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167화 또 한번의 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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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말없이 바라보는 그 시선은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걸음을 옮겨 다가간 이만석은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의 앞에 멈춰 섰다.
이만석은 그런 안나를 바라보며 반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보니 그래도 별 탈 없이 지낸 모양이네?”
“별로 큰일 같은 건 없었으니까.”
이만석이 이곳으로 보내면서 건네준 스마트폰엔 아마쵸와 아무카무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마쵸와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게 될 거라는 말도 적혀 있었던 것이다.
왜 그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이곳의 지리와 만나보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기도 하련
만 안나는 충실히 이만석의 말에 따랐다.
그렇게 도착해서 와보니 이곳은 병사를 길러내는 훈련소와 같은 곳임을 알고 조금은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아마쵸와 만난 안나는 그가 자신이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듯 환대를 했고 그렇게 이곳에서 지금까지 지내게 된 것이다.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안나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말했다.
“다시 보게 돼서 반갑지 않아?”
“......”
안나는 이만석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들... 들어서 알겠지만 한국에서 뽑아 온 애들이야.”
자신의 말에 대답이 없는 안나의 모습에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래도 실력 있는 애들인데 이곳에선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알 수가 없으니 사람 좀 만들어서 내보낼 생각이지.”
이곳의 마피아들은 개인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일성회나 삼합회, 그리고 야마구찌회 처럼 밀수를 해서 들여온 총기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 에서처럼 빈번하게 사용되지가 않았다.
한번 잘 못 사용했다가 어떤 큰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한국에서는 총기는 진짜 큰일이 아니고서는 아무리 일성회에서 일한다고해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무라바르크에 이어, 테러, 그리고 내전으로 인해 시민군이 결성되기도 하고 총기가 은연중에 많이 유통되고 거래가 되었던 것이다.
총격사건이 발생가하기도 하고 무장테러 단체에 대한 얘기도 자주 뉴스에 나오는 등 한국과의 상황이 전혀 달랐다.
“여기에 있는 저들의 손에 맡기면 전부 일당백에 사람구실 제대로 할 수 있게 정신무장을 시켜 줄 거다. 그 중엔 포기하고 싶거나 이곳이 지옥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범죄를 저질러서 교도소에 가 군대를 면제 받은 인원이 있기는 하지만 춘배와 이원종, 그리고 안영만을 포함한 대부분이 육군 현역복무를 끝마치고 나온 예비역들이라 군생활이나 총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져 보았을 것이었다.그 예로 바닥에 구르고 있는 이들의 표정 중에 제일 썩었다 싶은 인원들을 뽑으면 전부 예비역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춘배를 포함해 모두 울상이었다.
안영만 또한 표정이 굳어 있는 것으로 보아 두 번째 군입대를 하는 것 같은 이 상황이 참으로 암울 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런 일행들을 바라보면서 그저 얘기를 이어갈 뿐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굴리겠지.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알아?”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하던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이만석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CIA에서 배운 네 생존기술과 잔혹성, 그리고 냉정함을 저들에게 가르쳐 주었으면 해서야.”
안나가 자신에게 특별히 해준 얘기는 없었지만 이만석은 그녀가 이렇게 냉정하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데 망설임 없고, 가차 없이 변한 이유에 대해서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해결사를 보내는데 그저 그런 실력자들을 보낼 리가 없었고 타깃을 제거하는데 믿을 수 있고 확실한 인물을 보낼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CIA입장에서는 그녀는 그에 부합할 만큼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니 해결사로써 사용했을 것이었다.
이만석은 그 CIA에서 배운 것을 춘배를 포함해 모두에게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를 가지고 있었다.
“해줄 수 있겠어?”
가만히 이만석을 바라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내 대답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아.”
가만히 바라보던 안나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가는 걸 거부하지 않은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의 입가엔 잔잔한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세워져 있는 군용트럭에 나누어 타고 막사로 향하면서 춘배는 울상을 지었다.
그건 춘배 뿐만이 아니라 트럭에 타고 있는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여기저기서 고통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옷 버려야겠다.”
너덜해지고 더러워진 정장을 보며 이원종이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이원종뿐만이 아니라 널찍하게 타고 달리는 세대의 트럭의 모든 일행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막사가 있는 곳으로 차가 가면서 유격훈련장을 연상케 하는 기구와 모습들을 스쳐지나가면서 더욱더 가슴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우리 어떻게 되는 거냐?”
“어떻게 되긴... 큰형님 하는 말 못 들었어?”
“나름 군 생활 재밌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상황은 꿈에서도 경험하고 싶지 않았는데...”
거구에 곰을 연상케 하지만 절대 무시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춘배는 자대에 배치를 받고 신병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선임들에게 큰 터치는 받지 않았다.
딱 봐도 보통 일반사람 같지 않는 위압감에 몸에 나있는 칼자국은 어느 정도 직업을 의심케 했
고 자기소개를 시키는 선임의 말에 춘배는 나이트나 그쪽 업계의 뒤를 봐주는 일을 하다가 들어왔다고 말을 했는데 그 얘기를 들은 내무실 선임들은 모두 조폭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그래도 군기반장에 깡이 있는 꺽상이라 할 수 있는 상병 하나가 춘배에게 대담하게도 회를 뜬 적이 있냐는 돌직구를 날렸고 춘배는 신병으로써 예의바르게 회는 아니고 담군 적은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내무실의 분위기는 싸해졌고 춘배의 군생활은 딱히 구타나 그런 것 없이 선진 병영 생활을 즐길 수가 있었다.
물론 고참이 되고 나서도 춘배는 따로 갈구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만 해주면 후임들이 아라서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그에 행보관이 우리 중대는 구타가 없다며 참으로 좋아 했는데 이게다 춘배 덕분이라며 포상휴가까지 밀어주어서 나간적도 있었다.
작업 또한 착실하게 잘하니 행보관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그 때문에 말년생활이 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춘배가 말한 것처럼 군 생활은 나름 즐겁게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재입대를 하는 것을 바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군 생활은 인생에 한 번이면 족하지 이게 뭔 개 같은 경우야?”
“미치겠네... 이럴려고 이집트에 온 거 아니었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거다.”
그때 잠자코 있던 안영만이 지나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푸념을 늘어놓던 춘배가 앞에 앉아 있는 안영만을 보며 다시 푸념을 늘어놓았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안 그러냐 꼴통?”
“예, 예... 그렇습니다.”
춘배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사내가 긴장 된 목소리로 입을 열며 대답했다.
“뭘 그리 긴장하고 그래?”
“아, 아닙니다.”
어색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바닥을 굴러서 흑으로 인해 엉망이었는데 속은 더 죽을 맛이었다.
‘옆에 앉아서 같이 가다니 이리도 재수가 없을까.’
한국에서 뽑힌 것 까지는 너무도 좋았다.
합숙도 힘들었지만 참을 만 했다.
그 다음으로 회포도 풀고 머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공부를 못 했던 것은 아니어서 교육을 듣는 것도 나름 앞으로 갈 이집트에 대해서 상상도 하게 되고 좋았다.
헌데 복도에서 안영만과 대화하다 이원종이 갑자기 자신을 붙잡고 질문을 던졌을 때 꼬이기 시작했다.
반문하는 자신을 보고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이원종이 그렇게 작은 소란을 끝내고 지나가니 이번엔 반대로 춘배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갔다.
억울하지만 그 두 사람을 자신을 머리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인식을 한 것 같았다.
그 후로 꼴통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그때 들었던 농담처럼 정말로 자신이 잘 못한 일이 있었나
돌아보게 되었지만 그런 것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너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예...”
“한국에 있을 때처럼 어리 버리 타면 안돼.”
춘배의 말에 왼편에 앉아 있던 이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니까 넘어가는 거지 발길질 하던 그놈들은 사정 같은 거 봐주지 않아. 너 인마... 정신 바짝 차려 알겠어?”
“예...”
긴장된 표정으로 대답하는 사내였지만 저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참으로 곤욕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15분쯤 달려 도착한 막사는 2층 높이의 건물이었는데 갈색의 투박한 느낌이 드는 건물이었다.
차에서 내리고 다시금 한 곳에 모인 일행은 그 자리에서 얼차려부터 시작해서 다시 20분 정도 바닥을 뒹굴고 나서야 멈춰졌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팬티, 반바지와 티 한 장씩만 지급이 될 것이다. 그 후에 인원을 짜
서 생활관 배정을 받고 곧장 샤워를 한 후에 인원 점검 후 취침에 들어가게 된다.”
얘기만 들어도 숨이 갑갑해오는 것 같은 춘배와 이원종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있나?”
아무카무가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질문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불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지금부터 이동하도록 하겠다.”
흐트러진 오와 열을 맞추고 걸음을 옮기는 춘배는 이게 현실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살인병기라니...’
말만 생각 하는 것 만해도 앞으로의 고생이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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