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165화 또 한번의 합숙
* * *
“와... 한국어 잘 하십니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어학당에서 공부를 좀 했습니다.”
“어학당이라면 그 한국어 가르치는 뭐 그런 거 아니요?”
이원종이 의아한 듯 말하자 아둘랍이라 소개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햐~ 대단하시네.”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서인지 이원종은 물론이고 춘배도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가이드시오?”
“그것도 비슷하다 보면 됩니다.”
“맞으면 맞지 비슷한 거는 또 뭐요?”
이원종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둘랍을 보며 춘배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아둘랍은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더이상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햐~ 형님 고맙수. 이렇게 첫날이라고 관광도 시켜주시고.”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는 나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정말이우?”
한 달 이상 이집트에 있었고 저번에도 다녀왔는데 피라미드나 스핑크스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춘배는 상당히 놀랐다.
“이집트에 오면 그거 꼭 봐야 한다던데...”
“큰형님은 관광을 목적으로 간 게 아니었으니까.”
중얼거림을 들은 안영만이 이만석을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떠나는 버스 밖으로 보이는 이색적인 카이로시와 거리 풍경에 모두들 술렁이며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한국에서 떠나올 때도 들떠있는 기분이었지만 이렇게 관광버스를 타고 그 유명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정말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기대에 가득 찬 관광은 눈앞에 피라미드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흥분으로 바뀌었고 차에서 내려 그 웅장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는 늦더위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폰으로 사진도 찍고 감탄사를 터트리며 하나하나 눈에 담기위해 연신 집중해서 보았다.
거기다 낙타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이 옆에서 무리지어 지나갈 때는 그것도 신기해하며 바라보았다.
아둘랍은 피라미드의 기원이나 스핑크스에 대해서 애기를 해주었는데 어떻게 이것들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게 그 뭐냐... 기념하려고 만든 건가?”
“내가 듣기로는 무덤이라던데?”
“아... 진짜?”
“뭐가 됐든 참 대단하구만...”
눈앞에 당도 했을 때 그 크기와 위용에 다시금 압도되었다.
왜 사람들이 이집트에 가면 피라미드를 꼭 한 번 봐야 한다는지 제대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것은 피라미드뿐만이 아니라 스핑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피라미드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스핑크스는 카프레 왕의 초상으로도 불렸는데 기원전 2500년경의 인물로 상당히 오래되었다.
우뚝 솟아 있는 세 개의 피라미드 앞에 앉아 있는 스핑크스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앞다리를 쫙 벌리고 엎드려 꿋꿋이 앞을 주시하는 모습은 위용이 있어 보였고 사람들로 하여금 대단하다고 생각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서 기념사진도 찍고 둘러보는 등 과연 이집트의 인기 관광지의 모습임에 실감케 만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만석은 이들에게 낙타체험도 하게 해주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두 눈에 담은 것만해도 대단한일인데 생각지도 못 한 낙타마저 타게 되었으니 참으로 기뻤다.
인원이 25명이라 팀을 갈라서 타야 했지만 기다리는 그 시간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외국여행을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의 고생을 모두 씻은 듯이 보상을 받는 기분마저 들어 정말로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낙타체험도 끝이 나고 나일강을 포함한 카이로를 중심으로 도시 관광도 하면서 꿀 맛 같은 시간을 보내었다.
거기다 이집트 전통 요리인 쿠샤리도 먹었는데 이집트식 파스타 요리로 불릴 정도의 이 음식은 관광을 오는 사람에게 먹어보라 권하는 매뉴증에 하나였다.
쌀과 렌팅콩, 그리고 파스타면에 토마토소스를 버무린 이것은 이외로 인기가 좋고 유럽인들도 오면 잘 찾아먹는 음식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도 춘배를 포함해 일행들도 나쁘지 않게 잘 먹었는데 두 번째로 나온 하맘이라는 비둘기요리는 머리까지 그대로 통구이 식으로 되어있어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치킨 맛도 나고 텅빈 배속엔 밥도 들어가 있어 한 끼 식사로는 제격이었다.
관광을 하러 온 느낌을 마음껏 살리며 식사마저 끝내고 나니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여기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디다.”
“그래?”
“예... 안 왔으면 후회 할 뻔 했수.”
관광이 마음에 들었던지 춘배가 기분 좋은 말을 내뱉었다.
“그쪽 양반이 설명을 잘 해줘서 더 잘했수다.”
“그리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아둘랍의 모습에 춘배는 물론이고 나머지 일행들도 농담을 던지며 미소를 지엇다.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가는 거요?”
이원종이 이제 저녁 식사도 먹었겠다 이제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아마 돌아간다면 숙소로 갈 것이 뻔한데 그곳이 어디인지도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숙소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한 숨 푹 자라.”
“시간이 걸린단 말입니까?”
조용히 앉아 있던 안영만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래. 나중에 도착하면 깨워주마.”
“숙소가 그렇게 멀리 있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안영만이 조금은 놀란 듯 바라보았다.
“카이로시에 있는 줄 알았는데.... 외각으로 나가나 보우?”
“큰형님이 생각이 있으시겠지. 쉬라고 했으니까. 난 좀 눈좀 붙여야겠다. 너무 에너지를 쏟은 것 같아.”
이원종이 편안한 마음으로 대답을 하고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넘기고는 이만석의 말대로 눈을 붙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에 춘배도 피곤했는지 등받이를 넘기는데 뒤에 타고 있던 다른 애들도 하나 둘 관광이 피곤했던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안영만은 잠을 자지 않았는데 이렇게 카이로 시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이 어딘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놀러 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관광을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해.’
자신을 포함한 이원종, 그리고 춘배와 애들은 놀러온 것이 아니었다.
이집트에 오기 위해 뽑혀서 교육을 받았고 합숙의 내용도 기초체력부터 시작해 몸 단련에 만전을 기했던 것이다.
그런 것들을 다 받고 나서 1차 100명 중에 먼저 25명을 선별해 출발을 했고 이틀 뒤 다시 25명이 들어오고 다음 주에 나머지 50명이 들어오는데 이들은 모두 일성회와 조직을 위해 대표해서 온 것이지 관광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안영만이 알고 있는 이만석은 허투루 관광을 시켜줄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면 알겠지.’
머릿속에 떠오른 상념들이 안영만을 괴롭혔지만 지금으로썬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니 일단 다른 애들처럼 눈을 붙이자는 생각에 생각을 접고 등받이를 뒤로 해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하늘은 어느새 해가지고 깜깜한 저녁이었고 차안은 조명등만이 켜져 있을 뿐이었다.
비포장 길을 달리고 그렇게 한참을 이동해서 도착한 차량의 밖은 소란스러웠는데 몇몇은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뭔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중간 쯤 좌석에 앉아 있던 사내 한 명이 눈을 비비며 인상을 찡그린 채 잠에서 깨어났는데 곧 창밖의 풍경을 보고는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눈을 비볐다.
“내, 내가 헛것을 봤나?”
다시 눈을 비비며 창 밖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 비춰진 것은 절대 헛것이 아니라는 듯 눈이 마주친 남자가 웃음 짓는 모습에 잠이 확 달아났다.
“야, 야... 일어나봐.”
“왜? 도착했어?”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계속해서 어깨를 툭툭치며 흔드는 행동에 인상을 찌푸린 동료가 기지개를 켰다.
“뭔데 그러는 거야?”
창가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 말해도 대답 없이 밖을 바라보는 시선에 뭔가 싶어 바라본 그도 두 눈을 깜박이다 다시 비볐다.
“이 군인들은 뭐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채 서있는 군복차림의 이집트인들었다.
옆에 군용트럭으로 보이는 차량 한 대가 서있었고 지시를 내리는 것인지 소란스러웠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마른침을 삼킨 동료가 하는 말에 깨웠던 사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두 사람 말고도 소란에 잠에서 깨어난 이들은 모두 창밖의 풍경을 보고 당황하며 웅성되었다.
“도대체 군인들이 왜 저기에 서있는 거야?”
“이런미친, 여기 군부대 아니야!”
“왜 우리가 군부대에 있는 거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말들과 당황스러움으로 인해 차량의 내부도 소란스러워졌다.
“혀, 형님... 저 군인들은 뭐요?”
잠에서 깨어난 춘배는 눈을 깜빡이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에게 긴장 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당분간 여기서 지내게 될 거다.”
“예?!”
“아, 아니 큰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오?!”
춘배와 이원종이 당황해 하면서 말을 뱉었는데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듯 보였다.
‘이거였나.’
그와는 반대로 안영만은 왜 이만석이 그렇게 관광을 시켜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었는지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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