 같이 호흡을 고르며 달리는 일행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다시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나... 나죽는다...헉헉...!”

턱 끝 까지 차오른 이원종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이원종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침 8시가 넘어서야 그렇게 다시 연병장으로 도착해 마무리 동작까지 취했는데, 제대로 완주를 한 사람을 안영만을 포함 채 몇 명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낙오를 해서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아 확실히 끝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그렇게 아침점호가 끝이 나고 9시가 넘어서야 식사를 하는 이들은 이집트식 식사를 두고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배는 고픈데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운을 차리려면 억지로라도 먹여야 했기에 남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조금의 휴식을 취하는 사이 다시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제대로 쉬지도 못 하고 집합을 한 이들은 투덜거리며 모였다.

“지금부터 생활필수품부터 시작해 군복과 속옷 등 필요한 것들을 사이즈를 재고 지급 받겠다.”

다행이도 훈련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칫솔이며 치약, 그리고 수건과 속옷, 그리고 훈련복으로 사용한 군복까지 지급받는 일행들은 2시간 이상 소요 되어서 모두 지급 받았을 때는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다 지급받고 다시 정리를 하는데 3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점심 식사를 했다.

그제야 휴식다운 휴식을 조금 취하고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훈련복장으로 갈아입고 군화까지 신은 이들의 표정은 모두 어떨떨했다.

마치 재입대 하는 기분이 이러할까.

예비역들의 표정들은 특히 말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다른 나라 군복이라고 하지만 입대하는 기분은 똑같았다.

교관이 앞에서서 지키고 있는 가운데 춘배가 입맛을 다셨다.

“무슨 훈련을 하려나...”

“첫날이니까 그렇게 어려운 거 시키지는 않겠지.”

“아침에 구보 못 봤어?”

사정 봐주지 않았던 구보 얘기가 나오자 이원종이 입을 다물었다.

“우, 우와아~!”

“저 여자 누구지?”

“예쁜데...!”

그때 일행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섞인 말들이 흘러나왔는데 이원종과 티격 거리던 춘배의 얼굴이 돌아갔다.

“여기어 저런 여자가 있었네?!"

한 명의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20대로 보이는 그녀는 갈색의 눈동자에 무표정한 얼굴, 오뚝한 콧날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누가 봐도 서양미녀로 불려 될 정도로 아름답게 생긴 여자였다.

거기다 차가운 인상을 하고 있어 도도한 느낌에 묘한 매력도 더해졌는데 춘배는 차이링 이후로 예쁜 여자는 처음 보았다는 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누, 누기지 저 여자? 선녀가 여기에 또 있었네?”

차이링을 빗되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로 표현했는데 춘배의 입에서 또 그런 말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일행들 앞에 도착한 안나가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던 안나의 시선이 침을 꿀꺽 삼키며 바라보는 춘배와 시선이 부딪쳤다.

“추, 춘배입니다. 헤헤헤...”

눈이 마주친 순간 춘배는 간단한 영어로 자기 이름을 밝히며 헤벌쭉 웃었다.

곰상이라고 하지만 190이 넘어가는 거구가 헤실거리자 참으로 보기가 좋지 않았다.

“너.”

그때 안나가 춘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예?”

“너 부르잖아 인마.”

반문을 했던 춘배를 향해 이원종이 부럽다는 듯 눈치를 주었다.

“앞으로 나오도록.”

“예? 뭐라는 거냐?”

“너보고 나오란다.”

안영만에게 물어보자 바로 답을 해주었다.

“나오라고?”

그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춘배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거참...”

하지만 내심 싫지는 않은지 그렇게 앞으로 나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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